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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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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키다리 아저씨.

보내주신 선물들 잘 받았습니다. 잘 쓰고 있어요!
요즘 밤늦게까지 공부 중인데,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시험 준비를 잘 하고있다고 생각했는데, 밤만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참 다급해져요. 아침마다 줄어들어있는 디데이 날짜를 보면 졸린 눈도 번쩍 뜨이구요.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긴장되는데 이상하게 기대도 돼요.

다음주가 시험이라니! 우와.. 으악!
걱정마세요. 잘 보고 돌아올게요. 



ps. 덕분에 전 항상 혼자서도 잘 컸잖아요, 걱정마세요!

From. 시험을 눈 앞에 둔 케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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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케니.

긴장말고.
편안하게 보렴.
마음을 다해 응원한단다.

 
PS. 보낸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From. 응원을 담아, 너의 키다리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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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케니!"

"야!"

창문을 열던가, 그 꽃다발 갖다 버리던가! 나 알레르기 있다니까? 케니 너 내 말 안들려?

랜스가 아무리 짖어봤자였다. 결국 랜스는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방 창문을 활짝 열었다. 빌어먹을 그 꺽다리인가 뭔가하는 놈? 때문에 방 안이 온통 난리였다. 단 냄새에, 꽃 냄새에, 랜스는 요며칠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이 수시에 이미 합격했으니 망정이지, 오늘은 멍하니 책상 위의 꽃다발만 쳐다보는 바보같은 저 룸메이트의 모습에 결국 랜스는 백기를 올렸다. 며칠전, 유행이 한참 지난 대왕초콜릿 선물에 랜스는 경악을 했으나 케니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초콜렛을 껴안고 있었다. 한 손에는 꺽다리한테 온 듯한 편지를, 한 손에는 꽃다발을 (에취!) 들고서. 

요새 케니는 조금 이상했다. 케니의 대략적인 사정을 알고있던 랜스였지만, 유독 케니는 정말 이상했다. 외출도 잦아졌고,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밖을 두리번거리는 일도 잦았으며, 어느날은 침대에 누워 오렌지사탕을 하루종일 굴리며 헤헤헤 웃던 날도 있었다. 편지에 코를 묻고 냄새를 킁 맡는것도 케니는 모르겠지만 이미 들켜버렸다. (뭐해? 아무것도 아냐!)

취향 참 웃기다싶은 한결같은 생필품 택배가 오면 랜스는 늘 눈알을 굴렸지만, 케니는 항상 "실용적이신거야!" 하며 세탁실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한참후에 섬유유연제를 콸콸 부은 모양인지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튼튼한 면티 세트와 함께 돌아왔다.

그러나 꺽다리가 보내는 택배의 형태가 최근 달라졌다. 간식꾸러미를 시작으로 오렌지쿠션, 오렌지수면잠옷, 오렌지색 슬리퍼 같은 것들이 마구 오더니. 얼마 남지않는 시험에 어제는 대왕초콜릿이, 그리고 오늘은 무려 꽃다발이 케니를 찾아왔다. 초콜릿까지는 그럴 수 있다쳐.

근데 꽃..?

꽃은 너무 수상하지않은가? 랜스의 레이더가 마구 돌아가고 있었다. 튼튼한 면티세트에서 꽃다발이라니? 좀 그렇지 않아? 이상하다, 뭔가가 이상하다. 근데 무엇보다 이상한건 케니의 반응이었다. 허나 재채기가 또 나왔다.

결국 랜스는 입고있던 잠옷에 후드집업을 걸치곤 방에서 조용히 나왔다. 요즘 브랫 사감쌤과 네잇 문학쌤 둘이 눈빛이 묘하다 싶었는데, 역시 복도가 조용한걸 보니 이 밤에 둘이 데이트라도 나간 모양이었다. 내 감이 틀릴 리가 없어, 암. 1층 기숙사로 조용히 내려간 랜스가 익숙한 방문을 두드렸다. 레오가 웃으며 문을 열었다.

꽃선물에 기뻐하던 케니가 또 울어서 자리를 피해준건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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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내일이라니.
믿기지가 않아 케니가 발을 동동 굴렀다.

잘 봐서 꼭...

케니에게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싶은 사람이 두명 있었다. 케니의 세상이자, 케니의 또다른 세상이 되어준 두 사람. 케니의 손이 조금 떨려왔다. 시험을 치루면 졸업식이고, 졸업식이 끝나면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된다면 키다리아저씨와의 인연도 끝일테다. 이 학교를 떠난다면 형사님과의 인연도 끝이려나.

몇 년전부터 케니는 편지에 집착했다. 키다리아저씨의 답장을 늘 기다리고, 또 편지를 쓰고. 그러나 세상은 우연한 만남과 함께 순식간에 뒤집혀버린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불빛 어딘가 테리 형사님이 걸어다닐 생각을 하니 케니의 떨림도 조금 잦아들었다.

책상 위의 꽃다발을 보며 케니가 내일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에 볼 책을 챙기고, 쉬는시간에 먹을 초콜릿(대왕초콜릿을 열심히 소분했다-) 도 챙기고. 그리곤 짧은 답장을 다시 읽었다. 짧은 문장에 담긴 마음이 너무 커서 케니가 또 웃었다. 긴장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케니는 최근 키다리아저씨의 편지와 함께 날라오는 온갖 선물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의중을 알 수 없지만 정말 기뻤다. 그러나 초콜릿과 꽃다발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시험을 잘 보라며 처음 받아본 초콜릿 선물과 응원한다며 처음 받아본 꽃다발 선물에 케니는 결국 웃다 울었다.

그것도 아주 펑펑.

한참을 울다가 부끄러워져 방 안을 두리번거리니 랜스가 보이지 않었다. 그래서 케니는 하고싶었던 행동을 마구 했다. 꽃다발 냄새를 킁킁 맡았다. 편지 냄새도 킁킁 맡는데 신기하게 꽃냄새가 났다. 필체도 열심히 쓰다듬었다. 키다리아저씨는 알까? 덕분에 웃다가 울게된다는걸.

그렇게 케니의 시험 전날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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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앞이 시끄러웠다.

자녀들을 데려다주러온 모양인지 북적북적했다. 어떤 애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고사장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어떤 애들은 그들을 뒤로 한 채 당당히 시험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케니가 코를 긁적이며 오른쪽 주머니 속 초콜릿을 꺼내들었다. 단 맛이 느껴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보니 시험 끝나고 뭐하지?

그들을 지나치며 케니가 열심히 생각해봤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왼쪽 주머니 속 오렌지 사탕을 꺼내들었다. 이상하게 테리 형사님이 생각난다. 뭐하실까? 보고싶다. 이상하게 긴장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곧 시험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눈 깜빡하면 다 끝날 듯한 기분에 케니가 오렌지 사탕을 깨물었다. 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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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형사님?"
"토끼?"

시험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니 익숙한 클래식차가 보였다. 익숙한 클래식차 아래로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고, 그림자를 따라 고개를 한참 올리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늘 차려입던 수트가 아닌 청자켓을 입은 캐주얼한 차림의 테리 형사님이었다. 늘 보이던 바지춤의 뱃지와 총주머니도 보이지가 않아 케니가 물었다. 무슨일이세요?

그러자 테리가 비밀스럽고 익삭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케니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와보라고.

"너. 학교에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아?"

케니는 브랫 사감쌤과 네잇 문학쌤을 생각했다. 둘이 몰래 손잡은걸 봤는데. 아무튼 그런걸 말씀하시는건 아닐테고. 

"잘 들어, 케니."
"네."

"범인은 항상.."

케니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와보라 했으면서 제게 가까워진 케니에 잠깐 놀란 테리가 말을 이었다. 얘는 경계심이 너무 없는 것 같다. 알려줄테니까 잘 알아둬야해, 케니. 제발 잘 알아둬. 알겠어? 빨리 말하라며 올려다보는 초록색 눈동자에 테리가 선글라스에 정말로 감사해했다. 

"가까이 있어."

테리가 선글라스를 치켜세웠다. 누가 내 얼굴 좀 가려주라.

"등잔 밑이 어둡다 몰라?"
"뭐에요, 그게."

케니는 급격히 피곤해졌다. 가방도 무겁고, 배도 고프다. 긴장도 풀려서 기숙사에 가서 쿨쿨 잘 계획을 세웠는데. 이상한 형사님은 오늘도 이상하다. 그러나 그만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크-게. 천둥치듯이. 나 배고프다고 동네방네 소문 내듯이. 

"밥 먹었어?"
"아니요, 저 오늘 시험-"

"너 오늘 시험 아니야?"
"네, 다 보고 돌아오는 길인데-"

"아, 배고프다! 토끼야 나 배고프다!"
"그러시구나, 저 근데-"

"너 저번에 나 팬케이크 안 사줬다?"

사줘. 빨리. 당장. 가자! 그렇게 테리가 당당하게 케니의 책가방을 옮겨들더니 (으억! 무거운데 그거..) 차에 탔다. 어이없는 표정의 케니가 조수석에 실리더니 이내 차 시동이 걸렸다. 케니가 흘깃 제 옷차림을 보는게 느껴져 테리가 부자연스럽게 라디오를 틀었다. 너무 멋을 부렸나? 그치만 선글라스는 벗을 수가 없다.

눈치없이 해가 벌써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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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 여기 비싼곳 아니에요? 

케니가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다시 테리에게 속삭였다. 케니와 테리가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엄청나게 비싼 유명 스테이크 집이었다. 피곤했던 모양인지 조수석에서 잠든 케니를 위해 테리가 라디오 소리를 줄였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케니가 그런 테리의 옆구리를 계속해서 꾹꾹 눌렀다.

이런데 예약해야만 올 수 있는 곳 아니에요? 아니야. 테리 먼로 이름으로 두명 예약하셨냐는데요? 맞아, 근데 아니야. 여기 비싼곳 아니에요? 별로. 횡령한게 많아서 이정도는 껌값이라고 테리는 절대 말하지 않았다.

역시 케니 멕클레런 앞에서는 모든게 들통나버린다. 작게 쓰여있는 숫자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형사님 미쳤냐고 웨이터들의 눈을 피해 제게 속삭이는 케니가 귀여워 테리가 웃었다. 해줄 수 있는게 이런것뿐이라 가슴이 쿵쿵거린다.

한참을 고민하다 어젯밤 용기를 냈더니, 모든 예약이 꽉 찼댄다. 그렇게 불과 몇시간 전까지 테리는 예약 가능한 레스토랑을 찾기위해 하루종일 전화를 걸었다. 너는 모르겠지. 케니의 속삭임을 무시하고는 스테이크 코스 2개를 시킨 테리가 메뉴판을 탁! 접었다. 

"스테이크 코스?"

속삭일 때는 언제고 스테이크 코스 설명을 자세히 읽는 케니의 미간에 테리가 손을 꾹 참았다. 정신차려, 손가락아. 형사님. 미간을 왜 만지고 싶은데? 테리. 어어 왜? 저 이런데 처음 와봐요. 빈 잔에 물을 따라주는 웨이터를 능숙하게 대하고 감사인사를 표하는 테리를 보며 케니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비싼 레스토랑은 처음이었다. 이런 메뉴도 처음 보았다. 늘 테리 먼로다.

"미안한데, 아가."
"네?"

웃음을 참지못하고 테리가 손으로 고개를 개고는 케니처럼 똑같이 속삭였다. 미성년자한테 샴페인 줄 생각은 없거든. 제로콜라 사줄까? 신기한듯이 와인잔에 담긴 물을 어색하게 마시던 케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한껏 집중했던 미간이 이번엔 찡그려지자 테리가 결국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내가 준 오렌지색 선물도, 초콜릿도, 꽃다발도 그런 눈빛으로 봤니? 내내 궁금했는데. 묻지 못할 질문에 답을 얻은 것 같아서. 용기를 내길 잘했다는 생각에 테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모르겠다, 정말.

케니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르겠다, 정말. 며칠 내내 안보이더니 시험이 끝나자마자 학교 앞에서 절 납치해간 이상한 형사님. 예약한게 분명한 비싼 레스토랑. 거기에 읽어도 읽어도 모르겠는 비싼 메뉴들에. 그래, 내가 모조리 해치워주마. 케니가 다짐했다.

이상하게 테리 형사님의 눈꼬리와 입꼬리에서 눈길이 뗴어지지 않아 케니는 형사의 지갑을 왕창 털어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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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옛날에 키다리아저씨에게 보낸 어떤 편지가 생각났다.

랍스터는 무슨 맛일까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레어 스테이크는요? 랜스가 한참 미친듯이 챙겨보던 로맨스 드라마를 옆에서 같이 보다가 궁금해졌던걸 그대로 편지에 적었었다. 주인공 이름이 하퍼와 코너였나? 암튼 그 둘이서 먹던 피 뚝뚝 스테이크와 랍스터가 궁금했는데, 아마 어른이 되면 알게될거라고 답장이 왔었지.

그러고보니 샴페인도 무슨 맛일지 궁금해했던 것도 같다.

눈 앞에서 랍스터를 쾅쾅 망치로 떄려뿌수는 테리를 보며 케니가 생각했다. 이렇게 먹는게 맞는건지 꼭 물어볼거야.

"어떠냐, 나의 솜씨가"
"솔직히..."

웃겨요. 그래서 테리와 케니는 엄청나게 웃었다. 웃기지? 근데 진짜 이렇게 먹는거라니까? 거짓말마요! 피가 뚝뚝 흐르는 레어 스테이크를 한입 먹은 케니의 표정을 보고는 테리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며 웨이터를 다시 불렀다. 죄송, 풉-, 하지만 미디엄으로 다시 구워주시겠어요?

제 취향은 미디엄이네요, 테리. 그래, 네 취향은 미디엄이었어. 다시 나온 스테이크를 열심히 잘라 케니의 앞으로 접시를 내려놓은 테리가 휴지를 들었다. 매번 손이 간다. 이미 따끈한 크림파스타는 텅텅 빈 지 오래였다. 볼을 오물거리며 웃는 케니의 입가를 테리가 휴지로 닦아주었다. 늘 묻히고 먹더라. 정말요? 응.

예뻐. 
 
맛있는 냄새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케니는 테리만 보였다. 형사님은 열심히 랍스터를 쾅쾅 부셨, 아니 살을 발랐고, 스테이크를 열심히 자르셨다. 와인이 아닌 물잔을 잠시 아쉽게 쳐다보고는 내내 웃긴 이야기를 해주셨다.

용의자를 심문하다가 가발이 벗겨져서 당황했던 이야기, 쌍권총으로 나쁜놈을 잡았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마약범을 잡다가 하얀가루 폭탄을 맞아 (케니는 잠시 걱정했다-) 며칠내내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 테리 먼로를 보는듯한 기분에 케니가 웃었다. 배가 불러서. 

시험이 끝난 후, 가족의 품으로 달려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케니는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기숙사로 가서 이 기분을 잠재우려 했는데. 오시지 않을 키다리아저씨가 준 꽃다발 냄새를 또 맡으려고 했는데. 오시지 않을걸 알면서도 바란게 웃겨서.

그런데 참 이상하지. 대신 나타나준 사람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테리 먼로라는 사람은 갑자기 불쑥 나타나 케니의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웃음이 나는데 이상하게 울음도 날 것 같아서. 케니는 그래서 웃었다. 배가 불러서 웃는거라고. 절대 그 이유가 아닐거라고.

이거 전부 다 반칙이에요, 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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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말까지, 전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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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나 찍힌 팬케이크집 쿠폰은 정말 장난이구나.

케니가 엄청난 영수증 길이에 또다시 테리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테리는 마지막 숫자를 사수했다.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달랑거리는 영수증에 케니는 포기를 선언했다. 아이스크림은 제가 살게요, 형사님!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 팔을 들어 영수증을 가린 테리처럼 케니가 잽싸게 아이스크림 가게로 달려갔다. 이길 수가 없네. 테리가 고개를 저었다. 파란색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들고오는 모습에 테리의 마음이 튀어나와버렸다. 나 그거 엄청 좋아해.

요새 마음도 그렇고, 이 입도 그렇고. 아주 방정이라서 미칠 것 같다.

"이거는 파란색이 짱이지. 안 그래, 토끼?"
"맞아요, 이건 파란색이죠."

아이스크림 바를 짠한 두사람이 아이스크림을 베어물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레스토랑의 불빛이 반짝거렸다. 케니는 팬케이크도, 사탕도,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참 달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초콜릿도 달았고, 심지어 꽃에서도 단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테리 형사님의 파란색 눈동자를 닮은 파란색 아이스크림을 일부러 골랐다. 혀로 녹여먹는 저와 달리 테리는 와삭와삭 베어물고 있었다. 그래서 웃음이 나왔다. 울고싶을때 나타나 웃음을 준다.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시험은 잘 본 것 같아?"
"평소처럼 본 것 같아요."

"어제, 많이 긴장했니?"
"했는데 바로 괜찮아졌어요.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다행이네."
"제 생각하셨어요?"

전 했거든요.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언제 또 오실까. 시내에 몇번 가봤는데도 안 보이셔서.. 그래서 테리는 이번엔 선글라스가 아닌 날이 어두워져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가로등에 얼굴이 비치지 않도록 고개를 조금 틀었다.

시험이잖아. 나도 너만 할 때, 시험이라는걸.. 봤다고. 외롭게 홀로 집으로 갔던 시험날이 생각나서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너에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건 참 고역이다. 그러나 케니를 계속해서 찾아가는건 다름아닌 자신이라서. 테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늘 곧게 올려다보는 네 초록색 눈이 며칠 내내.. 

"있잖아-"
"테리."

결국 테리는 제 품에 안아든 케니를 막지 못했다.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테리는 흐느끼는 작은 몸을 열심히 쓰다듬었다. 아이는 지금껏 외로웠고, 그걸 외면한건 자신이었으니까. 어린 제 모습이 겹쳐보였던 아이의 성장이 늘 두려웠던 테리 먼로는 편지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보내오는 편지를 읽고 또 읽고, 그렇게 며칠 내내 주저하다가 짧게 답장을 보내보고. 그렇게 편지에 늘 담겨오는건 어린 테리 먼로가 아닌 어린 케니 멕클레런이라는 아이였어서.

정말 멀리서 딱 한번만 보자고. 난 정말 그러려고 했는데.. 

해준게 하나도 없어서. 외롭게 방치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내가 아는 가장 다정한 아이로 알아서 잘 커버려서. 그래서 나는 네 앞에서 가슴이 무거워야하고, 손이 떨려와야하고, 눈을 마주하면 안돼. 그러나 찾아오는 편지들을 막을 수 없던것처럼 모든게 불가항력일까 싶어졌다. 이상하게 네 초록빛 눈이 나를 올려다볼 때면..

품에 안아든 케니를 품에서 빼낼 생각이 없는건 바로 자신이라는걸.

그러니 테리는 케니를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테리가 케니의 귓가에 속삭였다. 편지로 말하기엔, 그러고 싶지 않아서. 내내 하고싶었던 말을 속삭였다. 

"수고했어, 케니."

아가, 오늘 정말 수고했어. 그 말 하려고 왔어.

이렇게 별 볼일 없는 내가 네 키다리아저씨라는걸 말할 수는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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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키다리 아저씨.

어제 시험은 잘 치뤘습니다. 보내주신 꽃선물 감사해요. 
엄청 감동이었답니다! 오래오래 살라고 물도 잔뜩 주고있어요.

근데 어젯밤부터 기분이 이상해요. 시험 때문인건 아니구요.
잠도 안 오고 기분이 몽글몽글한게..

혹시
사랑을 해본 적 있으세요, 키다리 아저씨?



From. 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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슼탘 테리케니
2024.04.12 21:56
ㅇㅇ
크아아아ㅏㅇ 내센세
[Code: 58bb]
2024.04.12 2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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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내 센세ㅠㅠㅜㅜㅜㅜ너무너무좋아요
[Code: ae3b]
2024.04.12 23: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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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에게 키다리 아저씨인 테리가 케니를 통해 어린 시절 외로웠던 자신을 보듬고 위로하는 거 같아서 눈물나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 케니도 혼자였음 많이 외로웠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고ㅠㅠㅠㅠㅠ 이런 중에 브랫과 네이트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랜스도 너무 귀엽고 착하다ㅠㅠㅠㅠ 레오랑 연애하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깨알같은 하퍼코너까지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
[Code: a98c]
2024.04.13 00: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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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오심!!!!!!!!!!!!!!
[Code: bfbb]
2024.04.13 0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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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우는거 안쓰러워라ㅠㅜㅜㅜㅜㅜㅠㅠ기특한 케니ㅠㅜㅜㅜ
[Code: 9ce3]
2024.04.13 0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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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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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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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가 안아줘서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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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1: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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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 오셨다!!!!! 하으으으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키다리 아저씨와 테리 형사님이 세상의 전부인 케니...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처음 시작하는 사랑에 어쩔줄 몰라하는거 너무 커여워 ㅠㅠㅠㅠ 비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굽기 취향 알게 되는 것도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테리가 케니 옆에서 지켜봐주면서 케니의 세상을 조금씩 넓혀주는것 같아서 마음 따수워진다 ㅠㅠㅠㅠ 시험본 날의 외로움을 먼저 겪었어서 케니만은 그런 감정 겪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던 테리 ㅠㅠㅠㅠㅠ 케니의 다정함을 테리가 지켜준건데 ㅠㅠㅠㅠㅠ 욕심내줘 ㅠㅠㅠㅠㅠㅠ
[Code: 9263]
2024.04.13 01: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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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랜스 키다리 아저씨 꺽다리 아저씨라고 부르는거 존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랜스 꽃선물에 꽃..? 하고 바로 수상함 느끼는거봐 이분야는 랜스가 전문가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깨알같이 데이트하는 브랫사감쌤 네잇문학쌤이랑 레오 찾아가는 랜스랑 드라마속 하퍼코너까지 다 너무 좋아요 센세 ㅠㅠㅠㅠ 행복해 ㅠㅠㅠㅠㅠㅠ
[Code: 9263]
2024.04.13 0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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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겨 ㅜㅜㅜ 결혼해 ㅜㅜㅜㅜㅜㅜ 랜스도 바로 알아버렸는데 둘만 모르다니 ㅋㅋㅋㅋ 니들이 하는게 연애라고.. 센세 사랑해 내 사랑을 받아줘 ㅠㅠㅠㅠㅠㅠ
[Code: bd26]
2024.04.13 05: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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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당장말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겨론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cbe]
2024.04.13 05: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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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그와중에도 잘먹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cbe]
2024.04.13 06: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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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쉑 저렇게 유죄짓하고 도망가서 케니울리면 안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당장 청혼해ㅠㅠㅠㅠ
[Code: 41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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