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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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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키다리 아저씨께.

아저씨, 요즘 답장이 뜸하시네요?

저는 방금 문학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왔어요. 네이트 선생님이 갑자기 쪽지시험을 치루셔서 반 전체가 놀랐는데요, 복습을 열심히 한 모양인지 만점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엄청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 길로 바로 기숙사에 돌아와 아저씨께 편지를 쓰는 중입니다.

제가 벌써 열아홉이라니 아저씨는 믿겨지시나요? 아저씨의 제안으로 이곳 기숙학교에 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신기해요. 아저씨가 있어서 늘 외롭지 않아요.

저번에도 말씀 드린 같이 방을 쓰는 친구, 랜스는 늘 치장하느라 바쁘답니다. 아침마다 랜스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기위해 노력하는데 늘 퇴짜 맞아요.저한텐 미적감각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겠습니다. 아저씨는요?

아저씨는 어떤 옷을 매일 입고 다니시나요?

사실 여전히 아저씨의 얼굴도, 나이도, 직업도 하나도 모르지만 이건 대답해주실 수 있죠? 가볼게요.

아저씨 늘 감사해요. 


ps. 아저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거에요. 오늘도 열심히 공부할게요 

From. 사랑을 담아, 케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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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케니.

문학수업 쪽지시험이라니.
말만 들어도 미간이 찌푸려지는구나. 으악.

밥 잘 먹고, 쉬엄쉬엄 공부하렴 케니.

난 미적감각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늘 수트를 챙겨 입고 다닌단다. 


ps. 저번에 보낸 튼튼한 면티 세트 부족하면 언제든 말하렴.

From.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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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키다리아저씨의 답장 주기가 짧아졌다.

어떤 때는 몇달동안 답장도 없으시더니, 또 어떤 때는 편지를 보낸지 이틀도 안되어 답장이 오곤 했다. 키다리아저씨에 대해 케니가 알고있는거라곤 키가 크다는 사실 뿐이었다. 바쁘실 때가 있고, 여유로우신 때가 있다고 추측했는데. 최근 1년간 키다리아저씨는 계속해서 일주일 안으로 답장을 보내주고 계셨다.

뭐가 되었든간에 케니는 늘 기쁜 마음으로 키다리아저씨의 편지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저씨의 필체를 들여다보다가 방에 랜스가 없는걸 확인하고 냄새도 살짝 맡아보았다. 혹시 아저씨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늘 빳빳한 종이 냄새뿐이었다. 오늘도 케니가 아쉬움을 토하며 맨아래 서랍을 열었다.

키다리아저씨의 편지들을 보관해두는 케니의 소중한 서랍이었다.

9년간 케니가 편지로 느낀 키다리아저씨는 다정하고 착한 어른이었다. 이름도 얼굴도 직업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제가 늘 보내는 편지에 어떻게든 꼬박꼬박 답장하시는 키다리아저씨는 멋진 어른임이 분명하다.

오늘도 상상 속으로 키다리아저씨의 모습을 상상하다 케니가 고개를 저었다. 이 짧은 상상력으로 어떤 상상을 하던간에, 아저씨는 아마 그 상상 이상일테니까. 

케니가 다가오는 시험을 준비하기위해 서랍을 닫고 램프를 켰다. 정체모를 누군가의 풍족한 후원을 9년간 받고있던 보육원 출신의 고아, 케니는 늘 학교의 1등을 도맡아했다. 그건 1등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늘 밥 잘 챙겨먹고, 쉬엄쉬엄 공부하라 하셨지만. 케니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9년간 엄청난 후원을 받아온 고아라면 전부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 케니가 피곤한 눈가를 꾹꾹 누르며 스트레칭을 했다. 랜스가 코를 골며 잠든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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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가 거주하는 이곳 기숙학교는 도시와는 매우 떨어져있는 시골마을이었다. 그러나 굉장한 명문 기숙학교였기에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모습의 자연이 학교를 감싸고 있었다. 기숙학교라는 말과 달리 학교 앞에는 늘 외제차들이 붐볐다.

자신을 보러온 엄마와 아빠를 향해 달려가는 몇몇 친구들을 보다, 케니가 기숙사 창밖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시내가 보였다.

학교 앞으로 길게 난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걷다보면 시내가 나왔다. 반 친구들은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마다, 브랫 사감선생님 몰래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온갖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키다리아저씨가 보내는 용돈을 전부 저금하고 거의 쓰지않던 케니는 버스비마저 아까워 늘 시내까지 걸어다녔다.

버스랑 차를 두고 누가 걸어가냐며 랜스가 툴툴 대곤 했지만, 케니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네가 혼자라고 랜스가 가끔 잔소리를 했지만, 케니는 랜스의 걱정과 다정함을 잘 알았다. 이곳 학교에서 랜스는 제 유일한 친구였다.

고아라는 사실과, 10살 때까지의 보육원의 삶이 영향을 많이 끼쳤는지. 물론 하루종일 공부만 하느라 기숙사에서 나오지 않는 것도 한 몫했지만,어쨌거나 케니 맥클라런은 늘 혼자였다. 그러나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은 전부 키다리아저씨 덕분이었다.

조용히 홀로 시내까지 걷다보면 버스에서는 보지못할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다. 걸어가는 저만이 알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이 다시 생기곤 했다. 그래서 케니는 늘 외롭지 않았다. 키다리아저씨는 늘 제게 힘을 주었으니까. 외로울 때마다 키다리아저씨에게 쓰는 편지에, 기다리다보면 돌아오는 편지를 읽노라면 케니는 정말로 괜찮아졌다.

늘 혼자였던 삶에 들어선 키다리 아저씨는 과분하게도 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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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키다리아저씨의 답장이 늦어지고 있었다. 풀리지않는 수학 문제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케니는 지금 당장 휴식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오늘도 자리를 비운 랜스를 확인하고는 케니가 기숙사를 나섰다. 랜스가 있을 때마다 몇번 같이 시내에 나가곤했는데, 그럴떄마다 랜스는 제게 예쁜 옷을 사라고 잔소리를 했어서. 랜스에게 미안하지만 조용히 걷고싶은 오늘은 랜스가 없어 다행이었다.

브랫 사감선생님이 건네는 외출명부에 케니가 이름을 적었다. 8시까지 돌아올게요. 지금쯤이면 시내에 새로 생겨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그 팬케이크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갈 때마다 늘 사람이 붐벼 실패했던 팬케이크 집이었다. 케니가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도착한 시내에 처음 보는 요란한 파란색 클래식차가 보였다. 차주가 궁금했지만 빤히 쳐다보는건 예의가 아닐까봐 자연스레 지나가는데, 차주가 문을 열고 나왔다. 몸을 접히고 있었던건가 싶을 정도로 아주 큰 남자였다.

멀끔한 파란 수트에 버석해보이는 머리를 털며 남자가 으앗차-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남자의 아래로 비친 그림자가 마치 제가 기억하는 그 그림자처럼 아주 크고 길었다. 시선이 저절로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니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어른의 얼굴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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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다소 당황한 눈빛으로 절 빤히 쳐다보길래 케니가 인사를 했다. 아는 사람은 아닌데. 한참이나 눈을 깜빡여서 케니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인사에 남자가 이제야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지 않으면 팬케이크 집이 영업을 마칠 수도 있었다. 남자의 끄덕임에 케니가 급히 걸음을 뗐다.

"저기-"

남자가 케니를 붙잡았다. 여기 살아? 여기는 아니고, 저쪽 기숙학교요. 아 그치. 네, 안녕히 계세요. 그러자 남자가 또다시 케니를 불렀다.

이번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여기 경찰서가 어딘지 알아? 머릿속 팬케이크가 싹 사라져버렸다. 케니가 고개를 끄덕이곤 남자에게 말했다. 안내해드릴게요. 어, 고마워.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게 분명한 형사였다. 그의 허리춤에 달린 뱃지와 총주머니를 보니 확실했다. 살면서 처음 보는 형사의 모습에 케니가 신기함을 겨우 숨겼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형사의 외형과는 많이 달랐지만. 클래식카를 몰고 수트를 차려입고다니는 이런 사람도 형사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갑자기 몇 달 후면, 학교를 졸업하고 넓은 세상에 나가 다시 홀로가 될 사실이 체감되었다. 

"형사님."
"..나?"

그럼 아저씨라고 부를까요? ..마음대로 해. 푸른 수트를 입은 형사님이 아까부터 어색함에 몸을 꼬는것을 케니가 발견했다. 그게 이상하게도 이곳 기숙학교로 오게되곤 오랫동안 어색하게 지낸 제 모습과 겹쳐져서. 케니가 일부러 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을 어른에게 그런 학생의 걱정은 필요없을텐데. 이상하게 이 형사님에게는 계속해서 평소와는 달리 오지랖이 발동되버린 케니였다.

"이 동네에는 무슨 일이세요?"
"잠깐 멀리서 볼 게 있어서.."

혹시 이 동네에 무슨 사건이라도 난건 아니죠? 아니야 그런거.

나는 진짜 잠깐만 멀리서 보려고.. 

경찰서 앞에 도착해서도 형사는 여전히 안절부절이었다. 그러나 더는 핑계가 없어 케니가 결국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그럼 갈게요, 형사님. 케니가 걸음을 돌렸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6시 50분이었다. 팬케이크 집은 7시에 닫았다. 세상에! 다급해진 케니가 황급히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푸른 수트를 입은 그 형사가 자기를 다시 잡으려 한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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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결국 오늘도 팬케이크집을 실패했다. 너는 은근히 먹을거에 집착하더라? 랜스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그치만 시럽을 잔뜩 뿌렸다는 3단 팬케이크잖아...

경찰서 앞에서 달리고 달려 6시 59분에 겨우 도착했지만 영업 종료라는 단호한 팻말이 보였다. 건너편 도로에 문학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와 달리 팬케이크를 먹고 나온 모양이었다.

혼자서 팬케이크집 앞에 서있는걸 볼까봐 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알바생이 문을 열고 케니를 불렀다. 링컨이라는 명찰을 단 알바생이었다. 아쉬운 얼굴을 하고있는 케니에게 알바생이 조용히 속삭였다. 다음에 시간 맞춰 오면 서비스 더 드릴게요, 손님.

케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주 주말에 꼭 와야지. 

요즘 들어 마음이 참 오락가락했다. 아까 그 형사분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먹을 수 있을텐데. 아니다, 학교 애들이 있었으니 아마 들어가지도 못했을거야. 오늘 있었던 일을 어서 키다리아저씨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혼자여서 슬펐던 기분만 빼고.

시내에 새로 생긴 팬케이크 가게가 있는데요, 오늘도 장렬하게 실패했어요. 어떤 이상한 형사분을 데려다드리느라요. 근데 괜찮아요, 알바생분이 다음에 서비스 많이 주시겠다네요? 그렇게 써야지. 해가 점점 지고 있었다. 다시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런 케니를 누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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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토끼 학생."

토끼 학생? 귓가에 두번 들려오는 '토끼 학생'이란 말에 케니가 소리가 들려오는 뒤쪽으로 몸을 틀었다. 저요? 여기 토끼가 너지, 누구야.

아까 그 형사님이었다.

클래식카를 타고선 한 손에는 햄버거,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들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까의 어색한 표정과 몸짓은 어디갔는지. 휘적거리는 몸짓에 케니는 잠시 티라노 탈을 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웃긴 영상을 떠올렸다.

"밥 먹었니?" 
"아니요."

"그럼 햄버거 먹을래?"

무려 5개나 샀거든. 너 안 먹으면 나머지 4개 내가 다 먹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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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선 와앙-하고 한입 베어무는데. 결국 케니가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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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맛있긴하네"

혹시 미식가 형사님이신가? 시내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 가게의 베스트 메뉴였다. 시내에는 다들 줄을 서서 먹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있었지만, 케니는 늘 그곳이 아닌 다른 가게를 향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보다 더 맛있는 수제버거를 우연히 먹은 날, 케니는 신이 나서 키다리아저씨에게 그 소식을 편지로 알렸다. 남들은 모르는 비밀 맛집을 찾았다고. 아저씨에게만 특별히 알려드린다고. 나중에 오게되시면 꼭 이 메뉴를 드셔보세요!

그게 생각나 케니가 웃었다. 키다리 아저씨에게만 몰래 알려준 그 가게의 그 메뉴를 먹으면서.

"이 가게는 어떻게 아셨어요? 제 비밀 맛집이거든요."
"엉. 누가 알려줬거든."

테리가 케니에게 휴지를 건넸다. 남은 3개도 너 다 먹어. 차를 잠시 길가에 주차했던 테리가 차 시동을 켰다. 해가 벌써 거의 넘어가고 있었다.

저 학교로 가야하는데요, 형사님? 알아. 저 걸어가야해서 여기서 내려주시면-. 물티슈로 손을 닦고는 테리가 조수석의 토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꿈은 멋진 보호자야. 뜬금없는 소리에 케니가 감자튀김을 씹다 말았다. 뭔 소리야. 

"기숙사까지 데려다줄게."

키다리아저씨가 처음 보는 사람은 늘 경계하라고 했는데. 누가 먹을거 주면 먹지 말고, 누가 차에 타라고 하면 타지도 말고. 그런데 이상하게 형사님과는 전부 다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랬다.

감사합니다, 형사님. 오냐. 이러니 마음이 터져버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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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고아거든요."
"우와, 나돈데."

벌써 세번째 보이는 같은 풍경에 고백이 튀어나왔다. 왜 툭 터져버렸을까 생각하도 전에, 나도 그렇다는 말에 케니가 놀라 운전석의 형사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자연스럽게 과속을 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대답이었다. 마음이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그렇구나. 나 사실 곱슬머리야, 케니. 랜스의 고백에 그렇구나- 하고 말했던게 생각났다. 그렇구나.

"10살 때까지 보육원에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았어요."

케니가 남은 햄버거를 까며 대화를 이었다. 테리가 창문을 슬쩍 열었다. 시내에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은 하나였는데, 테리는 이 길을 이제 네번째 돌기 시작했다.

근데 제가 후원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누굴까 궁금해서 원장선생님 몰래 방 근처를 서성거렸는데요.

"그랬어?"
"근데 뒷모습만 겨우 봤어요. 그림자랑요."

"그림자가 되게 커서 그 분 키가 아주 큰 것만 알아요."

테리가 씩 웃었다. 왜 그렇게 부르는가 했더니.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러요. 왜 웃어요, 유치해요?"

결국 곁을 내주지않는 학교 친구들과 달리 형사님은 아니었다. 마음이 이상하게 술술 나왔다. 좋아하는 가게의 햄버거 때문일까, 4번째 보이는 같은 풍경 때문일까. 일부러 이상하게 짓는게 분명한 표정과 몸짓과 달리 형사님은 매우 다정하셔서, 케니는 방금도 제게 자연스레 휴지를 건네는 테리를 다정한 어른이라 정의내렸다.

편하게 먹으라고 같은 길을 돌고 또 돌고 계셨다. 그사람 궁금해? 한참을 조용하던 형사님이 묻길래 케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저었다. 

"옛날엔 많이 궁금했는데 요즘은 안 그래요. 혹시 절 보고 실망하실까봐."
".. 실망 안 할 걸."

"멋진 어른이 된 모습으로 뵙고 싶은데요, 제가 너무 부족해서-"
"아니야."

"널 보면 자랑스러워할거야."

단호한 말투 속 다정함에 케니가 웃었다. 이제 해가 완전히 사라졌다. 저 이제 내려주세요, 형사님. 햄버거도 감사하고, 편안하게 먹으라고 드라이브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이런걸로.. 머쓱한 표정으로 테리가 학교 정문 앞에 조심스레 차를 주차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멀리서 한번만 보고가려고 이곳에 왔더니 첫날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얼떨결에 밥도 먹이고, 데려다주기도 했는데, 마음도 알아버려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오길 잘 한걸까? 여전히 답을 모르겠지만, 테리는 차에서 내리는 케니를 보며 호텔을 연장해야겠다 생각했다.

"형사님!"

케니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번째 돌리는 발걸음인지. 그러나 신경쓰지 않았다. 그건 전부 한 사람을 향한 발걸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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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케니 맥클라런이에요."

감사합니다. 형사님처럼 다정한 어른이 되고싶어요.

말 못한 말을 어서 키다리아저씨에게 알려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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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키다리 아저씨께.

키다리아저씨, 잘 지내시죠?

벌써 입시 시험이 다가오고 있어요. 다들 조금씩 날이 서가는 모습을 보니 슬슬 체감이 되고있어요. 

저번에 말씀드린 팬케이크 집 있죠? 오늘 저녁에 다녀왔는데 또 실패했어요. 근데 팬케이크 대신 우연히 맛있는 햄버거를 먹게 되었어요. 몇 달 전에 말씀드린 그 수제버거집 햄버거요!

어떤 형사님께서 햄버거도 사주시고,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시기도 했는데요. (아, 그분은 이상한 분이 전혀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분과 짧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행운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분을 통해 앞으로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지 알았어요. 다정한 어른이요.

저번에 제게 추천하신 대학 입시에 대한 답을 미루고 있었는데, 전공에 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험을 마치면 알려드릴게요.


ps. 튼튼한 면티 세트는 너무나도 튼튼해서 여전히 잘 입고 있습니다. 

From. 사랑을 듬뿍 담아, 케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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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케니.

아가, 너는 늘 나의 커다란 자랑이란다. 

From. 너의 키다리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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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 형사는 제외하고, 다른 어른들이 먹을거를 주거든 고간을 걷어차렴. 개수작이니까.

슼탘 테리케니
2024.04.04 2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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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정한어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fba]
2024.04.04 22: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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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키다리 아저씨 케니비밀맛집 햄버거 4개라니 역시 케니를 너무 잘아시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리 케니가 안넘어가고 배겨?ㅠㅠㅋㅋㅋㅋㅋ케니랑 형사님이랑 마주보고 3단 팬케이크 조지는거 어나더요ㅠㅠㅠㅠㅠㅠ
[Code: dfba]
2024.04.04 22:19
ㅇㅇ
흐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aa8]
2024.04.04 2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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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아ㅠㅠㅠㅠ테리가 케니의 키다리아저씨였어ㅜㅜㅜㅜㅜ 멀리서 보고가려고했지만 실물토끼가 너무 귀여운데 테리가 무슨 힘이 잇서..... 테리때문에 다정한 어른이 경찰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케니 너무 사랑스럽고ㅜㅜㅜㅜㅜㅜㅜ테리의 커다란 자랑 케니ㅠㅠㅠㅠㅠㅠ허어어어너무 좋다 진짜....
[Code: 6f3e]
2024.04.04 22: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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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설레자나ㅜㅜㅜㅜㅜㅜㅜ
[Code: 2764]
2024.04.04 2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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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만났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니가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거야 ㅋㅋㅋㅋㅋ
[Code: c263]
2024.04.04 23: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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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너무 좋다 ㅠㅜㅜㅜ
[Code: e9b9]
2024.04.04 23: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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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다정하고 커엽다 ㅠㅠㅠㅠㅠ 처음보는 형사님 보고 속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케니와 이상한듯 따뜻하게 케니 마음 알아주는 형사님 ㅠㅠㅠㅠ 멀리서 보고만 가려고 했는데 성큼 다가온 다정한 토끼 둘이 나누는 대화도 주고 받는 편지도 다 말랑거려서 뱃속까지 간질거려 ㅠㅠㅠㅠㅠㅠㅠㅠ 키다리 아저씨가 토끼 평생 책임지는 어나더 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
[Code: 9033]
2024.04.05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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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울어 ㅠㅠㅠㅠㅠㅠㅠㅠ 쌀쌀해서 전기장판 켰다가 센세 글 읽고 꺼버림 너무 따숩다 크으 센세는 글도 잘쓰고 붕키 전기세도 아껴주고 못하는게 뭐야 진짜 완벽한 내센세ㅠㅠㅠㅠㅠ
[Code: 645a]
2024.04.05 00: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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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 형사는 제외하고, 다른 어른들이 먹을거를 주거든 고간을 걷어차렴. 개수작이니까.

야 티라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겨진짜
[Code: 645a]
2024.04.05 0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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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71cb]
2024.04.05 08: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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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케니 키다리아저씨 존나 어울려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c1ba]
2024.04.05 08: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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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케니는 테리보고 경찰되기로한건가?? 진로정했다는거 궁금하다
[Code: c1ba]
2024.04.05 08: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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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로 알려주세요ㅠㅠㅠㅠㅠ
[Code: c1ba]
2024.04.05 08: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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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재밌다ㅜㅜㅜㅜㅜㅜ 다정한 어른 테리ㅠㅠㅠㅠㅠㅠㅠ 이상한 형사같지만 사실 케니의 든든하고 또 다정한 보호자야ㅠㅠㅠㅠㅠㅠㅠ 케니 순하고 착하고 테리랑 나중에도 행복하게 지내야 되는데 그거 보려면 센세가 어나더를 주셔야 된다규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깨알같은 랜스의 고민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랜스 얼마나 고민했을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링컨도 다정하고 네이트센세랑 브랫 사감님... 그 학교 나도 들어갈래...!
[Code: 9647]
2024.04.05 15:24
ㅇㅇ
개좋다
[Code: 0420]
2024.04.11 15: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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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너무좋다ㅠㅠㅠㅜㅜ너무좋아요ㅠㅜㅜㅜㅜㅜ
[Code: 9cd8]
2024.04.12 1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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셎세 억나더ㅠㅠㅜㅜㅜ
[Code: bf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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