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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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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에게 친구가 생겼다. 짐에게 소식을 전해들은 리스가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카일에게 물었다. '친구가 생겼다'는 어감마저 귀여웠던 리스는 곱씹으며 어떤 수인일까 생각했다. 카일의 머리속도 바빠졌다. 리스의 질문은 반박할 게 투성이었다. 하나, 앤디는 친구가 아니다. 동생이지. 누군가 앤디에게 카일과 친구냐 물어보면 앤디는 당당하게 말할 거다. 아니! 앤디가 동생인데! 둘, 카일은 앤디와 친구가 아니다. 친구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 가기 싫어 죽겠는 센터를 억지로억지로 다니다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앤디를 이제야 만났다. 옹알이 아니면 소리만 삑삑 지르는 작은 새끼들 사이에서 그나마 언어 구사를 하는(안타깝게도 카일은 앤디가 초등학생인 줄 알았다) 앤디는 카일에게 올라타거나 꼬리를 잡아당기지 않아 옆에 있기 편했다. 다만 앤디는 해달 수인이라 수영장에만 있어야 했는데 해군인 카일은 물냄새가 익숙해 그 넓은 센터의 어느 장소보다 나았다. 보통 친구들은 물을 무서워 하거나 물에 젖는 걸 싫어해 금방 자리를 뜨곤 했다. 들어오진 않아도 물에 젖는 걸 개의치 않고 옆에 있어주는 카일이 앤디는 엄청 마음에 들었다. 앤디는 카일을 형이라 부르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카일이 얼어붙어 대답 하지 않는 게 답답해서 크리스라 부르니 그건 또 싫다 했다. 어려운 남자. 사람들은 아담처럼 어려운 남자는 또 없을 거라 했다. 그런데 여기 또 있다. 이런 어려운 남자...하며 눈을 흘기는 앤디는 잘 나가는 드라마 한 장면을 따라했다. 티비로 스포츠 채널만 보는 재미없는 남자 카일은 표정이 참 풍부하네 따위의 소감을 남겼다.

앤디와 친구가 아닌 이유는 넘쳤다. 하지만 아직 제임스를 '젬쓰'라 발음하고 말문이 덜 트인 카일이 조리있게 말할 리 없었다. 특히 개인 상태에서 말하면 유난히 더 기특해하는 리스의 초록색 눈을 감당하긴 어려웠다. 지금도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리스에게 카일은 순순히 굴었다. 



"앤디. 해달."



자칫 성의없어 보이는 카일의 짧은 대답이지만 리스는 만족했다. 리스가 원하는 답은 다 들어있었다. 리스는 카일이 하루라도 빨리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걸 알고 있었다. 짐은 카일의 어휘력이 센터에 올 때마다 늘어나있어 놀랐다고 했다. 아무렴 요즘 카일은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늘어난 루시처럼 책부터 시작해 날짜가 지난 신문, 새 기계 설명서, 안 보던 뉴스까지 틀어놓고 있다. 자칫 잘 못 들으면 꿍얼꿍얼 대는 소리가 귀를 기울이면 제법 능숙하게 활자를 읽고 있었다. 아직 서투른 까닭은 그동안 입을 열지 않은 만큼 바로 나오지 않아 여전히 둘은 눈으로 대화하곤 했다. 그래도 질문 뒤 간간히 따라붙는 카일의 낮은 목소리가 기대됐다. 한달 전만 해도 혼자 말하던 리스가 이젠 카일의 대답을 기다렸다. 등 뒤로 리스가 조용해질 때 돌아보면, 간질간질한 입을 꾸욱 물고 있는 리스가 보였다. 그게 고작 짖는 게 다였던 자신 같아서, 우습게 뒤바뀐 상황에 카일은 리스가 그러했듯 답해주려 꽤나 노력하고 있다. 


***


유연하게 몸을 꼬았다 풀었다 하며 제자리에서 소용돌이처럼 움직이는 앤디에 카일의 까만 발바닥이 축축해졌다. 물이 넘실거려 바닥에 붙인 털 엉덩이가 젖어도 카일은 앤디를 혼내지 않았다. 언짢은 기색도 없었다. 코를 틀어막는 늪지대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는 임무와 비교 안 되게 쉬웠다. 참는다는 말도 아까웠다. 카일의 이름이 크리스이고 보통보다 커다란 개 수인이라는 것만 아는 앤디는 선생님들에게 카일이 다정하다고 칭찬할 뿐이었다. 앤디의 말에 장단 맞춰주는 선생님들 입에서 몇 번 크리스를 봤다는 얘기가 화두 되면 그 사이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선생님이 있었다. 저엉말 가끔 늦는 아담을 기다리는 앤디 옆에 있어주는 제시카였다. 앤디는 제시카를 다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카일의 눈은 수영장 바닥처럼 파랬다. 제시카의 눈은 초코 쿠키같은 색이었다. 둘을 붙여보니 보기 좋은 다정한 한 쌍이 됐다. 갑자기 헤엄을 뚝 끊은 앤디에 카일의 시선도 멈췄다. 어느새 중간까지 흘러간 앤디가 물살을 밀며 레일에 바짝 붙었다. 어찌나 빨리 달려온 건지 일어난 물에 한참 위에 있는 카일의 가슴팍까지 젖었다. 



"카일카일! 좋아하는 사람 있어??"



방금까지 맛있는 점심을 먹은 자작곡을 부르고 있더니 정말 쌩뚱 맞은 질문이었다. 카일은 센터에 찍는 출석 도장 양과 비슷하게 앤디에게 적응해버렸다. 핀잔 하나 없이 카일이 "NO." 버튼이 눌린 마냥 나온 대답에 앤디가 입을 삐죽인다. 아니야..이게 아니야...다 보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앤디를 보고 있자니 심심할 겨를이 없다. 아 그래!



"그럼 이상형은?"



어떻게든 원하는 답을 듣겠다는 의자가 돋보였다. 긴 생머리 여자가 이상형이라 하면 묻지도 않고 제시카를 붙여줄 기세다. 정확히 3초 뒤 카일이 말했다. "없어." 짧은 시간동안 볼에 두 손을 대고 기대하던 앤디의 팔에 힘이 쭈욱 빠졌다.



"고민하고 말하는 거야?"
"....아니."
"나 저기까지 갔다 올 테니까 고민하고 있어!"



그러곤 고민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쏜살같이 헤엄쳐 간다. 카일은 쉽게 고민을 할 수 없었다. 누구도 카일에게 이상형을 물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좋아해 본 적도 없다. 고민은 사치스러운 행위였다. 파병지에서 살아남는 군인은 훈련을 잘 따르던 군인이 아니라 총을 피한 군인이었다. 살기 위해선 배운 걸 짚어보는 것보다 본능에 맡기고 움직여야 했다. 고민을 시작할 틈도 없이 해달이 돌아왔다. 실제로 앤디는 있는 힘껏 수영하고 왔다. 카일은 막 이상형이라는 글자를 적고 있었다. 앤디는 몸까지 빼고 젖어있는 정수리를 카일의 가슴팍에 툭툭 쳤다. 이상형. 이상형. 이,상형. 이상,형. 형...



"초록색 눈.."
"초록색 눈?!"



이상형 밑에 갈 곳 없어 글게 둥글게 돌아가다 적은 글자가 입 밖으로 나왔다. 거의 입술로만 그린 작은 소리였는데 앤디는 기어코 그걸 들었다. 앤디의 메아리에 카일은 제가 대답한 걸 알았다. 초록색 눈이라니. 얼굴이 돌아갈 만큼 로맨틱한 말이었다. 누군지 뻔히 보이는 특징이다. 제법 똑똑한 앤디는 알아챘을 거다. 앤디를 힐끔 봤다. 경멸에 찬 눈이었다. ...어째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기운이다. 



"카일..그렇게 안 봤는데 그런 걸 따지는 구나...실망이야..."
"..아니야."
"뭐가 아니야...아담이 그랬는데 한가지만 고집하는 사람은 변태래...카일은 변태구나.."
"아니야. 그런 거."
"정말 변태같아..."



앤디는 똑똑했지만 눈치가 없었다. 다행과 불행 중 이번 건 불행에 좀 기울었다. 앤디가 마지막으로 카일을 째려보곤 물 속으로 퐁 들어갔다. 회색 덩어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혼자 남은 카일은 이 사태에 점검해봤다. 굳어있던 펜이 초록색 눈을 따라 바람에 날리는 갈색 머리를 그렸다. 숨이 턱 막혔다. 얼른 이 종이 쪼가리를 세상 누구도 보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본능은 빠르게 카일을 수영장으로 뛰어들게 했다. 수면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앤디는 화난 카일이 자길 잡으러 온 줄 알고 보란 듯 빙빙 돌기 시작했다. 카일은 좀 더, 더욱 가라앉았다. 종이는 젖어들고 그림은 천천히 번졌다. 바닥까지 와도 찢어지지 않는 종이를 모래에 숨기고 돌을 쌓고 산호초를 심고 나서야 카일이 참았던 숨을 뱉었다. 쫓아오다 말고 위로 올라가는 카일에 앤디가 따라갔다. 물에 젖어 큰 귀가 옆으로 추욱 쳐져 기죽은 듯한 카일의 모양새에 앤디가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아까의 소란은 눈 녹듯 사라졌다. 지금까지 쿵쿵 울리는 잔여물만이 남아 카일을 괴롭혔다. 





다섯시, 하교 시간이 됐다. 집으로 가는 아이들과 센터에 남은 아이들이 밝게 인사를 나눴다. 카일의 등에서 꾸벅꾸벌 졸고 있던 앤디를 내려주자 벌컥 큰 소리로 문이 열렸다. 



"앤디!"



언제나 깔끔한 흰색 반팔티에 이불만큼 큰 수건을 펼치며 들어온 남자는 큰 보폭으로 다가와 아직까지 잠이 덜 깬 앤디를 한아름 껴안았다. 앤디는 놀라지 않고 "안녕 아다암." 하며 보송해진 손바닥으로 아담의 얼굴을 챱챱 두드렸다. 아담은 그리웠던 만큼 앤디의 얼굴이며 볼록한 배며 코를 박고 쓰으읍 소리날 정도로 애를 흡입했다. 봐도 봐도 익숙해질 수 없는 광경에 카일이 없는 척, 못 본 척 했다. 하지만 카일이 불편한 티를 내더라도 랭험 헤드 셰프 그 아담은 굴하지 않을 거다. 앤디는 아담의 짧은 머리만 부슬부슬 쓰담았다. 스멜 타임을 마쳤는지 드디어 아담이 고개를 들었다. 앤디를 보자 사르르 풀려있던 얼굴이 딱딱하게 변했다. 역시 카일이 있는 걸 알면서도 저랬다. 감정을 드러내는 편이 아닌 카일은 아담이 신기했다. 그마저도 카일은 감췄다. 얼굴을 읽을 수 없는 카일에게서 아담은 눈에 불을 키고 앤디를 사수했다. 만약 아담이 카일을 신경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카일은 당장 얼굴을 바꿨을 거다.



"아담! 인사해야지! 카일 안녕!"
"그럼, 안녕히."



혼잣말인지 모를 인사를 남기고 휙 돌아 또 성큼성큼 아담이 사라졌다. 앤디는 마지막까지 카일에게 인사하다가 아담의 뽀뽀 세례를 받고 손을 거뒀다. 아아! 간지러워 아담! 질책하는 말투지만 앤디의 짙은 꼬리가 파닥였다. 순식간에 혼자 남은 카일은 선생님들을 도와 아이들을 집으로 보냈다.

촉촉한 수건을 두르고 바싹 마른 수건 위로 카시트에 앉은 앤디는 조용히 꼬리를 휘적였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종알종알 하루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앤디가 조용하자 가져온 브라우니가 마음에 안드나 걱정됐다. 그때 앤디가 뭔가를 깨달은 듯 헉! 소리를 냈다. 



"아담.아담!"
"왜그래앤디브라우니에뭐라도있었어?돌이라도씹은거야?이빨빠졌어?괜찮아?병원갈까??"
"아 아담 무슨 소리야. 아담담 지금 내 촉이 딱 왔어. 버트 매클린이 또 한 건 했다구!"



혹여 다쳐서 센터로 돌아가야 하나 방향 지시등을 켰던 아담이 버트 매클린 소리에 깜박이를 껐다. 역할 놀이를 좋아하는 앤디가 뭔가 의심스러울 때 꺼내는 fbi 형사 이름이었다. 한시름 놓은 아담이 부드러운 눈으로 앤디를 봤다가 카일 어쩌구 소리에 다시 눈에 불이 켜졌다.



"카일이 이상형이 초록색 눈이라고 했거든? 내 주변을 살펴보니까 오웬이랑 짐으로 좁혀졌어! 근데 카일이랑 오웬은 사이가 저엉말 나쁘단 말이야. 서로 아니라곤 하는데 엄청 티나. 완전 티나. 그럼 남은 사람은 짐인데 생각해보니까 크리쯔가 짐한테 잘해주는 것 같아..! 아니 잘해줘. 오웬한테 하는 거랑 제시카한테 하는 거랑 완전 달라! 크리스가 좋아하는 사람은 짐이야!"



아담은 당장 핸들을 꺾지 않으려 팔이 떨릴 정도로 손에 꽈악 힘을 줬다. 초록색 눈이라니. 앤디 너도 눈 초록색이잖아...! 자기 수사가 맞다고 방방 좋아하는 앤디 옆에서 아담은 질투에 활활 휩싸였다. 다음에 만날 때는 경고 한 번은 해줘야 겠다고.




***




앤디는 멸종위기동물 해달 수인이다. 야생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 가족들과 떨어지게 됐다. 작디 작은 해달은 파도에 흘러 흘러 그물잡이에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았다가 조개 밭에 끼어 포장됐다. 헤드 셰프 주제에 새벽에 직접 나와 장을 보는 아담은 앤디가 들어있는 박스를 샀고 장에서 확인할 때도 가득 차 있던 조개들이 죄다 빈 껍데기로 탈탈 털려있었다. 깔끔하게 발라진 조개 껍데기 사이에서 물컹한 작은 해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성이 좋지 않은 거지 상식은 있는 아담은 멸종위기동물보호 협회에 신고했다가 앤디가 수인인 게 밝혀지면서 수인 보호 단체에 신고자로 이름이 올라갔다. 몰랑하고 아직 부드러운 털을 가진 해달이 꿈에 자꾸 나오자 아담은 임시 보호자가 됐다. 앤디가 사람으로 변할 수 있자 보호자가 되고 말이 통하자 남편이 됐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티비에 방영될 뻔 했지만 티비에 얼굴이 나오는 게 질색인 아담이 반대했고 센터에서도 앤디를 보호할 권리로 거절했다. 입사와 출입이 까다로운 곳이지만 더 좋은 환경을 위해선 많은 손이 필요했다. 고르고 골라도 중간에 마음이 더러워지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센터에서 수인들은 가급적 한 모습만 유지해야 했다. 인간형, 동물형 두 가지를 보여주면 타겟이 되기 쉬었다. 앤디는 워낙 어렸을 때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동물형으로 다녔다. 유일하게 앤디가 모습을 달리 할 수 있는 곳은 수영장이었다. 수영장은 센터 가장 안 쪽에 있었고 출입도 제한 됐으며 안전했다.

카일 같은 군견 수인들도 PTSD 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곤 했다. 허나 카일은 다른 양상이라 기존의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약을 처방하기도 했으나 정신 보다는 본인 의지 문제가 더 컸다. 게다가 카일은 군에서부터 약이나 주사를 외상 치료 목적 외엔 전혀 맞지 않아 거부 반응이 심했다. 시간이 약이겠거니 하다 앤디를 만났다. 앤디 앞에서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어줬다. 마음은 아니어도 카일도 앤디에게 옆자리를 내줬다. 짐은 앤디에게 카일을 맡겼다. 넓은 수영장은 둘만의 교실이었다. 아담이 카일을 싫어하는 이유다.

오늘은 앤디 선생님의 수업 날이다. 앤디의 밀빛 머리카락은 이미 젖어있다. 하얀 나신이 물 속에서 더 뽀얬다. 반면 카일은 아직 고동색 몸뚱어리다. 앤디는 발을 나풀나풀 저으며 둥둥 떠다녔는데 카일은 개치고는 잘하는 편이었지만 요점은 아니었다. 오늘따라 물장구를 세게 치는 카일에 얼굴이 마를 일이 없어 앤디가 아예 눈을 감고 물었다.



"카일 오늘 왜 이렇게 못해?! 기분이 안 좋아?"



맞다. 카일은 기분이 좋지 않다. 오다가 오웬을 만났다. 워낙 큰 건물이고 카일은 발달 센터에 오웬은 A동에만 있는데 어쩌다 맞닥뜨렸다. 멀리 있었지만 오웬이 달고 다니는 뾰족한 냄새는 저기서도 풍겨왔다. 육감이 좋은 오웬도 카일을 발견했다. 안 본 척 지나가는 카일에게 오웬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곤 날렵하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도망갔다. 카일도 손가락을 올리고 싶었으나 그냥 까만 발바닥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오웬의 유치한 행동에 머리가 댕 울리느라 반격하지 못 했다. 그 유치한 행동에 타격을 크게 맞은 카일은 수영장에 담가져 있는데도 열이 났다. 



"그래디. 봤어."



앤디가 눈을 번쩍 떴다. 남들은 앤디의 반응에 놀랐을 텐데 평소에 과한 앤디의 행동에 익숙해진 카일은 아무렇지 않았다. 앤디는 '역시...짐을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라 생각했다. 이 광경을 본 아담이라면 '그냥 그래디 씨를 싫어하는 거 아닐까.' 말했을 거다. 더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으나 오늘은 앤디 선생님의 날이다. 앤디의 사명감은 굳건했다. 앤디가 박수 소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크게 쳤다. 하얀 손이 벌게졌다. 



"자자, 오늘 성공해야 집에 갈 수 있어요. 카일이 성공 못 하면 앤디도 집에 안 갈거야. 아니면 앤디가 물에 빠진 척 연기해줄까?"



앤디의 놀이가 시작되면 한 시간은 놀아줘야 했다. 그러다 앤디를 찾아온 아담이 나체인 둘의 꼴을 봤다간 어떤 난리를 벌일지 모른다. 카일은 몸에 힘을 뺐다. 물살이 잔잔해지자 뾰족한 귀와 앤디만 남기고 물 속으로 잠겼다. 물은 언제나 카일을 반겼다. 억지로 숨 쉬어야하는 밖보다 죽을지 언정 가만히 있어도 되는 바다가 좋을 때도 있었다. 고요한 나라에 빠진 카일은 서서히 둔해지는 감각에 몸을 맡겼다. 얼마 안 가 둔탁한 발바닥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가락 사이에 평소보다 깊숙이 물방울이 맺혔다. 다리가 뻐근해지고 중력이 더 무거워졌다. 모자라기 시작한 숨에 팔을 휘젓고 올라가다 보니 물살을 쪼개는 손이 매섭게 바뀌어있다. 카일이 올라왔다. 밑에서부터 인간형으로 변한 카일을 본 앤디는 진작 박수를 치고 있었다. 최근에 몸을 바꾸지 않아서 면도를 하지 않은 상태라 수염이 거대했다. 짧고 빽빽한 머리를 푸다닥 터니 또 물세례를 맞은 앤디가 이번엔 개구지게 웃었다. "자 카일 학생 잘 따라오세요오." 금방 해달로 변한 앤디가 먼저 출발했다. 카일은 잠시 입으로 부글부글 물거품을 만들다 잦아지는 거품을 보고 앤디를 따라갔다.


수업을 너무 잘 따라와서 앤디가 아끼는 쿠키까지 줬는데 마지막에 크리스에서 카일로 변하지 못했다. 5분만 더 하며 있었지만 바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아담이 올까봐 빨리 나왔다. 앤디는 향기나게 씻기고 빗질까지 해주곤 카일은 대충 물만 붓고 수염도 못 깎고 나왔다. 다행히 언제 어디서 수인형이 바뀔지 몰라 리스가 가방에 옷을 담아주고 매줬었다. 운동화에 양말까지 꼼꼼하게 챙겨준 리스에 카일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늦지 않게 앤디를 안고 나왔지만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낯선 어른의 등장에 집 갈 준비를 하던 아이들이 빼액 울었다. 당황한 선생님들은 아이를 두 명씩이나 안고 달랬고 카일은 여기서 움직이면 애들이 더 놀랠까 벗어날 수 있는 최단 루트를 그리는 사이 여느 때처럼 문이 벌컥 열렸다. "앤디!"하는 아담과 "크리스!"하는 리스였다. 젬쓰? 젬쓰가 왜?? 벙쪄있는 거대한 남성과 편하게 들려있는 해달, 그 주위에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아이와 새끼들을 어르고 달래고 있는 선생님들. 소란스러운 광경이지만 한두 번 겪은 낯선 광경이 아니라 나쁜 일일까 뛰어온 리스가 긴장을 풀고 상황을 정리했다. 카일에에 안겨있는 해달을 같이 뛰어온 남자에게 주고 아직까지 상황 파악 못한 카일의 등을 살살 밀어 교실 밖으로 내보냈다. "크리스 잠깐만 있어." 문이 닫히고 리스가 아이를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하는 리스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카일이 황급히 창문에 얼굴을 비췄다. 수염이 목까지 이어져 단정치 못한 상태다. 오히려 리스는 이 모습이 익숙할 텐데 카일은 뒷 목이 뜨거워졌다. 멍청한 얼굴이었겠지. 다음번엔 선글라스도 필히 넣어놔야겠다 다짐했다. 


소란을 정리하고 나온 어른들이 돌처럼 서있는 카일에 너 나 할 것 없이 웃음을 참았다. 분명 무표정인데 보이지 않는 축 처진 꼬리가 보였다. 리스는 이제 카일을 달래러 얼굴에 손을 뻗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으로 카일이 리스에게 기댔다. 크리스 괜찮아- 아이를 달래는 목소리보다 묘하게 더 다정했다. 순식간에 둘만의 세상에 다들 뒷정리를 하러 흩어졌다. 작은 해달이 "카이일.."을 불렀다.



"아 니가 앤디구나. 안녕 앤디. 크리스한테 많이 들었어. 안녕하세요 앤디의..."
"남편 아담 존스입니다."



앤디도 조개같은 손을 벌렸다. 카일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잡혀줬다. 앤디가 친구를 걱정할 거란 거 알기에 신경 쓰지 않고 아담은 자기 소개를 했다. 남편이라는 글자에 힘이 실려있다. 리스는 아담의 의도를 바로 알았다. 원래라면 한 성깔 하는 리스도 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여긴 카일이 다니는 센터였고 아담은 카일의 친구의 남편이다. 적대할 필요 없었다. 리스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제임스 리스입니다."



이쪽도 만만찮은 덩치건만 워낙 큰 카일 때문에 작아보였다. 아담은 그래도 몇 번 봤다고 리스보다 카일에게 시선이 갔다. 만날 때마다 무심한 얼굴의 카일이 징그럽지만 아주 조금 환해보였다. 제게 웃어보이는 리스를 보려고 목도 빠져나왔다. 얼씨구. 아담이 키친에서처럼 콧방귀를 뀔 뻔 했다. 앤디를 만나고 나아진 인성이 빛을 바란 순간이다.



"앤디는 괜찮니? 많이 놀랐겠다."
"나는 괜찮아요. 오늘 앤디가 카일을 너무 힘들게 해서 그런 거예요. 혼내지 마세요.."
"아니야 둘 다 잘 못 없어. 나랑 크리스랑 다녀도 다들 놀라는 걸. 내가 미안해.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리스가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원래 아이들은 덩치가 크거나 처음 본 사람을 무서워한다. 오랜만에 사람이 된 카일이라 제 몸을 잊고 들어갔다 난 해프닝이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슬퍼 보이는 리스에 앤디가 아까처럼 손을 벌렸다. 리스가 희미하게 웃었다. 말랑거리는 해달의 손바닥은 강아지의 발바닥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흔들었다. 인사가 끝나고 앤디가 아담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담은 앤디를 두른 담요를 꼼꼼히 정리하고 눈 인사 후 자리를 떴다. 앤디가 아담의 어깨 위로 빼꼼 나왔다. 리스는 앤디가 걱정하는 듯 해 다시 인사해줬다. 뒤에서 봐도 접혀있는 리스의 눈에 카일이 참다 참다 앞으로 몸을 기울었다. 불쑥 튀어나온 카일에 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결국 웃는 리스를 보지 못 했다. 깜박이는 눈이 무슨 일이냐 묻는다.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카일은 한참 말을 골랐다. "젬쓰. 어째, 왔어?" 결국 어째에서 삑사리가 났다. 젠장.



"뭔가 데리러 오고 싶어서. 근데 잘 온 것 같네. 피곤하지? 밥 먹고 들어가자."



리스는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으니 카일을 데려다주고 기다리고 같이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카일이 워우워오웽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싫어하길래 뜻을 따랐다. 간혹 카일로 나갔다 크리스로 돌아온 날이면 얼굴 빛이 좋지 않았다. 그런 날은 오웬에게 부탁하려다 잔소리 들을 게 뻔해 그만뒀다. 정확하진 않아도 리스도 카일의 주기를 챙겼다. 아니면 어떠랴 하는 마음으로 데리러 왔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가끔은 안 데리러 와도 된다고 툴툴거리더니 오늘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앞광대가 뽈록 올라와 있다. 놀리면 자기 볼살을 썰어버릴 기세라 리스는 속으로만 간직했다.


*


"나 카일 형아 처음 봤어. 제임스도 착한 것 같아."


다섯시 전부터 와서 땡하면 납치해가듯 데려가는 아담에 앤디는 항상 1등으로 집에 갔다. 앤디가 알면 서운하겠지만 아담은 리스를 몇 번 본 적 있다. 여기에 왔으니 학부모일 테고 짐 선생님이랑 친밀히 대화하는 것도 봤었다. 나오자마자 반겨주려 앞에서 기다리는 부모들과 달리 그 사람은 볼일 없는 마냥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시선은 문에서 못 떼고 있었다. 아담이 앤디를 안고 지나가도 관심 한 톨 주지 않았다. 이렇게 귀여운 앤디를 안 봤다! 앤디는 센터에서 유명인사 였다. 등장할 때마다 쏟아지는 관심에 앤디를 꽁꽁 둘러싸는 것도 있었다. 대체 아이가 누굴까 했는데 저 곰인지 개인지 모를 애라니. 게다가 그 녀석 좀 봐. 주인한테 끙끙대는 꼴이란.(엄밀히 말하자면 카일은 끙끙대진 않았다) 그러다 앤디가 끌어당겨 졸지에 리스와 가까워졌던 순간이 생각났다. 앤디만큼은 아니지만 그 사람도 눈이...



"아담?"
"응 앤디. 듣고 있어."



차 안은 앤디의 이야기와 방해되지 않게 적절히 반응해주는 아담의 대답으로 채워졌다. 아담은 망나니로 지냈을 적 쥐꼬리만한 호감도 귀신같이 잡아내 쥐락펴락 했었다. 코와 미각뿐만 아니라 눈치마저 더럽게 빨랐다. 지금도 토니한테 미안할 만큼 말이다. 리스가 나타나자 세상에 리스만 남은 것처럼 구는 카일이 개라서 라기엔..........앤디를 맡길 수 있게 됐다. 앤디에게 알려주고 싶었으나 버트 매클린을 실망시킬 순 없었다. 모른 척 하기로 했다. 


***


센터에 가는 날이다. 가기 싫어 꾸물꾸물 거리는 카일을 평소처럼 북돋아 주지 않고 리스도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몰래 앉아 구경했다. 이러다 자신이 나갔다 착각하고 리스도 나가게 만들려 했다. 하지만 제임스 리스는 바닥과 발톱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곧장 카일을 찾았다. 카일이 그 싫어하는 구석에 숨어있다. 놀라 커진 눈이 올려다보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지니 큭큭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억지로 가방을 메주니 카일의 꼬리가 바닥에 끌릴 만큼 내려가있다. 그래도 현관을 향해 착착착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만족스럽게 리스도 따라 나갔다. 



"크리스 어디가. 차 여깄어."



심통이 나 얼굴도 안 보고 가려는데 리스가 불렀다. 차라니.



"나 혼자 간다."
"얼른 타. 나 앤디 보러 가는 거야."
"앤디?"



뜻밖의 이름에 카일의 고개가 갸웃 움직였다. 말을 배우면서 카일의 행동도 풍부해졌다. 간혹 강아지 로봇이 아닐까-도 의심했었다. 본능적인 표현까지 카일은 하지 않았다. 못 했던 거겠지. 카일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관찰 일지를 쓴다면 뿌듯할 정도로 바깥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응. 나 앤디 보고 싶어서."



심통을 넘어 질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아주 좋은 변화라 리스는 생각했다. 카일이 알게 되면 큰일 날 소리다.


리스가 오니 당연히 앤디가 좋아했다. 지정석인 카일 등을 버리고 리스에게 안아달라고 치사하게 작은 몸으로 파닥파닥 유혹했다. 리스는 자연스레 아이를 안 듯 앤디를 올렸다. 리스의 가운데에 앤디 자리가 원래 있었던 것처럼 꼬옥 맞는 그립감에 앤디가 녹아내렸다. 여기나 저기나 찬밥 신세가 된 카일은 먼저 교실로 들어갔다. 앤디는 이제 욕조에 누워있는 것 마냥 팔 하나를 덜렁 내놨다. 선생님들도 리스를 반겼다. 큰 남자가 앤디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은 소란을 냈던 카일과 다를 바 없는데 아이들마저 리스의 발치에 쪼르르 모여 바짓가랑이에 매달리거나 안아달라고 팔을 벌렸다. 카일에겐 기가 찰 법한 상황이었으나 버거워 보이는 리스를 묵묵히 도왔다. 

오늘은 앤디가 수영장에 가기 싫다 해서(아마 리스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듯 했다) 꼼짝없이 애들 사이에 갇히게 됐다. 카일이 센터에서 뭘 배우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지내는지 궁금했던 리스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도움받으려 온 건데 도움을 주게 된 상황에 자꾸 집 생각이 났다. 하지만 누구씨 말처럼 극성 학부보 마냥 힐끔힐끔 쳐다보는 리스 때문에 카일은 참여하는 척을 했다. 사실 수업이라 할 것 없이 아이들 발달을 위한 놀이였다. 이제 막 스스로 걷기 시작한 유아라 종이에 적힌 알맞은 낱말을 찾아 붙이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의 이름도 적혀있었다. 크리스도 있다. 카일의 눈이 뒤집어지려 한다. 선생님의 명랑한 시작 소리에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이도 있었고 잘 걷는 아이는 온 몸을 흔들며 우다다 뛰어갔다. 앤디는 긴 발바닥으로 차닥차닥 걸어 자기 이름부터 찾았다. 제일 빨리 찾았다고 짧뚱한 팔로 들어 이름표를 리스를 향해 자랑했다. 그러곤 자기 배에 야무지게 발라 붙였다. 리스가 싱긋 해줬다. 이젠 네발로 척척 뛰어 무언갈 찾는다. 원하는 게 있어 보인다. 이쪽 저쪽 둘러보다 아이들 발에 치여 멀리 날아간 종이 카드를 향해 깡총깡총 다가갔다. 그렇게 찼던 게 크리스 이름표다. 이름표의 주인을 보니 반에서 두번째로 작은 레서팬더 준을 돌보고 있다. 카일보다 가까운 게 리스라 앤디는 카일 말고 리스에게 걸어갔다. 준 말고도 주변 어린 아이들을 챙기면서 카일은 앤디도 주시했다. 사고는 아이들 못지않게 치는 편이라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얌전히 무언갈 요리조리 찾다 두 손에 쥐고 리스에게 가길래 별 거 아니라 생각했다.



"제임스, 제임스."



앤디는 당연히 카일보다 똑똑한 발음으로 리스의 이름을 불렀다. 카일은 아직 말이 서투르니 리스라 부르라 했지만 무조건 제임스라 불렀다. '젬쓰'지만 제임스라 부른 거다. 누가 봐도 귀여운 해달이 조개를 쥔 손 모양으로 쫑쫑 오는데 마음이 사르르 안 풀릴 사람이 어딨겠는가. 이곳이 주는 분위기도 있지만 모자를 써서 오늘따라 더 순해보이는 리스가 카일은 신경쓰였다. 만만해 보이는 눈썹도 잘 안 보이는데 눈이 너무 쳐져있다. 그 눈이 앤디를 향해 있다. 리스는 앤디가 넘어질세라 무릎읖 꿇고 맞이했다. 앤디가 짧은 팔을 높이 쭈욱 뻗자 리스는 무방비하게 얼굴을 내줬다. 매끈하고 둥그런 이마에 종이가 붙었다. 크리스라 적혀진 이름표다.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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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가 배로 글자를 가리고 간 터라 내용을 모르는 리스는 입을 헤 벌리고 눈을 여러번 깜박,깜박였다. 카일은 계속 이 쪽을 보고 있었지만 앤디가 카일을 부르며 리스를 콕콕 찍었다. 카일도 아닌 크리스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붙이고 리스가 그제서야 카일을 봤다. 아무 생각 없이 반질한 얼굴이 우습다가도 저게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표정이었나 싶다가 이마에 붙은 이름표를 확인하고 활짝 웃더니 핸드폰 뒷면에 붙이는 탓에 괜히 꼬리가 흔들렸다.


수업이 끝날 때 쯤 방해될까 리스가 미리 나왔다. 문 앞에 누가 있다. 흰색 반팔티에 가죽 자켓. 아담이다. 다른 보호자들은 발달 센터 앞에서 기다리는데 남들 눈치 상관없이 곧장 들어가던 남자가 떠올랐다. 들어갔다 나오면 담요더미를 안고 나왔었다. 그게 앤디였군. 리스보다 아담이 먼저 고개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담." 스치듯 서늘한 남자는 사라지고 예의 있는 리스가 말했다. 아담은 다시 창문 너머로 눈을 돌렸다. 아담을 따라간 리스의 눈길은 어딜 가도 제일 먼저 보이는 우리집 강아지가 보였다. 카일은 동물형인 아이들의 목덜미를 물고 자리에 앉혀줬다. 앤디는 카일 위에 엎어져 짧은 갈색 털을 꽉 쥐고 붙어있다. 개와 해달이라니. 귀여운 조합이다. 아담을 흘끗 보니 원래대로 노려보듯 보고 있다. 아담의 속은 부글부글 웍에 한통 부워진 기름처럼 끓어오르고 있지만 또래 친구가 없는 앤디라 그냥 지켜봤다. 그리고 뭐..



"앤디가 참 귀여워요."



이쪽도 있으니까.



"네. 압니다."



예민하다고 유명한 아담 존스의 훅 들어오는 솔직함에 리스가 답을 잃었다. 그런 반응이 익숙한 건지 신경을 안 쓰는 건지 아담은 앤디에게 눈을 떼지 못 했다. 분명한 사랑이었다. 그래서 앤디가 사랑스럽나? 티끌없이 순수한 앤디와 겁 없는 아담은 정말 잘 어울렸다. 아담의 방식이 부담스러운 쪽에 속해도 앤디는 거부하지 않았다. 앤디도 아담만큼 아담을 생각했다. 아담과 앤디의 이야기는 오웬에게 들었다. 앤디는 어린 아이같아도 말을 아주 잘했다. 비결이 뭘까? 바로 물어보는 건 실례라 생각한 리스가 친해지기 위해 아담과 스몰토크를 나눴다. 그러다 별안간 이런 소리를 들었다.



"두 분 사귀는 사이 아니에요?"



매번 같은 시간에 출몰하는 두 군인이 마트나 공원에서 오다가다 인사하게 된 이웃들도 묻곤 했었다. 오해를 받는 거야 익숙하고 그렇다고 긴 얘기를 하긴 귀찮고 쓸데없고 일일이 따지지 않는 리스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 우린 그냥 같이 사는 거예요."
"..아...예.."



그걸 동거라고 하지 않나. 아담도 뒷말을 삼켰다. 



***



오늘 리스는 병원에, 카일은 센터에 가는 날이었다. 리스는 카일을 데려다주려 일부러 오늘 잡은 일정이었고 카일은 리스가 혼자 병원에 가는 게 싫었다. 좋아서 가는 병원이 아니라서 같이 가자는 카일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억세고 고집 있는 카일과 말싸움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말싸움은 리스가 유일하게 지는 싸움이었다. 색다른 리스의 반응에 카일도 오기가 생겼다. 리스의 악몽을 아는 건 카일 뿐이라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하지만 뒤돌아 회피하는 리스에 병원 문턱은 커녕 이 분위기로 센터에 데려다주려 까지 하길래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카일을 잡으면 병원에 같이 가야 할 게 뻔해서 리스도 따라가지 않았다. 카일도 딱히 리스가 져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리스는 병을 기피했다. 종양을 드러낸 건 사실 죽기 위해서였을 거다.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개 크기만큼 간섭은 충분했다. 리스는 잠시 결과를 기다리다 흐린 하늘에 문득 카일이 걱정됐다. 카일에게 문자를 남겼으나 답은 없었다. 카일은 핸드폰이 없었던 때가 워낙 길어서 집에 두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싸운 둘이라, 오웬의 번호를 썼다가 걸지 못 했다. 데리러 가는 것도 싫어하니 그냥 맛있는 저녁으로 화해하려 했다. 괜찮다는 결과지도 보여주려 했다. 카일이 들어올 시간이 15분 지났다. 카일은 시간 약속을 아주 잘 지켰다. 1시간이 지났다. 집에 카일의 핸드폰은 없었다. 카일이 연락 되지 않는다. 






뿌꾸프랫 카일리스


 
2024.05.04 03: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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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센세왔다 지금까지 안잔게 센세 보려고 안잔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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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0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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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앤디라니ㅠㅠㅠ 개와 해달 너무 귀엽다ㅠㅠ 질투하는 아담이지만 모든걸 알게되고 그냥 내버려두는것도ㅋㅋㅋㅋ둘다 서로만 보는데 정작 본인들은 자각을 못하네 동거잖아! 동거잖앜ㅋㅋㅋ 근데 마지막에 카일은 어디간거야ㅠㅠ
[Code: 0284]
2024.05.04 0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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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이래ㅠㅜ 귀여워
[Code: f1f7]
2024.05.04 04: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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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해. 이 센세를.
[Code: 8ae9]
2024.05.04 06: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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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해 센세가 돌아왔어!!! 이번에는 해달앤디까지 ㅠㅠ 카일 털 꼭 쥐고 매달려있는 해달앤디 상상할수록 너무귀엽다... 앤디의 귀여운 오해도 너무 ㄱㅇㅇ 그나저나 카일 어디간거야 ㅠㅠㅠㅠㅠ
[Code: 36af]
2024.05.04 09: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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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 드디어 오셨다 ㅌㅌㅌㅌㅌㅌㅌ
카일 이제 조금씩 말 트이다니 리스 뿌듯하것다 ㅌㅌㅌ 센터 데려다준다고 할때 워우워오엥 거리는 카일 ㄱㅇㅇ 그나저나 이거 오웬 욕아녘ㅋㅋㅋㅋ
아담은 앤디 초록색 눈 얘기만 듣고 식겁하는것도 웃기네 그나저나 카일 납치당한거아닌가 ㅠㅠㅠ
[Code: c2bd]
2024.05.04 10: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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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담디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녹아내린다 흑흑 해달수인 앤디라니...! 앤디가 언급되는 모든 묘사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앤디 싸고도는 아담이 이해감ㅌㅋㅋㅋㅋㅋ숨만 쉬어도 귀여운데ㅠ나라도.. 근데 아담 너무 앤친놈 유난 그자체라서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질투 좀 고만하라고~~~ 카일한테 질투하는 아담도 귀엽고 앤디한테 질투하는 카일도 귀엽고 이번 편 왜 이렇게 몽글몽글하냐 그나저나 카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카일리스 빨리 연애하고 결혼해야 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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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1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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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 내센세 오셨다!!!!! 세상에 카일이 생긴 첫 친구가 앤디라니 것도 해달이라니༼;´༎ຶ ۝ ༎ຶ༽ 아 미친 너무 귀엽고 읽는내내 너무 귀여워서 이마 빡빡쳐서 지금 대낮에 이마에 피흘리는 사람됨ㅠㅠㅠㅠㅠ 센세의 무순이 내 도파민이고 힐링이고 행복이야ㅠㅠㅠㅠㅠㅠ
[Code: b748]
2024.05.04 1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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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가 잘 대해주니 해달앤디 한테 질투하는 카일 너무 귀엽고ㅠㅠㅠㅠ 카일 견제하는 아담도 너무 귀엽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에 무슨일이야 카일 어디갔어 왜 연락이 안되는거야 안돼에에에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d65]
2024.05.04 16: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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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젬쓰라고 하는거 너무 귀여워.......그리고 해달앤디ㅠㅠㅠㅠㅠ크아아 남편 아담 크아아앙아ㅏㅏ아아ㅏ아아아아ㅏ아 진짜 너무 좋아서 잇몸에 꽃가루꼇어;;ㅎ 근데 마지막에뮤ㅓ에요ㅠㅠㅠㅠㅠㅠㅠ무슨일있는거아니지??ㅜ
[Code: c547]
2024.05.04 16: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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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ㅁㅊ 센세.... 센세가 왔는데... 센세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중간중간 문장들 좋은거 너무 많아서 주접떨려고했는데 마지막 문단에서 완전 심멎해버리고말았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슨일이야 카일 큰일난거 아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떡해ㅠㅜㅠㅜㅜ
[Code: 4787]
2024.05.04 18: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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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도 손가락을 올리고 싶었으나 그냥 까만 발바닥이었고

아 이거 너무 웃기고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기들 틈에서 수업 듣는 카일도 너무 귀엽고 졸지에 학부모된 리스도 좋다... 거기에 앤디까지 완전 포근포근해..ㅠ
[Code: 9a54]
2024.05.05 10: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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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봐도 접혀있는 리스의 눈에 카일이 참다 참다 앞으로 몸을 기울었다. 불쑥 튀어나온 카일에 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결국 웃는 리스를 보지 못 했다. 깜박이는 눈이 무슨 일이냐 묻는다.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카일은 한참 말을 골랐다. "젬쓰. 어째, 왔어?" 결국 어째에서 삑사리가 났다. 젠장.

ㅠㅠ 카일한테도 마주보고 웃어주라 젬쓰ㅠㅠㅠㅠ 아 앤디덕에 카일 자각한거 진짜 너무 좋고 미치겠다.. 오웬 초딩같이 구는것도 너무 귀여워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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