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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티콘들과 잠정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움직이기 시작한 이후로, 적어도 하이가드였던 개체들은 옵티머스에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행동했다. 아마 다른 상황이었다면 아무리 옵티머스라고 해도 쇼크웨이브의 실험실까지 가진 않았겠지만, 센티넬의 집권시절 중요한 과학적 자료들이 전부 파기당한지라 쇼크웨이브가 가지고 있을 지식의 보고는 탐났다. 게다가 쇼크웨이브가 차원이동 기술을 통해 장거리 우주를 오갈 수 있는 게이트를 제작하고 있다길래 호기심이 동했는데, 티가 났던지 쇼크웨이브는 순순히 그에게 실험실까지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쇼크웨이브가 장치를 가가동해보는 순간, 흰색이 빛이 터져나와 시야를 뒤덮으며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곧 시야에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땅으로 추락했다.
옵티머스는 자신이 실험실과는 안맞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휠잭의 실험실에 들어가봤다가 폭팔에 휩쓸린거만 세번, 결국 휠잭이 폭팔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쇼크웨이브의 실험실에 갔더니 또 폭팔에 휩쓸렸다. 이 정도면 과학의 신께서 자길 싫어하시는거거나 진정한 폭팔요정은 나인거다. 흰 빛의 폭팔에 휩쓸려 어딘가로 날아간 것 같았는데, 묘하게 눈에 익지 않은 도시가 옵틱에 들어왔다. 비록 옵티머스가 드나드는 곳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사이버트론의 지상이 이정도로 발전했던가? 지상에 도시를 세울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야 들었지만, 이 정도로 갑자기 발전한 도시가 세워졌을린 없는데. 아니, 그 이전에 겨우 폭팔사고에 휘말렸다고 다른 장소에 떨어지는게 말이 돼?
한참 해메고 다니다보니 점점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자리한 중심가쪽까지 간 듯 했다. 전부터 흘긋흘긋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긴 했으나, 중심가로 가자 그의 주변으로 점점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돌아오셨어!"
"그 정신나간 종교쟁이 놈들 말이 사실이였나봐!"
메크들이 수근대면서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자 옵티머스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물론 아이아콘에서도 그를 반가워하거나 숭배하듯 대하는 시민은 있었지만 그건 자기들이 좋아하고 호감있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지 종교적인 숭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그를 종교적인 존재로 보는 이들도 그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진 않았다. 시민들이 몰려들어 그의 동체로 손을 뻗기 시작하자 옵티머스는 몸의 피가 식는 느낌이었다. 오래전에 묻어두고 잊어가고 있던 손길들이 다시 메모리칩 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용서를 빌어도 멈추지 않는 손,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여기가 네가 있을 곳이라는 목소리...
그들 사이로 프라울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비록 도색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빨간뿔, 늘 약간 화난듯한 얼굴, 깨진 한쪽 옵틱까지 똑같은 모습을 보고 두 번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달려가 그를 꼭 품에 안았다.
"다행이야, 난 내가 낮선 세계로라도 떨어진 줄 알았지 뭐야? 프라울, 너라도 있으니까 다행이다... 여긴 어디야? 내가 아는 도시 같진 않은데. 내가 잠든 사이 새 도시를 벌써 완성 했어?"
프라울은 계속 옵티머스를 귀신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 한마디 말했다.
"양 손 앞으로 내밀어."
그의 말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순순히 양 손을 내밀자, 프라울이 옵티머스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응?"
"저항하지마, 그 얼굴에다 주먹 꽂긴 싫으니까."
옵티머스의 브레인모듈이 차갑게 식었다. 눈 앞에 있는게 누구든, 이건 그의 프라울은 아니었다. 그럼 순순히 잡혀줄 이유가 없지. 옵티머스는 손에서 에너존 도끼를 꺼내 수갑을 부쉈다. 검고 흰 도장과 이상한 언어가 적힌 도어윙을 단 프라울은 에너존 도끼를 재미있다는 듯 보곤 흠, 하는 소릴 냈다.
"넌 누구야? 여긴 어디지?"
하지만 옵티머스의 가슴 속에서부터 깊은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하며 시야가 흐려지고, 다리가 흔들리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케이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비릿한 맛이 나기에 입가를 닦아보니 피가 보였다. 가슴에선 푸른 에너존이 뚝뚝 떨어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옵티머스는 흥미롭다는 눈빛을 한 프라울을 보며 눈을 감았다.
'그럼 서로 뒤를 봐주기로 하자, 어때?'
'난 그냥 매트릭스에 대한 데이터를 보고싶어서...'
'노코그가 있을자리가 내 아래밖에 더 있나?'
'하이가드들을 데리고 나가.'
'친구로서?'
'-그 정의감이 우릴 우주 전역으로 퍼진 수천년 수백만년의 전쟁으로 이끌 수도 있어'
'그게 계급이라는거다.'
'사랑해.'
"기억을 더 뒤져볼 필요 없어."
"계속 뒤져봐."
"아냐, 이건 의미가 없어. 이건 우리가 아는 옵티머스 프라임은 아닌 것 같지만 이 옵티머스 프라임이 사악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요소가 또 있을지도 몰라. 언제 내가 하자는거 해서 손해 본 적 있어?"
"네 말 들어서 손해 본 기억밖에 없는데. 난 이게 우리에게 해악을 입힐 의도가 없는지에 대한 확인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거지 네 역겨운 호기심 채워주자고 동의한게 아니야. 난 간다. 이건 사악한 버전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아니야. 끝."
"잠깐, 크롬돔!"
프라울은 한숨을 쉬곤 실험대에 묶여있는 옵티머스인지 뭔지 모를 것을 내려다 보았다. 동체의 모습도 좀 다르고 얼굴도 어딘가 전쟁의 때를 덜 탄듯한 모습이긴 했지만 이 메크의 모습은 누구나 알아 볼 수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습이었다. 프라울도 그래서 순간 옵티머스가 다시 돌아왔나, 하는 희망을 품었다. 곧 저 메크가 자신을 너무나도 반가워하는 걸 보고 그가 아니라는 걸 깨닫긴 했지만.
"다들 얼마나 더 실패를 해봐야 내 말이 옳다는걸 알게되는거야?"
"...그런 말 하는거 보니까 프라울인건 맞나보네."
얼굴을 있는 그대로 찡그린 그 메크가 실험대의 구속구를 가볍게 풀고 일어났다. 그가 일어서자마자 그의 가슴에서 푸른 엑체가 투두둑 하고 떨어졌다. 그는 립플레이트를 악물고는 가슴에 손을 가져대고 한숨을 몰아쉬며 실험실을 둘러보았다.
"내 기억을 뒤져볼거면 기억 재생기를 쓰지 왜 이런 방법을 써?"
"기억 재생기? 네 세계엔 그런 편리한 물건도 있나?"
"여긴 진짜로 내 세계가 아닌 모양이네..."
"당연하지."
그는 프라울의 얼굴을 묘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내 세계가 아니면 네 옵틱은 왜 다친거야?"
"알거 없어."
"나 때문에 다친거야?"
그 옵티머스 비스무리한 메크는 프라울에게 다가가 그의 부서진 얼굴 한쪽에 손을 대려 하다가 곧 거두었다.
"그건 아냐, 내가 스스로 말아먹은거니까 신경꺼."
"많이 아파?"
거짓이라곤 하나 없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이 외려 부담스러웠다. 자기 가슴에서 피 쏟아지는건 안보이는지, 그는 프라울의 여러 전투를 거쳐 꽤 낡고 거칠어진 도장이라던가, 깨진 한쪽 옵틱과 금이 간 페이스플레이트 같은 것에 더 신경을 썼다.
"이젠 아프진 않은데... 아니, 신경 끄라고 했잖아."
프라울은 경계하는 태도로 계속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세계의 옵티머스는 누구에게나 다정했고, 프라울에게도 예의를 지켜 행동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였다. 뭔가 다르다. 아주 많이. 꼭... 내가 그의 콘적스 엔듀라나 스파크메이트라도 되는 것 처럼.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그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니 저 옵티머스라고 주장한 메크는 내가 엄청나게 큰 트라우마가 있거나 수 많은 상처를 받았고 수 없는 배신을 당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태도가 까칠하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내 태도는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런게 아니니까 진짜로 신경 안써도 돼."
그는 계속 못미더운 표정이었다.
"그냥 지쳐보여서."
왜 공기가 멈춘듯한 느낌이 드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프라울의 분석으로도 눈 앞의 있는 존재가 사악하거나 그를 해칠 의도가 없을 확률은 98 퍼센트로 보였다. 그리고 남은 2 퍼센트의 불확실함마저 그가 가진 다정함이 점점 줄어들게 만들고 있었다. 이래서 감정은 도움이 안된다. 다정함이나 우정같은 쓸데 없는 것에 눈이 멀어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저기, 도색은 왜 그렇게 한거야?"
"이런 도색인지 꽤 됐는데."
"도어윙에 이상한 글자는 또 뭐고?"
"아 이건 지구에서 쓰는 언어인데... 지구에서 잠입임무 중 경찰차로 위장하고 지내느라... 그냥 귀찮아서 안바꾼지 꽤 됐어."
"지구? 우리가 다른 행성에 진출할 기술력이 생겼어?"
"...네 세계는 어떻게 되먹은거야? 기억재생기 같은 기술이 있는데 행성간이동은 못해?"
그는 순순히 그의 세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센티넬이 자기 행성을 쿠인테슨에게 팔아먹고 13프라임들을 학살한뒤 매트릭스를 가지려 했으나 매트릭스가 가루처럼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에너존도 말랐고, 새로 태어난 메크들의 코그를 빼서 광산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다고 했다. 그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광산에서 광부로 살았으며, 프라이머스에게 새로운 매트릭스를 선사받긴 했지만 센티넬이 사이버트론의 행정, 법률, 과학기술, 역사를 전부 엉망으로 만든덕에 그가 프라임이 된 이후로 수습에만 바쁘다고 했다. 프라울의 세계에서 내전이 벌어진 이유라던가, 옵티머스(혹은 옵티머스라고 주장한 메크) 과거라든가, 세상의 상태까지 꽤 많은 점이 달랐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원리에 의해 갈라진 세계가 아니라 정말로 '다른 우주'군."
"내 버전의 우주는 꽤 혼란스러운 사회지. 게다가 요새는 기능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완전히 엉망이 되버렸거든. 그래서 최대한 빨리 원래 세계로 돌아가봐야 하는데..."
"기능주의자? 너희 세계엔 메가트론이 없나?"
인정하긴 싫지만 그의 세계에선 메가트론이 기능주의자들을 전부 제거했다. 아마 메가트론이 없었다면 기능주의자들을 영영 없애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그 뒤에 사백만년의 내전이 이어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메가트론이 기능주의자들을 살려 둘 리가 없는데.
"있어. 우주에서 노예화된 행성들을 해방시키고 다녔다는데 지금은 사이버트론에 돌아왔어. 내 생각엔 메가트론도 기능주의자들이 득세한단 소식에 그도 사이버트론이 망가지길 바라는건 아니라 와준 것 같아. 쇼크웨이브도-"
그 메크가 퍼뜩 생각이 났다는듯 황급히 말했다.
"아, 쇼크웨이브는 어디있어? 나랑 같이 여기 떨어졌을지도 몰라. 보라색에, 눈 하나짜리, 매일 논리적이냐 비논리적이느냐만 따지는 살짝 미친 과학자말야."
"그런 놈들이랑 손을 잡았냐?"
"더 큰 선을 위해선 타협해야 할 점도 있지 않아?"
내가 하고 다니던 말로 내 논리를 공격하다니.
"너희 세계랑 우리 세계는 꽤 차이점이 있는것 같은데, 너희쪽 쇼크웨이브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쇼크웨이브는 솔직히 그렇게 까지 나쁜 메크인지 잘 모르겠던데..."
퍽이나.
"그래? 네 가슴에 매트릭스가 금가있는 이유가 뭔데?"
"...쇼크웨이브가 실험을 좀 했거든. 근데 이유가 있었어! 그것도 꽤 합당한걸로!"
적을 변호해주지 마라 이 속없는 자식아. 저렇게 밑도 끝도없이 퍼주면 될 줄 아는 걸 보니 옵티머스 맞네.
"네 '그래도 그렇게 나쁜 메크는 아니야' 기준을 모르겠다 난."
"내 쪽 쇼크웨이브가 왜 내가 이 세계로 떨어졌는지 원인을 알거야. 그가 없으면 돌아가기 힘들 것 같은데..."
"...정말 네 쇼크웨이브가 믿을 만한 메크라고 생각해?"
그가 알던 쇼크웨이브를 생각하면 상상이 가질 않았다.
"쇼크웨이브를 잘 알지는 못하니까 믿을만 하다, 못하다고 하진 못하겠어. 하지만 그의 분노는 믿어."
프라울은 더 뭐라고 의심하고 더 캐내볼 구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의 선함을 믿으려 드는 것은, 아마 어느 우주든 같은 모양이었다. 그게 프라울을 아주 짜증나게 만들기는 했지만 눈 앞에 있는게 그의 행성을 해할 의도로 온게 아님은 분명했다.
"짜증나는 구석이 전부 똑같은걸 보니 옵티머스가 맞긴 한가보군."
프라울은 약간 비틀거리는 옵티머스를 다시 앉히더니 그의 입에 에너존을 넣어주었다.
"그리고 넌 날 싫어하는듯 구는거 치곤 꽤 신경써주고."
옵티머스의 장난기 어린 표정도 처음보지만 그가 날 바라볼때 애정이 묻어나는 것도 처음이었다.
"...정말로 같은 존재는 아닌 모양이군. 당신이 날 좋아했을린 없거든."
"너도 오토봇 아니야?"
"그렇긴 해."
"게다가 꽤 오랫동안 같이 동거동락해온 모양이고, 내가 프라울을 알던 것보다 네 옵티머스가 널 알던 시간이 더 길어보이는데."
"그렇긴 하지만-"
"네 세계의 옵티머스는 죽은거야?"
"꽤 영웅적으로. 걱정하진 마, 내 옵티머스는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희생할 수 있었던 걸 기뻐했으니까."
그는 프라울의 표정을 살피더니 막힘 없이 말했다.
"있잖아, 프라울. 이 세계의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너한텐 무슨 일이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네가 날 위해 해준 모든 희생을 내가 몰랐을리도 없고 감사하지 않을리도 없어. 난 네가 날 위해 네 이상도 신념도 포기해가며 많은 걸 해준거 알아. 왜냐하면 내가 동의하지 않은 일이라 해도 필요한 일이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내 손으로 하지 못하고 하지 못 할 많은 일을 해줬다는 걸 내가 당연하게 여길 우주는 존재하지 않아. 내가 널 아끼지 않았을리가 없어."
"거짓말 하지마."
옵티머스는 순간 프라울의 냉정함 속에서 상처받은 듯한 눈빛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도 아는 것이다. 아무런 가능성이 없는 것보다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젠 그걸 잃어버렸다는 걸 인정하는게 더 힘든 거라는 사실을.
"나에겐 책임져야 할 일들이 있고, 너도 네 책임을 다해야 했겠지. 우리가 모든것에 동의할 필요는 없어, 난 네가 내 모든 의견에 전부 따라오며 동의하길 바라지도 않고. 넌 아마 네쪽의 나에게도 많은 시비를 걸었을거고 많이 화냈을거고 내가 하는 말마다 반박하며 화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나에게 널 덜 좋아할 이유가 되진 않아. 난 네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거니까. 무엇보다도 난 그 날선 말들 아래에 사실 네 친절함이 있다는 걸 아니까. 비록 네 방식대로의 친절이라 알긴 좀 어렵지만..."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할 수가 있지?"
"내가 널 좋아하지 않는 우주가 있을린 없거든. 나에겐 책임이있고, 아마 너에게 무슨 마음이 있었던 그걸 표현하거나... 그 이상이 됐을린 없겠지. 너도 그걸 바라는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미 분명한 사실을 거짓말로 덮을 필요는 없잖아. 모든 관계가 꼭 이루어져야만 사랑은 아니야. 그냥 너도 그걸 이해했으면 좋겠어."
프라울은 한동안 말 없이 옵티머스의 다정한 눈빛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차피 이제 확인도 할 수 없는 말들이다. 그들 사이에 있던 갈등과 분노, 슬픔, 오해, 상처뿐인 싸움들 사이에 있었던 진심을 알길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의 옵티머스는 이미 죽었고, 프라울이 진짜 옵티머스에게 묻고 싶었던 수 많은 말들의 대답은 영원히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저런 다정한 현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했다. 이미 떠난 자를 그리워 하는 이에게 하는 뻔한 현혹된 거짓말을 믿어선 안된다. 그의 정신은 언제나 냉철해야 했으므로. 그러므로 그는 이런 싸구려 위안 따위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설령 그의 말이 진실이라 한들, 프라울의 모든 질문은 텅빈 관에 울림으로 되돌아 올 뿐이다.
프라울은 한동안 옵티머스를 바라보다가 차분히 주제를 돌렸다.
"...네 쪽 쇼크웨이브는 일 주일 전에 우리 세계에 떨어졌다가 우리 유물 보관소에 잠입했다 잡혔어. 우리쪽의 쇼크웨이브는... 꽤 나쁜놈이라고만 말해둘게. 우리쪽 쇼크웨이브는 감옥에 계속 갇혀 있던게 확인되서, 네쪽 쇼크웨이브가 자긴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여서 구금만 해둔 상태야."
"잠깐만, 일주일전에 이미 쇼크웨이브가 떨어졌으면 넌 내가 다른 우주에서 왔다는 걸 진작에 알았을거 아니야. 그런데 왜 내 기억은 뒤져본거야?"
"확인은 해봐야지."
옵티머스는 너털웃음을 짓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네 의심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걸 알게되서 기쁘네."
프라울이 옵티머스를 그쪽 세계의 쇼크웨이브가 있는 구금실로 안내했다. 프라울은 옵티머스가 구금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저게 어떻게 네쪽 쇼크웨이브인지 확신하고 들어가는거야? 네가 직접 확인 할 수는 있어?"
"지켜나 봐."
그는 씩 웃고는 쇼크웨이브가 갇힌 구금실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얼굴 좋아보이네."
"프라임."
"딱 하나만 물어볼게. 네가 제일 좋아하는 오토봇이 누구야?"
"내가 오토봇을 좋아할리가 없지 않나. 논리적이지 못한 질문이다."
"그래, 그럼 엉뚱한 우주에 갇혀서 잘 지내봐."
옵티머스는 문쪽으로 등을 돌리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문고리를 잡았다.
"...엘리타원."
쇼크웨이브의 속삭이는 듯한 말에 옵티머스의 장난기어린 입꼬리가 쭉 올라갔다.
"잘 안들리는데."
비록 쇼크웨이브가 입은 없지만 이가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엘리타원이라고!"
"우리쪽 깜빡이 맞네."
옵티머스가 짖궂은 표정으로 그를 보곤 우리에게 풀어줘도 좋다는 허가 사인을 보냈다.
프라옵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