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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22:17
아카시우스너붕붕마크리누스로 지독하게 얽힌 세 사람이 bg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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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갈이 물린 허니를 앞에두고 마크리누스는 지금껏 숨겨왔던 이야기를 시작했어.
“나도 한때 너와같이 사랑의 기쁨에 충만한때가 있었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이었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낄줄 알던 부모 밑에서 자라고, 농사를 짓고 가끔은 또래들과 무예를 연마하고. 그러다 한 여자에게 반해 결혼하여 살아가는 시련이라곤 하나 없는 삶이었지. 네 아비가 이끈 군인들에게 철저하게 짓밟히기 전까지는. 이름 모를 병사가 아내를 욕보이고 잔인하게 도륙할동안 내 가슴팍에는 노예 인장이 새겨졌지. 그렇게 난 로마로 오게되었다.
“다시 자유를 얻기 전까지 살아남기위해 그 어떤 치욕이라도 견뎌냈지.”
매일 아침 나는 로마가 내게서 빼앗은 것들을 그리다 로마의 멸망을 기도했다. 그때는 역병처럼 온 몸을 갉아먹는 분노와 복수심이 잃은 것들에대한 사랑에 비례한 것이라 생각했지. 깊었던 사랑만큼 증오도 같은 크기로 몸을 불려간거라 착각하며 말이야.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복수를 이룰 힘을 얻게되니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됬다.”
“마크리누스.”
“잃은 것에 대한 사랑은 내 복수의 정당한 이유가 되었지만, 난 이제 그들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아.”
마크리누스의 얼굴은 그 어떤 감정하나 없이 덤덤했어. 대신 숨겨왔던 생생한 분노가 그의 몸 주변에 투명한 불꽃처럼 일었지. 숨이 막힐정도로 짙은 감정에 허니는 주춤 몸을 물렸어. 더이상 자신의 분노를 숨길 생각 없는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턱을 움켜 잡았지.
“사랑으로인한 모든 것들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넌 믿고싶지 않겠지. 하지만 분노는 잘 길들인 개마냥 충직해. 시간앞에서도 분노만큼은 좀처럼 곁을 떠나지 않거든.”
“날 죽일 수 있었잖아요.”
허니의 말에 마크리누스는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들은냥 코웃음치며 고개를 흔들었어.
“죽음은 너무 자비로운 처사지. 게다가 네 죽음으로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고 말이야.”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뺨을 쓰다듬었어.
“설마 네가 아카시우스의 목을 대신할만큼 내게 의미있는 존재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교묘한 말로 피하려하지 말아요, 마크리누스. 그렇게 무가치한 날 굳이 잡아둔 이유는 뭐죠?”
마크리누스는 잠시 말을 멈추다 허니에게 입을 맞췄어. 턱이 아릴정도로 강렬한 입맞춤에 허니는 마크리누스의 입술을 깨물었지. 날카로운 고통에 마크리누스는 입술을 거두고 허니의 뺨을 내려쳤어.
입안가득 퍼진 피를 뱉으며 허니는 마크리누스를 노려보았지.
“이런 대답을 기대했던게 아닌가?”
“죽은 부인 대신 날 앉혀두면, 당신이 잃은 것들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들거라 생각했던건 아닌가요?”
허니의 입에서 부인에대한 말이 나오자 마크리누스는 격노하며 허니의 어깨를 붙들었어.
“감히 너따위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죽은이들이 되살아난다 해도 이젠 너무 늦었어. 내 가슴에 박힌 인장이 살아숨쉬는 그날까지 난 로마를 세상에서 지워버릴거야.”
피를 토하듯 마크리누스는 허니에게 소리쳤지. 거친 호흡을 진정시키고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귓가에 속삭였어.
“그리고 넌 그 모습을 나와 함께 지켜봐야해. 끝까지 말이야.”
마크리누스가 손짓하자 밖에 서있던 위병이 들어왔어. 위병들은 허니의 입에 다시 재갈을 물렸지.
“쓸데없는 짓 하지 못하게 감시해라. 무슨일이라도 생겼다간 네놈들의 껍질을 벗겨 광장에 내다버릴테니.”
흐트러진 옷을 단정히 여미고 마크리누스는 아카시우스 저택을 나섰어. 뜯긴 입술이 화끈거렸지만 아직 남겨둔 계획이 많았기에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지.
-
황궁 밖은 몰려든 시민들로인해 혼란스러웠어. 만천하에 아카시우스의 반역 사실이 밝혀졌지만, 페르시아와 손을 잡았다는 터무니없는 발고에 석연치 않았던 시민들은 앞다투어 황궁앞으로 몰려들었지. 누군가는 진실을 밝혀줄 것을 또 누군가는 당장 사형에 처해야한다 외치며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어. 게타는 커튼 너머 성난 시민들을 바라보며 불안함에 침을 삼켰어.
“배은망덕한 놈들! 진실을 밝히라니, 당장이라도 모두 쓸어버려야…!”
“카라칼라!”
분노에 판단이 흐려진 카라칼라가 호위병의 허리춤에서 칼을 뽑으려 달려들자 게타는 달려가 카라칼라를 병사로부터 떼어놓았지. 바닥에 내팽겨쳐진 혈육은 점점 미쳐만갔어. 무너지는 권위와 죽음에대한 위협은 게타의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들었지. 파딜라는 옥좌 옆 의자에 앉아 심드렁한 얼굴로 손톱을 매만지고 있었어. 아카시우스가 잡혀들어가고 볼일은 이제 끝났다는듯 무관심한 파딜라의 얼굴에 게타는 더욱더 화를 참기 어려워졌지. 파딜라에게 게타가 다가가려는때 사람들을 뚫고 마크리누스가 나타났어. 파딜라는 기다렸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났지. 마크리누스가 황제들 앞에 머리를 숙이자 게타는 애가타는 목소리로 물었어.
“이를 어쩌면 좋은가 마크리누스.”
애처럼 매달리는 황제의 꼴을 보니 마크리누스는 일이 좀 더 쉬워지겠다 생각했어. 게타는 소란스러운 황궁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지.
“저들이 진짜로 바라는건 아카시우스따위가 아니야! 우리들의 목이지!”
-끽!끼익!
카라칼라의 애완 원숭이 돈다스가 소리에 놀라 끽끽대자 참을 수 없던 게타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들어 카라칼라에게 겨누었어.
“제기랄 그 망할 원숭이부터 좀 치워!”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 파딜라가 게타의 칼끝을 내리며 마크리누스에게 눈짓했지.
“이럴때일수록 내분은 옳지 않습니다.”
마크리누스의 만류에 파딜라도 맞장구쳤어.
“잠시 떨어져서 진정하는게 좋겠어요, 오라버니.”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를 데리고 나갔어. 두 사람이 사라지자 게타는 들고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지. 미세하게 떨리는 게타의 손을 잡고서 파딜라는 옥좌로 걸어갔어. 옥좌에 앉은 파딜라 곁에 털썩 주저앉은 게타는 파딜라의 정강이에 고개를 기댄채 중얼거렸지.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데 그러면 내가 어찌하면 좋았단 말이냐.”
경멸어린 눈으로 파딜라는 게타를 내려다 보았어.
-
-끽! 끼익!
카라칼라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돈두스가 시끄럽게 울어댔어.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의 곁에 다가갔지. 그러자 돈두스가 마크리누스의 어깨에 올라탔어.
“돈두스가 그대를 좋아하는군.”
아직 감정을 정리못한 모습에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걸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른척 행동하지요.”
마크리누스의 위로에 감정이 북받친 카라칼라가 불만을 토해냈어.
“늘 그랬다! 오로지 내것은 하나 없고! 태어날때부터 난 게타와 모든걸 나눠어야했어!”
“그러셨군요.”
방에 놓인 게타의 석상을 가리키며 카라칼라가 말을 이었지.
“그리고 파딜라도! 내가…, 그렇게 하지 말자 그랬는데…,”
카라칼라가 바닥을 보며 말을 줄이자 마크리누스는 고개를 숙여 카라칼라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어.
“아무리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라 하더라도 속마음까지 같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난 늘 무시만 당했지.”
“압니다. 하지만 당신께선 로마의 황제입니다. 감히 그 누구도 함부로 폐하께 그럴 수 없지요. 단 한사람만 빼고 말입니다.”
“게타…,”
때를 놓치지 않고 마크리누스는 피어오른 불화에 쐐기를 박았어.
“형제라도 나눌 수 없는 것이 바로 권력이지요. 폐하께는 사실대로 고해야겠습니다. 아카시우스 다음은 아마 카라칼라 폐하 당신일겁니다.”
끽끽대는 돈두스를 바닥에 내려두고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 앞에 무릎을 꿇은채 말을 이었지.
“어머니 뱃속에 있을때부터 날 죽이려 들었어 그놈은!”
“로마의 벗으로서, 폐하의 치세에 충직한 도구가 되겠나이다.”
마크리누스는 감춰두었던 단검을 카라칼라에게 건넸지. 보석과 황금으로 치장된 단검을 빼들고서 카라칼라가 미소지었어.
-
카라칼라가 검을 들고 게타에게 향하자 마크리누스는 조용히 그 뒤를 쫓았어. 마크리누스가 손짓하자 근위병들은 자리를 떠났지. 마크리누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파딜라는 몸을 숙여 게타의 귀에 속삭였지.
“아무리 제정신이아니더라도 피를 나눈 형제 아니겠어요, 게타. 좀 더 현명한쪽이 아량을 베푸는것이 맞겠지요.”
파딜라의 말에 떠밀리듯 게타는 카라칼라에게로 향했지. 네 사람만 있는 공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어. 무언가 감춘듯 한쪽 팔을 감춘 카라칼라를 보며 게타는 또 시답지않은 장난으로 자신을 놀리려는줄로만 생각했어. 어린시절 늘 그랬듯이. 카라칼라의 화를 풀어주기위해 손을 내민 순간 단도가 게타의 배를 뚫었어.
“어째서…,”
게타의 배에서 뿜어져나온 뜨거운 피가 카라칼라의 손에 쏟아져내렸어. 데인듯 뜨거운 피에 카라칼라가 놀라 손을 떼려하자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를 붙잡고 단도를 더 깊은 뱃속으로 찔러넣었지. 피웅덩이위로 게타가 무릎꿇자 옥좌에 앉아있던 파딜라가 일어나 게타 앞에 섰어.
“그녀에게도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폐하.”
마크리누스의 말에 카라칼라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서 뒤로 물러섰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게타는 파딜라를 올려다보았지. 달빛에 비친 파딜라의 얼굴은 몹시도 푸른 빛이었어.
“파딜라. 나는…,”
단도를 집어든 파딜라는 망설임없이 게타의 목에 꽂았어. 하려던 말조차 마치지 못하고 게타는 그자리에 쓰러졌지. 하얀 드레스 자락이 피로 붉게 물들고 파딜라는 단도를 든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어. 몇 번이나 경련을 일으키는 게타를 바라보던 파딜라는 이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으며 게타의 몸에 단도를 찔러댔지. 싸늘히 식은 시체에 피가 빠질때까지 몇번이고.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파딜라.”
서툰 칼질에 파딜라의 손은 엉망이었어. 마크리누스의 말에 파딜라는 힘껏 쥐고있던 단도를 바닥에 떨어뜨렸지. 온몸에 피칠갑을 한채 파딜라는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섰어. 휘청거려 쓰러지려는 걸 마크리누스가 부축하려 했지만, 파딜라는 모두 뿌리치고 텅빈 황궁 복도를 걸어갔지.
평생 앓아온 결핍을 떼어낸 카라칼라가 옥좌에 앉아 킬킬대는 사이 마크리누스는 단도로 게타의 목을 떼어냈어. 비어있는 옥좌에 게타의 목을 올려두고서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 앞에 광대처럼 손을 뻗으며 깊이 고개를 숙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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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1도 모름 주의. 마크리누스 짤 대사 보고싶어서 살 붙인게 여기까지 왔다. 읽어주는 붕들 항상 커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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