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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9 01:29
맞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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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첫 딸은 아버지를 닮는다고 한다. 그러나 비 부부의 딸은 외모도 성격도 저를 낳아준 어머니를 빼다박아 태어날 때부터 패기와 기개를 양 손에 가득 쥐고 응애 우렁찬 울음을 터뜨렸다. 참고로 허니비의 아버지는 첫 만남에 허니비의 어머니에게 멱살을 잡혔다.



다만 아버지의 여리고 온화한 성미가 아주 손을 놓은 건 아닌지, 지금도 부부싸움을 할 때면 주먹부터 그러쥐는 어머니와는 달리 허니비는 꽤나 너그러웠다. 그러니까, 과하게 도를 넘은 게 아니라면 웬만하면 한 번 정도는 웃으며 넘어가 주는 너그러움을 갖춘, 제 나름의 인격자라고 본인은 굳게 믿고 있다.



- 헤이, 푸씨. 오빠들을 봐서 위에 좀 풀어헤져봐, 어엉?



매니멀이 자기 덩치의 반만이라도 눈치를 키웠다면 좋았을 텐데. 허니비는 그가 혀를 길게 내밀고 상스럽게 날름대는 것까지는 봐주기로 했다. 브랫이나 안토니오가 환상적인 이빨까기로 상대의 정신을 무력화하는 타입이라면, 허니비는 열마디 말 대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주먹으로 상대의 강냉이를 무력화하는 쪽이었다. 비 부부가 물어준 치과 치료비만 해도 차 한대는 너끈히 뽑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매니멀이 기어이 방독면을 빼들고 한층 저질스러운 사운드까지 가미한 행위예술을 선보이자, 거침없이 다가가 방독면을 빼앗고 알맹이 하나가 빠진 주둥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 만.



- 소위님!!! 괜찮으세요?!?! 허니비 이 미친새끼야!!!!!!



주먹에 맞아 달랑거려야 할 매니멀의 앞니는 반쪽짜리 그대로 남은 채, 대신 곧고 커다란 손이 그 앞을 막고 있었다. 가감없이 실은 힘을 고스란히 받은 손바닥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픽 소위는 고통이 상당했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허니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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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멀, 허니 비. 따라나와.



그렇게 한참을 뒷짐 진 자세로 혼나고 난 뒤에, 매니멀이 씩씩거리며 멱살을 잡아 들었지만 허니비는 그냥 얌전히 짤짤 흔들려 주었다.



- 너희들이 어떤 좆같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좆같이 싸운다 한들 나는 상관 안 해. 하지만 폭력은 다른 문제야. 제발 어른답게 좀 행동해.



그럼, 씨발 매니멀새끼가 한 짓거리는 어른스러운 겁니까? 라는 반박은 속으로만 삼켰다. 그리고 한동안은 정말 얌전히 지냈다. 나름의 반성이었다. 네이트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에서, 그가 미처 알지 못하는 시간마다 숨 쉬듯이 던지는 희롱과 조롱을 정말, 정말로 체할 때까지 씹어삼켰다.



그러나 미처 보살이 되지 못하고 세상에 나온 어린 어른의 인내심엔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존재했고, 그릇에 담긴 물이 아슬아슬하게 장력을 유지할 때 사고는 벌어진다. 레이나 샤핀의 가벼운 개소리에는 같이 웃었다. 타 부대의 희롱 섞인 농담도 무시했다. 상습적인 더러운 시선까지도 참아보려 했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던 병사 하나가 조롱을 넘은 모욕을 배설했을 때, 물은 넘치고 말았다.



코피가 터지고, 눈가가 찢어지고, 작은 소란이 크게 번져 픽 소위가 다가왔을 땐 한 사람의 손마디와 다른 한 사람의 얼굴 전반이 피칠갑이 된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얼굴이 뭉개진 그 병사가 딴에는 제법 짬을 먹은 놈이라, 단순한 싸움으로 넘기기엔 꽤나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픽 소위가 허니비에게 뿌려지는 만성적인 악의를 알아챌 수 있었다면, 그럼에도 지키고자 했던 인내를 헤아려 줄 여유가 있었다면 어른스러운 그는 충분히 허니비를 이해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둘 사이에 시간적, 감정적 공백이 너무도 많았다. 모두가 지쳤고, 예민했다.



- 언제까지 내가 그 좆같은 어리광을 받아줘야 하지? 그놈의 성질 좀 죽이라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 아니면 일부러 날 엿먹이려는 건가? 남의 군생활에 도움이 되지는 못해도 최소한 이딴 식으로 나서서 조지지는 말아야지. 허니비 너는 왜 그렇게 나를 괴롭히지 못해서...



그날만큼은 죄송하다는 말이 도무지 나오질 않아, 피가 흐르는 주먹만 꼭 쥐었다. 그 모습에 더더욱 화가 받친 네이트는 처음으로 자신의 부하에게 벌을 주었다. 태양의 열기가 쏟아지던 사막의 모래가 차갑게 가라앉다 못해 한기가 스미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허니비는 군장을 매고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못한 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서 있어야 했다.



그때는 내가 저 사람에게 성가시고 무거운 짐짝일 뿐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고, 버려지고 싶어도 버려지지 못하는.












[서류 제출했어] 14:33 - N.F.

[고생하셨습니다] 14:33 - H.B.

[앞으로 잘 해보자] 14:46 - N.F.

[네] 15:02 - H.B.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