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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 오메가는 임신 기간이 짧고, 그만큼 작은 아기를 낳는다. 그마저도 요즘은 알파들이 품어주지 않으니 출산하는 오메가 숫자가 줄어들었다. 햇빛을 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방에 틀어박힌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는 심부름꾼을 시켜 과일 따위를 매일 갖다 바쳤다. 상인은 요즘 따라 과일을 찾는다는 우두머리가 의아했지만 돈을 벌 수 있으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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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어요... 안 먹을래요..."

요즘들어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다. 과일도 고기도 전부 마다하고 상을 물리기만 하니 스즈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복숭아 한 조각도 못 먹이는 바보 같은 하인을 방 밖으로 내쫓고 직접 접시를 들었다.

"입 벌려요."

"나중에 먹을게요... 못 삼킬 것 같아요..."

"나중에 게워 내더라도 일단 먹어요."

마치다는 입을 작게 벌려 그의 손에 들린 복숭아 조각을 베어먹었다. 입술 사이로 살짝 들어왔다 나가는 손가락이 굵고 거칠었다. 과즙이 매달린 아랫입술을 그가 혀로 핥았다.

"씹어 삼켜요. 어미가 먹어야 애도 받아먹지."

울상으로 과육을 씹는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그는 몰래 성욕을 눌렀다. 제 오메가가 임신한 뒤로 전혀 하지 못하고 있으니 갈증이 날 만도 했다. 예쁜 입술이며, 긴 속눈썹이며 보고만 있는 게 고문이었다.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어루만지니 어깨가 동그랗게 말렸다. 알파는 오메가의 젖이 차오르는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았다. 당사자 보다 임신 사실을 먼저 눈치챌 만큼.

"아파, 아파요..."

"곧 새끼를 줄줄이 낳게 될 텐데, 가슴이 이렇게 작고 여려서야... 젖이 금방 끊기겠군요."

유두를 잡고 살짝 비틀며 아파하는 얼굴을 살폈다. 금방 속눈썹에 눈물이 맺혔다.

"아들인가 보네요."

"네...? 어떻게 알아요...?"

"내가 지 엄마 아프게 한다고 화났네."

거칠고 투박한 손이 배를 타고 내려와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축축하게 젖어있는 살덩이를 놀리듯 손가락이 툭툭, 공알을 때렸다.

"알파 새끼는... 어미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다른 알파를 경계해요. 그게 아버지일지라도 말이죠. 쌍둥이를 임신하면 꼭 둘 중 하나는 죽은 채로 태어난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다리 사이로 얼굴을 넣은 그는 예쁘게 갈라진 살덩이를 게걸스럽게 맛보기 시작했다. 마치 복숭아를 통으로 베어 먹는 것처럼 즙이 흘러넘치는 소리가 났다.

"흐으... 아, 하... 안 돼요..."

"이 집에서 안 된다는 말은 쓰지 마세요."

삽입은 하지 않을 것이었지만 보란 듯이 집어삼키고 싶었다.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알파 새끼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똑똑히 알 수 있도록. 이 오메가가 누구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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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마치다가 입맛을 되찾았다. 이러다 곧 위장이 터질 거라며 하인이 안절부절못할 정도였다. 우두머리 집으로 들어가는 과일과 고기의 양이 어마어마해졌다는 소문이 마을에 파다했다. 심부름꾼을 잡아다 그 담장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물어도 속 시원한 답은 안 나왔다. 그도 딱히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2층에는 모든 심부름꾼의 출입이 금지됐다고만 말했다.

"양파랑 토마토가 듬뿍 들어간 카레... 먹고 싶어요."

"아, 저녁 식사로 만들도록 얘기해 둘게요."

"그... 다른 사람 말고... 직접 해주시면 안 돼요?"

요리를 해달라는 말이 마치 외계어처럼 들려 한참을 눈만 깜빡였다.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상황 자체가 묘하고 낯설어 대답이 늦었다.

"못 할 거 없죠. 방에 있어요. 그럼."

마치다는 말을 듣지 않고 몸에 이불을 둘둘 만 채로 1층 주방에 따라 내려갔다. 커다란 등을 보이고 분주하게 카레 만들 준비를 하는 모습이 제법 가정적으로 보였다.

"준이 해주는 음식은 저한테 너무 짜요."

"그랬어요? 그럼 진작 말을 하지."

"다른 사람은 잘 먹길래요..."

그가 고개를 휙 돌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날 말하는 거예요?"

양파 썰던 손을 물로 깨끗이 닦고 식탁 앞에 온 그가 이불 안으로 손을 넣어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목에 닿은 손이 차가워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이제 아이도 있는데, 서방님이나 여보 같은 제대로 된 호칭을 써야 하지 않겠어요?"

"아... 그런 호칭은 제가... 한번도..."

이마와 눈가에 천천히 입술 도장을 찍으며 내려갔고, 그는 입술을 맞대기 전 작게 속삭였다.

"그런 거라도 내가 처음을 가져야죠. 몸은 이미 남이 썼던 거니..."

우습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에게 처음을 주지 못한게.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그에게 점점 속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감정은 아니고, 새끼를 품은 어미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보호 받을 나무를 찾아 알아서 오르는 것. 둥지를 틀고, 그 안에 자기 전부를 풀어놓는 것. 살 길은 빨리 찾을 수록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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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