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829529
view 1013
2024.12.08 20:32
아카시우스너붕붕마크리누스로 지독하게 얽힌 세 사람이 bgsd
1.https://hygall.com/613472990
2.https://hygall.com/613572936-
로마로 들어서자 요동치던 마차가 안정이되었어. 허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토할거 같은 속을 진정시켰지. 마크리누스는 마시고있던 물을 허니에게 건넸어. 일단 급한 마음에 받아서 벌컥벌컥 마시는데 알고보니 물이 아닌 독한 포도주였지. 기침을하며 허니가 마크리누스에게 말했어.
“지금까지 계속 마시던게 이거였어요?”
장난을 성공한 어린애처럼 낄낄대며 마크리누스가 말했어.
“용기를 복돋아주는덴 이거만한게 없지.”
잊고있었던 냄새가 마차 안에 불어오며 저택과 경기장의 모습이 보였어. 허니는 저도 모르게 아카시우스 저택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지. 그 모습을 마크리누스는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고.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허니는 마차 창문을 닫고 마크리누스에게 물었어.
“노예 시장으로 바로 가실건가요?”
“원래는 그럴 셈이었는데, 여기까지 온 김에 하고싶은 게 생겼어.”
“뭔데요?”
마크리누스는 입꼬리가 올라갔어. 허니가 가장 무서워하는 얼굴이기도 했지. ‘그건 가보면 알아.’ 하며 마크리누스는 허니가 들고있던 술병을 가져가 한 모금 마셨어.
-
황제들과의 알현이 끝나고 아카시우스는 긴 한숨을 내쉬었었어. 전쟁이 끝난 지 일주일도 안되어 황제들은 또다시 다른 전쟁을 준비하라 명령했지. 더군다나 선황제가 반대했던 검투사 경기까지 부활한다하니 아카시우스는 이 두 황제에게 질려버릴대로 질렸지. 단 하루도 아닌 장장 일주일내내 경기를 벌일 셈이래. ‘그대의 이름을 내건 경기니 꼭 참석해야 할거야 아카시우스.’ 아카시우스의 성격을 제대로 알고있던 황제 게타는 경고하듯 명령했지.
“부인은 어디있지?”
뒤따라 나오는 하인에게 아카시우스가 물으니 하인은 주변 사람들이 없는지 살피고는 작게 말했어. 아니나 다를까 ‘아카시우스 부인’은 승전 핑계를 댄 연회에서 며칠내내 술을 진탕 퍼마시고 있던 참이었지. 그런 점은 이전 아카시우스 부인과 놀랍게도 똑같았어. 어머니가 살아있을 적에는 말 한마디 못하던 소심한 여인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지. 하인의 난처한 얼굴에 아카시우스는 부인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어. 백날 하인을 보내 귀가를 재촉해도 무시하니 직접 ‘마중’을 나가기로 한거지. 더이상 자신의 가문에 오명을 씌우기전에 말이야.
-
생전 처음 입어보는 화려한 옷에 허니는 불편한듯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어. 그것도 모자라 향유를 들이부은 머리는 번들거렸고. 머리에 붙여놓은 베일은 왜이렇게 거슬리는지. 마크리누스가 자길 어디에 팔아버리는게 아닐까? 허니는 생각했어. 가보면 안다더니, 이런데인줄 알았다면 상관이고 나발이고 어떻게서든 피했을거야. 머리에 엉킨 베일이라도 떼어놓으려던 참에 마크리누스가 들어왔어.
“역시 태는 숨길 수 없군.”
한껏 치장한 허니를 보며 마크리누스가 만족한듯 웃으며 두 팔을 벌렸어.
“굳이 저까지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마크리누스?”
불만섞인 허니의 목소리에 마크리누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흐트러진 머리장식을 매만져주었어. 익숙한 손길로 베일을 매만져주자 불편한 느낌이사라졌어. 영락없이 귀족 영애같은 허니를보며 마크리누스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지.
“익숙해져야 할거야. 우리같은 치들은 보여주는게 전부거든.”
붉은 비단을 걸친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손에 반지 하나를빼어 끼워주었어. 다른 반지는 바꾸어도 늘 새끼 손가락에 낀 반지만큼은 바꾸지 않던 마크리누스였는데. 텅 빈 마크리누스의 새끼손가락에는 깊은 반지 자국이 남아있었지. 이렇게 자길 치장하는 걸 보면 엄청난 사람이라도 만나는가 싶어. 불만은 속으로 삼키고 허니는 연회가 한참인 대저택으로 마크리누스를 따라들어갔어.
-
“아아, 아카시우스!”
진동하는 술냄새에 아카시우스는 인상을 찡그렸어. 아카시우스 부인 파딜라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해 비틀거렸지. 몰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뒤로 물러서려는데 하필이면 저택의 주인인 다리우스와 마주쳐 버렸어.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다리우스는 아카시우스를 저택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갔지. 그곳에는 노예로 끌려온 검투사 두 명이 칼을 든채로 서로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어. 다리우스의 손짓에 잠시 결투는 멈추고 다리우스가 잔을 높이올려 아카시우스의 이름을 외쳤지.
“승리의 주역께서 친히 납셨소. 아카시우스!”
질리도록 맡은 피 냄새가 더욱 더 역겨웠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몰려드는 탓에 그럴 수 없었지.
“도련님.”
사람들의 환호성 사이로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어. 아카시우스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마크리누스와 허니가 서있었지. 핏기가 빠진 얼굴로 아카시우스가 다가오자 마크리누스는 허니 앞에 섰어.
“제국의 영웅을 만나게되어 영광입니다, 장군. 검투장을 운영하고있는 마크리누스라 합니다.”
마크리누스의 말에 정신을 차린 아카시우스는 마크리누스가 내민 손을 잡았어.
“허락하신다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귀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는지요.”
다리우스에게 마크리누스가 신호를 보내자 다리우스는 연회장의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비워줬어. 돈 앞에서는 지위따윈 무색한지, 다리우스는 마크리누스의 내기에서 져 꼼짝없이 시키는대로 행동했지. 삼일 내내 파딜라를 데리려고 온 하인을 문전박대하고 결국 여기에 아카시우스 장군을 불러낸것도 모두 마크리누스의 계략이었어. 그리고 허니를 아카시우스 앞에 보인 것도 그의 생각 중 하나였지.
마크리누스는 아카시우스에게 자리를 권하며 그의 앞에 술을 따랐어.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던 허니가 나가려하자 아카시우스는 허니의 팔목을 잡았지. 힘이들어간 손에 허니는 마크리누스 뒤에 어정쩡하게 서 아카시우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
“아, 이 친구는 제 일을 도와주는 부하 허니입니다. 어찌나 야무진지 덕분에 매일이 즐겁지요.”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붙이며 마크리누스가 포도주를 들이켰어.
“자리까지 물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하는거지?”
불쾌함을 숨기지도 않고 아카시우스가 말했어.
“금지됐던 검투 경기가 다시 부활한다지요, 장군님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서요. 제 부탁은 간소합니다. 부끄럽지만 제 휘하에 제법 쓸만한 검투사 몇이 있지요. 검투 외에 즐길 여흥거리도 잔뜩 있습니다. 장군님께서 직접 써주신 추천만 있다면, 미흡하지만 제 재주를 황제님들과 로마 시민에게 선보일 수 있게될겁니다.”
직설적인 부탁에 아카시우스는 탁자를 두드리며 마크리누스의 셈을 파악하려했어. 하지만 눈 앞의 허니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지. 검투경기 같은 저급한 곳에 직접 손을 쓰게 되는건 딱 질색이었지만, 아카시우스의 마음은 조급했어.
“내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게 뭘 줄 수있지?”
아카시우스의 말에 마크리누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지.
“자세한 것은 제 부하를 통해 전달해주십시오. 그녀는 저와 한몸과 같은 사이니 마음놓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마크리누스는 보란듯이 허니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 모든 자리가 마크리누스가 그동안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허니는 배신감이 들면서도 지난번 게임때 그의 말이 떠올랐지. 과거로부터는 피할 수 없을거란 말을. 떨리는 허니의 어깨를 잡고서 마크리누스가 속삭였어.
“기다리고 있으마. 하지만 내 인내는 길지 않단 걸 너도 잘 알고있겠지.”
-
“단 하루도 네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마크리누스가 나가자마자 아카시우스는 멀찍히 서있는 허니를 품에 안았어. 뜨거운 아카시우스의 팔에 허니는 잔뜩 굳어 있었지.
“어머니로부터 모든 걸 들었을때 세상이 날 저주하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널…,”
아카시우스는 허니의 얼굴을 매만지며 입을 맞추려했지. 하지만 허니는 고개를 돌렸어.
“그때 제가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겠죠.”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아카시우스의 말에 허니는 씁쓸한 얼굴로 웃었어.
“아니요. 제게는 필요해요. 노예로서가 아닌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지금 이 행복한 삶이요.”
“고작 검투장 주인 밑에서 애첩처럼 이용만 당하는 삶이?”
애처로운 손길을 떼어내고 허니는 아카시우스의 품에서 빠져나왔어.
“그는 제게 강요한 적 없어요.”
이미 끝나버린 관계에 오해를 풀 생각도 없는지 허니는 단호했어.
“설령 제가 당신께 간다한들, 우리 앞에 놓인 건 파멸뿐이에요,도련님.”
절망에빠진 아카시우스의 뺨을 매만지며 허니가 말했지.
“아니, 이젠 이렇게 부르는게 좋을까요. 오라버니.”
-
숙소로 돌아왔을때 이미 해는 지고 밖은 어두워졌어. 무거운 장신구들을 하나 둘 빼고서 옷을 벗으려는데 마크리누스가 들어왔지.
“다 알고 있었던거죠.”
마크리누스가 끄덕였어. 마크리누스가 보고있는데도 허니는 옷을 여민 핀을 풀었지. 달빛 아래 보기좋게 그을린 몸이 드러나고 허니가 말했어.
“난 당신을 좋은 상사 이전에 스승으로까지 생각했어요.”
허니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크리누스는 허니앞에 우뚝서서 물었어.
“그가 무얼 요구했지.”
“집에 그려둔 벽화가 많이 낡았다더군요. 검투 경기가 치러지는 내내 직접 와서 다시 그려달래요.”
“그래서 그의 조건을 받아들였나?”
상처하나 없이 매끈한 허리위로 굳은살이 가득한 마크리누스의 손이 닿았어. 매만지는 손을 막고서 허니가 말했어.
“허락하신다면요.”
“그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 아니지. 그래서 과거와는 마주할 준비가 되었나?”
허니는 대답을 망설였어. 떨어지는 허니의 고개를 잡아 올리고 마크리누스는 대답을 재촉하듯 손에 힘을 주었지. 결국 허니가 '받아들였다' 말하자 마크리누스는 허니를 놓아주었어.
“당신또한 결국 사내가 될 셈인가요.”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허니가 묻자 마크리누스는 떨어진 옷가지를 집어 허니에게 건네주었어.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이겠지.”
욕망이 들끓는 눈으로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몸을 훓어 보았어. 그러다 허니의 손에 껴진 반지에 시선이 멈추었지. 허니의 손에서 반지를 빼낸 마크리누스는 비어있던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꼈어. 제자리로 돌아온 반지를 매만지던 마크리누스는 뒤돌아 방 밖을 나섰지. 마크리누스가 나가자마자 혼자 남겨진 허니는 기진맥진하여 자리에 주저앉았어. 그리곤 한참동안 마크리누스가 나간 자리를 멍하니 지켜보았지.
페드로너붕붕
아카시우스너붕붕
덴젤너붕붕
마크리누스너붕붕
[Code: 1e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