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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1 02:49
1. 카잔스키 가문에서 나는 냄새가 마음에 안 드는 레스타 : https://hygall.com/586001145
뱀파이어의 능력은 어디까지 가는 건지 심각하게 궁금해졌음.
대뜸 저녁 나절부터─뱀파이어 식으로는 아침 댓바람에─ 너무도 사랑하고 결혼할 사람이라고 데려온 이가 사람이 아니라는 데에서부터 범상찮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손주가 생긴 거지. 그것도 한, 열다섯 정도 되어 보이는 손주가 말이야.
뱀파이어는 늙지 않고 영생한다더니 애를 하루 만에 낳아 15살까지 뻥튀기하는 재주도 있는 걸까?
하지만 이 의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뱀파이어는 관에 들어가서 편안한 숙면을 취하는 중이야. 슬슬 동틀 무렵 쯤 되어서 잔뜩 졸린 얼굴을 하더니, 얘 징징 거리면 젖이라도 먹이던가, 하고 자러 가버렸지. 패터슨은 당최 레스타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음. 그 와중에 레스타가 (말로만) 낳았다는 아이─잭은 다시 정원의 가장 큰 나무 위로 도망가버렸지. 뱀파이어 짜증나, 싫어! 하면서 말야.
어쨌든 몰랐다면 모를까 나무 위에서 사람이 산다는 걸 알았으니 그냥 둘 수는 없어. 하지만 한 번 모습을 숨긴 잭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선 절대로 내려오지 않았지. 사다리도, 나무타기의 명수도 소용 없지. 잭을 내려오게 한 건 조셉이었음.
아가. 감자 먹을래?
조셉이 텃밭에서 손수 키워 포실포실하게 쪄낸 감자의 등장에 잭은 굴복했어.
잭은 제법 천진하고 또 의뭉스러운 구석있는 아이였음. 이름은 무엇인지 무얼 좋아하는 지는 조잘조잘 잘만 대답하면서 어디서 왔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는 곧 죽어도 답하지 않지. 레스타가 엄마냐 묻는 말은 금기 수준이었어. 아주 피를 토할 듯이 기함을 했지. 뱀파이어는 잭의 엄마가 될 수 없어! 잭은 씩씩거리면서 답했고 패트릑은 그 애의 입에 묻은 감자 부스러기를 닦아주며 진지하게 패터슨에게 말했지.
이 아비는 말이다. 조셉을 닮은 아이를 한 번 품에 안아보는 게 소원이었단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 녹색 눈동자.
잘 뜯어보면 잭은 조셉을 닮기도 했어. 패터슨은 졸지에 정체 모를 의붓 동생이 생길 위기가 엄습해오는 걸 느끼며 생각했어.
결국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건 레스타 뿐이야.
이제 슬슬 달이 떠오를 시간이야. 바른 생활 뱀파이어인 레스타는 챙겨온 관 안에서 개운하게 일어났어. 이 시간 쯤이면 관 옆에 패터슨이 강아지처럼 저를 반기며 있어야 할 텐데 보이질 않지. 가뜩이나 카잔스키 본가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 뿐인데 패터슨마저 곁에 없다니, 레스타는 인상을 찌푸렸어. 패터슨, 어디 갔지? 그렇게 지하에서 올라오니 사방이 영 소란스러워. 비싼 카펫 위로 물자국이 떨어져 있고, 집기들이 엉망이야. 챙강! 아, 비싼 자기가 떨어졌지. 레스타는 허, 하고 어이 없는 눈빛으로 거실의 상황을 보고 말았어.
저 꼬맹이가 아직도 여기 있네.
숲 속 신비하고 상서로운 존재는 뱀파이어 같은 어둠의 존재와 상극이니 레스타가 징그럽게 굴면 도망갈 줄 알았거든. 설마하니 도망가기는 커녕 드러내면 안된다던 모습을 하루종일 드러내며 이 저택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아무래도 오늘도 패터슨의 진짜 피맛이 어떤지 알아보는 건 무리일 것 같아. 레스타는 수건을 돌돌 만 채로 샹들리에에 매달려 있는 잭을 노려 보았어.
잭은 꼬질꼬질하다는 이유로 거품 목욕을 당했지. 조셉이 그를 달래며 괜찮다고 말해줘서 잔뜩 긴장한 채로 참아냈는데─조셉은 맛있게 쪄낸 감자를 줬고 좋은 사람이니까!─ 사용인이 잭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려고 하자 결국 놀라서 도망갔어.잭은 조셉과 패트릑, 패터슨에게 제법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만으론 잭의 패닉 섞인 요란한 도주를 막을 만큼의 장치가 되었던 건 아니야. 사방이 난리인 가운데 거의 한 잠도 자지 못한 패터슨은 아예 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누워 있는 채로 레스타를 바라보았어.
잘 잤어요? 레스타.
너는 못 잤고. 패터슨.
아마 패터슨이 뱀파이어가 되어 관에 누워 저녁 인사를 나누면 저런 모습일까? 그 와중에도 레스타는 착실하게 패터슨의 관 사이즈를 어림짐작으로 재어보며 생각했지. 조만간 패터슨을 뱀파이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활 루틴이 안 맞는 것도 싫고 관에서 혼자 일어나는 건 끔찍하게 외로웠거든. 그러려면 우선 저 꼬맹이부터 해결해야겠지. 레스타가 몸을 돌려 팔짱을 낀 채로 꼬맹이를 노려보며 말했어.
꼬맹이! 엄마한테 와!
엄마 아니야!
…안 오면 정원에 있는 나무들 다 태워 버린다?
레스타의 말에 잭의 낯빛이 바뀌었지. 아무래도 잭에게 정원과 숲속의 나무들은 너무도 소중한 존재인 모양이야. 잭이 잔뜩 불만 섞인 표정으로 내려왔어. 의외로 고분고분한 태도에 다들 맹수 조련사를 보듯 레스타를 바라보았지. 그때였어.
네가 제일 미워!
잭이 온 힘을 다해 몸통 박치기를 날렸어. 눈 깜짝할 사이에 레스타가 들이받혀 벽에 처박혔지. 레스타가 인외적인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기준일 때 이야기야. 같은 인외적인 존재와 이렇게 실랑이를 할 일이 솔직히 얼마나 있었겠어. 조셉과 패트릑 둘 다 말을 잃었고, 패터슨이 사색이 되어 레스타에게 달려갔지.
레스타! 괜찮….
안 괜찮아. 갈비뼈 나갔어.
…네?
뱀파이어의 갈비뼈가 나갔어. 다들 넋이 나간 채로 잭을 보았어.
잭은 여전히 콧김을 뿜으며 씩씩대고 있었어.
....
쟈근 짱돌 같은 수호신 잭ㅋㅋㅋㅋㅋㅋㅋ
레스타도 뱀파이어 된 이래로 갈비뼈 나간 게 처음이라 당황함.
오늘도 우당탕탕한 카잔스키 집안이 ㅂㄱㅅㄷ
#아이스매브 크오 패터슨레스타 약패트릑조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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