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의붓형제인 루버릭으로 루스터가 그렇게 경멸하던 제 아비와 똑같이 되는거

전편 "왜, 이제는 당신 눈에도 내가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





루스터는 왜 아버지를 싫어하게 되었나. 
누군가 루스터에게 이 질문을 하면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는 매버릭의 탓이라고 할 것이다.

피트가 브래들리에게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애정의 색을, 사랑의 온도를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브래들리는 이 잔인하고 기이한 브래드쇼 가문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방치에도 개의치 않고, 가끔 가해지는 폭력에도 부당함을 느끼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일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결함 하나 없는 완벽한 브래드쇼의 일원으로 성장했을 것임을 루스터는 확신했다.

루스터는 매버릭이 브래드쇼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매버릭은 행복했으리라는 끔찍하고 달콤한 상상을 종종 했다. 그는 선하고 재능까지 있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그 가정은 루스터 저 자신에게도 적용되는지도 몰랐다. 매버릭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루스터는...

그러니 루스터가 제 아비를 싫어하는 것은 모두 매버릭의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 세상 모든 사람 중에서 매버릭만은, 그만은 루스터에게 패륜의 죄를 물을 수 없었다. 



*


책상 위에 걸터앉아 이마를 문지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매버릭을 루스터는 가만히 보기만 했다. 그의 시선은 겉에서 보기에는 무감하게만 느껴졌지만 기실 그것은 치열하게 만들어진 평정심이었다. 
그는 대답을 기다림과 동시에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 닮지 않았다는 대답을 원함과 동시에 닮았다는 대답을 탐냈다.

매버릭이 곁에 없는 시간동안, 루스터는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 매버릭이 더러워진 나를 보고 싫어하면 어떡하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자만 섞인 욕구도 들었다.
매버릭이라면 피로 물든 나도 사랑해줄 수 있을까? 내가 아비와 같은 사람이 돼도 매버릭만은 날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황홀할 것 같았다. 더러워지지 않은 채로 매버릭의 사랑을 받는 것보다도 더. 




안색이 안 좋아진 매버릭이 드디어 말을 하려는지 제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서류를 발견하고 폭삭 늙은 그는 막 저택에 도착해 긴 이야기를 풀어내야 했던 어제보다도 더 지쳐보였다.

"아아... 브래들리, 루. 나는 네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매버릭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듯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루스터를 신경 쓰는 대신 방 안에 혹시라도 숨어있는 사람이 있거나 도청 장치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방의 창문과 문이 잘 닫혀 있는지까지 점검한 매버릭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너희, 그러니까 너랑 밥, 그리고 피닉스... 너희 지금 조직을 와해하고 양지화시키려고 이 난리를 친 거잖아. 아니야?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루스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정말 매버릭을 무시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오... 그 서랍에 그런 서류까지 넣어놓지는 않았을 텐데."
"루, 너 형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나도 어느 정도는 자료를 분석하고 행간을 읽을 줄 알아. 말했잖아, 나도 후계 교육을 받았다고."



*



매버릭의 의심은 피닉스의 차에 탔을 때부터 시작한다. 아무리 죽은 줄 알았던 제 동생이 살아돌아와 저를 데리러왔대도, 마냥 대책없이 그를 따라가기에 매버릭은 너무 험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피닉스의 차에 올라서도 주의를 살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운전석 뒷자리에 꽂힌 피닉스의 문서들이었다. 국선 변호인이라고 하는 게 납득이 더 잘 될 정도로 수익과 관련이 없는 듯한 사건 제목에 매버릭은 작은 의아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내 표면 아래 거물이 엮였다거나 아니면 이미지 관리용 업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다음 눈에 띈 것은 루스터와 피닉스의 관계였다. 아버지는 조직 내에서 완벽한 수직 구조를 고집했다. 그러나 루스터와 피닉스는 수평한 관계였고, 처음에는 둘이 유별한 사이라서 그런가 싶었으나 저택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도 모두 유연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루스터가 제 아비와는 확연히 다른 집권을 하고 있음이 한눈에 보였다.

세번째 의심은 밥이 정비소를 제안했을 때다. 브래드쇼는 괜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수익이 되지 않는 분야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게 지침이었다. 위장용이든, 취미용이든, 작은 가게 하나를 더 세우는 것만으로도 번거로운 일이 배는 늘어난다. 그곳에서 잘못 흘린 정보로 조직 전체가 무너지는 건 흔한 일이다. 특히 브래드쇼처럼 철저히 음지에서 움직이는 조직 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그런데 보안에 누구보다 예민할 기술협력자가 그 이야기를 할 때 아무런 망설임이 없다는 게 수상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낄 뿐, 무엇이 이상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서랍 속 서류들을 보고나니 갈피가 잡혔다. 서류의 조작은 아버지의 힘을 끌어내림과 동시에 음지에서의 영향력을 차츰 양지로 옮길 가능성을 만들었다. 그 속도나 규모, 방법은 아직 모르지만 루스터는 분명 브래드쇼를 바꿔나가고 있었다.



*



"... 맵. 아니, 그걸 어떻게 다..."
재회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았는데 거의 모든 걸 간파한 매버릭에 루스터는 황당한 웃음만 흘렸다.

"네가 너무 안일한 건 아니고? 이걸 아는 사람들은 누구누구 있어?"
"일단 이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안전해. 그리고 당연히 피닉스와 밥까지."
"아, 저택에 사람이 줄어든 이유가 있었구나. 나는 그냥 네 취향인 줄 알았지... 이걸 봐, 브래들리. 네가 저택과 브래드쇼에 불러온 변화를 좀 보라고. 근데 네가 아버지와 같다고? 그렇게 말하는 새끼들은 다 머저리들이야. 제발 그런 생각 좀 하지마."

"... ..."

"당연히 네가 아버지를 죽인 건 살인이고, 어쩌면... 내가 모르는 다른 살인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넌 더 큰 고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어쩔 수 없이 한 거고, 네 말마따나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그냥... 그냥, 그 역할을 네가 직접 하게 돼서 안타까웠을 뿐이야. 내가 곁에 있었더라면 네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매버릭이 비밀을 안다는 사실에 놀라 제가 그에게 어떠한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은 루스터는, 매버릭의 말을 듣고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진정으로 제 동생이 아버지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떠한 거짓이나, 자기합리화도 없이. 
루스터는 매버릭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서 사랑받고 있었다.

루스터는 다시금 생각했다. 매버릭은 이따위 곳에, 브래드쇼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그러나 매버릭은 지금 당장 이곳에 있었다. 그 사실이 루스터를, 브래드쇼를 기쁨에 차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밥이 그러던데. 형이 내 경호를 해주면 안 되냐고. 좋은 생각 같지 않아? 어때? 아니 아예 참모까지 해줘. 지금은 피닉스와 밥이 그 역할을 해주긴 하지만 둘은 너무 바쁘거든."
"아... 밥이 그런 말도 했어?"
달가워할 줄 알았던 매버릭의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루스터는 그를 재촉했다.

"왜? 뭐가 안 내키는데? 우리가 다 맞출게. 맵이랑 같이 하면 지금 안 풀리던 문제들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나와 함께 해줘."
"으음..."

그제야 루스터는 매버릭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 그래, 형도 이걸 바랐잖아? 브래드쇼를 무너뜨리는 거?"

"...아니야."
"뭐? 아니라고?"
 

"그래, 아니야. 브래드쇼가 무너지기를 바란 건 맞지만... 그걸 하는 사람이 너이길 바란 적은 없어."
"세상에, 매브. 설마 이제와서 내가 브래드쇼를 물려받은 걸 원망하는 건 아니지? 내가 받아서 그나마 여기까지 변화하고 더 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은 거잖아!"
"그래 알아. 그건 대단하지, 네가 아니라면 아무도 하지 못했을 거야. 근데 네 삶은 어디로 갔는데? 네 방 좀 봐. 네 삶이 대체 어디 있지? 그나마 흔적이라고 찾은 게 저 셔츠들이나 야구공, 글러브잖아. 네 학창시절 사진은 찾지도 못했고... 저 글러브마저도 네가 정말 좋아해서 닳은 건지 훈련하느라 닳은 건지 확신이 안 서더라."
"... ..."
"넌 이제 브래들리 브래드쇼라는 이름도 못 쓰는 사람이야, 루스터."

말을 많이 한 것은 매버릭인데도 어쩐지 루스터의 숨이 가빴다. 루스터를 기다려주듯 잠시 침묵하던 매버릭은 조심스레 말했다.

"떠나자, 응? 내 친아버지의 성이 미첼이었다더라. 피트 미첼, 브래들리 미첼. 이렇게 살자. 브래드쇼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 ..."

"부탁이야, 브래들리."





8 https://hygall.com/51634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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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 생각 안하고 그때그때 쓰니까 뿌리지도 않은 복선을 회수하느라 갑툭튀가 심하다ㅋㅋㅋ 아직 이 집에 온 지 하루도 안 지난 게 말이 되냐
탑건 루스터매버릭 루버릭

2022.12.26 21: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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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 눈치 대박이다..브래들리가 듣고 싶었던 말도 해주는거 같고ㅠㅠㅠㅠㅠ 브래들리가 사랑하는 이유가 있어...너무 좋다 센세ㅠㅠㅠ
[Code: 4781]
2022.12.26 21: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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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내센세 왔다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기다렸어 정독하고올게
[Code: 54a9]
2022.12.26 2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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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매끄럽게 흘러가지... 하루도 안돼서 다 파악한 매버릭 하 너무 발린다ㅌㅌㅌㅌㅌㅌㅌㅌㅌ 매브가 브래들리랑 함께 서면 진짜 천군만마이긴 하겠다ㄷㄷ 하지만 떠나자고 제안을 하네ㅠㅠ 사실 이것도 좋아 브래드쇼를 떠나서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둘만 알콩달콩 잘 사는거.....
[Code: 54a9]
2022.12.26 2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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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매버릭만은 루스터에게 패륜의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부분 너무 좋아서 소름돋음ㄷㄷㄷㄷㄷㄷㄷ당연히 아버지를 그렇게 극도로 증오하게된 이유가, 아버지를 몰아낸 이유가 모두 매버릭이기 때문에 매버릭만은 루스터한테 손가락질 하면 안되지 그치 뭔가 매버릭한테 넹글 돌은 느낌이라 너무 좋네ㅠㅠㅠㅠㅠ센세 사랑해...
[Code: 54a9]
2022.12.26 2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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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내센세다 크아아아아악
[Code: 5c10]
2022.12.26 2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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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매브 진짜 루스터 잘알이고 똑똑한데 피트 미첼과 브래들리 미첼로 살자니 결혼해라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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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6 22:56
ㅇㅇ
성바꾸는건 결혼뿐이다 가즈아!!
[Code: 76d8]
2022.12.26 2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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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가 과연 지금 사업을 다 버리고 피트 미첼과 떠날 수 있을까? 매버릭 ㅈㄴ 상황파악 능력 대단하고 프로같아서 발려 브래들리 미첼로 살자는건 매버릭 입장에선 형 동생으로 지내자는건데 루스터는 다른걸 원하고 있다는게 너무 마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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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7 1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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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이 생각보다 훨씬 똑똑했고 루스터가 말하는걸로 봐서는 당장에는 브래드쇼를 버리지 않을거같은데 제발 둘이 또다시 헤어지지만 않았으면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57d]
2023.01.01 1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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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래들리 ㅠㅠㅠ미ㅜㅠㅠㅠ첼 ㅠㅠㅜㅠㅠㅠㅜㅠㅠㅠ
[Code: 54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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