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잔스키 가문에서 나는 냄새가 마음에 안 드는 레스타 : https://hygall.com/586001145
2. 상견례 끝나고 8시간 만에 손주가 생긴 패트릑과 조셉 :https://hygall.com/586128280
3. 갈비뼈가 나간 뱀파이어는 지하실의 관에 고이 누워 : https://hygall.com/588289047





아주아주 멋지고 근사한 요정이 살고 있었어. (레스타: 그게 누군데?) 응? 당연히 잭이지! (레스타: …. / 패터슨 : 레스타, 표정 관리 해요.)
잭은 말야. 언제부터 살았는지는 몰라. 그냥 눈을 떠보니 숲이었고, 숲속 친구들이 가득했어. 그거 알아? 잭은 태어났을 때부터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고, 높은 나무를 탈 수 있었고, 많은 친구들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었어. 모든 숲속 친구들은 잭을 참 좋아했고 잭도 친구들이 참 좋았어. 숲속의 유니콘들도 모두 잭을 사랑했지. 있잖아. 잭은 정말 행복했어. 숲속에선 목마를 일도 없었고, 배고플 일도 없었고, 시드는 일도 없고…. 친구들도 많고! 너무 좋았거든. 



그러던 중에 매드마티건을 만났어. 
처음 만났을 때 매드마티건은 말야. 덩치가 아주 크고 비열하고 무서웠어. (레스타: ? / 패터슨: ? / 조셉: ? / 패트릑: ???) 진짜야! 진짜로 무서웠어.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친구들도 똑같은 마음이었는걸. 저런 인간이 숲을 해치면 어떡하지? 그러게. 숲을 해치면 안되는데. 자꾸 불안한 와중에 작은 새들도 떠들어댔지. 내가 봤어. 저 인간은 같은 동족도 속이고 속여서 쫓기고 있었어! 하고 말야. 그래도 잭이 봤을 땐, 숲을 해칠 만한 힘은 없어보였단 말이야. 요정 친구들도 그랬구. 그냥 조용하게 지나게 내버려두자고. 나쁜 짓을 하는 것 같다 싶으면 내쫓자고 말야. 그래서 잭은 몸을 숨겼지. 절대 매드마티건을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닌데….


그런데 조금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고 매드마티건이 그만 잭에게 화살을 쏴버렸지 뭐야! 
물론 잭은 운동 신경이 아주 좋으니까 화살은 피했지만, 그만 나무 위에서 떨어졌어. 잭은 화가 엄청 났지. 잭이 이렇게 떨어졌는데도 매드마티건은 비열하게 화살을 겨누고 있고 말야! 그래서! 잭이 주먹으로 매드마티건을 때려서 기절시켰어. (패트릑: …호오? / 패터슨: 아버지, 왜 어머니의 주먹과 잭의 주먹을 번갈아가며 보시는 거예요.) 저기, 잭 이야기 듣고 있는 거야?

흠, 아무튼 말야. 그냥 도망칠까 말까, 고민했는데 잭이 때려서 기절한 거니까 그냥 둘 수가 없잖아? 잭은 아주 힘이 세니까 인간을 이렇게 메고, 햇빛이 아주 잘 드는 들판으로 갔어. 아픈 사람은 따뜻해야 한댔거든. 그런데, 진짜 많이 아프긴 했나 봐. 매드마티건은 깨어나서 잭을 보자마자 갑자기 머리를 쥐곤 아주 많이 아프다고 했어. 그래서 잭이 돌봐주기로 했지. (조셉: 수작질…. /레스타: 수작질이네.) 


아무튼 매드마티건은 처음엔 아주 별로였어. 잭이 사는 숲은 모두가 친구라서 고기라는 게 없는데 자꾸 사냥을 하려 들고, 숲을 살펴보겠다고 여기저기 헤집어 대면서 도토리를 발로 밟았지. 덕분에 열심히 모아둔 도토리를 잃어버린 다람쥐가 잭에게 찾아와 엉엉 울기도 했어. 그래서 잭이 화가 나서 또 한 대 더 때렸어. 때리니까 매드마티건은 말을 잘 듣더라고? (패트릑:…. / 조셉: 왜 절 보세요?) 하지만 모두가 매드마티건을 두려워하는데, 더는 숲에 둘 수 없잖아? 그래서, 잭이 매드마티건에게 숲밖으로 나가는 길을 알려줬어. 매드마티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떠났어.


그런데, 그날 황야에 사는 고블린들이 숲으로 쳐들어온 거야. 황야에 사는 고블린들은 아주 악독해서 유니콘의 뿔을 베어가려 하고, 요정 친구들을 못살게 굴기도 했거든. 숲 속 친구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어. 잭도 열심히 싸웠어. 그러다 잭이 한 번 넘어졌는데, 이때 매드마티건이 나타나서 고블린을 해치워줬어. 매드마티건은 돌아가다가 고블린들을 보고 돌아왔다고 말했지. 그러면서 매드마티건이 검을 들고 이렇게, 움직이는데 엄청 빠르고 멋있었다? 매드마티건이 도와준 덕분에 우리는 고블린과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어!


그때 알았던 거야. 매드마티건은 사실 엄청 강하고 다정한 사람인 걸! 싸움이 끝나고 매드마티건은 다친 요정 친구들을 치료하는 것도 도와주고, 다시는 고블린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날카로운 가시덤불을 사방에 치는 걸 도와줬어. 매드마티건은 그걸 은혜를 갚는 거라고 말해줬어. 잭이 매드마티건을 도왔으니, 매드마티건도 잭을 돕는 거라고 말야! 그리고 잭이 매드마티건을 치료해준 은혜는 아주아주 오래 갚아야 한다고 했지. 매드마티건, 진짜 멋있었어! (레스타: 콩깍지네. / 조셉: 멋있는데? / 패트릑: …여보?)


그렇게 매드마티건은 다시 우리의 친구가 되었어. 물론 숲 속 친구들 중 몇몇은 매드마티건을 믿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매드마티건의 진실함을 믿어주었어. 매드마티건은 더는 고기를 찾지 않았고, 작은 숲 속 친구들 모두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어. 우리는 함께 엘더베리 와인을 나누어 마시고, 웃고, 떠들었어. 또, 함께 숲속을 거닐었고, 달콤한 나무 열매를 나누어 먹기도 했어. 또 함께 들판에 누워 같은 은하수를 보기도 했어. 있잖아? 매드마티건의 눈동자는 빛을 받으면 별빛이 내려온 것처럼 아주아주 반짝거렸어. (레스타: 콩깍지 아냐?) 아니야! 진짜로 반짝였어! 그리고 쪼끔 부끄럽지만 잭이랑 매드마티건은 뽀뽀도 했어! (패터슨: 애를 낳으려면 뽀뽀는 해야….) 매드마티건은 잭이 처음부터 좋았대. 잭은 너무 기뻤어! 잭도 매드마티건이 너무 좋았거든. 정말로, 너무 행복했어.


있잖아. 너무 행복하면, 늘 함께 하고 싶잖아? 매드마티건도, 잭도 그랬어. 하지만 매드마티건은 인간이야. 유니콘들도, 숲속 친구들도 그걸 알고, 잭도 그걸 알아. 인간은 우리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니까… 잭이 매드마티건의 아이를 낳은 건, 유한한 존재들은 아이를 낳음으로써 무한해진다고 유니콘들에게 들었기 때문이야. 아이들은 모두 매드마티건을 쏙 빼닮았고 건강했어. 하지만 절반이 요정이라 해도 아이들은 결국 잭처럼 오래 살 수는 없었지. 잭은 그때 마음이 참 힘들었어. 그때 매드마티건은 말해줬어. 잭이 매드마티건을 오래오래 좋아해준다면 매드마티건은 잭의 마음 속에 무한한 존재로 남아있을 거라고 말야. 그래서 잭이 매드마티건과 약속했어. 잭은 아주아주 오래 사니까, 매드마티건과 아이들을 꼭꼭 지켜주겠다고 말야. 매드마티건도 그때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는데….


매드마티건은 어느날 갑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어. 숲 속 친구들은 매드마티건이 아이들을 데리고 숲밖으로 벗어났다고 했지. 잭은 지금도 매드마티건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대체, 대체 왜? 잭은 너무, 너무 슬펐어. 요정 친구들은 잭에게 말해줬어. 사실 매드마티건이 황야와 맞닿는 접경에서 피를 빨아먹는 불길한 생명체와 만났대. 또, 숲 속 친구들은 말했지. 어차피 매드마티건을 찾아도 그 역시 인간이니 네가 찾아냈을 땐 이미 죽었을 지도 몰라. 유니콘들은 말했지. 매드마티건이 영생에 대해 물어본 적 있대. 하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니 실망하더라고. 그래서 떠난 걸지도 모른다고. 인간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니까, 매드마티건이 잭을 속였을 지도 모른다고.


잭은 말야. 그런 말은 안 믿었어. 매드마티건은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게 친구들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인간 세상으로 나와 수십 년을 방황했어. 그러다 마침내 그 애를 만났지. 매드마티건과 사이에서 태어난 첫번째 아이를 말야. 그 애는 다 자라서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의 자손까지 보고 이제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둘째와 셋째는 이미 세상을 떠났대. 남은 건 그 애 뿐이었어. 그 애는 잭을 보면서 다시 만나 기쁘다고 웃었고, 또 울었어. 아버지가 동화 속 어머니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려줬다고, 희미하게 남은 숲에서의 기억이 진짜여서 너무도 기쁘다고 했어. 그렇지만, 그 애도 매드마티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랐어. 매드마티건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자 양부모를 붙여주곤 떠났다고 해. 지금은 아마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세상을 떠났을 거라고.


그 애가 떠나고 잭은 참 많이 울었어. 
잭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슬펐어. 그런데, 울고 있는 잭에게 그 애의 아이가 낳은 어린 아이가 와선 손수건을 건네주는 거야. 매드마티건을 꼭 빼닮은, 별빛으로 물든 그 눈을 하고선.


그때 잭은 생각났어. 잭에게 아무것도 남은 게 아니야. 약속이 있었지.
오래오래, 우리 아이들을 쭉 지켜주기로.



…여기까지야.


잭은 코를 크게 훌쩍이며 이야기를 끝마쳤어. 




불멸과 필멸.
불멸하는 것들이 필멸하는 것들을 사랑하면 따라오는 딜레마가 존재하지. 레스타도 가지고 있는 딜레마야. 레스타는 그날 동이 트기 직전까지 창밖을 바라보았어. 짙은 어스름 너머 푸른 빛이 지평선 너머에 일렁이기 시작했지. 그러자 뒤에서 뻗어나온 손이 얼른 커튼을 쳤어. 레스타가 뒤를 돌아보니 패터슨이 있었지. 잭이 이야기를 마치고 훌쩍이는 것을, 패트릑과 조셉에게 맡기고 오는 길이야. 패터슨은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레스타에게 물었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별 거 아냐. 
잭 얘기 때문에 그래요? 
뭐,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보다 조셉도, 패트릑도 잭 얘기에 안 놀라네? 조상님이 좀비처럼 나타난 건데.
그건 아무래도….


패터슨은 말끝을 흐렸어. 레스타는 대수롭지 않게 두 눈을 깜빡였지. 패트릑과 조셉이 잭의 이야기에 놀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어. 이미 몇백 살 먹은 뱀파이어가 며느리로 들어왔는데, 고블린이니 요정이니 하는 세상에서 조상님이 온 것쯤이야 면역이 생긴 모양이었지.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딱히 놀랍지는 않단다. 패트릑은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패터슨도 요정이니 정령이니 하는 이야기는 아직 적응이 잘 되질 않는데 말이야. 카잔스키와 요정이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레스타.
왜? 
난 레스타 곁을 안 떠나요. 
당연한 소릴. 설령 네가 도망가더라도, 난 저 칠칠맞은 멍청이처럼 내 반려를 놓치진 않을 거야. 


레스타가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지. 그 모습마저도 레스타는 참 아름답지. 패터슨은 레스타를 바라보다 가볍게 입을 맞추었어. 입술이 떨어지고 나면 레스타는 아쉽다는 듯 살짝 속눈썹을 바르르 떨곤 해. 패터슨은 그 속눈썹에 대고 한 번 더 입을 맞추곤 속삭였어.


그래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뭔가요?
뭐가. 
줄곧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저 꼬맹이가…. 본인이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 꺼내놓고 얘기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네?
피를 빨아먹는 불길한 생명체… 이 부분이 낯익지 않았어? 그 꼬맹이가 모기를 말한 건 아닐텐데 말이지.


레스타가 패터슨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삭였어. 패터슨은 가만히, 눈앞에 서 있는 아름다운 존재를 바라보았어.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달빛처럼 찬연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피를 빨아먹는 불길한 생명체. 이미 패터슨의 눈앞에 있지. 레스타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어.


저 꼬맹이가 뱀파이어에 질색하는 이유가 만약 무질서한 존재에 대한 거부감만이 아니라면?
매드마티건이 뱀파이어라도 되었다는 건가요?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레스타는 패터슨에게 한 번 더 입을 맞추곤 관에 누웠어. 


자고 일어나서 말야. 




...


이렇게 시작되는 매드마티건 찾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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