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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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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ㄱㅅㄷ  /  2편 / 3편   



아가가, 아니 마치다 케이타가 진정되면 이야기를 잘해서 나중에 츠지무라의 병원에 데려가기로 하고 일단 츠지무라는 돌려보냈다. 밥을 할 정신도 먹을 정신도 아니라서 저녁 대접은 하지 못했다. 마치다는 노부가 안아주면 품에서 쥐죽은 듯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노부가 품에서 내려놓으면 노부가 꺼내 줬던 반려견 방석으로 들어가서 꼼짝도 안했다. 식사량도 줄어서 예전처럼 닭가슴살 반 덩이를 삶아서 줘도 그것도 다 못 먹고 깨작거리다가 물만 마시고 다시 방석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나마 노부가 반려견 방석을 침대 위에 올려놔서 옆에 누워서 자는 셈이긴 하지만... 

츠지무라와 나중에 연락해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수인형을 가장 예쁜 나이에 고정시켜 놓고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악질 쓰레기들은 대부부 수인을 성욕 처리용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아마 마치다 케이타도 그런 식으로 이용당했을 거라고. 수인형은 적당히 어린 나이에 고정해서 장난감처럼 다루고, 수인의 인간형은 보기에 예쁜 나이까지 또 장난감처럼 데리고 놀다가 버리거나 죽인다고. 노부는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쓰레기들만의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수인의 수인형 성장을 막는 약물은 있는데 수인의 인간형 성장을 막는 약물은 없는 건 수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약물이 인간들에게 사용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라고. 

사법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단속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수인의 불법거래와 성착취는 만연한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불법은 불법이라 꼭꼭 숨어 있어서 아는 사람들끼리만 거래가 오가기 때문에 그 범죄 카르텔 외부의 인간들은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그래서 마치다를 저렇게 만든 게 어느 조직이나 어느 쓰레기인지도 파악하기 힘들다고. 

그리고 츠지무라는 물었다. 

"아직도 인간형은 안 보여 줘?"
"응."
"인간형을 취하지 못하는 건 아닐 텐데. 그냥 예쁜 동물인 게 좋으면 그냥 반려동물을 들이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수인을 들일 리가 없잖아. 수인들이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학대당하는 일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인간형을 취하지 못하게 했을 리가 없어. 인간형을 취할 수 있긴 할 거야."

북극여우를 반려동물로 들이고 싶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북극여우를 합법적으로 반려동물로 들이는 게 까다롭고 복잡하긴 해도 아무렴 수인을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것 만큼 까다롭겠냐고. 츠지무라는 북극여우를 불법으로 기르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었지만 수입이 제한된 북극여우를 불법으로 들여와서 기르다가 걸렸을 때 받는 처벌은 수인을 불법거래하고 학대하다가 걸렸을 때 받는 처벌에 비해서 당연히 더 약하다고도 했다. 

노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형을 취할 수 있는 것 같긴 해."
"봤어?"
"아니, 본 건 아니고 전부터 퇴근하면 미묘하게 이상한 기분이긴 했는데 신경써서 보니까 보이더라고."
"뭐가?"
"집에 여우가 있는데도 털 같은 것도 안 날리고 항상 집이 깨끗하다고 했잖아."
"어."
"청소기 위치가 매일 미묘하게 다르더라고."
"아..."

아무것도 몰랐다면 노부가 출근한 사이에 집안 일도 해 줬나 싶어서, 전에 노부를 돌봐달라고 했더니 매일 아침 깨워주고 TV를 틀어줬던 것처럼 열심히 노부를 돌봐주고 있나 해서 귀여웠을지도 몰랐다. 자기 몸보다 큰 걸레를 밀고 다니면서 바닥을 닦나? 하고 신기해했겠지. 하지만 이젠 기쁘지가 않았다. 털이라도 날려서 노부가 마치다를 버리거나 다른 데로 보낼까 봐 무서워서 안 쫓겨나려고 열심히 청소를 해 놨나 싶어서 안쓰럽기만 했으니까. 

"게다가 내가 집에서 편하게 입는 반팔 셔츠랑 반바지가 하나씩 사라졌길래 내가 세탁기에 넣어놓고 잊었나 했는데 세탁기에도 없었거든."
"음."
"그런데 어제 보니까 세탁기 안에 든 옷 밑에 들어가 있더라."
"네가 넣은 건 아니고?"
"아니야. 며칠 전에 확인해 봤을 때만 해도 분명히 없었거든. 그런데 어제 빨래 돌리려고 보니까 들어 있더라."
"그래."
"그리고 다른 반팔 셔츠랑 반바지가 하나씩 또 없어졌어."

츠지무라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물었다. 

"너 정말 자신있어? 그렇게 학대받았던 수인들은 상처가 커서 돌봐주기가 쉽지 않아."

그거야 당연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츠지무라가 그걸 잘 아는 이유도 알고 있었다. 츠지무라의 파트너는 치즈태비 수인인데 학대받다가 구조된 치즈태비 수인을 츠지무라가 보살피다가 서로 마음이 깊어져서 파트너를 맺었다. 츠지무라가 노부에게는 툭툭거려도 파트너에게는 상냥한지 몇 년 전에 츠지무라의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츠지무라의 파트너는 아주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데다가 노부가 말만 걸어도 흠칫거리면서 경계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상냥해졌다. 츠지무라가 상처를 잘 치료해 준 모양이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솔직히 그 질문에 확실히 할 수 있다고 그럴 수 있다고 답할 수는 없었다. 마음만으로 될 일이 아닐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러고 싶냐고 물어보면 그건 확실히 답할 수 있었다. 한 달이나 노부의 눈치를 보면서 경계하던 아기여우가 노부에게 다가와 줬을 때의 감동을 노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노부의 가슴에 올라와서 노부의 입을 앞발로 툭툭 때리거나 조그만 혀로 핥아주면서 깨워줄 때의 감동도, 새우를 쪄서 자른 걸 아기여우의 밥그릇에 담아줬더니 너무 맛있었는지 노부도 어서 먹어보라고 노부에게 그릇을 밀어줄 때의 감동도, 하루 종일 심심했을 텐데 노부가 퇴근할 때마다 달려와서 노부에게 뽀뽀를 해 줄 때의 감동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품에 끼고 사랑하면서 보살펴주고 싶었다.

맨션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츠지무라와 통화를 했던 노부는 통화를 끊고 집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회사의 창립기념일이라 창립기념식만 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평소보다 퇴근이 아주 빨라서 잠깐 츠지무라와 통화를 할 여유가 있긴 했지만 아기여우가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건 마찬가지라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수인이란 걸, 그것도 학대받고 있었던 수인이란 걸 들키고 난 후, 아기여우는 다시 예전처럼 노부를 경계하고 있었다. 노부를 경계하는 건지 학대받던 시절이 떠오른 건지. 아무튼 아기여우는 다시 예전처럼 소파 옆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노부가 퇴근해도 문 앞까지 나와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욱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이젠 그 아기여우를, 마치다를 괴롭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노부가 지문인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였다. 없어진 노부의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청소기 소리 때문에 노부가 문을 여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침울한 얼굴로 청소기를 돌리고 있던 남자는 노부가 들고 있던 가방이 툭 떨어지는 소리는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서 하얗게 질리더니 옷 속으로 사라졌다. 

"캥!"

아니, 여우로 변해 버렸다. 옷 속으로 푹 꺼져 버렸던 아기여우는 발을 휘우적거리며 옷더미 속에서 서둘러 빠져나오더니 바로 소파 뒤로 달려가서 숨었다. 

그러니까... 방금 그 잘 생기고 예쁜 남자가 마치다 케이타... 그 여우인 거지? 





"마치다 케이타 상?"

노부가 소파 뒤의 방석 위에 숨어서 눈도 마주쳐주지 않는 아기여우 앞에 앉아서 아기여우를 부르자, 아기여우는 흠칫 떨기만 했을 뿐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너무 잘생긴 사람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내 집에 너무 예쁜 사람이 서 있어서 꿈꾸고 있나 했는데... 마치다 상, 미남이구나."

아기여우는 다시 흠칫 떨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흘긋 노부를 바라봤다. 노부의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달래려 하는 말인지 판단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노부는 아기여우의 방석 앞에 앉아서 팔을 벌리고 계속 아기여우를 불렀다.

"오늘 회사 창립기념일이라 행사만 하면 됐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게 됐어요. 아침에 이야기를 하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침에 마치다 상도 아시다시피 제가 늦잠을 잤잖아요? 그래서 미처 말을 못하고 나갔어요."

창립기념일이라고 해도 행사에는 참여해야 했는데 오늘 일을 안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풀어져서 늦잠을 잔 건 사실이었다. 황급히 나간 것도 사실이었고. 마치다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노부가 서둘러 나간 걸 기억한다는 건지, 그러느라고 말을 못하고 나간 걸 이해하거나 용서하겠다는 건지. 마치다 케이타는 자기 이름을 말해 준 후로 다시 입을 다물었고 여전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위험한 주사도 맞히고 그랬다고 그래서 혹시 인간형을 못 취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어느 쪽이든 마치다 상이 편한 대로 있으면 돼요. 여우가 편하면 여우로 있어도 되고, 사람이 편하면 사람으로 있어도 되고. 아, 사람이면 먹을 수 있는 게 더 많잖아? 그렇죠? 그때 새우도 괜찮았고, 츠지무라가 마치다 상한테 알레르기도 없다고 했거든요. 그래도 혹시 갑각류 같은 거 먹고 탈난 적 있어요? 게나 새우나, 랍스터나."

그날 츠지무라는 마치다의 피를 채혈해 갔다. 노부가 그 전에 아기여우를 계속 돌볼 거라고 했기 때문에 알레르기나 질병 검사 같은 걸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츠지무라에게 들은 바로 마치다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지만 그 외에는 문제가 없으니 특별히 먹을 걸 가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묻자 마치다는 갑자기 튀어나온 갑각류 이야기에 눈을 끔벅거리다가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작게 흔드는 여우를 보고 있던 노부는 어쩌면 이 방법이 좋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는지, 도망친 건지 쫓겨난 건지, 아기여우를 괴롭힌 게 누구인지 알고 있는지, 그들을 찾을 수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런 것들을 묻기보다는 노부와 함께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마음을 놓고 편하게 지내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노부는 이게 현명한 방법이 아니고, 성급한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사람형도 취할 수 있고 알레르기도 별다른 게 없으니 맛있는 걸 더 많이 먹을 수 있잖아요. 그렇죠? 안 그래도 게 시즌이라서 먹여주고 싶었는데 게는 나트륨이 많아서 작은 반려동물한테는 안 좋다고 해서 포기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먹을 수 있겠네요. 알레르기도 없으니까, 어때요? 게 주문할까요? 같이 먹을까요? 게 찜이 좋아요? 샤브샤브가 좋아요? 비슷한 것 같아도 식감이나 맛이 좀 다르니까. 찜이랑 샤브샤브 어느 쪽이 취향이에요?"

비겁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너무 조급하게 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츠지무라가 다녀간 지 벌써 한참이나 지났는데 이 아기여우는 여전히 노부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노부는 이 아기여우를 학대한 그놈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이 아기여우를 절대로 괴롭힐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다. 노부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저을 수 없도록 질문을 던지자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노부를 바라보고 있던 아기여우가 입을 달싹거리면서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둘 다 안 먹어봐서..."
"아... 그럼 일단 게 찜을 먹어볼까요? 푹 익히는 거라서 거부감도 없을 거예요. 게가 마음에 들면 다음에 게 샤브샤브도 먹어 봐요. 내가 어머니한테 육수 맛있게 내는 법 배웠거든요. 맛있을 거예요."

아기여우의 커다란 눈동자는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표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주춤거리고 있었지만 당황스러워서 움찔거리고 있기 때문인지 오히려 아까보다 조금 앞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노부가 손을 내밀자 조금 더 머뭇거리다가 우물쭈물하며 조금씩 다가와서 노부의 커다란 손바닥 위에 앙증맞은 작은 발을 톡 올렸다. 노부는 그 작은 앞발을 조심스럽게 잡고 아기여우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 소고기 먹으려고 했거든요. 그동안 밥 잘 못 먹어서 배고프죠? 오늘 좀 많이 먹는 거 어때요?"

아기여우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마치다 상이 '아가'로 있을 거면 내 스테이크에서 평소 먹는대로 조금만 잘라서 줄 거고, 마치다 상이 '마치다 상'으로 있을 거면 스테이크 한 덩어리 전부 구워서 줄게요. '아가'로 있을 때는 쥬스를 줄 수 없어서 물만 마셔야 됐지만 '마치다 상'으로 있으면 쥬스도 마실 수 있어요. 쥬스가 맛있는 브랜드를 알게 돼서 요즘 계속 그 쥬스만 마시거든요. 맛있어요. 어때요? '마치다 상'으로 저랑 같이 식사 해 주실래요? 식사 어떻게 할 거예요? 아가? 아니면 마치다 상?"

아기여우는 불안이 가득한 얼굴로 노부를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가일까, 마치다 상일까? 

노부는 두근거리면서 아기여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기여우가 덜덜 떨면서 한 말은 노부의 예상과는 달랐다. 

"나... 너무 커져서... 예쁘지 않아져서..."

어... 그래서 버려진 거였어...? 놈들이 그런 말을 한 거야? 마치다 상한테? 이 예쁘고 귀여운 사람한테? 쓰레기들이라 눈도 삐었나?

노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고개를 마구 저으며 외쳤다. 

"아니, 예쁘던데요. 굉장히. 진짜 잘생겼어요. 완전 미남이던데."

노부가 빠르게 말하자,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기여우가 고개를 들며 갸웃거렸다. 

"정말로.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너무 미남이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그랬잖아요. 너무 예쁘고 잘 생겼어요."
"... 지... 진짜요?"
"그리고 크긴요. 나보다 살짝 좀 작은 것 같던데요. 내 바지가 약간 커 보이던데요. 셔츠도 좀 큰 것 같았고. 내가 마치다 상보다 더 큰데 무슨 소리예요. 참, 말 나온 김에 옷 새로 사 줄까요? 마치다 상도 몸에 잘 맞는 옷 입어야 편하지. 원래 그런 편한 스타일 좋아해요? 아니면 좀 단정한 스타일 취향?"

노부의 옷을 입고 있는 마치다도 예뻤지만 마치다는 얼굴이 단정한 스타일이라서 단장한 셔츠와 가디건이나 얇은 스웨터, 면바지나 이런 스타일도 예쁠 것 같아서 혹시 그런 쪽이 취향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스타일이 더 좋다면 새 옷을 사 줄 생각으로 두근거리며 물었다.

"주로 어떤 옷 스타일을 입었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주로 어떤 옷 스타일을 입었냐고는 묻지 말아야 했다. 마치다가 어린 시절부터 수인형의 성장을 막고 모습을 고정하는 주사를 맞아왔던 데다가 몸이 커지고 더 이상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기까지 했을 정도로 쓰레기같은 놈들 밑에서 심한 학대를 받거나 버려졌을 거라고 추정되는 상황에서... 노부는 상상도 못해 본 학대를 받으며 지냈을 마치다에게 절대로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이었다. 

"... 그냥 계속... 목줄만... 하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노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인 아기여우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작은 심장이 쿵쿵쿵 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대체 뭐하는 쓰레기들이길래 수인을 잡아다가 그런 짓을 한 걸까. 수인형은 성장 정지 약물을 맞혀서 그것도 10번이나 맞혀서 성장을 못하게 하고 인간형일 때는 그런...

"미안해요... 내가 눈치가 없어서..."

노부의 품에 갇혀 있는 작은 머리가 도리도리 움직였다. 노부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서 침묵하고 있자 아기여우가 조금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너무 꽉 끌어안았나 싶어서 고개를 숙이자 아기여우가 고개를 돌려서 노부의 시선을 피하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만약에... 만약에 정말로 보기에... 괜찮으면... '마치...다 상'"

잠깐 무슨 말인가 했던 노부는 바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아가'로 밥을 먹을 건지, '마치다 상'으로 밥을 먹을 건지 물어봤던 것에 대한 대답인 모양이었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