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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4 21:11


희신강징 후회탑 1 / 2 / 3 / 4 /

명결강징 희신강징 약무선망기
알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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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징은 불쾌했음. 자신이 기억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약점이 되는 건 원하지 않았음. 위무선의 보살핌이 있었고 저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던 남망기조차 강만음 네가 잘못한게 없다고 했으니 이 혼사는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니었던 거임. 
그러나 얼마나 안 좋았는지를 알게 되니 입맛이 썼음. 운몽의 음인들은 자신의 거취를 정할 수 있었고 양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지만, 고소는 아니었음. 위무선이 괜히 남망기를 끼고 도는게 아님. 고소에 남망기 혼자 놔뒀다가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지, 그의 몸에 몇가지 달려있는 장신구들은 정인으로서의 선물이 아니라 호신부였음. 누군가 남망기 옷자락에 손이라도 올리면 진정소리를 듣게 될테니까. 
이러한 사정을 다 알고 있는 강징이었으니, 남희신과 그가 혼인했던 사이라는 걸 들었을 때 그의 취급이 너그럽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음. 그러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양인들과 밤을 보냈는지 타인의 입으로 듣는 건 더러운 기분이었겠지. 뚝 잘려나간 기억의 파편인지라 어떤 감정이 섞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제 몸이 누군가의 도구가 되어 그렇게 쓰였다는 게 기분 ㅈ같았고.. 위무선의 보살핌과 감정적으로 빈사가 된 부분이 잘려 나갔으니 성질이 돌아옴. 대놓고 말해 이새끼들아 하고 자전을 휘둘렀으니, 섭명결은 돌아온 연회에서 처음 본 게 달빛보다 밝은 자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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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무인인 섭명결은 분란을 주먹으로 면전에 대고 해결하는 강징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음. 혹시나 형님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여 기분 나빠할까 오히려 회상이 긴장했지만 그러지도 않았을 거임. 단지 웃으며 내 기억보다 강공자 성미가 불같구나? 하고 회상을 보고 웃었을 뿐임. 
회상은 급히 강징이 어려운 사정으로 부모를 잃고 혼자 운몽을 떠맡고 있다는 것과 얼마전 택무군과의 절혼했다는 점을 알렸음. 음인으로 고소에서 고초를 겪었으니, 저렇게 쉽게 입에 올리는 이들이 미울법도 하다고. 청하도 보수적인 곳이지만 음인에 대한 대우가 그 지경은 아니었기 때문에 회상이도 좀 고소쪽에서 한 가문의 종주를 모욕했다고 여김. 섭명결은 워낙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혼자 운몽을 책임지고 있는' 이 부분에서부터 살짝 마음이 쏠렸다가 의제인 남희신과 혼례를 한것도 모자라 고초를 겪고 절혼했다는 말에 당황함. 

문득 희신이 그럴 사람이었나.. 싶었지만 고소의 가규와 전통에 관해서라면 무서울 정도로 집착했던 면모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 내겠지. 
무례한 이들에게 물리적으로 응해준 강징이 불쾌한 표정으로 연회장에 들어섰을 때 섭명결이 생각한 건 좀 다른 거였음.
우부인의 자색을 그대로 물려받아 저리 고운 이를 무엇하러 그리 험하게 대했을고. 

섭종주,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부정세 마당을 더럽혔으니 수사들에게 일러 치우라고 하겠습니다.

피가 좀 사방에 튀긴했지만 섭씨들 중 피를 두려워하는 자는 없었음. 자전에 찜질당한 이들이 오늘 내일 하는 꼴을 힐끗 본 회상이 됐다며 손을 내저었음. 

수사들이 좋은 자리에서 무예를 겨루는 것이 뭐가 잘못됐다고? 

이때 섭명결이 예고도 없이 패하를 휘둘렀음. 회상의 비명이 요란 했으니 모두가 들었지만, 이들이 보게 된 것은 제 다리만한 패하를 휘두른 적봉존이 과연 돌아왔다는 것과, 제 허리 만한 패하를 삼독으로 막아낸 강징이었음. 잠시 강징은 적봉존께서 무례에 화를 내시는 건가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의 손을 보고 제 역성을 들어주는 것을 알았음. 
청하는 원래 이런 곳이고, 적봉존 또한 호기로운 무인이니 이곳에서 피를 보고 고통을 호소한다면 결국 스스로 얼마나 나약한지를 자랑하는 것과 같았음. 

그래. 회상이 네 말이 맞구나. 강공자 벌써 이리 의젓하게 자랐습니다. 

물론 강징이 연회전에 사람을 두드려 팬 행동은 무례했음. 그러나 섭가의 두 종주가 웃는 낯으로 그를 비호하니, 함부로 불만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음. 거기다 이제 폐문을 끝내고 돌아온 섭명결 앞에서 큰소리를 낼 배짱이 있는 이도 없었음. 회상은 한달여간 그가 심하게 부상을 입어 위무선과 남망기가 밤낮으로 그를 돌본 것을 알고 있었음. 잘 쓰이지 않는 주술인 탓에 여러가지 희귀한 재료를 회상을 통해 구했기 때문이었고, 동문수학한 지기의 고난에 회상 역시도 안절부절하시 못했으니 혈색도 좋고 기운도 넘쳐보이는 그를 보고 화색이 도는 것은 당연했음. 

강징은 섭명결의 얼굴을 빤히 보다 조금 부끄러워졌음. 어린 시절 종종 검술을 가르쳐주던 어른이었는데 이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리에 왔으니 반사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었지. 부친도 그에게 그리 너그럽지 않았는데. 명결은 남성 수사들의 흠모를 받는 이로, 그에게 인정받는 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겐 영광스러운 일이었음. 
수학하던 시절 강징이 섭명결을 보며 가끔 강풍면의 그림자를 덧씌웠다는 것을 그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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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은 문득 제 형이 강징을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았음. 모르고 싶었으나 이 험한 수선계 눈치 하나로 살아남은 섭종주라 이게 마음대로 조절 되는 것도 아니었겠지. 
그러나 뭐.. 나쁘지 않다고 여김. 청하 섭씨가 명문이긴 하나 혼담이 없는 이유가 이 답도 없는 주화입마 때문이었고, 섭명결이 사납다고 소문은 나있으나 제 식구들에게는 다정하고 제 손안의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니 혹.. 인연이 된다 하더라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강징이 남희신과 혼인한 이후 남희신이 그를 너무 구속하고 통제하려 들어 얼굴보기도 쉽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리다 슬쩍 강징을 제 형의 옆자리로 밀어 넣었음.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거니 미리 걱정할 것도 예상할 것도 없었음. 


연회가 파하고 돌아가는 자리, 운몽의 수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음. 대사형으로 돌아온 위무선은 강징의 몸이 좋지 않았다는 점과 그가 한번 혼인했던 음인이라는 점을 이르집으며 분명히 헛된 마음을 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니 그들을 상대로 운몽의 용맹함을 보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고 음산하게 말했음. 종주께서 응당 자신의 몸을 지킬것이나 그들 종주를 하나의 음인으로만 여겨 욕보이고자 하는 이들을 도륙하는 것은 조금 다른 종류의 일이었으니 수사들은 이미 사람 죽일 준비가 끝났다는 거임. 

강징 역시 그를 모르지 않았으나, 강징도 운몽의 수사들도 허망히 기회를 잃었음. 
양인 수사들이 함부로 향을 풀며 다가오는 것에 분노하기도 전에 그들 사이를 가로 막은 것은 패하였음. 적봉존은 저 말도 안되는 크기의 패도를 들고 다니며 일종의 과시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실상 그가 저만한 크기의 패도를 장난감처럼 다룬다는 것은 사람도 그리 다룰 수 있다는 거였음. 낄낄거리며 다가오던 양인 수사들이 도망치기 시작하면 그 뒤는 운몽 수사들이 처리했음. 

제가 저런 자들 하나 어쩌지 못할 것 같습니까? 
징아. 하룻밤에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이는 것도 좋진 않다. 

동생의 친구를 다정히 부르던 그 목소리 그대로였음. 냉정한척 가시를 세우긴 하지만 사실 정이 고픈 아이였고 그 시기를 함께 보냈으니 명결의 다정한 목소리에 강징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음.

너도 알다시피 내가 밤잠이 없지 않느냐. 

종종 청하에 놀러와 회상과 지내기도 했으니 그게 사실인 걸 알았음. 섭명결은 사실 잠을 안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지. 그게 걱정이 많고 항상 긴장된 상태라 그렇다는 것은 강징도 그러한 상황이 되고 나서야 이해함. 

섭종주께서는 마음을 편히 가지시는게 좋습니다. 
곧잘 섭형, 섭형 하며 따르더니 네가 벌써 그리 자라 어른 행세를 해야겠느냐? 

강징은 작게 웃고 알겠습니다, 섭형. 하고 덧붙였음. 운몽까지 가는 길이 그리 멀지는 않으나 긴 밤을 걸을 정도로 가깝진 않았음. 그러나 섭명결은 회포를 푼다는 미명하에 그와 함께 걸었고 운몽의 수사들은 흠모하던 적봉존을 뵌것도 기뻤고 그가 종주와 친분이 있다는 점을 이렇게 드러내는 것도 고마웠을거임. 어린 종주로 운몽을 받치고 있느라 강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소와의 혼약이 필요했던 이유도 기반이 얕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돌아온 적봉존이 그를 이렇게 생각하고 인연을 과시하는 것은 운몽에 좋은 일이었음. 

그래서. 삼독성수라고? 

소년처럼 청량히 웃는 강징의 얼굴도 오랜만이었으니 수사들은 그저 오늘이 좋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