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7120144
view 2029
2023.12.18 23:21
재생다운로드IMG_3419.gif
재생다운로드IMG_3418.gif

 
 



그날은 마치 오래된 미래같았다
무슨 생각 해?

 








1.

 



 네, 다음 사연은요...
 

황량한 국도를 달리던 매버릭은 라디오 음량을 줄였다. 지루한 사랑에 관한 사연,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발라드만이 흘러나왔다. 채널을 돌려봤지만 치지직 거리는 소리를 몇 번 듣고는 다른 채널 찾기를 포기했다. 새하얀 여름 정복, 그에 맞지 않는 쌀쌀한 날씨. 그리고 걸어들어온 불행. 매버릭은 애써 웃었다. 아무도 앉지 않은 조수석에 아무렇게나 펼쳐둔 청첩장과 블루 라즈베리맛 사탕 몇 개가 창가로 들어온 햇살로 반짝였다 그늘졌다를 반복했다. 누가 아이스맨 아니랄까봐, 결혼도 이렇게 추워질때 하고 말이야- 슬라이더의 농담이 귓가에 맴돌았다. 눈치없이 흘러나오는 이별 노래에 신경질적으로 라디오의 음량을 0으로 줄였다. 매버릭의 오리지널 포르쉐에서는 이제 적막만이 흘렀다.
 

 
 

 
 

 
 

 
 

2.
 

이래도 아무렇지가 않아? 
 

네가 너무 싫어.
 

 
 

재회의 봄, 알코올향이 감돌았던 부드러운 키스 이후에 카잔스키는 마지막 선택을 내밀었다. 대답은 뻔했다. 회색처럼 무덤덤한, 네가 혐오스럽다는, 사실은 내가...
 

 
 

나는 그날 밤을 후회하고 있나?
 

마음은 신형 전투기의 프로토콜을 작성하는 것 처럼 하루에도 수십번씩 다시 쓰였다. 그것이 사랑이었나, 사랑이었다면. 별 생각을 다하네. 사랑보단 혐오였지. 증오였지. 아, 애증이었나. 
 

 
 

미첼은 카잔스키를 싫어한다.
 

 
 

이윽고 한적한 마을 속 화려한 예식장으로 그가 들어선다.
 

 
 

 
 

 
 

 
 

 
 

3.
 

카잔스키는 편지를 읽는다. 첫사랑과의 키스에서는 블루라즈베리 맛이 났어요. 담담하게, 저릿하게 따라오는 미첼의 눈빛. 가장 좋아하는 사탕 맛이라더니. 카잔스키는 아이스가 아닌 톰으로 신부를 바라본다. 피트는 속으로 욕을 지껄인다. 미친새끼. 그 편지 속 주인공은 신부가 아닌 피트 미첼이라는 사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스테이크를 썰고있는 척 하는, 떨리는 손을 감추려 손가락 마디가 빨개질 정도로 나이프를 꽉 쥐고 있는 피트 미첼만 알았다. 너도 날 싫어하잖아. 아름다운 신부는 톰을 쳐다보고, 마주보고 웃는 얼굴엔 가식이 한가득이다. 지어낸 얘기란건 신부인 사라도 알고 있을 터였다. 사랑없는 정략 결혼, 그게 만난 적도 없는 우리가 헤어지는 방식이야? 이제 네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까지, 더 좋을 때나, 더 나쁠 때나, 더 부유할 때나, 더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함으로부터 당신을 붙들 것을, 쓸데 없이 길고 달콤한 혼인 서약을 읽으면, 
 

 
 

토네이도에 관사가 무너지거나 브래들리의 꿈을 꾼 날이나 구스가 보고싶은 날에 갈 곳이 없다. 지옥같은 두통을 앓으며 삼키는 알약은 파란색일 필요도 없다. 불면의 밤을 지나는 서로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다. 
 

 
 

나는, 정말 너를 혐오한다고 말할 수 있어.
 

피트 미첼은 생각한다.
 

 
 

 
 

 
 

 
 

4.
 

작렬하는 슬픔, 감정의 파도는 쓰나미가 된 지 오래였다. 매버릭의 삶에는 아이스맨이 필요하다는 인정할 수 없는 사실. 매버릭은 새하얗게 질려버린 손을 핸드워시로 벅벅 문지른다. 무던하고 딱딱한 검정색의 외형을 가진 통과는 다르게 상쾌한 시트러스 향이 훅 끼쳤다. 결혼식에 초대한 이유가, 그 편지를 듣게하기 위해서였나. 매버릭은 지금 아이스맨의 새하얀 셔츠 카라를 꽉 쥐고 소리지르고 싶다. 아무렇지 않다고 했잖아, 네가 싫다고 했잖아. 너도 내가 싫다고 했잖아.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고 싶다. 왜 그랬어? 대화가 하고 싶었다. 의도를 파악하고 싶다. 카잔스키라면 그랬을 테니까, 피트 미첼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 의도를 읽어내니까. 한숨을 내쉬며 거칠게 물기를 닦는다. 이제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도, 좁은 침대에 함께 몸을 구겨넣어 낮잠을 자야할 이유도 없다. 
 

 
 

나는 회색빛 악몽을 꾸겠지만,
 

 
 

 
 

 
 

5.
 

나는 초록빛 악몽을 꿔.
 

 
 

 
 

 
 

6.
 

우리는 같은 문장에서 살 수 없다. 카잔스키의 결론이었다. 우리가 같은 문장에 존재할 수 없다면 같은 단락에서라도 존재해야했다. 그래서 문제를 냈다. 닿을락, 말락, 수평선 같은 문제를 내면, 너는 그걸 해결하느라 주변을 맴돌고. 우리는 평행선을 달리겠지만 고개를 돌리면 마주볼 수는 있으니까. 하얀 마음을 접어서, 하얀 청첩장을 접어서 매버릭에게 건냈다. 네가, 꼭 와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잊혀진지도 모르게 잊혀지지 않기 위함이라고. 내가 너의 상실이 되어 기억속에 평생 살 것이었으므로.
 

 
 

아이스는 매버릭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ice-cold, no mistake.
 

 
 

 
 

 
 

 
 

 
 

7.
 

피트 미첼은 작별인사를 싫어한다
 

좋은 안녕이 어디있어? 
 

고작 한 입 마신 맥주병을 내려놓고 쓴 웃음을 지었다. 얼음물 한 잔 주세요. 살짝 손을 들어 다가온 종업원에게 가벼운 부탁을 하고 손목에, 손에 이마를 묻는다. 나는 너에게 묻는다. 나쁜 안녕은 뭔데? 매버릭은 크게 웃는다. 웃음소리가 잦아들면 눈에는 눈물이 한 가득 고인다 슬퍼서가 아니라 공허해서라는걸 안다. 
 

 
 

다시는 안녕이라고 말할 일이 없어지는거.
 

 
 

테이블 위로 정적이 감돈다. 미첼이 주문한 얼음물만이 소음을 낸다. 탁, 나무와 유리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찰랑이는 물 소리 그리고 녹아가는 단단하고 단단한 얼음. 카잔스키는 안다. 그는 구스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지 않았다.
 

 
 

발설하지 않으면 작별인사가 아니었으므로.
 

 
 

그럼 우리는 인사하지 말까?
 

 
 

카잔스키는 다정하게 묻는다. 징그럽고도 달콤한 다정. 미첼은 고개를 젓는다. 문득 든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에 손목시계를 본다. 수리가 완료된 관사는, 쓸데없이 넓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자고갈래, 아이스가 건낸 청첩장을 손에 꽉 쥔 매버릭이 묻는다. 
 

 
 

아이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작별인사 할 필요가 없겠네.
 

 
 

 
 

 
 

8.
 

네 시선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고.
 

 
 

 
 

 
 

9.
 

우리는 또 다시 수평선처럼 가만히 누워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간극을 바라보다 잠든다. 
 

 
 

 
 

 
 

탑건
 

아이스매브
 

2023.12.18 23:35
ㅇㅇ
모바일
바버들아 왜 솔직하게 함께할 수 없는데.....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사랑하면서 그렇게 그리워하고 그렇게 가슴아파하면서 정작 진정 사랑을 위한 선택은 못하는 건데.....ㅠㅠㅠㅠㅠ 심장 미어진다 진짜
[Code: 7a2b]
2023.12.19 00:02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어나더를 주셨어 ㅠㅠㅠㅠㅠ센세 사랑해 ㅠㅠㅠㅠㅠ
[Code: b62f]
2023.12.19 00:10
ㅇㅇ
모바일
대체 왜 서로 그렇게 간절히 원하면서 서로를 밀어내는건데 난 이해 못하겠다 아이스가 없는 삶을 견디지 못할거면서 네가 싫다고 하는 매버릭이나 매버릭과 영원히 이별하지 않기 위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아이스나 둘다 겁쟁이야 비겁해 ㅠㅠㅠㅠㅠ
[Code: b62f]
2023.12.19 00:11
ㅇㅇ
모바일
돌고돌아 결국은 서로에게 닿는 두 사람이길 바래 그런 희망으로 센세의 어나더를 또 기다릴거야 센세 빨리와줘 ㅠㅠㅠㅠㅠ
[Code: b62f]
2023.12.19 01:46
ㅇㅇ
모바일
야!!! 이!!! 바보들아!!!!!!! 눈 딱 감고ㅠㅠㅠㅠ 한 번만 솔직해져ㅜㅠㅠㅠㅠㅠ 둘이 같이 행복해지라고ㅜㅜㅠㅠㅠㅠㅠㅠㅠ 야이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69a]
2023.12.19 06:44
ㅇㅇ
모바일
아니 결혼식에 불러놓고 첫사랑이라고 고백하는거 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찌통인데 너무좋아서 미칠것같아요 사랑해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ㅜㅜ
[Code: fa79]
2023.12.19 06:46
ㅇㅇ
모바일
둘이 서로 꿈만 꾸지말고 그냥 같이 잠을 자라고 매일매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같이 잘 놈들이 억지로 떨어지니까 악몽 어쩌고를 꾸는게 아니겠냐고
[Code: fa79]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