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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06:37
bgsd 어나더 3나더 4나더
노부가 마치다와 함께 처음 투입되었던 사이비종교 건은 의외로 작은 사건이었다. 신이라도 찾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망쳐놓는 보통의 사이비종교와 달리 노부가 마치다와 함께 쳤던 사이비종교는 특이하게 양적인 성장 대신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췄고 사회지도층을 포섭하려 했다. 그래서 피해가 적었고 노부와 마치다 팀 그리고 공무원들을 전담했던 또 한 팀이 주축으로 해결했지만 노부와 마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투입된 작전은 달랐다.
이번 마약조직 관련 사건은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베테랑 선배들이 팀을 이끌고 있었고 노부와 마치다 팀을 비롯해서 서브 팀이 엄청나게 많이 붙었다.
처음에는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아니, 문제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조직 건물 내에서 노부가 그 선배들과 스쳐지나가거나 할 때 늘 별 말 없이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가던 선배들이 회의나 잠입 장소에서 노부와 마주칠 때 은근히 비죽비죽 웃는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 노부와 마치다가 같이 있을 때 그 선배들이 꼭 마치다에게 치근덕거리곤 했다. 노부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내가 생각나지 않았느냐고 묻거나 내가 보고 싶었느냐고 묻곤 했고 괜히 마치다를 툭툭 건드리곤 했다.
마치다는 그런 치근덕거림을 참아주지 않았다. 생각나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는 초면인 것 같은데 누구시냐고 되물었고 보고 싶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는 그 얼굴 안 보고 사니까 세상이 아름답다고 했고 괜히 툭툭 건드릴 때는 마치다를 건드린 손이나 팔, 발을 세게 후려치거나 걷어차곤 했다. 그럼에도 선배들은 계속 마치다에게 치근덕거렸다. 노부가 말려도 듣지 않았다. 선배들의 행동은 치근덕거려서 어떻게 해 보려 한다기보다 그냥 마치다를 괴롭히는 게 목표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모두의 사이에서 점점 부피를 키워가던 긴장이 결국 폭발한 것은 마지막 잠입 작전이 끝났을 때였다. 모든 증거를 다 확보했고 이제 남은 건 노부의 조직 같은 존재 자체가 비밀인 비공식 조직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공식 경찰 조직, 특수기동대의 진압만이 남아 있을 때. 마지막 임무를 마친 이들은 긴장이 풀어져서 다소 흐트러져 있었으나 몇 달이나 불편한 사람과 계속 위험한 작전을 펼치느라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폭발해 버린 것이었다.
"자기야, 자기야 하며 그렇게 달라붙고 사근사근한 척 굴더니 새 남자 생기니까 아는 척도 안 하네?"
노부의 선배라는 이름의 쓰레기가 그렇게 말했을 때 노부의 팔짱을 끼고 있던 마치다는 생긋 웃었다.
"똥차 겨우 치우고 벤츠 만났는데 치워버린 똥차 따위한테 아는 척할 필요가 있나?"
"배워먹은 게 없어서 머리가 나쁜가 봐? 그게 얼마나 됐다고 기억을 못해?"
"넌 이미 갖다 버린 쓰레기도 다 기억하니? 냄새가 하도 지독해서 쓰레기 버릴 수 있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난 냄새나는 쓰레기 따위는 버리는 순간 다 잊어버리고 살거든. 당연한 거 아냐?"
"젊고 잘생긴 놈 하나 꿰차니까 아주 신나나 봐? 이 자식한테도 자기야, 자기야 그래?"
"네 눈에도 우리 자기가 잘 생긴 건 보이나 봐? 너랑은 천지 차이긴 하지? 우리 자기한테는 자기야라고 하는데 내가 그쪽한테도 그랬었다고? 무슨 소리야. 꿈이라도 꿨어?"
"뭐야?"
누가 봐도 놀리는 듯 과장되게 놀란 얼굴을 하는 마치다를 보며 선배들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마치다는 입을 틀어막고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들을 바라봤다.
"내가 너 같은 거한테 자기야라고 했다고? 설마..."
그리고는 노부의 팔짱을 끼면서 선배를 불쌍한 인간 쳐다보듯이 훑어보더니 혀를 쯧차고 상냥해서 더 화나게 하는 말투로 물었다.
"... 혹시 망상증 같은 거 있어?"
"이 걸레 새끼가!"
선배자식은 마치다한테 다가오면서 주먹을 들었지만 그 순간 노부가 그 쓰레기한테 주먹을 날렸기 때문에 마치다는 맞지 않았다. 대신 모두가 모여 있던 휴게실이 난장판이 됐다. 선배들은 노부에게 달려들려고 했고 마치다가 얼른 몸을 날려 노부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했지만...
"그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겠다고 맹세하고 국가의 녹을 받는 사람이 우리를 돕는 분에게 할 말이야? 이 쓰레기야"
노부가 그렇게 소리지르며 한 대 더 후려치자 선배들은 움찔하더니 일단 싸움을 중재하려고 했다. 마치다가 정보원이든 협조자든 마치다는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고 노부와 선배들은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신분이라도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이었다. 그들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이에게 이런 막말을 해서는 안 되는 신분이란 말이었다. 마치다는 선배들이 노부를 때릴 엄두를 못 내고 있고 노부가 안 맞는다는 걸 알자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노부한테 쳐맞는 쓰레기를 보며 비웃어서 분위기를 더 험악하게 만들기만 했지만 어쨌든 그걸로 수습이 됐다.
... 고 노부는 그때 믿었다. 하지만 마치다를 숙소에 데려다주고 난 후 보고를 위해 평범한 무역회사로 위장하고 있는 조직의 건물에 들어왔을 때 선배가 주먹을 날렸다. 아직 수습도 못 뗀 게 위아래도 없이 선배들한테 개긴다고 욕하며 팰 때는 맞아줬다. 그냥 이렇게 넘어갈 생각도 있었다. 마치다 말로는 한 번 마치다를 거쳐간 사람이 다시 마치다와 연결되는 일은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 쓰레기들이 다시 마치다를 괴롭힐 일은 없으니 참으려 했다. 그러나...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은 걸레 새끼가 고고한 척하면 걸레가 행주되는 줄 알아? 우리 조직에서 안 받아주면 몸이나 팔아야 할 주제에 잘난 척은! 작전 망칠까 봐 대우해 주니까 지도 뭐가 되는 줄 알고. 걸레 주제에"
머릿속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과연 이 인간들이 마치다 앞에서는 이런 개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이런 개소리들을 들으면서 상처받지 않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센 척해야 했을 마치다를 생각하니 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노부는 지금까지 참아주고 있던 선배의 주먹을 막고 팔을 붙잡아 꺾어 버리고 꽥꽥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는 자식을 그대로 붙잡아서 바닥으로 쓰러뜨려서 얼굴에 주먹을 마구 날렸다. 처음에는 선배들도 말리려 했지만 너무 살벌하게 때리니 말리지도 못했다.
'마치다가 어린 시절에 범죄 조직에 잡혀 있었고 어린아이들을 범죄에 이용하는 나쁜 놈들에게 온갖 학대와 폭력을 겪고 있던 걸 과장이 구했다.'고 노부는 들었다. 그렇지만 노부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노부가 작전에 관한 이런저런 지시사항을 마치다에게도 전해줄 때 과장 이름이 나오면 마치다는 늘 냉소가 섞인 표정을 짓곤 했으니까. 마치다는 냉정한 척 굴어도 클럽 직원들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사람이었다. 노부는 마치다를 이용해 먹기만 하는 조직의 일원인데도 마치다는 노부에게도 상냥했다. 때로 짖궃고 때로 냉정했지만 상냥했다. 최근 들어서는 노부가 조직의 일원이라는 걸 잊은 듯이 정말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해줄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니 과장이 정말로 은인이라면 그렇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노부는 깨달았다. 과장이 정말 마치다를 구했든 아니든 이런 쓰레기 새끼들의 교육을 줄곧 맡겨 왔거나 이런 쓰레기들과 공동작전을 하게 했다면 아무리 은인이라도 원수처럼 여겨지지 않을 리가 없었을 거라는 걸.
노부는 쓰레기들에게 너희가 국민을 지키기로 맹세하고 국가에서 그 대가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위치라는 걸 되새기라는 말 따위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한다고 알아들을 놈들도 아니었으니. 그저 썩은 생각만이 가득한 놈을 마구 팼을 뿐이었다. 이런 놈이 이 놈 하나였을 리가 없다. 실제로 이번 작전을 위해 잠입 수사를 할 때 마치다를 괴롭히고 조롱하던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마치다는 그런 조롱을 참아가며 천둥벌거숭이같은 새끼들의 잠입수사를 돕거나 잠입교육을 시켜서 조직으로 돌려보냈다.
왜...?
조직에서 대가로 마치다가 운영하는 클럽 던전의 운영비를 일정 정도 지원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고작 그거 때문에?
어째든 노부는 쓰레기를 마구 팼고 사람 하나 죽을 것 같자 보다 못한 선배들이 뜯어말렸지만 결국 관련자들 모두 상부에 소환됐다. 노부는 왜 그랬냐고 묻는 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에 범죄조직에 잡혀서 갖은 학대와 폭력을 겪은 피해자를 면전에서 걸레라고 부르는 이를 그렇게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부장은 그 말에 쓴웃음만 지었다.
노부가 팬 쓰레기는 이가 몇 개 나가고 팔과 갈비뼈에 금이 갔다. 부장은 관련자 모두 다 징계를 받게 될 거라고 했다. 국가에서 보호해야 할 범죄사건 피해자를, 그것도 국가조직을 돕고 있는 이를 조롱하고 모욕한 쓰레기들에게도 그리고 그 쓰레기에게 정도 이상의 폭력을 행사한 노부에게도.
그날 밤 노부는 다시 마치다의 맨션 앞에 갔지만 마치다의 얼굴을 보기도 미안해서 그저 맨션의 앞 벤치에 멍하게 앉아 있었다. 마치다가 과거에 범죄조직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선배라는 이름의 그 쓰레기들이 마치다를 어떻게 모욕하고 조롱했는지 알고 싶은 건 아니었다. 노부가 알고 싶은 건 다른 것들이었다. 그 시간들이 마치다에게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는지 지저분하고 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의 말과 태도가 마치다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지.
그래서 당신은 나에게 아무런 기대도 없는 건지...
벌써 잠이 들었는지 어두운 마치다의 집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노부를 비추고 있던 가로등 불빛이 가려졌다. 고개를 들자 언제 왔는지 편의점 봉투를 들고 있는 마치다가 옆에 서 있었다.
"여기서 뭐해?"
거짓말처럼 갑자기 나타난 마치다를 올려다보고 있자 노부를 내려다보던 마치다의 미간에 깊게 골이 팼다. 마치다는 허리를 숙여서 노부의 얼굴을 꼼꼼히 확인하더니 미간을 더 찌푸리고 쯧 혀를 찼다.
"꼴이 왜 이래?"
"편의점 갔다왔어요?"
"싸웠냐?"
말투는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데 노부의 찢어진 입술이나 파랗게 멍이 올라온 광대 찢어진 뺨 같은 곳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눈빛은 다정해서 노부는 옅게 웃었다.
"싸웠냐는데 웃어? 이겼어?"
"네."
"그래, 싸웠으면 이겨야지."
마치다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걱정되는지 노부의 얼굴을 조금 더 살펴보다가 어깨를 툭 쳤다.
"얻어터지고 다녔어도 먹을 복은 있나 보네. 피자 주문해 놓은 거 어떻게 알고."
노부를 잡아끄는 마치다와 함께 집에 올라가서 보니 마치다가 편의점에서 사 온 건 맥주였고 두 사람이 집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정말 피자가 도착했다. 그러나 바로 술을 마시진 못했다. 밝은 곳에서 노부의 얼굴을 본 마치다가 혀를 차며 치료부터 하자고 약을 발라주었기 때문이었다. 마치다는 노부의 찢어진 입술에 연고를 발라주다가 툭 던지듯 말했다.
"네 애인은 네가 무슨 일하는지도 모를 텐데 얼굴 이꼴로 만나면 놀라겠네."
"놀랐습까니...놀랍슷... 놀.. 놀랐습니까?"
마치다는 노부를 만난 이후 계속 연인 행세를 해 오고 있긴 하지만 마치다가 자기 입으로 애인이라고 말하는 걸 듣자 혀가 또 마구 꼬여서 헛소리를 마구 늘어놓고 있자, 마치다는 연고를 묻힌 손가락으로 노부의 입술을 꼭 누르더니 짧게 웃었다.
"왜 또 긴장했어? 애인 있는 거 들켜서 놀랐어?"
"아뇨, 제가 다쳐서 마치다 상이 놀라셨나 해서."
"뭐?"
"내 애인 마치다 상이잖아요. 놀랐어요?"
마치다는 피식 웃고 찢어진 노부의 뺨에 밴드까지 붙여주고는 상처 옆을 꾹 눌렀다. 사심이 들어간 것처럼 아주 세게.
"나 같은 시한부 가짜 애인 말고 네 진짜 애인."
"다른 애인 없습니다. 내 애인은 마치다 상뿐인데요."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있던 마치다는 고개를 들어서 노부를 바라보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렇지만 명백하게 기분이 상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말투가 뾰족뾰족했다.
"나 봤는데, 네 애인."
노부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노부한테는 진짜로 마치다 말고는 애인 비슷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없는 애인을 어떻게 봤습니까?"
"있으니까 봤지. 너랑 걸어가는 거 봤어. 귀엽게 생기셨더라. 너 보고 아주 좋아죽던데. 너도 좋아 죽으려고 하고. 둘다 눈이 아주 하트 뽕뽕하던데?"
노부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서로 하트 뿅뿅할 사이 같은 건 없지만 애초에 최근에 만난 사람이 하나뿐이라.
"수요일에 xx 백화점 앞 식당가에서 봤습니까?"
"어떻게 알았어?"
"최근에 마치다 상 말고 만난 사람이 하나뿐이라서요."
"...맞아. 귀여우시더라."
"날 안 닮아서 귀엽죠."
마치다는 기분이 팍 상했는지 대답도 안 하고 피자 상자를 열고 있었다. 마치다는 최근에 노부에게 아주 다정하고 말랑말랑했지만 예전엔 종종 찬바람을 날리기도 했기 때문에 또 그렇게 차가워지기 전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우리 튼튼이예요."
"애인 애칭이 튼튼이가 뭐냐?"
"늦둥이라 그런지 어머니가 임신하셨을 때 몸이 좀 안 좋으셨는데 그거 때문인지 날 때 남들보다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미숙아로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좀 있었어요. 그래서 튼튼하게 자라라고 어릴 때부터 다들 튼튼이라고 불렀어요. 부모님도 저도."
"어릴 때부터 알았어? 집안끼리도 아나 봐?"
"친동생이니까요."
"... 어?"
"제 친동생이에요. 안 닮았죠? 저는 아버지 닮고 튼튼이는 어머니 닮아서."
피자를 한 조각 집어들던 마치다가 고개를 번쩍 들고 노부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심술이 뾰족뾰족하던 눈이 커다래져 있었다. 그리고 잠시 노부를 빤히 바라보던 마치다는 제 접시로 내려놓으려던 피자를 자연스러운 척 매우 부자연스럽게 노부의 앞접시에 내려주고는 노부의 피자 위로 핫소스까지 듬뿍 뿌려줬다. 관심 하나도 없는 척하더니 지난번에 같이 피자를 먹을 때 노부가 핫소스를 듬뿍듬뿍 뿌리는 걸 봐 둔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새침한 표정으로 툭 내뱉았다.
"동생은 너 안 닮아서 엄청엄청 귀엽더라."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걸 아는데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 너무 귀여웠다.
놉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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