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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1:18


“남편 모국언데 영원히 자장가로만 쓸 겁니까?”

“심장마비로 죽이려는 겁니까?”

“여보가 이러고 집에 왔는데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 펄럭 패치, 무순적 허용 주의





아빠가 밥도, 간식도 모두 허니에게 일임해버리니 로잘리는 당황하는 것 같았다. 이제 숨지도 않고 정면으로 다가와 허니를 팜팜 때리고 호다닥 도망가는 게 누가 봐도 불만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로잘리가 와서 다리에 몸을 비비고 배를 까보이며 애교를 부려도, 밥그릇을 하루종일 툭툭 치고 돌아다니며 항의를 해도, 대놓고 양양 울며 아빠의 발을 두드려도 세자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로잘리가 무슨 짓을 해도,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남편과 고양이의 눈치를 동시에 보는 허니만을 단호하게 가리키는 세자르였다.
 
“언니가 줄 거야. 언니한테 달라고 해.”
 
불퉁하게 올려다보며 꼬리를 느리게 흔드는 로잘리 곁에 쪼그리고 앉아 허니가 그릇에 조심스럽게 사료를 부어주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간식 내놓으라고 바닥을 팜팜 두드려대면 옆에서 얼른 튀어나가 뭐라도 주려는 허니를 세자르가 한 팔로 간단하게 막으며 나지막하게 코치를 했다.

“성질 부릴 때는 받아주면 안 됩니다. 자기가 위인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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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딴에는 버텨보려 한 듯했지만 짐승은 어쩔 수 없었다. 먹을 것 주는 사람이 대장이었다. 어색하게 다가와 야아앙, 하고 조그맣게 울며 공손하게 부탁을 하게 된 로잘리에게 간식을 까주며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편과 고양이를 번갈아 쳐다보는 허니를 보고 세자르가 웃었다.
 
급기야 소파에 옆으로 늘어진 허니의 배에 엉덩이를 붙이고 동글게 말려 있는 로잘리를 보게 되자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 세자르였다. 그 앞 바닥에 앉았는데 로잘리는 아빠 곁에 앉겠다고 냉큼 내려오기는커녕 눈만 게으르게 깜박이며 허니의 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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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주고 간식 주는 사람이 목욕시키고 발톱 깎는 사람보다 좋은 겁니다.”
 
세자르가 피식 미소지으며 말했다. 허니가 조심스럽게 만져보아도 고양이는 피하지 않았다. 신기해 죽겠다고 눈을 반짝이는 어린 아내를 세자르가 재미있게 구경했다. 너무 오래 만졌다가 기어코 한 대 얻어맞고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는 소리내서 웃었고.
 
“언니 때리면 안 돼, 로잘리.”
 
고양이 코를 살짝 누르며 세자르가 말했다. 로잘리가 입을 벌려 그 손가락을 살짝살짝 무는 장난을 시작했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허니가 말했다.
 
“이 애한테 저를 언니라고 하시네요.”
 
무슨 맥락인지 몰라 쳐다보자 허니가 아리송하다는 얼굴을 했다.
 
“여보는 아빤데?“
 
몇 박자 후 때늦은 깨달음이 서서히 찾아왔다. 미묘한 표정이 되어 대답을 못하는 세자르를 보고 허니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콩가루 아니에요? 이 집 무슨 일이야? 나는 아빠랑 결혼했네?”
 
“……싱거운 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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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맞잖아요.”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하게 눈을 깜박이는 허니 앞에서 세자르가 어쩔 줄을 모르며 “아니 뭐 언니가 뭐, 친언니만 있나.” 라고 중얼거렸다. 아내가 무척 짓궂은 사람 -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장난기로 똘똘 뭉친 애 - 임을 간과한 악수(惡手)였다.
 
“내가 이 애 새언니이려면 여보는 로잘리 오빠여야 한다구요, 오빠.”
 
점점 이상한 길로 빠지는 대화에 당황한 세자르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한참 어린 아내 입에서 “오빠”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비록 연인의 애교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무척 쑥스러웠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기가 막혔다. 남의 속도 모르고 허니가 짓궂은 표정을 했다.
 
“엄머, 왜 빨개지세요? 고양이 오빠 하니까 좋아요?”
 
“무슨…… 좋을 게 그리도 없답니까. 고양이 오빠 해서 뭐하게요.”
 
안경을 밀어올리며 세자르가 불퉁하게 말했지만 허니는 위축되기는커녕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아이고, 그럼 오빠 자체가 좋으신 거네요? 어린 여자가 오빠라고 부르니까 좋아요? 네에?”
 
순식간에 시뻘개지며 고개를 번쩍 들자 허니가 흐학 하고 신이 나서 놀라는 척을 하며 고양이 뒤에 숨었다. 이제 제법 친해졌다고 로잘리가 토실한 허리가 붙잡히고서도 멀뚱멀뚱 가만히 있다가 하품이나 했다.
 
조걸 그냥, 이라는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서 이로 꾹꾹 다지고 있다가 저 혼자 스르륵 풀어진 세자르가 리모컨을 집어들며 말했다.
 
“말 나왔으니까 말인데.”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TV의 채널이 느리게 틱, 틱 돌아갔다.
 
“그 반대의 이야기입니다만, 나이 많은…… 사람이랑 사는 거, 괜찮습니까?”
 
아무 문제도 없는 안경이 괜히 벗겨져 천천히 닦였다.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박이며 “갑자기요?”라고 물었다. 귓가가 더 붉어졌지만 세자르가 입술을 꾹 물더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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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 나잇또래 여성들처럼 멋진…… 오빠, 를 원했을 텐데 아저씨랑 웨딩 마치 올리지 않았습니까.”
 
“이혼해요?”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냉큼 물었다. 이번에 눈이 동그래진 것은 세자르였다. 애꿎은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며 TV를 보는 시늉을 하던 것이 단숨에 끝나고 세자르가 고개를 홱 돌려 제 옆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허니는 태연했다.
 
“연애하다 결혼한 건 아니지만 분명히 한 번 만나봤고 제가 동의해서 딴딴딴도 한 건데 갑자기 왜 이러시죠, 새삼. 나이 차이가 오늘 갑자기 생겼나요? 어떡해요, 이혼해요?”
 
“어떻게 그런……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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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새주둥아리 같은 조그만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 쓸데없는 소리 왜 하세요.”
 
도대체 이길 수가 없다는 생각에 세자르가 입을 다물었다. 허니가 빠안히 눈을 맞췄다. 한참이나 마른 세수를 하다가 세자르가 물었다.
 
“왜…… 동의했습니까?“
 
조용히 쳐다만 보고 있던 허니가 토독 던지듯 말했다.
 
“이뻐서요.”
 
“……예?”
 
얼굴을 만지던 두 손을 허공에 띄운 채로 세자르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내리누르려는지 씰룩씰룩 움직이는 입가에 힘을 주며 허니가 대답했다.
 
“처음에 나이 듣고는 뭐, 쳐다도 안 보려고 했죠. 싫다는 말 안 들어주면 아빠 회사 가서 회의 시간에 책상에 누우려고 했단 말이에요? 근데 한 번 얼굴이나 보는 건 어떨까 했어요. 우리 만난 레스토랑이 제가 되게 좋아하는 데거든요. 예약 잡기 되게 힘든 덴데 엄마가 거길 예약해놨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 이야기는 예전에도 한 번 들은 적 있었다. 아내는 그때 스페인식 소꼬리찜을 시켰다. 그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만나기 전날 밤에 주고받은 문자에서 이 아이가 당당하게 자신은 “소꼬리가 목적”이라고 종알거렸기 때문이었다. 일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근데 배 나오고 머리 까진 아저씨를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예요. 그리고 웨이터 안내 받아서 자리에 갔는데 웬 너무 이쁜 아저씨가 있어가지고.”
 
꼬리를 느리게 흔드는 로잘리를 쓰다듬으며 허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빨개진 세자르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뭐, 걱정하세요? 저 싫었으면 결혼식에 나타나지도 않았어요. 아니다, 나타났겠다. 그리고 주례 선생님 앞에서 스트립쇼 해서 우리 아빠 고개도 못 들고 다니게 했겠죠.”
 
꼭 저 같은 말만 골라 쫑알쫑알 떠드는 것이 기막혀 여전히 붉은 얼굴을 하고 쳐다보았는데 아내는 고양이 꼬리를 만지작거리다가 기어이 뺨을 맞고 있었다. “너 이러면 간식 안 줘.”라고 으름장을 놓다가 한 대 더 맞는 것을 보고 웃음이 터진 세자르가 아내에게 줄 간식을 가지러 일어났다. “초콜릿 먹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조금 지나치게 큰 소리로 숨을 들이마시더니 “네!”라고 씩씩하게 즉답하는 것에 웃음이 다시 한 번 터졌다. 귀끝이 빨간 채로 부엌으로 향하는 아빠를 고양이가 물끄러미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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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너붕붕 스완아를로너붕붕 스완너붕붕

 
2024.05.05 01: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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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아 달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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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1: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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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부랑 고영까지 완벽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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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2: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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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커여워ㅠㅠ 이 부부랑 고영이까지 영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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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2: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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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해ㅠㅠㅠ 로잘리도 세자르도 허니한테 길들여지고 있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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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8: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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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ㅠ하 ㄱㅇㅇ 이제 야옹이도 길들여지고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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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8: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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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오빠 소리에 뚝딱거리는 왕감자 좋아요ㅠㅠㅠ 로잘리 허리만 잡혀서 덜렁 들려있을거 상상하니까 너무 귀여움ㅠ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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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9: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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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내가 다 설레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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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1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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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아 ༼;´༎ຶ ۝༎ຶ`༽ 달다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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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1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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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쳤어 너무 좋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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