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1717559
view 19602
2024.04.22 04:33


bgsd 어나더 3나더 4나더 5나더 6나더   


 
그러나 약속한 호신술 훈련에는 바로 들어갈 수 없었다. 마치다와 함께 장기간의 작전에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었다. 노부가 속해 있던 5과는 이번에 과장을 포함해서 노부의 선배들이 대거 파면됐기 때문에 5과 자체가 해산됐고 노부는 임시로 4과로 배정됐다. 이번에 4과에서는 대규모 불법도박 조직을 수사하고 있었는데 노부와 마치다도 이 잠입작전에 함께하게 됐다. 5과가 해산된 이후 신입들이 대거 뽑혀서 교육 중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노부는 이 신입들도 또 마치다가 맡게 되는 걸까 심란해졌다. 조직의 존폐가 위협당할 정도로 대규모의 내사가 이루어졌으니 기존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치다를 막 대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혹시 몰라서. 노부가 그런 걸 걱정한다는 걸 알았을 때 마치다는 아마 기존에 하던대로 마치다가 신입들의 잠입을 돕거나 교육을 맡게 될 거라고 담담하게 대답해지만 노부가 직접 부장을 찾아가 묻자 부장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실전 훈련을 위한 교관들을 양성 중이라나. 마치다는 그 말을 전해들었을 때 아무 대답도 없이 한참을 앉아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는 바로 노부에게 물었다. 

"저녁 뭐 먹을까?"

그 말에서는 후련함도 아쉬움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 작전은 4과가 맡은 작전이었는데 몇 년 동안 조사했고 검거된 이도 몇 명이 있었음에도 조직의 보스가 누군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몇 년째 질질 끄고 있는 사건이었다. 이번에 확실히 보스를 알아내 조직을 궤멸할 작정으로 대규모로 인원이 투입되었고 마치다는 딜러, 노부는 도박이 열리는 홀의 경비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알고 보니 마치다는 몇 년 전에도 불법도박 조직에 잠입한 적이 있어서 웬만한 게임의 룰을 전부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조직에서는 정보 누설을 우려해서인지 모든 직원들을 숙소에서 지내게 하고 있었고 신입들은 전부 기존 직원들과 한 방을 쓰게 했기 때문에 노부와 마치다는 호신술 훈련은커녕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별로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다. 

몇 달이나 잠입을 했음에도 여전히 보스는 알 수 없었지만 최근 철수가 은밀하게 논의되고 있던 때였다. 여느 날처럼 마치다가 블랙잭 테이블에서 딜러를 하고 있는 동안 노부는 마치다 주위에서 돌아다니며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조만간 특수기동대의 진입이 예정돼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잠입한 요원들 모두가 더더욱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그때였다. 출입자를 관리하는 경비들이 서 있는 문 밖이 시끄러웠다.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무서운 게 많은지 경비들의 수준도 높고 수도 아주 많았는데도 안까지 소란이 전해질 정도면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홀 안의 분위기도 어수선해지기 시작했을 때 노부는 재빨리 마치다의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노부가 막 마치다의 바로 뒤에 도착했을 때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쇠파이프를 든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특수기동대의 진입이 예상보다 빨라졌는데 미처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건가 했지만 전부 새카만 수트를 입고 있는 복장을 봐도 그렇고 살벌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쇠파이프나 칼을 볼 때 절대로 특수기동대일 수 없었다. 노부와 조직원들의 철수 예정이 빨라진 것도 사실 라이벌 조직과의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결국 터진 모양이었다. 딜러들은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 어차피 조직원들이 아니라 따로 고용한 이들이기 떄문에 갑자기 폭력 사태가 벌어지자 다들 우왕좌왕하며 도망가기 바빴다. 그 틈에 노부도 마치다의 손을 잡아쥐고 서둘러 달렸다. 습격자들에게 총이 없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주변의 공격만 신경쓰며 달리고 있을 때 마치다의 손을 잡고 있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흘긋 그쪽을 보니 누군가가 쇠파이프를 쥐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노부의 오른쪽 어깨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노부는 이를 악물고 몸을 틀면서 놈의 파이프를 뺏아 그대로 놈의 어깨, 등과 머리를 차례로 때렸다. 놈은 곧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출구를 찾아 달릴 때였다. 마치다가 노부를 잡아당기며 몸을 휙 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노부의 어깨로 떨어지는 쇠파이프를 막는 마치다의 팔이 보였다. 

안 돼!

노부가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놈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지만 이미 팔을 다친 마치다는 비명을 삼키고 있었다. 

"마치-"
"일단 나가야 돼. 빨리."

마치다는 비명도 못 지르고 이를 악문 채 노부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마치다가 이끈 곳은 딜러 전용의 휴게실이었다. 도박이 벌어지는 홀은 낮밤을 알 수 없고 시간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시계도 없고 창문도 전혀 없었지만 딜러들이 쉬는 휴게실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마치다는 창가로 가서 밖을 보더니 멀리서 라이벌 조직의 조직원들이 돌아다닐 뿐이라는 걸 확인하자 소리없이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노부가 먼저 창문을 넘어나가고 나서 팔을 다친 마치다를 안아서 건물 밖으로 빼냈다. 건물에서 꽤 멀리까지 달아나 추격자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이번 작전의 팀장인 4과의 과장에서 전화를 해서 전쟁이 터졌다는 것을 알리자 4과의 과장은 안 그래도 감시 중이었기 때문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곧 특수기동대의 진입이 있을 거라고 했다. 4과의 요원들이 대거 잠입해 있는데 공격이 있을 걸 알면서도 알리지 않다니. 노부는 배신감과 분노에 떨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번에 잠입한 요원들은 몇 달 전 잠입하기 전에 인근 지역에 마련한 안가에 차를 주차해 뒀었다. 노부는 그 차들 중 하나에 타자마자 마치다의 팔부터 확인했다. 피멍이 든 팔을 살짝 만지기만 했는데 마치다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억눌린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도망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도 벌써 이만큼 부어 오르고 피멍이 올라온 걸 보면 상처가 심각한 듯해서 가슴이 지끈거렸다. 

"너무 많이 부었어요."
"어."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그러자 마치다는 한숨을 내쉬고 내비에 어떤 정형외과의 이름을 찍었다. 다친 적이 많다더니 단골 병원(?)까지 있는 건가. 다시 가슴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아는 의사가 있습니까?"
"응. 내 자랑이야."
"자랑...입니까?"

자랑이라는 그 의사의 얼굴도 못 봤고 이름도 모르는데도 (병원 이름에는 의사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병원 이름은 '무지개 정형외과'였다. 뜬금없이 무지개?) 그냥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째서인지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흘긋 본 마치다의 얼굴은 자랑거리를 말하는 것 같지 않게 쓸쓸하기만 했다. 

"사실 자랑은 못하지만."

그 표정이 너무 씁쓸해 보여서 무슨 관계냐고 묻지도 못했다. 그렇게 침묵 속에 찾아간 병원의 원장은 츠지무라라는 사람이었는데 노부가 넥타이를 이용해서 임시로 만들어 준 팔걸이에 팔을 걸고 들어오는 마치다를 보더니 인상을 팍 구겼다. 

"또 다쳤어? 그 일 때려치우라니까."

그러면서 노부를 노려보는 눈빛도 살벌한 걸 보니 마치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츠지무라는 바로 X-레이를 찍으려고 했지만 마치다는 자기를 부축해 주고 있던 노부를 앞으로 밀었다. 

"이 사람부터 봐 줘."
"네?"
"이 사람?"

노부와 츠지무라라는 의사가 동시에 마치다를 바라보자 마치다는 노부의 오른쪽 어깨를 가리켰다. 

"너 어깨... 예전에 부상당했었지?"
"... 어떻게 알았어요?"
"너 가끔 오른쪽 어깨만 빙빙 돌리거나 주무르는 거 봐서 그럴 것 같았어."

마치다는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고는 츠지무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부상당한 곳을 오늘 또 맞았거든. 쇠파이프로 맞았어. 한번 봐 줘."
"네가 더 심하게 다친 거 같은데."
"그러니까 ㄴ... 아니 이 사람부터 먼저 빨리 봐 주고 나 보면 되잖아. 빨리."

츠지무라는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마치다의 고집이 센 걸 아는지 노부의 어깨를 봐 줬다. 노부는 어깨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뒀기 때문에 부상을 입은 적도 있고 후유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늘 맞은 건 그저 타박상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까 츠지무라가 노부부터 X-레이를 찍었을 때도 타박상으로 나와서 츠지무라는 연고를 발라주고 집에 가서 찜질을 하라고 처방을 내렸다. 그리고 마치다는 노부와 달리 팔 뼈에 금이 간 상태였다.

츠지무라가 마치다의 팔에 깁스를 해 주고 난 뒤 마치다가 투덜거리며 화장실에 간 다음이었다. 츠지무라는 거친 태도로 자판기의 커피를 뽑아주며 노부를 노려봤다. 

"쟤 언제까지 써먹을 거랍니까? 이제 2년 더 채우면 20년입니다. 20년. 쟤도 이제 서른인데 대체 언제까지 써먹을 겁니까? 마흔 살, 쉰 살이 되면 놔 줄 거랍니까?"

비밀조직인 만큼 외부에 말할 일은 아니라서 노부가 입을 다물고 쳐다보고만 있자 츠지무라는 커피가 뜨겁지도 않은지 종이컵에 든 커피를 다 비우고 한숨을 내쉬었다. 

"케이타가 구조된 그 범죄집단에에 저도 있었습니다."

노부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츠지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타와 같이 구조됐죠."
"...고생하셨습니다."

츠지무라는 피식 웃더니 마치다가 간 화장실 쪽을 흘긋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성과에 눈이 돌아간 그 글러먹은 공무원 놈이 케이타를 이용해 실적을 쌓고 욕심이 났는지 제게도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잠입해서 수사를 도와주면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죠."

낯부끄러운 조직의 치부에 노부의 얼굴이 구겨지자 츠지무라는 비웃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고발한다고 했더니 물러나더군요. 뭐 쉽게 물러나진 않았지만."
"그래서 마치다 상이 츠지무라 원장님이 마치다 상의 자랑이라고 했던 겁니까?"
"자랑은 무슨."

츠지무라는 다시 한 번 화장실 쪽을 흘긋 보더니 착잡한 표정으로 종이컵을 구겼다. 

"의대 다닐 때 학비를 케이타가 대 줬습니다. 한두 푼도 아닌데. 의대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뒤로 바로 갚으려고 했지만 안 받아서 집 하나 사서 넘겼죠."
"지금 마치다 상이 사시는 집 말입니까?"
"그쪽 조직과 일할 때는 거기서 구해주는 집에 산다고 알고 있는데. 진짜 집이 어딘지 압니까?"

노부가 처음 마치다를 만났을 때 마치다가 자기 집이라고 한 곳은 노부가 속한 기관에서 구해 준 임시 거주지가 맞았다. 그런데 마치다는 노부에게 '댕댕이 산책'을 하고 같이 호텔에서 잤던 날 다음 날 클럽에 갔던 노부가 집에 데려다주려 하자 마치다는 노부의 내비에 새 주소를 하나 찍어 주었다. 노부의 조직에서 구해 준 집보다 좋았고 보안도 더 철저했다. 노부는 그때 마치다가 자신의 진짜 집에 데려가 줬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어서 누군가 사 준 집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가 내 진짜 집이야. 너만 보여주는 거다.'

그 말에 너무 가슴이 뛰어서. 

노부는 그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몇 달 전에 마치다 상이 그 집에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저도 데려다 드릴 때 매일 갔었습니다."
"... 그래요?"

츠지무라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노부를 살폈다. 

"저 녀석이 한 번도 그 집에 누굴 데려간 적이 없는데."

노부가 표정을 감추지 못해서 고개를 돌리자 츠지무라는 볼펜으로 책상을 톡톡 치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진짜 저 녀석 언제까지 써먹을 거래요?"
"제가 마지막입니다."

츠지무라가 마치다와 같은 범죄집단의 피해자였고 과장에게 협조 권유를 받았었다는 것도 들었기 때문에 노부가 바로 대답하자 츠지무라는 눈을 크게 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그럼-"

그러나 그때 마치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대화가 끊겼다. 마치다가 옷의 앞쪽이 온통 젖고 흐트러진 채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걸 본 츠지무라는 벌떡 일어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잘 안 되면 불러야지. 꼴이 그게 뭐야."
"그냥 금 좀 간 건데 네가 깁스를 막 이렇게 막막 해 놓으니까... 지퍼 올리기가 너무 어렵잖아."

그제야 옷이 젖어 있고 흐트러진 게 지퍼를 올리기 힘들어서 고생한 데다 손을 씻느라고 또 고생한 탓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노부가 다가가서 흐트러진 셔츠를 다시 잘 정리해주고 반만 올라가 있던 바지 지퍼도 올려주자 옆에서 보고 있던 츠지무라가 책상으로 돌아가서 책상 뒤 캐비넷에서 뭔가 꺼내서 종이봉투에 담아 건넸다. 

"뭡니까?"
"방수 커버입니다."
"방수 커버?"

마치다는 종이봉투를 뒤적여서 하나 꺼내보더니 피식 웃기만 해서 노부가 들여다보자 팔이나 다리에 깁스를 했을 때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나온 것인 모양이었다. 비닐 위쪽이 실리콘이라 조여주는 것 같고. 선배들은 마치다를 두고 걸레니 뭐니 했지만 그저 열등감에 미처 버린 놈들이 멋대로 지껄인 말일 뿐. 마치다는 남이 자기 몸을 건드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연인으로 위장해야 할 때 끌어안거나 팔짱을 끼는 것 정도는 허용해지만 꼭 위장을 해야 할 때가 아니면 건드리지 못하게 했고 마치다 본인이 노부를 자주 집적거리기는 해도 그것도 끌어안거나 팔짱을 끼거나 뺨을 콕콕 찔러대는 정도였을 뿐인데. 

샤워를.... 못하면... 내가 도와줘야 하나?

노부의 얼굴이 빨개지자 마치다는 츠지무라의 발을 툭 찼다. 

"장난치지 마, 인마."
"뭐, 어차피 너 그 손으로 혼자 생활하는 건 무리야. 아니면 내 집에서 지낼래?"
"됐어."
"제가!"

노부는 여전히 빨간 얼굴을 가리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오늘 일 때문에 이번 작전은 중지될 것 같으니까..."

마치다는 피식 웃더니 민망한 듯 멀쩡한 쪽의 손으로 뺨을 긁적였다.  

"진짜로?"
"네. 당연히 제가..."

그러자 마치다는 조금 빨개진 얼굴로 노부에게 다가와서 다치지 않은 팔로 노부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 

"그럼 부탁해, 내 사모예드."




놉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