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 일본연예
https://hygall.com/591611101
view 18460
2024.04.21 07:39
bgsd 어나더 3나더 4나더 5나더
노부는 선배들과 폭력 사태가 있고 나서는 며칠 내내 클럽 던전에서 마치다를 도왔다. 일단 마약조직 소탕 작전이 끝나서 당분간은 휴식 상태인 데다 모두 징계를 논의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부장이 노부를 호출했다. 이 조직은 대표가 있고 그 아래 1본부와 2본부의 본부장이 한 명씩 그리고 그 아래로 본부마다 1부와 2부가 있어서 부장이 또 한 명씩. 각 과에는 여러 개의 과가 있었다. 노부는 1본부 2부의 5과에 속해 있었다. 기관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긴 하겠지만 노부는 본 적이 없고 대표를 봤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었다. 1본부장도 보긴 했지만 정말로 보기만 했을 뿐 말도 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노부가 채용됐을 때 2부장이 직접 배치 면접을 봤기 때문에 2부장은 대화도 해 보긴 했다. 그 후로는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본 적도 없었는데 그 사람이 노부를 호출한 것이다.
"자네가 요즘 클럽 던전에 출입하고 있지?"
"네."
"마치다 군은 잘 지내고 있나?"
"네."
"내가 마치다 군을 처음 봤을 때 마치다 군은 12살이었네."
노부는 오늘도 클럽에서 마치다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클럽에 오긴 했지만 차마 올라가서 마치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클럽 지하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못내리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부장에게 들은 마치다의 과거 이야기가 계속 머리를 빙빙 돌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다는 어쩌다 부모를 잃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부터 이미 부모가 없었고 기억하고 있는 시절부터 범죄조직에 잡혀서 소매치기 같은 온갖 잡다하고 소소한 범죄를 강요당하며 학대당하고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정부에서 그런 조직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마치다를 포함한 아이들을 구한 것까지는 그럭저럭 미담이었다. 국가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해서 그런 조직에 오랫동안 이용당하게 했던 건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어쨌든 구한 건 미담이라고 우기자면 미담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미담이라 우길 수 있었다.
부장은 그랬다. 마치다는 태어난 이후 내내 학대와 폭력 속에서만 살아 왔으니 과장이 어린 마치다를 구했을 때 얼마나 고맙고 기뻤겠냐고. 태어난 이후 만난 어른들 중 마치다를 때리거나 위협하지 않는 어른은 처음이었을 테니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 주고, 잠은 잘 잤는지 챙겨주고, 아픈 데는 없는지 걱정해주는 어른이 얼마나 좋은 사람으로 보였겠냐고. 그래서 12살의 그 어린 마치다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좋은 어른을 위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했다. 미끼가 되겠다고. 당연히 그 호의는 거절해야 했다. 아직 아이였다. 그것도 오랜 세월 범죄의 피해자였던 아이. 그러나 과장은 욕심 앞에서 도덕과 윤리를 저버렸고 아이를 미끼로 삼았다. 덕분에 해당 조직을 일망타진한 과장은 성과에 눈이 멀어 꼬마 마치다가 다음 작전 때문에 고민하던 과장을 보고 도와줄까 물었을 때 그 호의를 덥썩 물었다고 했다. 그 이후 마치다는 마약조직에도 잠입했고 폭력단에도 들어갔었다고 했다. 미성년자이던 시절에 홀몸으로 범죄조직에 들어가서 갖은 위협에 노출됐었고 그 결과 정말로 심각하게 부상을 입은 적도 있었고 잡혀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폭력단원에게 성폭력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고. 역시 미성년자일 때 말이다. 마치다는 오직 절망 뿐이던 지옥에서 자기를 구해 준 이에게 마치다는 2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진심을 다하고 있지만 과장의 진심은 대체 어느 시점에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부장은 그랬다. 꼬마 마치다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놈들이 많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였고. 과장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어린 아이를 무기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걸 잊었다고. 그것도 고작 자신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래선 안 된다는 걸.
부장님은 그걸 두고만 보셨습니까. 라고 노부가 물었을 때 부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과장이 마치다와 아이들을 구한 것도 알고 있었고, 외부에서 여러 모로 협조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설마 어린 마치다를 정보원으로 쓰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고. 그리고 노부보다 먼저 마치다의 협조를 받았던 노부의 선배 요원들이 명백히 조직의 협조자인 마치다를 그렇게 모욕하고 조롱해 왔으며, 과장이 그걸 막아주지도 않았을 거라고도 상상도 못했었다고. 그 말에 노부는 헛웃음이 나오는 걸 참지 못했다. 노부가 마치다를 만난 뒤로 벌써 1년이 지났고 마치다는 그새 29살에서 30살이 됐다. 18년 동안 몰랐다고?
노부는 과장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마치다가 보여주던 냉소도 선배들을 대할 때 숨기지 않던 혐오와 경멸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부도 마치다에겐 그 빌어먹을 조직의 일원일 뿐일 텐데도 마치다는 어떻게 어릴 적 기르고 싶었던 사모예드를 닮았다며 안아줄 수 있었는지 그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온통 진탕이 돼서 차에서 못 내리고 그저 차 안에 멍하게 앉아 있을 때 누가 조수석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자 마치다가 창을 똑똑 두드리고 있었다. 차 문을 열어주자 고개를 쏙 들이민 마치다에게 저도 모르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요?"
라고 물어본 건 그래서였다.
마치다는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노부를 바라보다가 조수석에 앉으며 차 문을 닫고 다시 노부를 돌아봤다.
"너 차 들어왔다는 연락은 한참 전에 받았는데 안 올라오길래 뭐하고 있나 내려와봤더니 무슨 헛소리야?"
"... 아니에요. 딴 생각을 하느라고."
마치다는 또 고개를 기울이고 노부를 한참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서 노부의 뺨을 간지럽혔다.
"징계 논의 중이라더니 징계가 심하게 나왔어?"
아, 징계... 마치다를 모욕하고 조롱했던 선배들은 전부 파면됐고 과장도 파면될 예정이었으나 과장은 조사할 것이 많아 아직 정직 상태였다. 조직의 특성상 이 조직에서의 파면은 깔끔한 안녕이 아니었다.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죽을 때까지 감시를 받게 돼 있었다. 검경 관련 직종에 다시 취직할 수 없으며 출국도 자유롭지 않았고 메일과 통화 감시는 물론 인터넷의 모든 계정이 감시당하게 된다. 애초에 이 오직에 들어올 때 썼던 서약서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노부는 달랐다.
"아니에요. 그냥 감봉 3개월."
"공무원 월급 안 그래도 짠데 감봉이야? 밥은 먹고 살 수 있어, 자기야?"
어차피 직업의 성격상 매달 월급에 위험수당이 붙어 있기 때문에 감봉돼도 그렇게 적은 금액이 아닌데 마치다는 눈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난 당신을 18년이나 이용하면서 당신을 모욕하고 조롱했던 조직의 일원인데, 당신이 왜 날 걱정해. 노부가 괜찮다며 웃자 마치다는 안 되겠다며 노부를 차에서 끌어내렸다. 두말않고 끌려가자 마치다는 클럽으로 올라가는 대신 노부를 자기 차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조수석에 태우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 가요?"
"내 사모예드가 힘이 하나도 없잖아. 댕댕이가 우울할 때는 산책을 해야지."
사람을 자연스럽게 개 취급하는 게 어이없을 만도 한데 노부는 웃음만 났다. 한때 정말로 노부를 인간형 사모예드 취급하면서 다정하게 대해줬던 마치다는 마약조직 소탕 건으로 선배들과 다시 얽히면서 그동안 받은 모욕과 조롱의 시간들이 다시 떠올랐는지 호칭이 어느샌가 다시 '자기야'로 돌아와 있었고 노부를 사모예드 취급하는 일도 없어졌다. 그런데 댕댕이라니, 웃음이 안 날 리가.
마치다는 정말로 노부를 강가로 데리고 갔고 시에서 예쁘게 꾸며놓은 산책로에서 2시간 동안 함께 산책을 했다. 노부가 하는 일이 밖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다보니 별다른 대화도 없었다. 어디 디저트 가게의 어떤 메뉴가 맛있다든가 날씨가 쌀쌀해졌다든가 튼튼이가 무슨 영화를 보고 왔는데 재미있다고 하더라든가 그런 잡다한 이야기를 했다. 정말 별거 아닌 이야기를 하며 그저 걸었을 뿐이었는데 2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산책을 마치고 해가 지자 마치다는 좋아하는 밥집이라며 소박하지만 포근한 분위기의 깨끗한 밥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나서 마치다가 노부를 데리고 간 곳은 호텔이었다.
마치다는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노부의 등을 떠밀었다.
"이 호텔 사우나가 그렇게 좋대. 갔다 와. 산책하고 왔으니까 깨끗하게 씻고 와라, 댕댕아."
"... 사우나요?"
"사우나 좋아한다고 전에 그랬잖아. 내가 우리 댕댕이 스웨덴에는 못 데려가줘도 이 도시에서 제일 좋다는 사우나는 알아놨지. 얼른 갔다 와."
두 사람이 함께 처음 맡았던 임무였던 사이비종교 조사 때 재벌가의 망나니가 자기가 여행 갔다 왔던 이야기를 떠벌릴 때 했던 이야기였다. 스웨덴 여행했던 이야기를 하며 사우나가 좋았다고 자랑을 한 그 망나니는 스웨덴의 사우나를 가 봤느냐고 물었고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노부는 스웨덴은 안 가 봤지만 사우나는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그때 술에 취해 있던 그 망나니는 꽤 기분나쁘게 노부를 비웃었고 노부는 마음이 상해서 입을 다물어 버렸었는데 마치다는 스웨덴 어디 사우나였냐며 주정뱅이에게 꼬치꼬치 캐물었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뭉클해서 마치다를 빤히 보고 있자 마치다는 노부의 가슴을 쿡쿡 밀었다.
"빨리 갔다와서 자랑해 줘. 얼른."
노부도 그날 마치다가 자기는 사우나는 별로고 온천파라고 이야기했던 걸 기억했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하진 않고 혼자 내려갔다. 사우나는 마치다가 정말 제대로 알아본 건지 노부가 이 도시에서 가 본 사우나 중엔 제일 좋았다. 실내 사우나였는데도 풍경 좋은 숲속에 마련된 사우나로 여겨질 정도로 콘셉트도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어있었고 시설도 물론 아주 고급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게 호화로웠다. 그렇게 최고의 사우나에서 몇 시간 사우나를 마치고 객실에 들어가자 객실에서 씻었는지 뽀얀 얼굴로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던 마치다가 사우나 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채로 들어오는 노부를 보고 손을 흔들며 웃었다.
"우리 댕댕이 씻고 나니까 뽀얗게 잘 생겼네."
키득키득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마치다를 보자 만족스러운 시설에서 사우나를 할 때보다 더 개운하고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다는 침대 오른쪽을 노부에게 주고 왼쪽에 누운 채로 노부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산책도 시키고 밥도 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오늘 사모예드 견주 기분 제대로 냈네. 좋다."
노부가 머쓱하게 침대에 눕자 마치다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익숙해져서 어떡하냐, 나중에 너 없으면."
마치다는 예전처럼 잘해줄 필요 없다든가 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좁혔던 거리를 인식할 때면 의식적으로 다시 거리를 벌리려 하는 경향은 있었다. 그래서 짐작하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언젠가 노부가 마치다의 인생에서 벗어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각오하고 있다고 직접 들으니 또 가슴이 지끈거렸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평생 날 달고 사는 일에 익숙해져야죠."
"뭐야. 그게."
"나 운동할 때 별명이 거머리였어요. 잡으면 안 놓는다고요."
"나한테 거머리처럼 붙을 거야?"
"네."
"누구 맘대로 달라붙는대?"
마치다는 괜히 입을 삐죽거렸지만 좀 씁쓸해 보이던 기색은 사라지고 뺨이 예쁘게 붉어졌다. 그리고 노부가 다음 날 바로 마치다만한 크기의 커다란 사모예드 인형을 안고 가서 선물로 주자 또 눈이 커다래졌다.
"이게 뭐야?"
"범엔 제가 집에 가니까요. 밤에 잘 때는 나 대신 얘가 옆에 있어줄 거예요."
"이렇게 큰 걸 안고 자라고?"
"네. 지금 있는 애랑 같이 안고 자요."
마치다는 품에 버거울 정도로 커다란 사모예드 인형을 빤히 바라보다가 '좋아!'라고 외치더니 낑낑 인형을 끌어안고 침대로 갔다. 그리고 주인 없는 침대에서 혼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던 작은 강아지 인형 옆에 커다란 사모예드 인형을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더니 가슴을 토닥였다.
"잘 자, 노부."
"... 네?"
노부가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묻자 마치다는 장난꾸러기처럼 웃고 이불을 덮고 있던 커다란 사모예드 인형을 가리켰다.
"얘 이름이 노부야. 너 대신 날 지켜줄 애니까 노부여야지."
"그럼 그 옆에 작은 애는요?"
"얘? 얘는..."
유키인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마치다는 눈을 반짝거리며 고민하다 눈가에 예쁜 주름을 만들며 웃었다.
"얘 이름은 노."
"... 노?"
"응, 노부보다 작으니까 이름도 반토막 내서 노."
작다고 이름이 '노'라니 노부유키를 완성하기 위해서 작은 인형을 세 개 더 사 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치다가 노부를 돌아봤다.
"내가 정말 너한테 받는 게 너무 많네."
"마치다 상도 어제 사우나도 데려가 주시고 저녁도 사 주셨으니까."
"그건 그거고, 너 뭐 원하는 거나 갖고 싶은 거 없어? 나도 선물해 줄게."
그럴 필요 없다고 사양하려던 노부는 마치다가 잠입을 돕다가 다친 적이 많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리고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기더라도 노부가 마치다를 지킬 거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그럼 제가 호신술 가르쳐 드릴 테니까 좀 배워보시는 거 어때요?"
"호신술?"
"네, 잘 가르쳐 드릴게요."
그러자 마치다는 노부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노'를 일으키더니 '노'의 작은 앞발을 잡고 노부의 배를 통통 때렸다.
"그럼 잘 부탁해요, 사부님. 슉슉. 슉슉."
그래서 노부는 '노부'를 일으켜서 '노부'의 커다란 앞발을 잡고 마치다의 가슴을 톡 건드렸다.
"각오해요... 슈...슉슉."
마치다의 웃음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역시 '부, 유, 키'도 사 와서 완성해줘야겠다.
놉맟
https://hygall.com/591611101
[Code: 98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