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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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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그랬지만 설정 날조 짬뽕ㅈㅇ




원래도 냉정하고 깐깐한 인상이였던 프라임의 부관은 옵틱 한쪽을 잃고 돌아오더니 전보다도 좀 더 무서운 인상이 되었다. 옵틱을 포함해 그 근처와 콧등까지 약간 금이 가 있었는데, 그 금은 안그래도 늘 인상쓰고 있는 그를 늘 화난듯한 표정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원로원들은 대체 왜 저 보좌관이 옵티머스 프라임 대신 제일 상석에 앉아 원로원의 의원회 모두를 노려보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프라임께선 어디 계십니까?"
개중 그나마 냉정한 프로테우스 의원이 물었다.
"프라임께선 바쁘시다."

프로테우스는 프라울이 그들을 싫어한다는 티를 표정에서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 내심 재미있었다. 프라울은 센티넬의 부역자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프라임의 보좌관으로 빠른 승진을 했다고 하는데, 공정하지만 깐깐하다고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그래봤자 대부분 센티넬이 이 행성의 자원을 쿠인테슨에게 팔아먹었다는 것을 모른채로 그저 센티넬들의 명령을 따를 뿐인 하급관리들이었다. 센티넬의 실체를 알았던 대부분은 이래저래 미꾸라지 처럼 빠져나갔으며, 이중 자리를 비운 의원들도 재판의 칼날이 아니라 디셉티콘의 총포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매 회의마다 프라울은 그 모두가 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노려봤고, 이번도 다르지 않았다. 극단적인 이성주의 메크라는 악명과 다르게 프라울은 표정을 숨기는데 서툴렀다. 좋고 싫음이 확실하게 표정에 떠올랐고, 원래부터 코그드였던 시민들 사이에 감정적이고 유약한 젊은 메크 쯤으로 격하된 프라임이 오히려 다정함 아래 냉정을 유지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나쁜일이 있으면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프라울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져 있다는건 그건 여전히 프라울이 눈 앞에 있는 프로테우스 의원이 센티넬과 결착했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뜻이며, 몰래 디셉티콘에게 부정한 의원들의 명단을 흘려 제거하는 방식도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뜻일거다.

"추방자들이 다른 행성으로 떠난 모양이군요?"
프로테우스가 이죽거리자 프라울이 냉정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좋은 일인마냥 히죽거릴 일이 아니다. 프라임의 예상대로 추방자들이 다른 행성을 공격했으니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쿠인테슨을 제거한 것 뿐 아닙니까? 그게 우리에게 나쁜 일 만은 아니었을텐데요."
프라울의 텅빈 한쪽 옵틱이 빛에 반짝였다.
"프라임의 판결을 의문하는건가? 불경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군."
프라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프라임앞에선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프라울 산하에 있는 스페셜 오퍼레이션팀의 역할은 그저 정보를 캐내고 아이아콘의 보안을 담당하며 온갖 잡무를 자처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의 진짜 역할은 고문관이자 심문관이며 감시자였다. 특히나 프라임을 의문하는 자를 색출하기 위한. 여태껏 지켜본 옵티머스 프라임의 성향으로 봐선 그가 그걸 대놓고 허용했을리가 없을테고, 아마 프라울이 권력을 쥐자마자 규합한 것일테지. 월권행위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전략사령관이기도 한 그의 권한 중 하나일 뿐이었으므로. 그러니까, 이놈은 프라임도 자리에 없겠다 감히 프라임에게 불경한 말을 하면 다 죄다 색출해내겠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고 있는거다.

"그럴리가요, 정작 중요한 프라임께서 없으신데 사령관님의 말만 믿을 수 없지 않습니까? 저흰 이 자리가 추방자들을 찾아내 처벌 할 것인지, 아이아콘의 재건을 계속할 것인지 정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프라임께서 자리를 비워야만 할 중요한 일이 뭡니까?"
난 프라임이 지금 병석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애송아, 그리고 니가 대행권한이 있다고 해봤자 니가 프라임이 되는건 아니지?

"프라임께서 나에게 일임하신 일이다. 프라임께선 아이아콘의 복구와 방어 장치를 개발하는데 투자하시겠다고 하셨다. 지금은 겨우 추방자들을 찾아내자고 전력을 분산할 때가 아니지."
니가 아무리 머리굴려봤자 멋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없을거다 썩은 의원 자식아.

"추방자들 문제가 아니더라도, 쿠인테슨이 없어졌으니 이제 저희도 다시 우주 밖으로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아닙니까? 사이버트론이 다른 행성들과 교역이 끊긴지 꽤 오래 되었지만 다시 재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요."
이유 하나를 제거하면 다른 이유를 들이대면 될 뿐이지.

프라울의 얼굴이 구겨졌다.

저걸 막을 정당한 핑계가 없는 모양이군. 프로테우스는 속으로 웃었으나 그는 겉으로 평정을 유지했다. 교역에는 필수적으로 오토봇들이 투입될테고, 다른 행성과 교역을 시작하면 경비도 늘릴 수 밖에 없으며 그러다보면 지금 중요한 군사력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프라임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오토봇들이 분산된다. 디셉티콘과 싸워주다 서로 자멸했으면 좋겠지만, 전쟁을 싫어하는 프라울과 프라임이 그런 결정을 할 리가 없었다.

"평화적으로 모두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프로테우스 의원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프라울은 저 능글맞게 미소짓고 있는 프로테우스 의원의 얼굴에다 책상을 뒤집어 엎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였다. 프라울도 원로원이 원하는건 결국 현재 행성의 군사력 중심이 된 오토봇들을 여기저기 분산시켜서 프라임에게서 군사력을 가져가고 온건한 성향의 옵티머스는 꼭두각시로 만들고 이곳저곳 손을 뻗어 또 다른 계급을 만드는 것 뿐이라는 걸 곧장 꿰뚫어봤다. 하지만 그에겐 명확한 법적 증거물이 없을 뿐더러, 그가 이 자리에서 테이블을 엎어봤자 옵티머스에게 도움이 될리가 없었다.

"다른 행성과 교역하기엔 우리 사정이 좋지 않다. 교역을 위해선 스페이스 브릿지도 개발해야 하고, 다른 투자도 해야 하는데 지금 사이버트론은 이제 막 쿠인테슨에게서 벗어났을 뿐이고 추방자들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교역을 시작하자는 건-"
"군사력의 문제죠, 결국은. 센티넬이 기존 병사들을 해체시켰고, 테러리스트가 된 하이가드들을 다시 쓸 수도 없으며, 오토봇은 수가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제안서를 가져왔습니다."
프로테우스가 다가와 제안서를 건네자 프라울은 찝찝한 표정으로 그의 제안서를 훑어봤다. 비록 제안서는 좋은 말로 돌려 쓰여져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본질을 말하지면 모든 메크들의 기능을 분별하여 군사 개체들만 미리 소집하여 직업을 부여하자는 이야기였다. 나쁜 계획은 아니었다, 효율적이까지 했다. 문제는 프라울이 저 의원이 그걸로 멈출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과, 이 망할 원로원들을 지금 당장 제거할 합법적인 수가 그에게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프라임께서 이걸 허가하실리가 없다."
그의 말이 맞았다. 옵티머스는 시야가 넓어 결국 모든 사이버트로니안들을 기능으로 분류하자는 본질을 꿰뚫어볼테고 그가 동의할리 없다. 뭐, 근데 그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이건 통보입니다. 당신의 프라임 직무 대행 권한은 프라임께서 원로원에 공표하셨거나 직접적으로 대행권한 공문을 내렸어야 가능한 일이죠. 안타깝게도 프라임께선 그 어느 중 하나도 할 힘이 되지 않으신 모양이고, 그럴 경우 최종 판결 권한은 원로원에 떨어집니다. 당연히 프라임께서 당신을 내칠리야 없겠지만... 적어도 이 원로원에선 규율 대로 돌아가서 말입니다."
프로테우스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얼굴이 구겨진 프라울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부터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로원들이 깍듯하게 인사하자, 프라울이 손을 들어 회의를 파하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들이 자리를 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로원 회의실 안에서 꼭 책상이 뒤집어지는 듯한 거대한 소리가 나자, 프로테우스 의원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프라울은 집무실 안쪽에 마련된 비밀 공간에 놓인 의료용 리차징 베드를 내려다 보았다. 옵티머스의 얼굴은 평안해 보였으나, 그의 가슴 안에 있는 매트릭스는 빛이 흐려보였다. 쿠인테사에서 돌아와서도 일하겠다고 우기던 옵티머스가 데이터패드를 살피던 중 쓰러졌을때, 프라울은 자기가 옵티머스의 목을 직접 쳤던 순간에 느낀 감정들이 스쳐지나갔다. 다행히도 죽은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죽은것만 아니었다. 라쳇의 검사결과 옵티머스의 동체 자체엔 큰 문제가 없었다. 휠잭이 세운 이론은 이전에 스파크가 이미 꺼져 사망했던 오라이온의 스파크 역할을 매트릭스가 대신하고 있는데, 한동안 매트릭스의 힘을 너무 여러번 끌어다 쓴 탓에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쿠인테사에서만 매트릭스의 힘을 세번이나 끌어다썼고, 그 중 한번은 강제로 그의 힘을 열어다 쓴 잔혹한 실험 때문이었다. 적당히 쉬었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과부하가 온 것이다.

프라울은 옵티머스의 평안해보이는 얼굴을 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네가 나한테 모두의 안에 있는 선을 믿어야 한다며. 그런데 니가 눈 감자마자 어떻게 됐는지 봐봐."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옵티머스가 빨리 일어나길 바래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저 원로원이 이 행성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르겠으니까.
"그리고 일어나면 다음번엔 서류처리 까먹지 말자고."
옵티머스의 처리되지 않은 데이터패드중 하나에는 프라임이 자리를 비울 시 프라임의 직무권한을 프라울에게 넘긴다는 서류가 하나 껴있었다. 아, 간발의 차로 바뀌는 것들이란.


사이버트론엔 프라임이라는 신이 보낸 사자가 실존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프라임의 권한은 크지 않았다. 센티넬은 쿠인테슨에게 에너존을 바치며 사이버트론의 자원 뿐만 아니라 군사 행정체계까지 전부 망가트렸다. 센티넬은 사람들의 환호를 들으며 사랑받는 것을 좋아했던 거지 지루한 서류처리와 행정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프라임의 권한을 사실상 원로원에 거의 넘기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명목상으론 모두에게 권력을 나누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위해서지만, 당연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센티넬 입장에선 고루한 데이터패드의 산과 토론 시간을 남에게 떠넘긴것 뿐이었다. 그렇다고 원로원이 마음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느냐면 그건 아니었다. 센티넬은 공정한 절차에 신경쓰는 자가 아니었고, 마음에 안들면 그 자리에서 의원을 베어버리는 통에 입을 함부로 벙긋할 수 있는 의원은 없었다. 그런데 정작 진짜 프라임이 나타나 그의 자애로 모두를 받아주기 시작하니 썩은 사회에선 아무말도 않고 있던 것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프라울은 가끔 센티넬의 부역자들을 전부 죽였어야 한다는 메가트론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디셉티콘들이 지상에 머물던 동안은 부정하지만 재판에서 잡아내지 못했던 의원 몇들은 디셉티콘들이 직접 제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옵티머스가 원하는 투명하고 정의롭고 선한 사회는 아니겠지. 그리고 프라울도 법적인 철차가 사적인 제제보다 장기적으론 훨씬 효율적이라는데 동의하긴 했다. 문제는 그러려면 아주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지만.

프라울은 잠든듯 평온한 옵티머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그럴 가치가 있어, 그렇지? 지금 당장 인내하면 더 오래갈 사회를 만들 수 있겠지, 너만 일어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