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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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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정한 프라임은 꽤 아름다웠다. 프라이머스에게 진정 선택받은 존재라는 신성함과 아름다운 얼굴은 이 행성 주민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또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쉬웠다. 광부출신들이 이젠 전부 코그를 받고 오토봇으로 활동한다는데에 눈살 찌푸리는 기존 코그드 시민들조차 새로운 프라임은 쉽게 칭송하고 동경하고 사랑했다. 그 모든 불화에도 불구하고, 아이아콘은 새로운 프라임을 사랑했다.
참 아쉬운 일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메크가 타인의 욕구에 따라 밸브를 열고 봉사하는 일이 아니라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프라임의 직위에 앉아있다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도 변함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유지하고 그 아름다운 입술에서 독사와 같은 말 만이 나온다는 것은 더욱이 아쉬웠다. 그는 어떤 공격에도 흔들리는 법이 없었고 그 어떤 모함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법이 없었으며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그는 언제나 말의 본질을 알아내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제나 평정을 유지했고, 원로원이 제안한 모든 일을 악독하게 만들어보이고 자기가 하는 말은 공정한 것 마냥 주제를 돌려버리는데 능숙했다. 그냥 얌전히 다리나 벌리고 음란한 몸에 어울리는 삶이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겨우 광부 출신인 주제에 그는 프라임 직위가 가장 알맞은 존재처럼 행동했고 그건 원로원 모두가 분노 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자애롭고 공정하며 무적에 가깝다는 프라임은 적의 칼날과 총포는 두려워 하지 않았어도 별거 아닌 손길엔 이상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어깨를 쓸거나 하는 가벼운 손길엔 묘하게 굳은 반응을 보였고, 가끔은 공포에 질린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가 진정으로 강력하다면 그는 왜 호의가 담긴 손길엔 공포를 느낄까. 그 반응이 재미있어 일부러 손을 내밀거나 실수인척 가벼운 접촉을 하곤 했으나, 그마저도 프라울 보좌관이 늘 프라임의 곁을 떠나지 않게 된 이후론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프라임의 반응은 그의 과거에 대한 뒷조사를 하게 만들기는 충분한 증거였다. 알고 봤더니 그냥 광부가 아니라 창부였던 모양이다. 프라임이 코그리스 광부이던 시절 그와 접촉한적이 몇번 있다는 경비메크의 메모리를 입수하여 그의 과거를 캐낸것은 좋은 협박거리가 되어 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영상을 쓸 필요는 결국 없었다. 그 전에 프라임이 쓰러졌으니까.
프라울은 프라임의 공석을 숨기려고 애썼지만 프라임이 쓰러진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프라임은 사교행사나 방송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회의실과 전장, 집무실 외엔 거의 드나드는 다른 곳이 없다시피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 사이클 동안 공석을 숨기는건 힘든 일이었다. 그 공석이 사회의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프로테우스의 새로운 법안 덕분이었다. 그는 모든 사이버트론의 메크를 기능별로 추적하고 분류하고 알맞은 직업을 부여하여 사회를 유지시켰다. 유약하고 뱀과 같은 혀를 지닌 프라임과는 달리 그는 사회에 실제로 유용한 메크인데, 원로원은 프라울이 왜 그가 하는 모든 일을 막으려 애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프라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트론은 프로테우스의 기능주의에 의해 정상적으로 발전해나갔다. 기존 오토봇들과 새로 기능주의에 의해 뽑힌 군대를 구분하기 위하여, 기능주의에 의해 뽑힌 군대엔 새로운 인장을 찍어 구분했다. 그 인장이 프라울의 얼굴과 비슷하다는 것은 원로원 전부에 칼을 갈고 있을 프라울에겐 거의 능욕에 가까웠지만, 공식적이진 않아도 프라울은 프라임의 대행자였으므로 시민들에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고, 프라울의 분노에도 그대로 진행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회의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프라울은 프로테우스가 가져오는 모든 새로운 법안을 물리려 애썼고, 프라임께서 허락하실리 없다, 프라임의 의견은 이렇다, 프라임이 계셨다면- 이라며 이미 일어나지 않은지 오래된 프라임의 대변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결국 난 오래전에 입수했던 프라임의 영상을 그에게 건넸다. 코그리스이던 시절 프라임의 작은 동체는 더럽지만 매혹적이라 어떤 메크더라도 충동을 느낄만했다. 그리고 그가 경비메크의 몸 아래에서 창부노릇을 하는 영상은 그 프라울마저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던 모양이다.
그 뒤로 프라울은 원로원들과 대화는 커녕 회의 참석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아콘은 원로원의 손에 다시 돌아왔다. 사회는 드디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민들 모두에게 올바른 직업이 분류되었고, 모두의 기능에 알맞은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다시 흘렀을 무렵 결국 프라울이 결국 프라임의 공석을 공식으로 인정하는 뉴스가 흘러 나왔다. 현재 프라임은 치료중에 있으며, 곧 회복하실 거라는 말과 함께. 사실상 프라울의 패배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프로테우스는 기이하게도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그 답지 않다면서.
그의 사실상 패배 선언이 있던 바로 다음 날, 오랫동안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프라울이 다시 회의장에 모습을 비췄다. 그는 회의 중반까지 아무 말 없이 앉아서 시계와 빈 자리만 노려보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법이 없었던 프로테우스 의원과 그와 가깝던 의원 몇이 자리를 비운게 아니꼬운 모양이었다. 프로테우스가 없으면 프라울이 오히려 즐거워해야 할법 하건만, 그는 그닥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왜 아무말도 않을 거라면 왜 회의장에 왔는지 궁금해 할 무렵, 거대한 소음이 들렸다. 먼지가 일어나고 폭탄 굉음이 들리자마자 방어벽이 내려갔으나, 방어벽은 오히려 의원들의 탈출 경로를 막는 꼴만 되었다. 폭탄에 무너진 벽에선 먼지와 함께 붉은 눈의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의원 중 한명을 붙잡고는 그의 몸을 세로로 찢어버렸다. 내 머리속에서 센티넬이 처참하게 반으로 갈라지던 모습이 재생되었다. 곧 의원 메크들의 비명소리로 회의실은 생지옥이 되었다. 그러나 방어벽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프라울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자 나는 순간 거의 안심할 뻔 했다. 내 머리는 곧 내가 잊어버렸던 사실 하나를 일깨워줬다. 이 건물은 아직 새로운 방어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아 방어벽을 수동으로 개폐해야 했고, 이 방의 방어벽 개폐 버튼은... 프라울이 앉은 자리에 있었다. 난 프라울의 푸른 눈이 악마처럼 타들어가며 나에게 다가오는걸 무력하게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곧 그의 총구가 내 미간부에 겨눠졌다. 난 총구가 당겨지기 직전에 프라울이 읆조리는 소리를 들었다.
"넌 쓸데없는걸 너무 많이 알아."
총소리가 회의장을 울렸다.
옵티머스가 일어나지 않게 된지 꽤 되었지만 휠잭의 예측으론 앞으로 반 사이클 안에는 일어날거라고 했다. 비록 원로원이 하는 짓을 제대로 막지는 못했지만 옵티머스가 일어난다면 곧 정상화될거다. 오토봇들 사이에도 프라울이 끝까지 반대했던 기능주의에 의해 뽑힌 신입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고, 동료들은 그게 싫지도 않은지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속도 없이 환영해 주었다. 옵티머스의 가슴에 있는 매트릭스는 전보다는 빛깔이 많이 돌아온 것 같았다. 매트릭스의 가운데에 약간 가있던 금도 거의 자체 수복되어가고 있었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사이버트로니안의 삶은 더 길다. 옵티머스가 돌아온다면 극단적 기능주의에 의해 변해버린 거리도, 끔찍한 의원들이 날뛰는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옵티머스에게 전염되기라도 했는지, 프라울은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 날도 별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프로테우스는 젊잖음을 가장해 이 사회를 더 극단적 기능주의로 바꿀 법안들을 던져댔고, 프라울은 그 모두를 쳐내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때, 한 의원이 그에게 다가와 영상 데이터 하나를 건넸다. 꼭 봐야 한다면서. 보기도 전에 프라울의 머리 속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절대 봐선 안돼. 보면 평생을 후회할거야. 하지만 프라울은 머리속의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이 영상을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속에선 그의 눈에도 익은 코그가 없던 시절의 오라이온이 기록보관실의 경비메크중 하나에 붙잡혀 고통에 젖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오라이온의 인터페이스 패널은 강제로 뜯겨나갔고 그의 작은 밸브에 들어가지도 않을 크기의 스파이크가 그를 반으로 갈라놓을듯 범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이아콘의 시민 모두가 프라임의 실체를 알게 되길 원하시는게 아니라면, 앞으론 조용히 동의만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프라울은 깨달았다. 여태 이 녀석들과 대화로 해결하려 한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다. 과정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과가 이런거라면. 그를 죽일듯이 노려봤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대화는 대화를 할 지성이 있는 존재에게나 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그는 프라울의 조용한 분노를 동의로 알았는지 빙그레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프라울은 이 모든 상황을 더 이상 앉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프라울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자,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더 이상 저 놈들을 정상적인 지성체로 대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는 옵티머스가 라쳇과 휠잭이 직접 관리하는 극비병동으로 옮겨진 뒤 거의 쓰지 않았던 프라임 집무실로 향했다.
프라울은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음에도 먼지하나 쌓이지 않은 책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운드 웨이브, 아직도 듣고 있지?"
얼마 가지 않아 익숙한 새 모습의 작은 메크가 창가에 날아왔다.
"거래를 하고 싶다."
프라울은 엉망이된 회의장에 의원들이 전부 죽은걸 확인하며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프로테우스는 역시 뉴스로 옵티머스의 상태를 공표한데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디셉티콘이 침입해온 합당한 이유를 만들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옵티머스의 상태에 대한 뉴스를 들은 디셉티콘이 옵티머스가 부재한 사이 아이아콘을 공격했다고 하는 것이 제일 그럴듯했다. 실은 디셉티콘은 늘 옵티머스를 어떻게든 감시하고 있으니 언제나 상태를 알았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인 이유는 그것이 될 것이다. 제일 눈에 거슬리던 프로테우스가 죽지 않은건 아깝지만 기회는 또 있을 것이다. 프로테우스라도 자길 거들던 다른 의원들이 거의 죽은 상황에선 별 수 없을테니까. 메가트론이 방어 벽을 찢고 나가려고 하기 직전 프라울은 메가트론을 불러세웠다.
"내 팔을 쏴."
메가트론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내가 너무 멀쩡하면 말이 안돼. 한쪽 팔을 쏴. 의심받지 않게."
"너도 꽤 미친놈이군."
메가트론은 비틀린 미소를 지은채 프라울의 팔 한쪽을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포탄의 충격으로 프라울의 몸이 벽에 쳐박히며 곧 온 몸에 통증이 퍼져 비명을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그는 입술을 악물고 비명을 억눌렀다. 그리고 자길 흥미롭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메가트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옵티머스와 오토봇, 시민들만 건드리지마."
"코그드 였던 시민들까지? 그건 거래에 없을텐데."
"시끄러워, 너도 거기까지 할 생각 없잖아."
"내가 다른 행성들을 정복하는 동안 무슨 짓을 했는 줄 알고?"
오토봇들의 병력을 분산시켜 다른 현장에 가 있게 하고 방어 시스템을 내려 디셉티콘의 함선이 아이아콘에 들어 올 수 있게 하고, 그 모든 걸 다른 동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일은 프라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여기서 그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 어디까지가 알맞는 일인지 코그리스 광부들의 고통을 외면해온 코그드 시민들이 정말로 살 가치가 있는지 토론할 시간 따윈 없었다.
"그 선을 넘으면 넌 정말로 기회가 없는거야."
"그 선을 넘고 싶어서 날 부른게 아니였나?"
메가트론이 비아냥거렸지만 프라울은 반박할 말이 없었다. 아주 슬프게도, 프라울은 자기가 디셉티콘의 사상과 행동방침에 사실 거의 동의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들의 잔혹한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세상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데 동의했다. 프라울은 악마와 손을 잡은 기분이었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건 악마보다도 그와 손을 잡을 생각을 한 자신이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옵티머스가 깨어났을때 더 자책하게 하고 싶지 않아."
설령 옵티머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해도, 정말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고 해도 옵티머스는 자기가 누군갈 지킬 수 없었단 사실에 진심으로 슬퍼할테니까.
"솔직하군."
메가트론은 웃으며 프라울의 머리를 내려쳐 기절시켰다. 그저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거라고 하기엔 좀 과했다. 메가트론은 아주 잠깐동안 이 녀석을 죽일까 생각했다. 아마 그게 더 깔끔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곧 그는 생각을 접었다. 프라울은 유용한 인재였다. 그는 목적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고 옵티머스를 위해서라면 더한 일도 할 것이다. 고결한 이상을 추구하는 오토봇일 수록 이런 냉정한 책략가가 하나쯤은 필요한 법이다. 그는 목적을 위해선 말 그대로 그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심지어는 우주적인 정복자들로 낙인찍힌 디셉티콘들을 다시 사이버트론에 불러들이는 짓까지도. 그리고 이 녀석은 그 모든 일을 필요한 일이었다고 합리화하고도 남을 놈이지. 뭐든 자기 책임이라고 돌려버리는 옵티머스와 정 반대로.
"안죽이실 겁니까?"
스타스크림이 의외라는듯 물었다.
"앞으로도 쓸모가 많을거다, 살려둬."
메가트론은 그리 말하고는 시커즈에게 썩은 싹들을 제거하라 명령했다.
메가트론은 옵티머스를 냉정하게 적으로 선포하면서도 그를 결코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메가트론은 그를 사적인 적으로 명하며 그의 주변 모든 것을 없앨듯 굴면서도 정작 옵티머스에게 제일 중요한 메크는 죽이지 않을 것이다. 옵티머스의 모든 이상에 반발하면서도, 그는 옵티머스를 해하는 적에게 가차없이 총구를 돌릴 것이다. 옵티머스가 다치길 바라면서도 자신 외에 그를 다치게 하는 이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가짜라고 부르면서도,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옵티머스의 권위를 농락한다면 그것 또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옵티머스의 사상에 동의할 일도, 그의 방침을 따를 일도 영영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폄하하고, 해를 끼치는 다른 이들을 찢어발기는데는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옵티머스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아주 뒤틀린 사랑방식임에도, 프라울은 자기가 그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사실을 안다면 옵티머스는 날 영영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이해할 것이다. 이게 당신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프라옵티
사웨의 보고서 https://hygall.com/610545184
어나더 https://hygall.com/610568252
삼나더 https://hygall.com/610604455
사나더 https://hygall.com/610704668
원로원 https://hygall.com/610822116
새로운 진정한 프라임은 꽤 아름다웠다. 프라이머스에게 진정 선택받은 존재라는 신성함과 아름다운 얼굴은 이 행성 주민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또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쉬웠다. 광부출신들이 이젠 전부 코그를 받고 오토봇으로 활동한다는데에 눈살 찌푸리는 기존 코그드 시민들조차 새로운 프라임은 쉽게 칭송하고 동경하고 사랑했다. 그 모든 불화에도 불구하고, 아이아콘은 새로운 프라임을 사랑했다.
참 아쉬운 일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메크가 타인의 욕구에 따라 밸브를 열고 봉사하는 일이 아니라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프라임의 직위에 앉아있다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도 변함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유지하고 그 아름다운 입술에서 독사와 같은 말 만이 나온다는 것은 더욱이 아쉬웠다. 그는 어떤 공격에도 흔들리는 법이 없었고 그 어떤 모함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법이 없었으며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그는 언제나 말의 본질을 알아내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제나 평정을 유지했고, 원로원이 제안한 모든 일을 악독하게 만들어보이고 자기가 하는 말은 공정한 것 마냥 주제를 돌려버리는데 능숙했다. 그냥 얌전히 다리나 벌리고 음란한 몸에 어울리는 삶이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겨우 광부 출신인 주제에 그는 프라임 직위가 가장 알맞은 존재처럼 행동했고 그건 원로원 모두가 분노 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자애롭고 공정하며 무적에 가깝다는 프라임은 적의 칼날과 총포는 두려워 하지 않았어도 별거 아닌 손길엔 이상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어깨를 쓸거나 하는 가벼운 손길엔 묘하게 굳은 반응을 보였고, 가끔은 공포에 질린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가 진정으로 강력하다면 그는 왜 호의가 담긴 손길엔 공포를 느낄까. 그 반응이 재미있어 일부러 손을 내밀거나 실수인척 가벼운 접촉을 하곤 했으나, 그마저도 프라울 보좌관이 늘 프라임의 곁을 떠나지 않게 된 이후론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프라임의 반응은 그의 과거에 대한 뒷조사를 하게 만들기는 충분한 증거였다. 알고 봤더니 그냥 광부가 아니라 창부였던 모양이다. 프라임이 코그리스 광부이던 시절 그와 접촉한적이 몇번 있다는 경비메크의 메모리를 입수하여 그의 과거를 캐낸것은 좋은 협박거리가 되어 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영상을 쓸 필요는 결국 없었다. 그 전에 프라임이 쓰러졌으니까.
프라울은 프라임의 공석을 숨기려고 애썼지만 프라임이 쓰러진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프라임은 사교행사나 방송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회의실과 전장, 집무실 외엔 거의 드나드는 다른 곳이 없다시피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 사이클 동안 공석을 숨기는건 힘든 일이었다. 그 공석이 사회의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프로테우스의 새로운 법안 덕분이었다. 그는 모든 사이버트론의 메크를 기능별로 추적하고 분류하고 알맞은 직업을 부여하여 사회를 유지시켰다. 유약하고 뱀과 같은 혀를 지닌 프라임과는 달리 그는 사회에 실제로 유용한 메크인데, 원로원은 프라울이 왜 그가 하는 모든 일을 막으려 애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프라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트론은 프로테우스의 기능주의에 의해 정상적으로 발전해나갔다. 기존 오토봇들과 새로 기능주의에 의해 뽑힌 군대를 구분하기 위하여, 기능주의에 의해 뽑힌 군대엔 새로운 인장을 찍어 구분했다. 그 인장이 프라울의 얼굴과 비슷하다는 것은 원로원 전부에 칼을 갈고 있을 프라울에겐 거의 능욕에 가까웠지만, 공식적이진 않아도 프라울은 프라임의 대행자였으므로 시민들에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고, 프라울의 분노에도 그대로 진행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회의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프라울은 프로테우스가 가져오는 모든 새로운 법안을 물리려 애썼고, 프라임께서 허락하실리 없다, 프라임의 의견은 이렇다, 프라임이 계셨다면- 이라며 이미 일어나지 않은지 오래된 프라임의 대변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결국 난 오래전에 입수했던 프라임의 영상을 그에게 건넸다. 코그리스이던 시절 프라임의 작은 동체는 더럽지만 매혹적이라 어떤 메크더라도 충동을 느낄만했다. 그리고 그가 경비메크의 몸 아래에서 창부노릇을 하는 영상은 그 프라울마저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던 모양이다.
그 뒤로 프라울은 원로원들과 대화는 커녕 회의 참석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아콘은 원로원의 손에 다시 돌아왔다. 사회는 드디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민들 모두에게 올바른 직업이 분류되었고, 모두의 기능에 알맞은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다시 흘렀을 무렵 결국 프라울이 결국 프라임의 공석을 공식으로 인정하는 뉴스가 흘러 나왔다. 현재 프라임은 치료중에 있으며, 곧 회복하실 거라는 말과 함께. 사실상 프라울의 패배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프로테우스는 기이하게도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그 답지 않다면서.
그의 사실상 패배 선언이 있던 바로 다음 날, 오랫동안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프라울이 다시 회의장에 모습을 비췄다. 그는 회의 중반까지 아무 말 없이 앉아서 시계와 빈 자리만 노려보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법이 없었던 프로테우스 의원과 그와 가깝던 의원 몇이 자리를 비운게 아니꼬운 모양이었다. 프로테우스가 없으면 프라울이 오히려 즐거워해야 할법 하건만, 그는 그닥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왜 아무말도 않을 거라면 왜 회의장에 왔는지 궁금해 할 무렵, 거대한 소음이 들렸다. 먼지가 일어나고 폭탄 굉음이 들리자마자 방어벽이 내려갔으나, 방어벽은 오히려 의원들의 탈출 경로를 막는 꼴만 되었다. 폭탄에 무너진 벽에선 먼지와 함께 붉은 눈의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의원 중 한명을 붙잡고는 그의 몸을 세로로 찢어버렸다. 내 머리속에서 센티넬이 처참하게 반으로 갈라지던 모습이 재생되었다. 곧 의원 메크들의 비명소리로 회의실은 생지옥이 되었다. 그러나 방어벽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프라울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자 나는 순간 거의 안심할 뻔 했다. 내 머리는 곧 내가 잊어버렸던 사실 하나를 일깨워줬다. 이 건물은 아직 새로운 방어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아 방어벽을 수동으로 개폐해야 했고, 이 방의 방어벽 개폐 버튼은... 프라울이 앉은 자리에 있었다. 난 프라울의 푸른 눈이 악마처럼 타들어가며 나에게 다가오는걸 무력하게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곧 그의 총구가 내 미간부에 겨눠졌다. 난 총구가 당겨지기 직전에 프라울이 읆조리는 소리를 들었다.
"넌 쓸데없는걸 너무 많이 알아."
총소리가 회의장을 울렸다.
옵티머스가 일어나지 않게 된지 꽤 되었지만 휠잭의 예측으론 앞으로 반 사이클 안에는 일어날거라고 했다. 비록 원로원이 하는 짓을 제대로 막지는 못했지만 옵티머스가 일어난다면 곧 정상화될거다. 오토봇들 사이에도 프라울이 끝까지 반대했던 기능주의에 의해 뽑힌 신입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고, 동료들은 그게 싫지도 않은지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속도 없이 환영해 주었다. 옵티머스의 가슴에 있는 매트릭스는 전보다는 빛깔이 많이 돌아온 것 같았다. 매트릭스의 가운데에 약간 가있던 금도 거의 자체 수복되어가고 있었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사이버트로니안의 삶은 더 길다. 옵티머스가 돌아온다면 극단적 기능주의에 의해 변해버린 거리도, 끔찍한 의원들이 날뛰는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옵티머스에게 전염되기라도 했는지, 프라울은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 날도 별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프로테우스는 젊잖음을 가장해 이 사회를 더 극단적 기능주의로 바꿀 법안들을 던져댔고, 프라울은 그 모두를 쳐내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때, 한 의원이 그에게 다가와 영상 데이터 하나를 건넸다. 꼭 봐야 한다면서. 보기도 전에 프라울의 머리 속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절대 봐선 안돼. 보면 평생을 후회할거야. 하지만 프라울은 머리속의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이 영상을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속에선 그의 눈에도 익은 코그가 없던 시절의 오라이온이 기록보관실의 경비메크중 하나에 붙잡혀 고통에 젖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오라이온의 인터페이스 패널은 강제로 뜯겨나갔고 그의 작은 밸브에 들어가지도 않을 크기의 스파이크가 그를 반으로 갈라놓을듯 범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이아콘의 시민 모두가 프라임의 실체를 알게 되길 원하시는게 아니라면, 앞으론 조용히 동의만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프라울은 깨달았다. 여태 이 녀석들과 대화로 해결하려 한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다. 과정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과가 이런거라면. 그를 죽일듯이 노려봤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대화는 대화를 할 지성이 있는 존재에게나 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그는 프라울의 조용한 분노를 동의로 알았는지 빙그레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프라울은 이 모든 상황을 더 이상 앉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프라울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자,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더 이상 저 놈들을 정상적인 지성체로 대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는 옵티머스가 라쳇과 휠잭이 직접 관리하는 극비병동으로 옮겨진 뒤 거의 쓰지 않았던 프라임 집무실로 향했다.
프라울은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음에도 먼지하나 쌓이지 않은 책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운드 웨이브, 아직도 듣고 있지?"
얼마 가지 않아 익숙한 새 모습의 작은 메크가 창가에 날아왔다.
"거래를 하고 싶다."
프라울은 엉망이된 회의장에 의원들이 전부 죽은걸 확인하며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프로테우스는 역시 뉴스로 옵티머스의 상태를 공표한데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디셉티콘이 침입해온 합당한 이유를 만들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옵티머스의 상태에 대한 뉴스를 들은 디셉티콘이 옵티머스가 부재한 사이 아이아콘을 공격했다고 하는 것이 제일 그럴듯했다. 실은 디셉티콘은 늘 옵티머스를 어떻게든 감시하고 있으니 언제나 상태를 알았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인 이유는 그것이 될 것이다. 제일 눈에 거슬리던 프로테우스가 죽지 않은건 아깝지만 기회는 또 있을 것이다. 프로테우스라도 자길 거들던 다른 의원들이 거의 죽은 상황에선 별 수 없을테니까. 메가트론이 방어 벽을 찢고 나가려고 하기 직전 프라울은 메가트론을 불러세웠다.
"내 팔을 쏴."
메가트론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내가 너무 멀쩡하면 말이 안돼. 한쪽 팔을 쏴. 의심받지 않게."
"너도 꽤 미친놈이군."
메가트론은 비틀린 미소를 지은채 프라울의 팔 한쪽을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포탄의 충격으로 프라울의 몸이 벽에 쳐박히며 곧 온 몸에 통증이 퍼져 비명을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그는 입술을 악물고 비명을 억눌렀다. 그리고 자길 흥미롭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메가트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옵티머스와 오토봇, 시민들만 건드리지마."
"코그드 였던 시민들까지? 그건 거래에 없을텐데."
"시끄러워, 너도 거기까지 할 생각 없잖아."
"내가 다른 행성들을 정복하는 동안 무슨 짓을 했는 줄 알고?"
오토봇들의 병력을 분산시켜 다른 현장에 가 있게 하고 방어 시스템을 내려 디셉티콘의 함선이 아이아콘에 들어 올 수 있게 하고, 그 모든 걸 다른 동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일은 프라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여기서 그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 어디까지가 알맞는 일인지 코그리스 광부들의 고통을 외면해온 코그드 시민들이 정말로 살 가치가 있는지 토론할 시간 따윈 없었다.
"그 선을 넘으면 넌 정말로 기회가 없는거야."
"그 선을 넘고 싶어서 날 부른게 아니였나?"
메가트론이 비아냥거렸지만 프라울은 반박할 말이 없었다. 아주 슬프게도, 프라울은 자기가 디셉티콘의 사상과 행동방침에 사실 거의 동의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들의 잔혹한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세상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데 동의했다. 프라울은 악마와 손을 잡은 기분이었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건 악마보다도 그와 손을 잡을 생각을 한 자신이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옵티머스가 깨어났을때 더 자책하게 하고 싶지 않아."
설령 옵티머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해도, 정말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고 해도 옵티머스는 자기가 누군갈 지킬 수 없었단 사실에 진심으로 슬퍼할테니까.
"솔직하군."
메가트론은 웃으며 프라울의 머리를 내려쳐 기절시켰다. 그저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거라고 하기엔 좀 과했다. 메가트론은 아주 잠깐동안 이 녀석을 죽일까 생각했다. 아마 그게 더 깔끔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곧 그는 생각을 접었다. 프라울은 유용한 인재였다. 그는 목적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고 옵티머스를 위해서라면 더한 일도 할 것이다. 고결한 이상을 추구하는 오토봇일 수록 이런 냉정한 책략가가 하나쯤은 필요한 법이다. 그는 목적을 위해선 말 그대로 그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심지어는 우주적인 정복자들로 낙인찍힌 디셉티콘들을 다시 사이버트론에 불러들이는 짓까지도. 그리고 이 녀석은 그 모든 일을 필요한 일이었다고 합리화하고도 남을 놈이지. 뭐든 자기 책임이라고 돌려버리는 옵티머스와 정 반대로.
"안죽이실 겁니까?"
스타스크림이 의외라는듯 물었다.
"앞으로도 쓸모가 많을거다, 살려둬."
메가트론은 그리 말하고는 시커즈에게 썩은 싹들을 제거하라 명령했다.
메가트론은 옵티머스를 냉정하게 적으로 선포하면서도 그를 결코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메가트론은 그를 사적인 적으로 명하며 그의 주변 모든 것을 없앨듯 굴면서도 정작 옵티머스에게 제일 중요한 메크는 죽이지 않을 것이다. 옵티머스의 모든 이상에 반발하면서도, 그는 옵티머스를 해하는 적에게 가차없이 총구를 돌릴 것이다. 옵티머스가 다치길 바라면서도 자신 외에 그를 다치게 하는 이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가짜라고 부르면서도,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옵티머스의 권위를 농락한다면 그것 또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옵티머스의 사상에 동의할 일도, 그의 방침을 따를 일도 영영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폄하하고, 해를 끼치는 다른 이들을 찢어발기는데는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옵티머스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아주 뒤틀린 사랑방식임에도, 프라울은 자기가 그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사실을 안다면 옵티머스는 날 영영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이해할 것이다. 이게 당신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프라옵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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