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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11:58
희신강징 후회탑 1 / 2 / 3 / 4 / 끝
명결강징 1 / 2 / 3 / 4 / 5
명결강징 희신강징 무선망기
알오임
강징이 매번 사람을 험하게 죽이니까 항의가 있긴 했는데, 운몽에서는 그런 말을 입에 내면 운몽 수사들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 당하니까 오히려 입도 못 뗌. 청하쪽에서 와서 은근히 항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섭명결은 말할것도 없고 섭회상도 그러게 탐하지 말아야 할 것에 욕심내지 않았으면 될 일 아닙니까, 하고 웃으면서 부채질이나 함.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번엔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강징이 위축될 이유도 없는거임. 성격이 바뀐다기보다는 원래 성격 나오는 쪽으로 계속 그렇게 됨.
택무군과 혼인 관계가 있었다는 얘기는 있지만 이제는 적봉존과 너무 잘 지내는데다, 섭가에서 강징을 소중하게 대하고 적봉존도 어린 부인이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걸 굳이 숨기지 않으니 제삼자들이 헛소리를 하기도 쉽지 않음. 강징이 하도 사람을 죽이고 다니니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청하에서는 큰부인이라고 챙기고 운몽에서는 종주라고 챙기고 하다못해 이릉노조도 동생이라고 감싸고 도는데다, 음인임에도 폐관한 택무군 대신 종종 종주대리로 참석하는 남망기까지 아무말 안하니 뭐 어떡함. 난릉에서도 하다못해 기산에서도 한마디 하려고 하면 다른 가문들이 다 달려들어서 승산 없을 듯.
강징이 혼자 고민하는 게 있다면 적봉존이 이런 걸 다 봐놓고도 자길 너무 곱게 대해준다는게 가끔은 좀 고민되는거지. 복에 겨웠다기 보다는 좀 비현실적으로 잘해주니까. 과거의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하얗게 표백되어있는데 가끔 뒷목이 쭈뼛할 정도로 기분 나쁜 사람들이 있단 말임. 그럼 강징 몸이 좀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게 있을 듯. 이날도 기억도 없는데 그런 느낌 주는 사람이 있었고, 덤비기에 다 죽이고 돌아가는데 핏물에 옷이 다 젖어서 발자국이 남을 지경이 된거지. 기억이 없는데도 몸이 거부하는 거니까 본인도 조절 못하는 건데. 처소 앞마당까지 들어와서 멍하게 서있는데 섭명결 만나고 혼례하고 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강징이 '택무군'이라는 단어는 아는데 그 사람에 대해서 더이상 기억하는 부분이 없다는 걸 이상하게 느낌. 그러니까 그 이름과 명칭을 들어서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고 하면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게 접근이 안되는거지.
멍하게 서있던 강징을 발견한 것도 섭명결인데 옷이 그 꼴인 걸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도 않았음. 무표정이긴 하지만 미묘하게 떨리는 표정보고 다가가서 가만히 허리를 감싸 안아 안으로 데려갔을 뿐임. 삼독은 내려놓고 자전은 그대로 둔 상태로 안고 욕탕으로 들어갔는데 강징이 별 말 안하고 멍하게 보고만 있다가 품에 안겨드는 거. 둘만 있을 땐 약간 다른 사람처럼 구는 거 섭명결만 아는데, 그거 되게 좋게 생각하겠지. 예쁘게 굴고 그러는 거. 가만히 안겨서 섭랑, 옷이 다 젖으셨습니다 하고 멍하게 중얼거리는데 그냥 웃기만 할 듯. 그깟 옷이 젖으면 어때서. 핏물 다 빠질때까지 안고 있다가 대강 씻고 나올거임.
둘이 말 없이 앉아있는데 강징은 침의 챙겨 입었고 섭명결은 하의만 입고 있거나 그럴거임. 맨살에 기대서 가만히 쳐다보는데 원래 아무한테도 이렇게 의지 안하는 성격인데 왜 이러고 있지 싶다가 어릴때부터 봐온 사람이니 이렇게 있는게 당연한 거 같기도 함. 가만히 쳐다보니까 웃으면서 잠이 안와? 하고 밑에 깔아 눕힘. 해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달려들어도 안 놀람. 근데 막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안은채로 한참 있다가 나직하게 달래듯이 그러는거지.
공주, 태산 같은 부군이 있는데 뭘 걱정하십니까.
그말에 왠지 마음이 놓여서 강징이 한참 웃었음. 공주가 뭡니까 하고 한마디 했지만 간질간질하기도 함. 아직도 과거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 그 기억이 굳이 찾고 싶은 기억도 아닌 탓에 늘 불안했는데, 섭명결이 이렇게 버티고 있으니 사실 그게 정말 걱정할 일인가 싶기도 함. 무조건 자길 지지해주고 자기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긴 한데, 강징에게는 당연히 더 크게 와닿음. 부모도 이 정도로 믿어주고 편들어주지 않았음.
이러다 보니 강징이 슬슬 어리광 같은 거 부리기 시작하는데 섭명결은 왠지 강징이 이거 눈치채면 안 그러려고 노력할 거 같아서 혼자 비밀스럽게 즐기고 있을 거 같음
남희신은 강징이 혼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선 택무군, 남희신 본인이 개인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없다시피 한 상태로 살아있었음. 사랑했다는 것도 늦게 알았고 강장이 남희신을 마음에 품었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았고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이라고 이름 붙일 자격도 없으니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 밖에 없었던거지.
남희신 나름의 평화는 우울하고 고요하게 진행되고 있었음. 이게 흔들린 건 어느날 귀신처럼 거의 파랗게 질린 망기가 고소로 돌아왔을 때였음. 망기는 살면서 크게 감정을 드러낸 적이 한번도 없었고, 남희신이 망기에게 음인의 도리 운운하며 피곤하게 굴었을 때도 목소리를 높인 쪽은 위무선이었음. 해시가 넘은 시간에 찾아온 남망기는 단 한번도 보인 적 없던 표정으로 남희신에게 달려들어 이게 모두 형장 때문이라며 딱 한마디하고 그를 밀쳤음. 정실에 저를 가둬버린 망기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으니 누구도 이유를 몰랐음. 나흘 차에 이게 형제라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수행이 높았던 택무군의 능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실 안에서 자해하던 망기를 겨우 구해냄. 구해냈대고 하긴 좀 어려운게 이미 출혈이 너무 많아서 힘이 빠진 상태라 택무군이 말릴 수 있었던거지
그렇게 상황이 되고 나니까 사정을 듣게 되는데, 위무선이 강징을 돕기 시작하면서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일들을 세밀하게 알게 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망기 보기가 거북해진거지. 둘은 또 너무 닮았으니까.
위무선도 그러면 안되는건데 점점 망기를 원망하게 됨. 정말 망기에게 잘해줬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지켜줬는데, 강징을 완전히 피해자로 인식하기 시작하니까 남망기가 미워지는 거. 둘다 같은 상황이었는데 망기는 행복하게만 살았고 강징은 거의 죽을뻔 했으니까. 섭명결이랑 강징은 갈수록 잘 지내게 됐는데 위무선과 남망기는 갈수록 냉랭해졌음. 망기는 위무선이 이럴수도 있겠다고 예상을 했던터라 초반엔 조금 담담할 수 있었지만 갈수록 괴로워졌음. 그렇게까지 사랑해줬었는데..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고소로 망기를 보낸 건 무선이도 아닌 강징이었음. 말다툼이라면 말다툼이었는데, 위무선이 술김에 네 형 때문에 내 동생은 저렇게 됐는데 너를 보는게 괴롭다는 식으로 시작된 술주정이 요즘은 망기 탓으로 번져가고 있었음. 망기가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는데 위무선이 네가 강징처럼 망가지지 않고서야 강징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고 차갑게 말함. 강징이랑 남망기랑 사이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좋게 생각이 안 됨.
망기도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으니까 위영,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했었잖아.. 하고 설득하려고 했는데 위무선은 요즘 강징이 그렇게 죽을정도로 힘들어하는 동안 자기는 남망기에 빠져서 그 상황을 내버려뒀다는 생각에 허우적거리고 있던 탓에 곱게 안들렸음. 그래서 너도 강징처럼 겪어보라고 운몽 양인들 상대하라고 함. 알고 지내는 양인에게 남망기 한번 안아보라고 끌고가기까지 했고 이걸 막은 게 강징이었던거지. 위무선 돌았냐고 떨어뜨려놓고 완전히 넋 나가버린 망기를 거의 주워다가 고소에 내려놓은 거임
강징이 보기엔 위무선도 남망기도 제정신이 아니었음. 왜 싸웠는지 알고 나서는 강징 입장에선 내가 괜찮다는데 니들이 왜 지랄임? 이런 거니까. 술깨면 남망기 찾아오라고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위무선도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싶어서 좀 가볍게 생각함. 감정 좀 정리되면 망기 찾으러 가려고 하겠지.
그러는 동안 고소에선 난리도 아니었음. 강징은 운몽이라는 본인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기라도 하지 남망기는 위무선 밖에 없는 사람이라 남희신이 붙어서 말리지 않았으면 벌써 죽었을 상황임. 형장 때문이라고, 상황 얘기하고 난 이후엔 아무 말도 안하고 울기만 함.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데 눈 떼면 죽으려 드니까 남희신이 억지로 막고 잠시라도 보는 눈 없으면 자꾸 본인을 해치니까 종래엔 남희신이 영맥까지 막아둠. 그래야 제어하기가 편하니까.. 저기저기 피부는 너덜너덜하고 항상 백의만 입던 남망기 옷에 혈흔이 말라붙어서 지저분해졌음.
사람이 다 이기적이라 이러고 있는 동안 남희신 자기도 모르게 좀 이상항 방향으로 위로 받을 듯. 뭐냐면 남망기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이유가 위무선을 너무 사랑해서잖음. 그렇게 믿었고 사랑하고 그러니까 체념도 못하고 이러는건데 거기서 강징 또한 남희신을 사랑했으니까 그렇게 힘들었던 거 아님. 이렇게 생각 하는 거 자체가 면목없지만 그래도 문득 그래도 저를 사랑해주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주지 못했던 은령을 간혹 들여다보며 괴로워하고 꿈속에서 늘 울부짖는 강징을 안아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제는 그래도 강징에게 어느정도 사랑을 받았다는 걸 확신하게 된거라.
그래서 위무선이 남망기 데리러 오긴 왔는데, 남희신이 잠시 자리 비운 때에 일부러 와서 상황을 잘 이해 못했음. 망기도 정신이 없었고. 그나마 영맥 막은 후엔 그렇게 다치지 않았고 억지로 약도 먹이고 해서 적어도 깔끔하긴 했음. 다만 너무 마르고 안색이 창백하고 그러니까 위무선이 바로 당황하고 놀라서 안고 나온거지. 남희신, 혹은 고소에서 핍박 받았다고 오해했을거임. 고소는 음인을 그렇게 험하게 다루는데 자기가 생각이 너무 짧았다고 자책하면서 데려갔는데 영맥까지 막혀있는데다 옷 들춰보니 새로 생긴 상처도 너무 많음. 아무리 눈이 돌았어도 그랬으면 안되는건데 싶어서 남잠 남잠하면서 이름불러서 깨우는데, 자길 보면서 위영? 하고 눈물 뚝뚝 흘리면서도 묘하게 무서워하는 느낌남.
영맥도 막혔고 다친 곳도 많으니까 돌봐주려고 하는데 망기가 계속 불안해하면서 정신을 못차리는거지. 위무선이 옆에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임. 남망기는 강징이랑 결이 다른 사람이니까 무선이가 하라고 하면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못견딜 거. 강징은 남희신이랑 깊어질 기회가 없었지만 이쪽은 아니니까. 그래서 남망기 아예 해감이고 뭐고 정상적으로 생활자체를 못할거임
숨만 붙어있을 정도로 겨우겨우 먹고 억지로 더 먹이면 토함. 결정적으로 영맥 막혔던거 풀리고 나서 죽으려고 하는 거보고 위무선도 늦게서야 알게 되겠지 일이 왜 이렇게 된건지. 거기다 이게 본인이 말했던 대로 강징이 겪었던 고통을 겪는거니까 미칠노릇
웃긴게 강징도 남망기 그러는 거보고 자기도 모르게 좀 위안 삼게 되는거지. 남희신이 그랬던 것처럼. 정 반대의 의미인데, 들어서 자기가 힘들어했던 거 알고 있고 드문드문 기억나는 부분들은 역겹지만 적어도 강징이 남망기 수준은 아니라는 거. 남망기는 위무선을 너무 사랑해서 실제로 몸이 더럽혀졌건 아니건 감당이 안되는거임. 위무선이 자기한테 그런 걸 요구했다는 거 자체가. 오랫동안 지극히 사랑했고 아껴줬는데 이번 한번 흔들렸던 거 뿐이고 그것도 홧김에 미수로 그쳤음에도 남망기는 지금 살아도 산게 아님
원랜 그리 가깝게 지낸 사이가 아니었지만 좀 안된 거 같아서 망기 챙겨주겠지. 너무 무서워하고 불안해서 잠도 못자니까 종주령으로 다른덴 없는 규율 만드는 거. 기강 잡는다는 핑계로 음인을 주고 받으려면 종주에게 허락 받으라고 함. 따로 남망기한테 가서 내가 겪은 일이 있으니 설마 허락하겠냐고 위무선이 또 그래도 어차피 아무일 없을거라고 말하긴 하는데 망기가 고맙다고 다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대답함.
남망기 얼굴은 남희신을 닮았고, 거의 산채 죽어가는 거나 다름 없는 망기보다가 그 순간 다 기억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근데 생각보다 충격 안 받음. 복수도 할만큼 했고, 이미 알았듯 강징에게 남희신은 남망기의 위무선처럼 그리 간절한 사람이 아니었음. 완전히 무력하고 처음 정을 준 상대에게 이용당하고 거의 가루가 되었던 수준이지만 섭명결 만난 것도, 남희신을 버리고 저에게 간절한 것들 다 찾고 났으니 과거의 괴로움은 이미 흑백인거임. 약간 남망기랑 본인을 동일시하는 부분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죽도록 괴로워도 죽진 않길 바라게 됨
구멍나있던 부분이 메워지면서 이때를 기점으로 강징도 사람 죽이고 다니는 거 좀 줄고, 섭명결이랑도 사이 더 좋아짐. 간혹 멍해지고 헛헛하던 부분들이 메워진거니까. 거기다 그간 너무 잘해줘서 뭘 더 확인받을 것도 없음. 섭명결 입장에서는 예쁘고 착한 애기 부인이 좀 힘들어하다가 갑자기 자기가 모르는 이유로 상태 좋아져서 더 예쁘게 굴어주니 고마울따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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