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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22:17
아카시우스너붕붕마크리누스로 지독하게 얽힌 세 사람이 bg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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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리누스와 끝을 내고 돌아오는 내내 손가락이 불에 데인것처럼 화끈거렸어. 그저 수단이었을 뿐일지라도, 허니와 마크리누스의 유대는 고용주와 직원 이상의 것이었지. 속이 얹힌것 같이 불편한 감각이 가슴께에 걸려있었어. 가슴팍을 두드려봐도 사라지지 않는 불쾌함에 허니는 서둘러 아카시우스 저택으로 향했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마주치게 될지 모르겠지만, 반역을 꿈꾸는 아카시우스의 앞에 마크리누스가 큰 걸림돌이 되리란것은 틀림없었어.
안주인없이 조용한 저택 중정에 아카시우스가 한 남자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 붉은 군복 차림을한 남자는 아카시우스 부대의 전령이었지. 아카시우스는 멀리 주둔했던 부대에 로마로 돌아오라 지시를 내렸어. 허니가 인기척을 내자 아카시우스는 전령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지. 허니를 보자마자 아카시우스는 허니를 품에 안고서 말을 쏟아냈어.
“곧 모든게 시작될거야. 잠시 지낼 곳을 마련해뒀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아니요.”
아카시우스의 품에 파고들며 허니가 단호히 말했어.
“로마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결심했어요.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걱정하는거 알아요. 하지만 이 자리까지 온 이상 제게도 주어진 역할이 있다 생각해요.”
마크리누스의 말을 떠올리며 허니는 아카시우스를 올려다 보았어. 설득의 틈조차 없는 허니의 눈빛에 아카시우스는 탄식했지.
“또다시 내 발로 당신을 떠나고싶지 않아요.”
도망쳐서 얻은건 지금껏 지독한 후회뿐이었기에 아카시우스는 턱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고 허니의 머리칼에 입을 맞췄지.
“그래. 너라면 두번다시 그런 선택은 하지않겠지.”
“게다가 누군가 알려줬거든요, 도망쳐봤자 좋을 게 없단걸요.”
아카시우스의 품안에서 허니는 화끈거리는 손가락을 움찔거렸어. 떨리는 허니의 머리칼에 입을 맞추며 아카시우스가 속삭이듯 말했어.
“그 누군가가 마크리누스인가?”
추궁하는듯한 말투에 허니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지.
“그는 정말 관대한 고용주였고, 지혜로운 스승이었지만 우린 결국 다른 곳을 바라보게됐죠. 이제 마크리누스를 위해 일하지는 않을거에요. 다만…,”
“다만?”
자신을 올려다보는 허니의 눈에는 애정으로 가득했지. 재촉하듯 허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카시우스는 짧게 입을 맞췄어.
“그를 적으로 둘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요. 아니, 오히려 적으로 둔다면 고생깨나 하겠죠.”
“아주 수완이 좋은 친구더군. 황제들의 눈에 들정도로.”
아카시우스의 눈에서 어린 아이같은 질투심이 비치자 허니는 쓸데없는 걱정이라 타박하며 웃었지. 지난 몇 년간 함께 일하고 대화를 나누며 허니는 그 누구보다도 마크리누스를 잘 알고있었어. 그러기에 어떤 위협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마크리누스로부터 아카시우스를 지켜주리라 다짐했지.
“모든것이 다 끝난다면 네가 살던 바닷가에 가고싶어. 전쟁따위 없는 조용한 곳에서 매일 물고기를 잡아다 질리도록 먹는거지.”
“나는 그럼 매일 부둣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꿈같은 말에 허니와 아카시우스는 서로를 보며 미소지었어. 폭풍이 오기 전같이 밤은 고요하고 달빛은 눈부셨어.
-
“반역이라니!”
차디찬 대리석 바닥위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화병이 깨졌어. 늦은 밤 파딜라와 마크리누스는 다리우스에게서 반역 모의를 듣고 곧장 황제들의 처소로 향했지. 옷조차 제대로 갖춰입지 못하고 게타와 카라칼라는 잔뜩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지.
“당장 이 배은망덕한 무리들을 잡아들여라!”
“내장을 뽑아내고 십자가에 걸어버려!”
바닥에 튄 화병 조각에 볼을 베인 파딜라가 미쳐 날뛰는 두 황제를 진정시켜 간신히 옥좌에 앉혔어. 흥분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게타는 허공을 노려보았어. 황제들 앞에 선 마크리누스가 말했어.
“지금 아카시우스와 반역을 모의한 의원들을 잡아들여 사형에 처한다면 시민들의 반발이 무척 거셀겁니다, 폐하.”
“그러면 저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란 말이냐!”
“게타!”
상황파악하나 하지 못하고 화만내는 게타에게 염증이난 파딜라가 날카롭게 소리쳤어. 생각보다 깊게 베인 모양인지 파딜라의 뺨에서는 피가흘러 내렸지. 피가 흐르는지도 모르고 파딜라는 옥좌에 앉은 게타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인채 경고하듯 말했어.
“아카시우스같은 자를 함부로 죽였다간 우리마저 위태로워질지 몰라요.”
싸늘해진 분위기를 비집으며 마크리누스가 파딜라의 말에 맞장구쳤어.
“공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죄를 묻는다하여도 시민들의 눈앞에서 물어야 반발도 줄겠지요.”
미리 답을 내려놓은 듯한 모양새에 게타는 파딜라와 마크리누스를 번갈아 보았어. 불쾌한 마음이 앞섰지만 파딜라의 상처가 거슬렸던 게타는 한숨을 내쉬고 마크리누스에게 물었지.
“어찌하면 좋겠는가? 저 죽어마땅한것들을 광장에 잡아들여 공개처형이라도 하란말인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마크리누스가 말했어.
“곧 벌어질 검투 경기에 모두가 모일테지요. 그곳에서 아카시우스와 그 일당들을 죄를 낱낱히 밝히고 그 자리에서 잡아들이시지요.”
황제의 명으로 벌어진 검투 경기에 감히 그 누구도 불참할 수 없었기에, 그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어. 마크리누스의 제안에 카라칼라는 미친듯이 웃어댔고. 게타도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였지.
파딜라와 손을 잡은건 정말이지 최고의 선택이었어. 전기가 오른듯 짜릿한 손끝을 숨기고서 마크리누스가 물러서자 게타는 손짓으로 근위대장을 불렀어.
-
-부우우우우우!
긴 나팔소리가 경기장내로 울려퍼지고 진행자는 술잔을 든채로 빼곡히 자리를 채운 관중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어. 함성소리가 울려퍼지며 화려하게 차려입은 게타와 카라칼라가 모습을 드러냈지.
“황제 카라칼라, 황제 게타!”
카라칼라와 게타가 손을 들자 시민들은 환호했어. 시골 검투장과는 비교못할 함성소리에 허니는 저도모르게 아카시우스의 팔을 붙잡았지. 귀빈석으로 이어진 통로에 서있던 둘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채 서있었어. 황제들을 코 앞에서 보니 불안감은 더욱 더 커졌어. 함성이 잦아들고 사회자는 다음 운을 띄웠지.
“로마의 시민들이여, 이 자리는 로마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누미디아를 정복하여 로마의 위업을 드높인 장군 아카시우스를 찬양하라!”
아카시우스의 이름이 불리자 황제들의 등장때보다 더 큰 함성이 울려퍼졌지. 벽을 울리는 진동과 함께 허니와 아카시우스 뒤로 파딜라와 마크리누스가 모습을 드러냈어. 온통 금빛으로 치장한 파딜라는 파딜라는 아카시우스에게 손을 내밀었지. 부인만이 내세울 수 있는 권리에 허니는 그만 아카시우스의 손을 놓아버렸어. 조롱섞인 말투로 파딜라는 허니에게 말했지.
“여기까지 오다니 제법이야?”
싫은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서 아카시우스는 파딜라의 손을 잡았어.
“아카시우스 장군 그리고 파딜라!”
함성속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어. 멍하니 서있는 허니의 곁으로 마크리누스가 다가왔지.
“선택의 결과가 늘 아름다울수는 없는 법이지.”
정곡을 찌르는 말에 허니는 씁쓸한 얼굴을 감추려 자리를 피하려했지. 하지만 마크리누스는 허니를 붙잡았어.
“이거 놔요 마크리누스.”
허니를 바짝 끌어당기고서 마크리누스가 이죽거렸어.
“겨우 이정도에 도망치려하다니, 네 각오는 고작 이정도뿐이었나?”
초라한 모습을 들키고싶지 않았어. 특히나 마크리누스 앞에서는 더더욱. 노려보는 눈빛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마크리누스는 허니와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지. 아카시우스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 허니를 앉히고서 마크리누스가 말했어.
“함께한 마지막 작품이니 천천히 즐기도록해.”
허니의 옆자리에 앉은 마크리누스는 잔을 채우고서 경기장을 향해 들었지. 이윽고 사회자가 황제에게 인사하자 나팔 소리가 울리며 경기장안으로 검투사들이 들어왔어. 누미디아에서 온 노예 검투사들이 진을 펼치며 자리를 잡자 반대편 문이 열리고 거대한 코뿔소가 모습을 드러냈지. 코뿔소 위에는 마크리누스의 검투사가 고삐를 쥔채 시민들에게 손을 뻗었지.
엄청난 광경에 카라칼라와 게타는 박수를 쳤어. 마크리누스는 흡족한듯 허니쪽으로 몸을 기울였지. 잔뜩 성이난 코뿔소는 상대 검투사들을 들이받으며 경기장을 피바다로 만들었어. 누미디아 검투사들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코뿔소의 시야를 흩어놓으려 했지만, 노련했던 마크리누스의 검투사는 가려진 시야를 역이용해 적들의 목을 베었지. 이윽고 마지막 한 사람만 남았을 무렵 마크리누스의 검투사는 코뿔소 발밑에 깔린 검투사에게 검을 겨누며 황제들을 쳐다보았어.
신의 마지막 심판을 기대하며 관중들은 황제들이 앉은 귀빈석을 바라보았지. 게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채 기괴히 몸을 흔들었어. 잠시 후 게타는 관중들을 향해 소리쳤지.
“신의 계시가 내려졌다!”
게타는 고개를 돌려 파딜라를 바라보았어. 게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파딜라는 잔을 게타 옆에 나란히 섰지. 파딜라의 손짓에 경기장안으로 군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활과 검으로 무장한 군인들은 관객들 앞에 빼곡히 자리 잡았지. 예상밖의 상황에 아카시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하는데 마크리누스가 허니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어.
“잠자코 있는게 좋을거야, 장군.”
꼼짝 못한채 굳어있는 아카시우스를보자 게타는 한껏 미소를 지었어.
“신께서 내게 로마의 적을 소탕하라 명하셨다!”
반역을 꾀한 상원의원들에게 활끝이 겨누어지고 파딜라가 소리쳤어.
“이 자리에서 나는 아카시우스와 상원의원들의 반역을 발고합니다!”
‘반역’ 이란 말에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퍼졌어.
“아카시우스와 상원위원들은 페르시아와 결탁하여 자유 국가 로마를 붕괴하려 했습니다!”
페르시아라는 말에 야유섞인 비명이 울려퍼졌지. 게타는 아카시우스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바닥으로 내렸어.
“아카시우스!”
멀리서 날아온 활이 아카시우스의 어깨를 뚫자 허니가 비명을지르며 달려들었어. 마크리누스는 칼등으로 허니의 머리를 내리쳤지. 새하얀 아카시우스의 예복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허니는 정신을 잃었어.
-
활에 쏘인 어깨를 감싸고 아카시우스는 파딜라와 게타를 노려보았어.
“기회가 있을때 네놈들의 목을 베었어야 하는건데.”
아카시우스의 말에 근위대장은 아카시우스를 결박하여 황제 앞에 무릎꿇렸지. 게타는 아카시우스의 머리채를 잡고서 소리쳤어.
“로마가 네게 준 모든 지위와 명예는 박탈될 것이다! 네놈의 이름은 위대한 로마의 역사에 단 한줄도 남지 못하게 되겠지!”
아카시우스의 입에 재갈이 물려지고 게타는 마크리누스와 파딜라를 앞세우며 소리쳤어.
“마크리누스와 파딜라같은 신실한 벗들이 없었다면 로마는 야만인들의 손에 잔혹히 유린당했을 것이다!”
객석을 가득채운 군인들은 황제들의 이름을 부르며 관중들을 위협했지. 피비린내로 가득한 경기장 가운데 햇빛이 내리쬐고 게타는 얼굴 말했어.
“로마의 적 아카시우스는 신의 뜻대로 검투장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
“읍-! 으윽!”
온몸이 묶인채로 허니는 정신을 차렸어. 입에는 재갈이 물려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지. 어찌나 세게 묶어둔 것인지 밧줄에 쓸려 허니의 팔에 상처가 가득했어. 어두운 빛 너머 익숙한 풍경에 허니는 이곳이 아카시우스의 저택인걸 알아챘어.
“행복했던 꿈에서 깨어나는 것만큼 괴로운건 없지.”
일렁이는 촛불아래 마크리누스가 서있었어. 바닥에 나뒹구는 허니를 안아들고서 마크리누스는 의자에 허니를 앉혔지. 늘 그랬던것 처럼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맞은편에 앉았어. 탁자 위에는 게임판이 놓여있었지. 가지런히 말들을 정리해두고서, 마크리누스는 검은 색 말을 허니 쪽에 놓았어.
“아카시우스는 검투장에서 죽게될거야. 수많은 이들이 그랬듯 아카시우스도 이름하나 남기지 못한채 먼지가 되어 사라지겠지.”
허니의 볼을타고 흐른 눈물이 말 위로 떨어졌어. 마크리누스는 눈물로 축축한 말을 빼앗아 자기쪽에 두고서 상의를 여민 매듭을 풀었어. 느슨해진 상의 아래로 노예 인장이 선명히 찍혀있었지. 메두사 문양이 그려진 인장은 허니도 알고있는 것이었어. 선대 아카시우스 장군의 문양에 허니는 탄식했지. 검은 말을 게임판에 두고서 마크리누스가 이야기를 시작했어.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라면, 그곳이야말로 지옥일거다.”
페드로너붕붕
아카시우스너붕붕
덴젤너붕붕
마크리누스너붕붕
로마 알못주의. 읽어주는 붕들 항상 고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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