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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11:44

희신강징 후회탑 1 / 2 / 3 / 4 / 
명결강징 1

명결강징 희신강징 약무선망기
알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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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신은 폐관에 들어 그의 숙부인 남계인과도 한달에 한번 정도만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으니 만날 수도 없었고, 이릉노조와 운몽이 온 힘을 다해 지키고는 있었으나 강징의 상황이 그리 좋지 만은 못했음. 
택무군이 제 음인을 너무 좋지 않게 대우한 탓임. 마지막 몇달 간은 운몽에 기거하며 그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고 종주 노릇을 하게 해주었다고는 하나 뭔가 확실히 이상한 점이 있었음. 버릇이 좋지 않기로 이미 이름이 나있는 장로들에게도 정기적으로 내주어 교육받게 했으며 세간의 말처럼 셀수도 없는 양인들에게 그를 내준 탓에, 혼인이 파한 이후 강징에게 눈독 들이는 이들이 너무 많았던거지. 터무니 없는 가문의 재취자리 청혼이 들어오거나 심지어 첩자리에 들라는 요청서까지 들어왔음. 강징은 냉랭한 얼굴로 불가. 단 두글자를 적어 그들을 거절했지만 이미 바닥에 떨어진 강징의 위세를 세우긴 어려워졌음. 

운몽 역시 버티고는 있으나, 이릉노조가 일야에 삼독성수에 대한 풍설을 퍼뜨린 이들을 증거없이 죽이지 않았다면, 강징이 사흘에 한번 삼독을 휘둘러 그를 만지려 드는 양인들을 절단내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일이었음. 
섭명결은 혈혈 단신으로 가문을 짊어지기 위해 애쓰는 강징의 모습에서 제 자신을 찾지 않을 수 없었음. 가문을 받쳐내고 어린 동생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입마에 들것을 알면서도 수련을 멈출 수도 없었던 섭명결의 과거같았음. 거기에 종주 회의 등 공식적인 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강징은 조금도 주눅들거나 지쳐보이지 않았음. 오만할 정도로 당당했고 얼굴은 늘 다소는 분노한 것처럼 미간이 구겨져 있었지만 그렇게 위엄을 세워야 하는 것도 이해함.
적봉존이 돌아왔다는 것에 퇴물이라며 혹은 주화입마에 빠진 위험인물이라며 꼬리표가 붙었으니 섭명결 또한 잔혹하고 두려운 존재로 자신을 기억시키는 방식으로 살아남았음. 

어쨌거나 상황이 이러한 탓에 모두에게 구겨진 얼굴만 보여주는 강징이었지만 덕분에 섭명결에게는 섭거거 하며 웃는 낯을 보여주기도 함. 섭명결 또한 강징과 있을 땐 위악을 부릴 이유가 없으니 그에게는 얼마든지 너그럽고 다정한 형 노릇을 해줄 수 있었겠지. 이제 완연한 음인이 되어 미묘하게 자태가 달라졌어도 무인의 기골이 상한 것은 아니니, 단 한번도 미색에 홀리거나 음인에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는 적봉존도 그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음. 
섭형 하고 웃으며 제게 다가오는 얼굴을 보고 그게 온당치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아름답다고 이미 생각해버렸던 거임. 섭명결 자신은 늘 위험을 간직한채 살아야 하는 사람이며 강징은 의지할 곳 없는 음인이니 어쩌면. 어쩌면 욕심을 내어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을까. 과거엔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폐관하며 생사를 겪고 나니 섭명결도 조금 변한거임 

긴 시간 종주자리를 맡느라 많이 어른스러워진 회상과 술자리를 함께하며 저도 모르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말았음. 아우야 네가 보기엔 강종주가 어떠하더냐 하고 물었지만 듣자마자 회상이 씩 웃으며 형님. 속세 돌아오시자마자..? 하고 예상했다는 듯이 웃는거지. 답지 않게 당황하여 변명을 한다는게 그게 그렇게 티가 나더냐 하고 아예 직구를 던져버림. 회상이 차를 마시며 눈치없는 강징이나 모르지 제법 많은 이들이 알았을겁니다. 이만하면 되었으니 제 벗이 어려운 소문에 곤궁하기 전에 형님께서 무어라도 말씀을 전달하세요 하고 등떠밀기까지 함. 
회상이도 제 형님, 강징 성격 다 아니까. 둘 다 죽기 직전까지 앓아도 입 벙긋하지 않을 성격인데다 명결은 경험까지 없으니 미적거리면 강징 상황이 안좋다고까지 밀어붙여야 입을 뗄 사람이었음. 

똑똑하고 일처리 분명하고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으니 그런 사람이 형수로 들어 앉는 것도 나쁘지 않았음. 희귀한 녹색 연꽃을 말리고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여 찬곳에서 건조한 녹련차가 완성 되었는데, 일이 잘 풀린다면 형수 혼인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음. 원랜 생일 선물로 주려던거지만.. 뭐 수취인은 같으니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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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징은 또 단전 깊은 곳에서 빡이 밀려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음. 음인의 몸이라는 것은 이런 거구나. 아랫배 안쪽에서 뭉근히 느껴지는 감각이 기분 나빴고 손발에 힘이 평소처럼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웠겠지. 희락기가 오고 있었는데, 먼저 당도한 위무선은 적당한 양인을 찾을테니 억제제는 안된다고 했음. 몸이 크게 상했다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억제제까지 들이 부으면 후일이 좋지 않다고. 운이 좋지 않을 시 영력까지 상한다는 말에 노력충 강징이 움찔하는 건 당연함. 

위무선은 당연히 겪은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혹시나 그 고생을 했던 동생이 또 상처받을까봐 조심스러운데 의외로 강징은 덤덤할 거 같음. 밖에 나가서 찾을 거 없이 우리 부사 중 양인이 몇 있으니 그들에게 물어볼게. 괜히 이런 추문이 밖으로 새어나게 하지마 하고 거의 뭐 훈련하듯 받아들이는 거. 강징이 그렇게 상처받고 망가졌던 이유는 단지 교합 때문만은 아니었기 때문임. 음인으로 가해졌던 가혹한 상황, 처벌받고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 몸을 열어야 했던 것과 종주와 수사라는 강징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 상황을 감내 해야 했던 것 까지 문제였음. 거기에 택무군은 교묘하게 고통의 범위를 넓혀 그를 통제하고자 했고 끝내 그를 양인의 노리개 역할만 하는 음인으로 만들기 위해 압박했으니 강징이 그만큼 버틴것도 대단한 거였음. 자기에게 의지하게 만들고 조금씩 부수고 금이 가게 만들어 제가 원하는 형태로 빚어내려고 했던 그를 사랑했던 것도 문제였으니까. 
남희신과의 일을 잊어버린 강징은 과거처럼 담담하고 물처럼 맑았음. 
무선이가 생각하기에도 운몽 수사들은 입이 무겁고 강징을 목숨처럼 여기니 그를 나쁘게 대하지 않을 거 같았음. 

그래서 이날 저녁 강징은 양인 수사들 몇명을 머릿속에 넣어놓고 고민 중이었음. 이 수사는 운몽 들어온지 십년이 되었군. 저 수사는 아직 너무 어린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수사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하는거지만 이용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찝찝하긴 했음. 
운몽은 고요했으나 강징 홀로 머릿속이 소란한 가운데 연통도 없이 도착한 명결이 징아, 하고 내원에 들어온 참이었음. 

명결은 치장이라거나 부정세를 꾸미는 것은 회상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이라 보는 눈이 그다지 없음에도 이 운몽의 내원이 얼마나 잘 꾸며져있는지 잠시 감탄했음. 아취가 있는 정원은 군데군데 요란하지 않을 정도의 장식품이 있었고 주로는 모두 연꽃이었음. 고집센 강징의 성품처럼 단정하게 정돈 된 내원을 한번 훑고 고요한 연못보다 고운 강징의 얼굴을 빤히 봄. 바로 섭명결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겠지. 아무리 마음이 있다고 한들이 이렇게 터무니 없는 느낌을 가질 사람이 아닌데. 희락기가 가까운 음인이 양기가 충만한 양인을 곁에 두니 반사적으로 향이 풀린거지. 섭명결 역시 입마의 위험으로 때때로는 사람을 구해서, 대부분은 약물로 억제했던 본능이라 새벽 공기처럼 아연하고 달콤한 꽃향에 거의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말았음. 

명결은 모든 부분에서 난폭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은 제 품의 강징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쓰고 있었음. 덥썩 안긴 후 강징은 잠시 섭형 안됩니다.. 섭형, 하며 밀어냈지만 명결이 정말로 그를 밀어내고 도망치려 했을 땐 그를 끌어안고 울먹이며 정말 어찌하면 좋습니까? 하고 진심이 흘러나왔음. 의지하는 어른이었으니 마음이 무너져버린 거지. 다 괜찮아 질 것이다, 염려할 것 없다 하며 그를 어르고 달랬음. 

기억이 없더라도 폭압적인 관계에 뼈에 새긴 두려움이 있는 강징이 바들바들 떨었음. 그러나 명결은 강징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다시 한 번 안심 시켰음. 괜찮아. 겁낼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