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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9 19:01

A is for Anaphylaxis + 가이드

J is for Jealousy(질투)





A Jedi’s Pain - O is for Over-Exertion(무리) (상) : https://hygall.com/612969605




- 원작가님께 아오삼 커맨트로 번역 허락 받음
- 오비완이 알파벳 A부터 Z까지 26가지 방식으로 구르고 고통 받는 팬픽. 거의 다 옴니버스 식이지만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음
- 첫 번째 이야기인 A에 가이드 적어뒀으니까 참고 바람
- 의역 많음 주의. 오역과 맞춤법 피드백 감사히 받음












그란.png

Gran(그란) 족은 이렇게 생겼다고 한다. 세 개의 눈과 염소처럼 생긴 코를 가진 걸로 잘 알려져있데. 출처 우키피디아.









스피노돈의 꼬리가 다시 돔을 내려치자 균열이 더 커지더니 유리가 깨지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자신이 뭘 하는지 생각하지도 않으며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막힌 출입구 쪽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 양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포스를 끌어 모아 깨져가는 유리를 붙잡고 돔 위에 있는 바닷물의 무게를 지지했다.

"오래 버틸 수는 없습니다!" 오비완은 가까이에 있는 웨이터를 향해 외쳤다. "제 마스터께서 셔터를 열 방법과 탈출선을 보낼 방법을 찾고 계십니다. 사람들을 모아서 언제라도 탈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십시오!"

옆에서 뭐라고 하는 대답소리가 들려왔지만 오비완은 듣지 않고 무겁게 짓누르는 바닷물의 무게를 버티며 돔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데만 집중했다. 그래서 오비완은 공격용 잠수정 몇 대가 출발하여 스피노돈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도시에서 떨어진 곳으로 유인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스피노돈이 사라지자 탈출선들이 속속 에어록에 도착했고 손님들은 천천히 한 대당 세 명에서 네 명 정도 탑승하기 시작했다. 충격에 빠져 겁에 질린 손님들은 순서를 기다리면서 자신들과 무자비한 죽음의 바다 사이에 홀로 서있는 어린 제다이를 가리키며 서로 소곤거렸다.

포스를 끌어오는데 모든 힘을 쏟아 갈라진 돔을 하나로 붙잡고 있는 오비완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틈이 생긴 유리 사이로 물줄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자 오비완은 이를 악물고 더 필사적으로 포스를 불러왔다. 지난 19년의 삶 동안 이정도로 절박하게 포스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고통스러웠다. 근육은 불이 붙은 것 마냥 뜨거웠고, 얕고 끊어지는 숨을 헐떡일 때마다 가슴속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불러올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오느라 머리가 욱신거렸다. 온몸이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자하는 절박함에 버티고 서있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제다이님! 거의 다됐습니다!" 오비완은 이쉬 팁이 격양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겨우 알아들었다. "이제 몇 명만 더 탈출하면 됩니다!"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 오비완은 두 눈을 꾹 감았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하지만 힘이 부족했다. 오비완은 이게 제다이로서 자살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명 같은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힘을 포스에게서 계속 불러왔다. 그 어떤 제다이도 포스를 무한하게 끌어올 수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 요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오비완은 그저 파다완에 불과했다. 포스를 불러오는 힘은 아직 성장 중이었고 실력은 나이와 경험이 많은 마스터들에게 미치지 못했다. 머리가 불타오르듯이 아파서 다시 신음소리를 내는 순간 입가에 뭔가 따스한 액체가 닿는 게 느껴졌다. 무서운 기세로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오비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손가락을 전부 펴고 떨리는 팔을 높이 들고 있어야 해서 코피를 닦아낼 수도 없었다. 포스의 힘을 위로 보내 돔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받치고 있어야했다. 조금만 더.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 제발. 사람들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줘. 저들이 살 수 있게.... 제발.......

어렴풋이 자신의 곁으로 이쉬 팁 두 명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이쉬 팁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지 부리가 딸깍거리는 소리가 났다. 뭔가가 오비완의 머리에 쓰이더니 목 주위를 단단히 감쌌다. 이쉬 팁들은 오비완에게 거슬리거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오비완은 너무 집중을 하느라 머리에 쓰인 헬멧을 통해 산소가 주입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작은 가압 산소통이 오비완의 벨트에 채워졌다.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마치 몇 십 톤의 바닷물 무게에 짓눌린 것처럼 오비완의 무릎이 휘청거리다가 꺾여버렸다. 무거운 중압감이 자신을 어둡고 숨 막히는 아래로 끌어내려 질식시켜 죽이려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오비완은 아직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떨리는 양 팔은 여전히 하늘 높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과도 같은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힘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마침내 돔이 기괴한 굉음을 내며 무너지기 시작하자 유리 틈 사이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제다이님!" 옆에 있던 이쉬 팁 중 한명이 외쳤다. "마지막 손님이 잠수정을 타고 탈출했습니다! 제 말 들리십니까?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제다이님을 제외한 모두가 안전해졌습니다!"

모두.... 안전하다고?

오비완은 의미가 불분명한 신음소리를 내며 팔을 내렸다. 오비완이 맥없이 푹 쓰러지는 순간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쉬 팁이 잡아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리가 갈라지더니 바닷물이 천둥처럼 포효하며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

격납고가 있는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콰이곤은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며 서성이고 있었다. 탈출선들은 돔과 선착장 사이를 몇 십번 동안 왕복하면서 사람들을 무사히 수송했다. 한명씩 레이 실드를 통과한 손님들은 탈출선 밖으로 나서자마자 안내를 받으며 급하게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거나 선착장에 남아 초조하게 상황을 살폈다. 돔에서 출구로 우르르 몰리는 바람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있었지만 다행이도 사망자는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선착장으로 돌아온 탈출선이 다시 출발하지 않기 시작하자 콰이곤은 임무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모든 사람들이 구조되었거나.... 아니면 구조할 사람이 더 이상 남지 않았다는 뜻일 터였다. 마지막까지 비어있던 선착장에 마침내 최후의 탈출선이 도착하자 콰이곤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탈출선 문을 향해 돌아갔다. 문이 열리자 충격을 받아 멍하고 지쳐 보이는 손님들이 안내를 받아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에서 눈에 익은 파다완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콰이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안면이 있는 나이든 그란 족 여성이 옆으로 지나가자 콰이곤은 다급하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대사님." 콰이곤은 평온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혹시 오비완을 보셨습니까? 제 파다완말입니다. 저와 함께 있던 어린 제다이인데...."

"마스터 제다이.... 그 아이는 돔을 받치고 있었어요." 대사는 눈물이 차오른 세 개의 눈으로 콰이곤을 바라보며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광경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어요. 당신과 같은 제다이가 강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건 정말..... 그 아이는 우리가 마지막 탈출선에 오를 때까지 바닷물을 막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마...... 안타깝지만 돔이 무너질 때에도 안에 있었을 거 같군요. 그런 아이를 잃으셨다니 정말 유감입니다."

충격을 받은 콰이곤은 대사의 팔을 높아주고 뒤로 비틀비틀 물러났다. 그리고 두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했다.

오비완?

콰이곤은 오비완과의 트레이닝 본드를 통해 파다완을 불러봤다. 하지만 공포스럽게도 메아리만이 돌아왔다. 본드의 반대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평상시에 느껴지던 오비완의 밝은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고 오직 어둠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콰이곤의 마음에 생긴 커다란 틈새는 텅 비어있었다. 콰이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항상 파다완이 있었던 자리에 갑작스럽게 공허가 몰려오자 날것의 고통에 휩싸인 콰이곤은 왼손으로는 관자놀이를 짚고 반대쪽 손으로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규칙적으로 숨을 쉬려고 노력하던 콰이곤은 어깨를 토닥이는 대사의 동정심어린 손길을 겨우 알아차렸다. 지금은 마냥 비통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고개를 들자 선착장으로 헤엄쳐오는 두 명의 이쉬 팁과 그들의 어깨 사이에서 부축을 받은 갈색 로브를 입고 헬멧을 쓴 사람이 보였다. 이쉬 팁 중 한명은 웨이터 복장을 입었고 다른 한명은 격식을 차린 정장을 입고 있었다. 헤엄쳐서 레이 실드를 통과한 이쉬 팁은 선착장에 올라서자 몸을 떨어 매끄러운 피부에 달라붙어있던 물기를 떨쳐냈다. 하지만 갈색 로브를 입은 사람은 혼자서 서지도 못하고 축 늘어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꼭 죽은 것만 같았다.

"마스터 제다이!" 정장을 입은 이쉬 팁이 외쳤다. "어서 이쪽으로 오십시오!"

"의원님?" 억지로 몸을 일으킨 콰이곤은 떨리는 다리로 선착장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돔이 무너지기 전에 산소 호흡기를 씌워주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달려온 콰이곤이 미끄러지듯이 멈춰 서자 의원이 말했다. 두 이쉬 팁이 소중하게 데려온 사람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히자 콰이곤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고 그 사람을 살펴봤다. "오랫동안 돔을 받쳐준 덕분에 저희는 죽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데리고 나오기는 했지만..... 그...... 죄송합니다만....... 살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콰이곤이 재빨리 산소 헬멧을 벗겨내자 피로 뒤덮인 파다완의 앳된 얼굴이 나타났다. 콰이곤은 헬멧을 아무렇게나 옆으로 던져버리고 파다완을 품에 안고서 손가락을 오비완의 목에 난 경동맥에 올렸다. 어린 제다이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수척해진 눈과 뺨은 퀭했고 눈가에는 푸른 멍이 들어있었다. 창백한 회색빛으로 질린 얼굴은 코에서 난 피로 뒤덮여있었다. 그리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예감하게 된 제다이 마스터는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공포를 막지 못하고 오비완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찾아 헤매었다. 경동맥에 올린 손가락에 힘을 주며 숨을 멈추고 1초를 셌다. 그리고 2초를. 이어서 3초를..... 마침내 손가락 아래에서 두근거리는 미약한 맥박이 느껴지자 콰이곤은 날카로운 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습니다." 목에 걸린 덩어리를 삼킨 콰이곤은 겨우 입을 열었다. "간신히.... 살아있어요."

"의료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의원과 빠르게 안도의 눈빛을 교환한 웨이터가 제안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신을 잃은 오비완을 안고 이미 자리에서 일어선 콰이곤이 말했다. 물을 떨어트리며 품에 안긴 오비완은 콰이곤의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평범한 의사나 드로이드가 고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다른 종류의..... 치료법이 필요하니 저희 방으로 데려가 제가 직접 돌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의원의 눈짓에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아이의 목숨을 구해주신 두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콰이곤은 감사의 마음을 목소리에 실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었습니다." 의원이 부리를 딸깍이며 말했다. "마스터 제다이님의 어린 동료분은.... 오늘 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제 지식으론 이해할 수 없지만 저분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당신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콰이곤은 우울하게 생각했지만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웨이터가 의원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자 의원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려줬다. 그러자 젊은 웨이터는 콰이곤의 방으로 가는 길을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방에 있어달라는 이쉬 팁의 부탁을 거절한 손님들은 복도에 모여 돔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열렬히 토론하며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길을 터달라고 외치는 웨이터와 오비완을 안고 웨이터 뒤를 따라가는 콰이곤이 나타나자 손님들은 기꺼이 옆으로 비켜줬다. 그리고 각자의 종족과 문화에 따라 감사와 존중을 보냈다. 어떤 손님은 고개를 숙였고, 양 손을 들거나, 귀를 아래로 내리거나, 꼬리를 흔드는 손님도 있었다. 콰이곤이 지나가자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말로 속삭이거나 서로 소곤거렸다.

"마스터 콰이곤, 저 소년이 우리를 살려줬어요."

"그런 건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못 봤어....."

"불쌍한 아이가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제다이가 그런 것도 가능한지 전혀 몰랐...."

"마스터 제다이, 아이를 잘 보살펴주세요. 저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고요."

"오, 저 애를 봐.... 완전 어린애였잖아."

"저런 아이가 어떻게......"

마침내 방에 도착하자 웨이터는 친절하게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제다이가 안으로 들어가자 문가에 서서 말했다.

"마스터 제다이, 도움이 필요하지만 주저하지 마시고 저희들을 불러 주십시오." 웨이터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아직 물에 젖어있는 유니폼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모자이크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든지 필요한 게 있다면 연락만 주십시오. 제다이님의 통신 채널은 최우선 채널로 설정되었으니 즉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오비완을 침대에 눕히고 있던 콰이곤이 대답했다. 오비완의 옷에서 흘러내린 물이 침대보를 적셨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이 아이를 돌볼 겁니다.... 제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거 같으니 마리오드 총독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을 전해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웨이터는 다시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마침내 콰이곤은 오비완과 단둘이 조용한 방에 남겨졌다.

콰이곤은 즉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오비완의 젖은 로브와 튜닉과 바지를 벗기고 수건을 가져와 몸을 최대한 말려주고는 얼굴을 뒤덮은 피를 닦아줬다. 그리고 마른 침대보와 이불이 있는 자신의 침대로 옮겼다. 오비완에게 따스한 로브를 입혀주고는 이불을 목까지 단단히 덮어주고 나서야 콰이곤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콰이곤은 인상을 쓰고 명상을 할 때처럼 숨을 몇 번 들이마시고 나서 손을 뻗어 오비완의 창백한 얼굴에 손바닥을 대었다. 콰이곤의 손아래에서 느껴지는 죽은 듯 소년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하지만 저체온증은 제다이 마스터가 심각하게 걱정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콰이곤은 아직도 어린 어프랜티스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 오비완의 시그니처 포스가 빛나던 곳에서는 이제 깊고 어두운 공허가 느껴졌다. 

오비완?

조그마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콰이곤의 포스를 알아차렸다는 걸 보여주는 작은 신호조차 없었다. 콰이곤은 치유의 힘을 곧장 파다완에게로 불어넣었지만 그 힘은 그저 되돌아올 뿐이었다. 두 번 더 시도해봤지만 매번 같은 결과만 나타났다. 자신이 무엇을 하더라도 이 아이를 낫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콰이곤은 상심하여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커뮤니케이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는 홀로 프로젝터를 켜고 채널을 연결시켰다. 곧바로 여성 이쉬 팁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효율을 중시하는 사업가처럼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스터 제다이." 이쉬 팁은 바로 콰이곤에게 인사를 전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제다이 사원에 연락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주파수와 제 승인 코드를 보내드릴 테니 부탁드겠습니다."

"바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푸른 홀로그램이 지지직거리는 불빛을 남기며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가 다시 떠오르더니 콰이곤이 잘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메이스!" 콰이곤이 외쳤다. 눈에 익은 얼굴을 본 콰이곤은 너무 안도한 나머지 평소에 카운슬 멤버를 대할 때처럼 예의를 차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포스여 감사합니다...."

"마스터 콰이곤?" 메이스 윈두가 살짝 인상을 썼다. "무슨 일이지? 뭔가 잘못되었는가?"

"오비완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다이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릿속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빠르게 정리했다. "바다의 육식 생물이 손님들로 가득한 돔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그곳에 없었지만 제 어린 파다완이 포스를 써서 돔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어 손님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합니다."

"오비완이 부상을 입었다는 건가"

"부상은 아니지만 돔 안의 사람들을 구하려고 심각하게 무리한 것 같습니다." 콰이곤은 고개를 저었다. "메이스, 이정도로 포스가 고갈된 상태는 본적이 없습니다. 지금 제 옆에 누워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치유를 해봤는가?"

"해봤지만 전부 실패했습니다. 오비완은.... 그냥 비어버린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틀림없이 느껴졌었는데 어째서.... 제 파다완이 있었던 곳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요. 이런 경우는 처음....."

"내 오랜 친구여, 진정하게나." 윈두는 다정하게 말했다. "오비완은 살아있지 않은가. 지금은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네. 사원으로 돌아올 수 있겠는가? 마스터 힐러들이 그 아이를 도와줄 수 있...."

"이렇게 약해진 아이를 코러산트까지 데려가는 건 위험합니다!" 하지만 금방 이성을 되찾은 콰이곤은 이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렇지만..... 알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가능한 한 가장 빨리 사원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힐러에게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준비를 마쳐달라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저는 결혼식 주최자에게 사과를 전하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물론이라네." 윈두는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콰이곤.... 돔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지?"

콰이곤의 한쪽 입술이 올라가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오비완 덕분에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습니다." 콰이곤의 목소리에는 씁쓸한 자부심이 섞여있었다. "오비완이 돔을 충분히 오래 붙잡아준 덕분에 물이 밀려들어오기 전 탈출선이 산소로 숨을 쉬는 사람들을 전부 구해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점은.... 오비완의 선택이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콰이곤, 오비완을 사원으로 데려오게나." 윈두가 콰이곤의 말을 잘랐다. "포스를 믿고 어서 집으로 데려오도록. 곧 만나도록 하지."

콰이곤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하고 연결을 끊고는 다시 이쉬 팁 관리자에게 연락했다.

"결혼식에 참석을 못할 거 같으니 마리오드 총독님에게 유감이라는 말을 전해주시겠습니까?" 콰이곤은 계속 차분한 어조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제 파다완이.... 제 어린 동료가..... 상태가 좋지 않아 지금 당장 사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마스터 제다이, 전부 이해합니다." 여자가 부리를 부딪치며 말했다. 그리고 이쉬 팁이 인상을 찌푸릴 때 하는 것처럼 입을 살짝 열었다. "어린 제다이를 셔틀로 데려가는 데 도움을 줄 담당자 두 명을 보냈으니 방에서 대기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셔틀도 곧장 출발이 가능하도록 준비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콰이곤은 감사인사를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절한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결혼식은 상황에 맞춰 내일 제 1 조류의 시로 연기되었습니다." 여자가 설명했다. "마리오드 총독님은  인정이 많으시고 연민을 아시는 분이니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마스터 제다이님의 안타까움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희들이야 말로 마스터 제다이님의 동료께서 보여주신 행동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생명을 잃을 뻔했던 재앙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어린 동료분은 괜찮으신가요?"

"괜찮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콰이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고는 슬픔에 잠긴 눈빛을 옆의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보냈다. "다시 한 번 도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쉬 팁이 작별인사를 전할 때처럼 휘파람을 불었다. 통신 채널을 끊은 콰이곤은 다시 천천히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겨우 숨을 쉬고 있는 오비완은 여전히 차가웠다. 너무 깊이 정신을 잃어서 콰이곤은 오비완이 아직 살아있는지를 확인하려고 계속해서 맥박을 확인해야했다. 한시라도 빨리 사원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그때 기다리던 초인종이 울리자 제다이 마스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 빠르게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놀란 나머지 눈썹을 올렸다.

"마리오드 총독님!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오실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서..."

"사과할 필요 없네." 고위 총독이 괜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들어가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콰이곤이 허리를 숙이며 뒤로 물러나자 마리오드가 안으로 들어왔다. 총독을 따라온 수행원 네 명은 문 앞에 서서 대기했다. 그중 두 명은 들것을 들고 있었다.

“두려워하지 말도록, 마스터 제다이. 긴 시간을 빼앗진 않겠으니." 이쉬 팁 총독은 천천히 걸어가 오비완이 누워있는 침대 앞에 섰다. "마스터 제다이의 동료가 너무 아파서 집으로 이송해야한다는 말을 들었.... 세상에 암초와 조류이시여! 완전히 애잖아! 이 작은 아이가 나의 수많은 영광스러운 손님들을 살린 제다이인가?"

"그렇습니다, 총독님."

마리오드의 손짓에 수행원들이 조용히 방에 들어왔다. 들것을 든 수행원들은 조심스럽게 오비완을 두꺼운 담요에 감싸고 들것에 옮겼다. 그리고 오비완의 머리 아래에 베개를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때까지도 어린 제다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스터 제다이..... 이 아이가 정확하게 뭘 한 것인가? 그리고 왜 지금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거지?"

"그건.... 설명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출발하고 싶었던 콰이곤은 나오려는 한숨을 억눌러야했다. 지금은 제다이로서 예의를 지키고 주최자에게 협조해야한다는 임무를 마지막까지 완수해야만했다. "제다이는 포스에게서 힘을 빌려 물체를 움직이거나 붙잡아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포스를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오비완의 경우에는 손님들이 전부 대피할 때까지 돔이 무너져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긴 시간동안 상당한 포스를 사용했습니다. 그 어떤 제다이도 포스를 무한히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는 한계가 있고 포스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부담이 큽니다. 그리고 오비완은 한계를 훨씬 넘어선 만큼 힘을 사용하는 바람에 심각하게 무리를 하여 포스가 고갈된 상태입니다."

"그래도 회복은 가능한가?"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원의 마스터 힐러에게 데려가야만 합니다. 제다이에게 포스가 고갈 된 건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렇게 심각한 경우는 저도 처음 봐서..."

"그렇다면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겠군. 내 수행원들이 셔틀로 안내해 줄 거세. 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지. 그리고 아이가 제 힘으로 눈을 뜨기를 파도에게 빌어보겠네. 나는 오늘 저 아이에게 커다란 빚을 졌어..... 우리 모두가 빚을 졌지."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마리오드 총독님." 콰이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것을 든 수행원들은 이미 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른 수행원 중 한명은 조심스럽게 오비완의 젖은 옷을 모아들었고, 네 번째 수행원은 앞장서 걸어 나가 복도에 길을 터두었다. 콰이곤은 수행원의 뒤를 따라 고개를 살짝 숙이고 걸어갔다.

셔틀에 도착하자 수행원들은 조심스럽게 오비완을 승객 구역의 침대에 눕히고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서 떠났다. 콰이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셔틀을 도킹 포드에서 출발시켜 빠르게 바다의 수면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궁전을 빠져나오자 무너져 내린 거대한 돔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처참한 광경에 콰이곤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돔의 가장 위쪽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다. 이쉬 팁 엔지니어들은 이미 돔 주변을 헤엄치면서 가해진 피해를 가늠하며 수리가 가능할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지을 건지를 평가하고 있었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진 콰이곤은 시선을 돌려 위로 올라가는 셔틀의 추진력을 올렸다. 바다의 수면을 가르며 솟아오른 셔틀은 곧바로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대기권을 뚫고 고요한 우주로 날아갔다. 콰이곤은 코러산트로 가장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고는 셔틀을 하이퍼 스페이스에 진입시켰다.

안정적으로 하이퍼 스페이스에 오르자 콰이곤은 오토파일럿을 켜고 조종석에서 일어나 작은 승객 구역으로 갔다. 몬 칼라마리의 덩치에 맞게 지어진 침대는 꽤나 컸다. 이쉬 팁이 감싸준 담요를 덮고 몬 칼라마리의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있는 오비완은 너무 작아보였다. 콰이곤은 매트리스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정신을 잃은 파다완을 살펴볼수록 심장이 아파왔다. 마리오드 총독에게 포스 고갈이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던 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포스의 힘을 끌어쓸 때는 육체적으로와 정신적으로 둘 다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했다. 포스를 이정도로 너무 많이 사용한 오비완은 아직까지 살아있는 게 기적일 정도였다. 콰이곤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콰이곤은 사랑하는 파다완을 거의 잃을 뻔했고, 오비완을 놓아줘야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위험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였다.

오비완은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전부 태워버렸고 부족한 힘은 포스의 순수한 힘에게서 더 끌어왔다. 포스를 사용한 경험이 몇 년이나 더 많은 콰이곤도 자신의 파다완이 오늘 해낸 일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을 거다. 

"오, 파다완...." 콰이곤은 슬픔이 담긴 다정한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돌아오거라. 나는 아직 너를 보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 내 아이야..... 아직 포스와 하나가 되기에는 너무 이르단다. 이 우주에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아직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 가르쳐 줄 것이 너무 많은데...."

오비완의 짧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주던 콰이곤은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엄지손가락으로 파다완 브레이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어린 제다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비완,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콰이곤은 비록 정신을 잃은 자신의 어프랜티스가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속삭였다. "용감하고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나의 파다완.... 제발 마스터에게로 돌아와다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콰이곤은 오비완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콰이곤의 마음 속 오비완의 존재가 있어야하는 곳에 대신 자리를 잡은 고통스러운 어두운 침묵은 콰이곤의 영혼을 둘로 찢어버렸다.











며칠 동안 번역하는 게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어두운 시기에 작은 즐거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올려본다. 별전쟁 원작에서 오비완이 말한 My allegiance is to democracy가 유난히 머릿속에서 계속 들리네.

콰이오비 리암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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