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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15:20
1편 의붓형제인 루버릭으로 루스터가 그렇게 경멸하던 제 아비와 똑같이 되는거
전편 "난 당신 못믿어. 언제 또 죽을지, 언제 또 사라질지 어떻게 아냐고."
식당에서 태연히 식사하던 밥은 혼자 내려온 루스터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매버릭은요?"
"내 방에. 맵이 먹은 건 이게 다야?"
루스터는 매버릭의 접시 위 몇입밖에 사라지지 않은 샌드위치를 보며 말했다.
"네. 자리에 앉은 지 얼마되지 않아서 루스터가 내려오셨으니까요."
매버릭에게 새로 식사를 가져다주라 이른 루스터는 매버릭의 자리에 앉아 남은 샌드위치를 제가 먹어치웠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보던 밥이 입을 열었다.
"매버릭이 이전 보스가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보시던데요. 그래서 루스터에게 직접 물어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게 나을 것 같아서요."
"음. 잘했어."
"그리고 왜 자신을 죽은 걸로 알고 있지 않는 건지도 궁금해하셨어요."
"그래서?"
"그거야 모른다고 했죠. 모르니까요."
루스터는 정수리를 보인 채 샌드위치를 먹다가 눈을 슬쩍 들어 건너편에 앉아있는 밥을 봤다.
"그것도 잘했네."
칭찬에도 밥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일 뿐이었다.
밥은 매버릭이 정비소 일을 꽤 재미있어했다는 것도 알려줬다. 매버릭이 정비소에서 일했다는 건 이미 피닉스의 조사로 알고 있었지만, 흥미를 느꼈음은 루스터에게도 새로운 사실이었다. 루스터는 눈썹을 들썩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 어릴 때도 장난감 잘 고쳐줬어. 자기가 몰고 다니는 오토바이도 재주껏 손보고. 정비소 하나 차려줘도 좋겠네."
똑똑한 밥은 이미 매버릭이 정비소를 거절했으며 심지어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다 말했다는 사실은 묻어두기로 했다.
무리에 쉬이 섞여들지 못하는 듯한 밥을 본 사람들은 그의 눈치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밥은 그 반대에 가까웠다. 어릴 적부터 눈치를 보며 자란 그는 사람들을 기민하게 관찰하고 그 사이에 오가는 감정을 파악할 줄 알았다. 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피닉스는 네 이름의 밥이 눈칫밥의 밥이냐는 말까지 했을 정도이니.
사람들이 오해의 근거로 삼는 밥의 사례들은, 밥이 눈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눈치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눈치를 보고도 어리숙한 척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다거나.
지금도 밥은 매버릭과 루스터의 첨예한 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어쩌면 매버릭과 루스터보다도 더.
그러나 그는 대부분 그렇듯이, 모른 척하고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기를 선택한다.
"매버릭이 저희 일을 도와주실 수도 있으실까요? 일대일로 보스를 이긴다면 정말 훌륭한 재원인데요."
"맵이 싫어하는 일, 위험한 일은 안 시키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지금 그 사람을 방에 가둬두냐는 핀잔이 밥의 혀끝까지 나왔다가 들어갔다. 그러나 루스터는 밥의 눈빛만 보고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이미 알았다.
"피트는 내 방에 있는 거 싫어하지 않을걸? 위험하지도 않고."
"네, 그러시겠죠. ...아. 다른 건 몰라도 보스 호위는 꼭 부탁하고 싶은데. 매버릭이 루스터랑 맞먹거나 보다 더 강하다면서요."
그 말을 들은 루스터가 식탁에 앉은 이래로 처음으로 허리를 펴고 제대로 앉았다.
"그거 참 솔깃한 이야기네."
방금 위험한 일은 안 시키신다면서요... 밥은 이번에도 말을 삼켰고, 루스터는 이번에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
루스터의 방 안에 혼자 남겨진 매버릭은 침대에 몸을 던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사용인이 들고 온 식사는 몇 입 먹히지도 않고 차게 식어갔다.
매버릭은 갇혀 있다는 것은 신경쓰이지 않았지만-위험 요소 하나 없이 쾌적할 뿐만 아니라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여기서 나갈 수 있었다-루스터가 그를 믿지 못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믿지 못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와 반대로 세상 사람 모두가 매버릭을 이해하지 못해도 루스터만은 그를 이해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자기도 나랑 같은 상황이면 똑같이 할 거면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매버릭은 갑자기 루스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만약 루스터가 매버릭과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그 또한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숨는 방법을 선택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매버릭 또한 그의 선택에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았다. 마치 지금의 루스터처럼.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루스터의 배신감은 분노로 이어졌으나 매버릭의 배신감은 끝없는 슬픔과 자책으로 이어질 거라는 점이다. 내가 왜 그 아이를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게 놓이게 해서...
루스터가 안다면 또 다시 불 같이 열을 낼 만한 생각이다.
쓸모없는 고민은 그만두기로 한 매버릭은 침대에서 허우적대던 걸 그만두고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루스터가 어떤 시간을 살았는지 알려줄 단서들을 찾기 위해서. 처음 들어왔을 때도 느꼈지만 이 사용감 없는 가구와 소품들은 깨끗하다 못해 척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손때가 더 묻은 구석을 살펴보니 그의 취향이 얼핏 보였다.
넓은 드레스룸에서도 화려한 패턴의 셔츠들이 손이 닿기 쉬운 곳에 걸렸고, 각종 스포츠 도구 중에서는 UFC 글러브와 야구공이 더 닳아 있었다. 쓰레기통이나 서랍을 보면 간식거리는 잘 안 먹는 것 같고. 처음에는 그가 깔끔한 성격으로 변한 줄 알았는데 그건 단지 사용인의 실력일 뿐, 서랍 내부를 보면 여전히 칠칠맞게 산다는 것도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서류는 정리하고 살아야지, 브래들리."
루스터의 과거 사진이 있을까 싶어 쌓여 있던 서류를 들춰보던 매버릭은 역시나 엉망으로 어질러진 문서들을 보고 혀를 찼다.
루스터만 볼 수 있는 내용일까봐 잠시 멈칫했다가, 그런 중요한 거였으면 나를 여기 두지 말았어야지-라는 '매버릭'다운 마음가짐으로 제 마음대로 정리를 시작했다.
*
본격적으로 일을 물려받고 나서는 저택의 가장 큰 서재이자 사무실을 썼기 때문인지, 루스터의 방 서랍에 처박혀 있던 것들은 대부분 7,8년 전의 일, 최근이라 해봤자 5년 전의 일을 다루는 문서들이었다. 슬쩍 본 내용으로는 종잇장들의 순서만 엉망이지 문서화는 형식에 맞게 잘 되어있기에 매버릭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우선은 그 어린아이가 이런 일을 할 정도로 큰 게 신기했고, 그 실력이 좋았기에 뿌듯했지만, 이 실력을 양지에서 쓸 수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 복잡미묘함이 깨진 것은 매버릭의 눈에 익숙한 이름이 하나 들어왔을 때다. 매버릭도 5년 전까지는 조직에 소속해 있었으므로 아는 내용이 겹치는 건 이상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사건의 경위가 매버릭이 아는 것과는 다르게 작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문서는 분명 조작되어 있었다.
매버릭은 아까 대충 넘겼던 문서들도 다시 살폈다. 꼼꼼히 읽어보자 이 서류들도 누군가 고의적으로 손을 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나도 빠짐 없이 다. 문제가 있는 서류들만 모아둔 것일까? 왜 폐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매버릭은 꺼림칙함을 느꼈고 그는 제 직감을 믿는 남자였다. 게다가, 이 조작들은 모조리 이전 보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그를 겨냥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루스터가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나, 이렇게 서류들에 먼지만 쌓여가는 걸로 보아서는...
"뭐해?"
생각에 빠져 복도의 발걸음소리는 커녕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한 매버릭이 고개를 홱 돌렸다. 매버릭의 예민한 반응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방을 한 번 훑어본 루스터는 매버릭 앞에 열린 서랍장을 보고는 알만하다는 듯 작은 콧김을 내뿜늘 뿐이었다.
"루스터. 이거 뭐야?"
"봤어?"
"설마 이거 다 네가 꾸민 거야?"
"아까 밥한테 아버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물어봤다며?"
"말 돌리지 말고, 브래들리."
"말 돌리는 거 아닌데. ... 내가 죽였어, 아버지. 그것들로."
루스터가 매버릭의 손에 든 서류를 향해 턱짓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매버릭은 그 말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라도 하는듯 눈썹을 한껏 찌푸린 채로 가만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한 마디를 뱉었다.
"... 맙소사. 네가 살인을 했다고."
"매버릭,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데 설마 사람 하나 안 죽여봤겠어? 죄없는 사람 아니고 불법조직의 대가리라는 새끼면 차라리 다행 아닌가. 그 사람은 살면서 죄밖에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 그래도... 그래도, 왜 네가... 너는 그런 애 아니잖아."
매버릭은 곧 있으면 울 것 같았다. 아니 지금도 울고 있나? 루스터는 그 눈물이 달갑지 않았다. 저 때문에, 저를 위해 흘리는 눈물임을 아는데도 지금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서 눈을 뗄 수는 없었다.
루스터는 매버릭이 생각하는 자신을 어떻게 셍각하는지 다시 알게 될 때마다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매버릭은 루스터를 떠올릴 때면 여전히 순진무구하고 무결한 어린아이를 그렸다. 정자 루스터는 그 어린아이를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왜, 이제는 당신 눈에도 내가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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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루스터매버릭 루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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