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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22:40
아카시우스너붕붕마크리누스로 지독하게 얽힌 세 사람이 bg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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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에 빠져있을새도 없이 허니는 몸이 두개여도 모자를 정도로 바빴어. 새벽부터 허니를 깨운 마크리누스는 늘 나누던 담소대신 새끼손가락에서 반지를 빼 건넸지. 군말없이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서 허니와 마크리누스는 앞으로 있을 경기 준비를 하느라 이곳 저곳 분주히 돌아다녔어. 어디서 이런 자금이 나온건지, 쉭쉭대며 콧김을 내뿜는 코뿔소를 보았을때 허니는 말을 잃었지. 끼니도 챙길 시간없이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해가 완전히 사라졌을때 마크리누스는 원형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허니에게 말했어.
“이제 값을 치르러 가야지.”
피하고 싶은 순간에 허니가 고개를 떨구자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손을 잡았어
“직접 마주하고 결론을 내지 않는이상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을거야.”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님을 알기에 허니는 더욱더 눈앞의 마크리누스가 두렵고 무서웠어. 물러서고 싶었지만 아카시우스의 얼굴이 떠올라 그러지 못했지.
“그 결과가 당신이 바라던 바와 다르다해도요?”
맞잡은 손에 힘이 풀렸어.
“널 로마로 데려온건 나이니 그 대가는 응당 감내해야겠지.”
일렁이는 횃불아래 마크리누스의 눈빛이 요동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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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아카시우스 저택에 도착한 허니는 문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어. 도망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건만 그럼에도 다시 이 저택에 들어서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 그러다 하필 허니는 외출하려던 아카시우스의 부인 파딜라와 마주쳤어.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치려는데 파딜라가 허니를 향해 반갑다는듯 활짝 웃었지.
“너구나? 그 반쪽짜리가.”
마치 오랜 친구라도 본듯 파딜라는 허니의 손을 잡고서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어.오랜만에 들어온 아카시우스 부인 방에 허니는 잔뜩 움츠러들었지. 자신을 벌레보듯 보던 선대 부인의 눈빛이 떠올랐어. 파딜라는 가까이오라 손짓했지.
“그렇게 겁먹을 필요없어. 아니 난 사실 네가 와서 참 좋다니까?”
보통이라면 마주쳐봤자 좋을 거 하나없는 관계였지만, 허니는 눈앞의 이 여자가 왜이렇게 해맑은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당혹스런 허니의 표정은 신경쓰지도 않고 파딜라는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시작했지.
“나도 아카시우스에게 마음이 아예 없었던건 아니야. 처음에는 나도 잘해보려 했다니까? 근데 너무 재미가 없잖아! 애초에 아카시우스같은 족속은 나랑 영 맞지를 않아. 너에대한건 시어머니로부터 지겹도록 들었어. 나라면 너무 즐거웠을텐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시던지. 그 고결한 아카시우스가 가장 사랑하는게 하나뿐인 이복누이라니. 이거보다 더 재밌는게 어딨어?”
악의없는 파딜라의 얼굴에 허니는 등골이 서늘해진 느낌이었어.
“벽화를 다시 그려주기로 했다며? 다시 고치는 동안 불편한 건 없을거야. 여기 있는 동안 네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일러뒀으니까.”
허니를 내버려두고 파딜라는 방 밖을 나섰어. 저들이 어떤 모습으로 망가질지 파딜라는 벌써부터 신이났지. 아이같은 얼굴로 파딜라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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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우스의 방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어. 다른 누군가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은 듯 벽화는 군데군데 벗겨지고 색이 바랬지. 저택을 떠난 뒤 장난으로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기에 허니는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들었지만 막상 붓을드니 몸이 기억이 아직 남아있었던지 익숙히 붓질을 했어. 나무 줄기서부터 연무장 바닥까지, 조금만 더 손을 보면 제법 봐줄만한 정도로 벽화는 서서히 옛날모습을 되찾았어. 나무 아래 그려둔 소년의 모습에 손을 대려다 허니는 인기척에 붓을 내려놓았지.
“저때 꿈을 종종 꾸고는했어요.”
등을 돌린채로 허니가 말했어. 명백한 과거형에 아카시우스는 말없이 허니의 뒷모습만을 바라보았지.
“선대 아카시우스 부부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들었을때, 사실 난 당신을 기다렸어요. 거리낄게 없어진 후라면 내게 돌아올거라 막연히 기대했거든요. 하지만 당신은 약혼자와 결혼을 했고, 다음에는 전쟁터를 떠돌았죠. 그래서 난 당신이 답을 내린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시 만난 날의 당신은 답을 내리기는커녕 날 밀어내던 어린시절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였죠. ”
“허니.”
아카시우스의 입안이 타들어가듯 바짝 말랐어.
“당신은 날 찾을 기회가 생각보다 많았을거에요. 하루하루 희망을 잃는 동안 나도 스스로 답을 내려야했어요. 누구의 손을 잡을지, 또 놓을지를요. 번번히 내려놓는건 당신이었는데, 당신은 한 번도 내려놓지 않은 척 지금처럼 날 바라보잖아요.”
떨리는 눈빛 끝에 참아왔던 눈물이 맺혀있었어. 허니 곁으로 다가온 아카시우스는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주었지.
“네게 매달릴 자격따위 없다는걸 알아. 언제나 비겁한 쪽은 나였어. 그저 널 지키기 위한다는 알량한 핑계앞에 난 늘 도망치기만 했었지. 모든걸 알고서도 네 마음이 여전할지 몹시도 두려웠어. 하지만 뜻밖에 널 다시 만나고 네 눈을 다시 본 순간 내스스로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깨달았지. 더이상 후회를 만들고싶지않아.”
무수한 감정과 기억들이 두 사람의 시선에 스쳐지나갔어. 아카시우스는 허니를 품에 안은채 입을 맞추었지. 턱 밑에 칼처럼 파고드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두 사람은 세상이 끝날 것처럼 서로를 끌어안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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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또 얼마나 재미난걸 꾸며주려나?”
얼굴을 가린 베일을 벗고 파딜라는 마크리누스를 보며 웃었어. 마크리누스는 빈 잔에 술을 따랐지. 마크리누스의 뒤에는 새파랗게 질린 다리우스가 서있었어. 시답지않은 내기에 입은 옷까지 빼앗길 처지에 놓인 다리우스는 그가 시키는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지. 마크리누스가 손을들자 다리우스는 시종처럼 자리를 피했어.
“그대의 말대로 무대위의 주역은 다 갖춰졌어, 마크리누스.”
아이처럼 발그래진 얼굴로 파딜라가 미소지었어.
“우리의 배우들은 알아서 움직여줄테지만, 약간의 재미를 위해 마님께서 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마크리누스가 파딜라에 귀에 무어라 속삭였어.
“그런 일이라면 나만한 적임자가 없겠네. 그저 내 오라비들을 잘 구슬리기만 하면 될테니.”
마크리누스와 잔을 부딪히며 파딜라가 말을이었어.
“아 오늘 그 애를 만났어. 허니라고 했었지?”
허니 이야기에 마크리누스는 저도모르게 빈 손가락을 매만졌지.
“몇 년전 당신이 보낸 서신을 받았을땐 일이 이렇게 재밌어지리라곤 생각못했는데. 역시나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이야. 좀 더 요령있는 애일줄 알았는데, 표정하나 못 숨기는게 아카시우스랑 똑같은거있지?”
“그런 자들이야말로 아주 먹음직한 적수 아니겠습니까.”
마크리누스의 말에 파딜라는 깔깔대며 웃었어.
“제법 그 애를 아끼는거 같던데, 미움을 사게되면 슬프지않겠어, 마크리누스?”
“미움을 이길만큼 강한 감정이 없다는걸 아시지않습니까.”
이를 드러내며 마크리누스는 술잔을 단숨에 비워냈어.
페드로너붕붕
아카시우스너붕붕
덴젤너붕붕
마크리누스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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