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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18:15


A is for Anaphylaxis + 가이드



- 원작가님께 아오삼 커맨트로 번역 허락 받음
- 오비완이 알파벳 A부터 Z까지 26가지 방식으로 구르고 고통 받는 팬픽. 거의 다 옴니버스 식이지만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음
- 첫 번째 이야기인 A에 가이드 적어뒀으니까 참고 바람
- 의역 많음 주의. 오역과 맞춤법 피드백 감사히 받음


A Jedi’s Pain - J is for Jealousy(질투)








소형 수송 셔틀에서 내린 오비완은 저절로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최근에 있었던 미션은 분리주의자의 영역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곳까지 가서 그들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제법 고된 정찰 임무였다. 오비완은 분리주의자의 편에 설 낌새를 보이는 목표물 몇 개를 찾아내고 이에 공화국이 대응 작전을 세울 수 있도록 모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카운슬과 의회에 보고해야했다. 하지만 오비완은 가장 먼저 오랫동안 샤워를 하고나서 뜨거운 음식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싶었다. 손바닥으로 입을 가려 하품을 숨기던 오비완은 주위의 포스가 살짝 떨리자 옅게 인상을 썼다. 뒤를 돌아보니 후드를 깊게 뒤집어쓴 남자가 격납고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마스터 오비완." 그자의 목소리는 어딘가 귀에 익었지만 누구인지 기억을 떠올리는 게 망설여졌다.

"네?" 오비완은 피곤했지만 평범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마스터를 모셔오라는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어서 빨리 오셔야 하십니다."

포스의 떨림이 심해지자 오비완은 얼굴을 더 찌푸렸다.

"죄송하지만 누구신가요? 그리고 저를 호출한 분이 누군지를 말해주시겠습니까?"

"저는........ 죄송하지만 어서 저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제 마스터께서 내린 명령이라....."

"그 마스터라는 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오비완은 한걸음 앞으로 걸어 나가 그자의 후드가 가려주고 있는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기울였다. "파다완, 얼굴을 보여주겠나요?"

"아...." 구슬리는 듯했던 남자의 억양이 빠르게 포식 동물 같은 목소리로 변했다. "저는 파다완이 아닙니다..... 파다완이 되었어야 했지만...... 이제 드만 저와 함께 가시죠, 마스터."

위험을 느낀 오비완은 라이트 세이버를 향해 손을 가져갔지만 충분히 빠르지 못했다. 남자의 손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아주 날카로운 무언가가 오비완의 목에 박혔다.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흘리며 오비완은 재빠르게 목으로 손을 가져가 그곳에 박힌 작은 금속 다트를 뽑아냈다. 혼란이 떠오른 오비완의 눈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힘이 빠진 손에서 떨어진 다트가 승강장 플레이트 위로 떨어졌다. 비틀거리던 오비완은 주위의 격납고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자 취한 듯 휘청거리며 숨을 헐떡였다.

"이게.... 무슨....." 오비완은 어지럽게 돌아가는 머리를 붙잡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짓을....?"

눈이 뒤로 넘어가더니 무릎이 앞으로 꺾이자 오비완은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승강장 위로 쓰러졌다. 후드를 쓴 남자는 건조한 미소를 짓더니 오비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들린 정신을 잃은 마스터는 대기하고 있던 스피더로 빠르게 옮겨졌다. 남자는 잠시 멈추더니 뒤로 돌아 보안 카메라를 바라보고는 손을 휘저어 기록을 삭제했다. 그리고 스피더의 운전석에 올라 격납고 밖으로 속도를 높여 코러산트의 붐비는 도로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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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돌아오는 정신을 차리며 오비완은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가장 먼저 오비완이 알아차린 것은 하나로 모인 자신의 양손에 수갑이 채워져 머리 위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위로 쭉 뻗은 팔은 팽팽하게 늘어나 있었고 발바닥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손과 비슷하게 발목에는 무거운 족쇄가 달려있었고 족쇄는 근처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당기는 손발과 경련이 일어난 어깨를 보니 이 상태로 적어도 몇 시간동안 묶여있었던 거 같았다. 얼마나 강력한 마취제를 맞았던지 숙취에 시달리는 것 마냥 머리가 욱신거렸고 입안에는 사포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건조하고 까끌거렸다. 오비완은 어깨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까치발로 서서 흐릿한 눈을 깜박거리며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오비완이 잡혀있는 곳에는 별로 볼만한 게 없었다. 고개를 빼고 주위를 둘러보자 겨우 상자처럼 작은 감옥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에는 길이가 180cm정도 되어 보이는 비좁은 침상과 그 위에 얹힌 얇고 때 묻은 매트리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너비가 약 100cm정도 되어 보이는 감옥의 오른쪽 구석에는 작은 변기와 유일한 출입구인 튼튼한 강철 문이 있었다. 위를 올려다본 오비완은 자신의 손을 잡아둔 쇠사슬과 연결된 블록과 어두운 빛을 뿌리고 있는 전등이 금속 천장에 달려있음을 알아차렸다. 오비완의 손목에서부터 시작한 쇠사슬은 천장의 블록으로 올라가 벽에 있는 구멍 뒤쪽으로 이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대로 매달려 있을지, 아니면 쇠사슬을 늘려 침상에 앉거나 누울 수 있을지는 납치범의 결정에 달린 것 같았다.

오비완을 잡아온 납치범은..... 그 후드 아래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귀에 익었다. 오비완은 머리를 혹사시켜 봤지만 유용한 것을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그 남자는 포스 사용법을 배우는 훈련을 받은 게 확실해 보였고 파다완이 되었어야만 했다고 말했었다. 그건 납치범이 한때 사원에 살았다는 뜻이었다. 

조용히 열리는 문이 오비완의 생각을 방해하더니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나타났다.

"아, 일어나셨군요...... 잘됐어......."

"너는 누구지?"  오비완은 목소리에 힘을 실으려고 노력하면서 명령조로 말했다. "나한테서 원하는 게 뭐지?"

"마스터,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세요?"

"얼굴을 보여주면 떠올리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납치범이 친절하게 후드를 내리자 오비완은 눈을 깜박이면서 남자를 바라봤다. 꾀죄죄한 몸집에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와 갈색 눈동자, 그리고 얇은 입술 위에 달린 살짝 큰 코가 달린 얼굴을 보는 순간 오비완은 납치범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렸다.

"아보-틸 히론." 오비완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왜.... 이러는 거지? 네가 나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카운슬이 알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는 건가?"

"그러니까 저를 기억하고 계셨네요." 젊은 남자의 얼굴이 비틀리더니 미소 같아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악의가 있는 게 분명해보였다. "마스터께서는 저를 거절하셨죠. 하지만 저는 마스터에게 두 번째 기회를 드리려고 해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납치범을 바라보던 오비완의 머릿속에 기억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너는 아나킨이 나이트로 승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찾아왔었지." 오비완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너를 파다완으로 받아달라고 부탁을..... 애원을 했었어. 그때 너는 파다완이 될 시기를 놓친 19살이었고 아그리콜프스에 보내질게 이미 결정 난 상태였지.... 14살이 되어도 어프렌티스가 되지 못한 아이는 다른 방법으로 제다이 오더를 도울 수 있도록 재배치되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마스터께서는 저를 거부하셨어요." 옛 영링이 외쳤다. "마스터께서는..... 그때 저에게......"

"포스가 너와 나를 이어주지 않았다고 말했었지." 오비완은 차분하게 문장을 마쳤다. "그리고 히론, 그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단다. 너를 파다완으로 받아들이는 건 포스의 의지가 아니야. 모든 영링이 나이트나 마스터가 될 수 없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않니..... 만약에 네가 다른 방식으로 오더에 헌신하는 게 포스의 의지라면 너는 그걸 받아들여야 해."

"싫어요!" 히론이 외쳤다. "싫다고요! 저는 마스터께서 마스터 콰이곤이 돌아가신 뒤에 저 돼먹지 못한 싸가지를 파다완으로 받아들이는 걸 봤어요. 그리고 반대 의견을 가진 카운슬에도 불구하고 그놈을 가르치셨잖아요. 그런 놈을 위해 카운슬에게 반발하셨으면 저를 위해서도 똑같이 해주시고 훈련을 시켜주실 수 있으시잖아요..... 왜 개뼈다귀 같은 놈한테는 그렇게 해주시고 저한테는 안 해주시는 건가요? 네? 제가 원했던 건 오직 포스의 길과 강력한 제다이 나이트가 되는 법을 알려줄 마스터뿐이었는데!"

"아나킨을 파다완으로 받아들이는 건 포스의 의지였단다." 오비완은 침착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네가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네 내면에 힘을 향한 열망만이 가장 강하게 불타오르고 있는 것을 알아봤었고. 아보-틸 히론, 너의 질투심과 분노와 두려움은 너를 곧장 다크 사이드로 이끌 거다. 그런 사람은 절대로 제다이 나이트가 될 수 없어."

오비완은 날아오는 주먹을 보지 못했다. 갑자기 쇄도한 히론의 손마디가 오비완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얼굴을 찡그린 오비완의 갈라진 입술 사이에서 피맛이 감돌았다, 하지만 오비완은 도발적으로 고개를 들고 납치범을 마주봤다.

"이걸 풀어라." 오비완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를 풀어주고 함께 사원으로 돌아가...."

아보-틸 히론은 웃음을 터트렸다. "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잘못 짚으셨습니다..... 제 조건에 따를 때까지 탈출 시도는 꿈도 못 꾸게 포스 억제 약물을 계속 주사할 예정이니 반항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네 조건을 말해보거라. 그럼 내가 그걸 거절하고 우리는 이 가식을 끝낼 수 있을 테니까."

"하! 그렇게 나오시겠다면야." 아보-틸은 뒷짐을 지고는 발을 단단히 디디고 자신이 잡아온 포로를 노려봤다. "우선 마스터께서는 도망칠 시도조차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세요. 그리고 저를 파다완으로 받아주시고, 제다이의 길을 가르쳐주시면 됩니다. 카운슬 앞에서 나이트로 승급되는 저를 그 두 눈으로 보게 될 때까지 조건을 지켜주세요. 제 조건을 거절하시면 제게 굴복하거나 죽을 때까지 벌이 뒤따를 겁니다. 지금 당장 조건을 받아들이시고 제 '설득'이 가져올 고통을 피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히론, 나는 그러지 않을 거다." 오비완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너를 가르치지 않을 거고, 카운슬이 너를 나이트로 승급시켜주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다. 내 목숨을 대가로 바치더라도 너는 절대로 제다이 나이트가 될 수 없을 것이며, 이것만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다."

"으아아아!" 히론은 의미 없는 분노에 찬 말을 내뱉으면서 주먹으로 오비완의 왼쪽 뺨을 내려쳤다.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다음 공격이 빠르게 오른쪽 턱 아래에 꽂히는 순간 다음 주먹이 왼쪽 관자놀이와 오른쪽 눈으로 날아왔다. 분노와 힘이 담겨있는 갑작스럽고 흉포한 공격에 오비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머리가 흔들리는 대로 놔두고 거친 숨을 내쉬며 혼미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

손 하나가 오비완의 머리카락을 붙잡더니 강하게 뒤로 젖혀 고개를 억지로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흐릿해진 눈이 히론의 으르렁거리는 얼굴을 강제로 보도록 만들었다.

"너는 나를 가르치게 될 거야, /마스터/." 분노에 찬 젊은 남자가 외쳤다. "내가 오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다이 나이트가 되는 것을 보게 될 거라고. 네놈의 소중한 스카이워커보다 훨씬 더 대단한 나이트가 되고 말거야."

머리를 붙잡고 있던 손이 물러나자 오비완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숨을 헐떡이는 오비완의 벌려진 입술 사이로 피가 떨어져 튜닉 앞쪽을 물들였다. 의식을 두고 다투는 전투에서 결국 패배한 오비완은 어둠속으로 다시 끌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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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물이 양동이채로 머리위로 쏟아지자 오비완은 움찔거리면서 깨어났다. 기침을 하면서 눈을 깜박여 시야를 방해하는 물을 떨쳐낸 오비완은 자신이 어둡게 내려앉은 시선을 다시 마주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오, 또 너로군." 오비완이 건조하게 말했다. "룸서비스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이곳은 숙소라고 부르기엔 필요한 게 많아 보여서 말이지."

"왜 그놈을 선택했지?" 그 목소리는 기만적일 정도로 차분했지만 오비완은 히론의 표면 아래에서 피어나는 질투심을 느끼기 위해 포스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왜 어프렌티스로 선택했냐고 묻잖아."

"많은 이유가 있었지. 우선 그 애는 선택받은 자다." 오비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애를 가르치라는 게 내 마스터의 유언이기도 했고, 또 거기에 복종하라는 포스의 부름을 느끼기도 했었지."

"그놈도 나이가 너무 많았어." 히론은 한쪽 손으로 오비완의 목을 붙잡아 고통스러울 정도로 조르면서 외쳤다. "오히려 사원에서 영링으로 자라지도 않았고 아기였을 때 가족에게서 떨어진 적도 없었잖아..... 기본적인 배움을 받은 적도, 준비가 되지도 않은 나이 많은 아이었는데 너는 그 애를 선택했어. 그럼 나는 왜 안되는 건데? 왜 아무도 나를 선택해주지 않는 거야?"

"그건 포스의 의지가 아니니까." 오비완은 목을 조여드는 손에 붙잡혀 겨우 목소리를 냈다. "아보-틸, 너의 질투심과 분노는 파멸의 원인이 될 거다."

"틀렸어, 마스터." 히론은 '마스터'라는 호칭에 증오를 담아 으르렁거리며 반대쪽 손을 오비완의 이마에 얹어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했다. "질투와 분노는 나를 강하게 해주지. 너보다도 강하게 해준다고. 너는 나를 제다이로 키울 거다. 나를 가르치게 될 거라고!"

"그런 방식은 내게 소용없다." 오비완은 히론의 마인드 컨트롤을 쉽게 떨쳐냈다. "포스가 없더라도 내 정신은 나를 설득하려는 너의 미숙한 시도에 저항할 정도로 강하니까 지금 보다는 더 노력해서 최선을 다해보는 것을 추천하지"

배에 꽂힌 주먹에는 너무 많은 힘이 실려 있어서 오비완의 폐에 있던 공기가 빠져나갈 정도였다. 눈에 눈물이 차오르자 오비완은 컥컥거리다가 숨을 겨우 들이마시며 호흡을 되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곧이어 턱에 날아온 어퍼컷에 머리가 뒤로 꺾인 나머지 거의 기절할 뻔했다. 반작용으로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자 오비완은 숨을 헐떡이며 눈앞에서 춤을 추는 어두운 불빛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눈을 깜박였다. 마침내 다시 초점이 잡히자 오비완은 반항적으로 고개를 들고 자신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보-틸 히론의 눈동자를 쏘아봤다.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선택받지 못한 영링이 이를 갈면서 으르렁거렸다.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는 너를 설득시키지 못할 거 같네. 네 영혼을 먼저 부숴야할지도 모르겠어. 진정한 고통을 마주했을 때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고."

아보-틸은 유틸리티 벨트에 달린 작은 파우치에서 하이포 스프레이 하나를 꺼내 그게 무기라도 된다는 듯이 높이 쳐들었다. 오비완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런 납치범의 손을 바라봤다.

"이건 제법 쓸 만한 데바로리안의 발명품이지." 히론은 평범한 목소리로 말했다. "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 몇 시간동안 지속되는 고통을 맛볼 수 있을 거다. 정신을 계속 자극해서 기절할 수도 없을 거고. 목숨에 해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어서 죽여 달라고 빌게 될 거야. 심문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지만 내 목표는 그거보다 훨씬 더 단순해. 나를 파다완으로 받아들이고 나이트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해준다면 그 즉시 해독제를 놔주지."

오비완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젓자 히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야...."

목덜미에 차갑고 날카로운 게 닿는 느낌이 들더니 이어서 쉭 소리가 들렸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혈관을 타고 화염이 번지기 시작했다. 포스와의 연결이 끊겨 고통을 흘려보낼 수가 없게 된 오비완에게는 오직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고통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몸 때문에 고개가 저절로 뒤로 휙 꺾였다. 오비완은 안에서부터 불타오르고 있었다. 용암처럼 뜨거운 피가 가차 없이 온 몸을 타고 돌았고 모든 신경이 극도의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오비완은 사슬에 묶여 선채로 경련하는 몸을 무의미하게 비틀며 의미를 잃고 고통만을 담고 있는 외침을 신음처럼 흘렸다. 의도치 않은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고 고통을 참으려고 힘껏 깨문 입술에서 붉은 피가 떨어졌지만 모든 걸 집어삼키는 화염을 막는 법은 없었다. 오비완은 자신에게 고개를 내릴 힘이 남아 있어 아래를 내려다본다면 불타오르고 있는 몸을 보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오비완, 이제 15초 지났어. 나를 파다완으로 받아줄 거야?"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알겠어. 그렇다면 네가 불러온 고통에 뒷일을 맡기지 뭐."

쾅 소리와 함께 감옥문이 닫히자 목이 뒤로 꺾인 오비완에게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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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사슬은 느슨하게 늘어나있었다. 마침내 고통이 사라지자 제정신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을 뜬 오비완은 자신이 차가운 금속 바닥에 웅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차가운 바닥은 지난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불타는 고통을 받아왔던 몸에 너무나 위안이 되어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 비명이 잦아들었던 목구멍은 거칠게 쉬어있어 가련한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히론은 바닥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오비완을 몇 번 찾아와 매번 같은 제안을 했다.

"오비완, 한 시간이 지났어. 나를 파다완으로 받아줄 거야?

"두 시간하고 15분이 지났네. 나를 파다완으로 받아줄 거야?"

세시간 30분 뒤..... 다섯 시간 뒤..... 여섯 시간하고 33분이 지난 뒤..... 고통에 사로잡힌 상태였지만 오비완은 매번 갈라진 목소리로 거부의 말을 내뱉는데 성공했다. 화염이 사그라진 뒤에도 오비완은 여전히 몸 안에 남아있는 검붉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푹 젖었고 불타오르는 고통에 지쳐버린 근육에서는 경련이 멈추지 않았다.

다시 문이 열렸지만 오비완에게는 바닥에서 고개를 들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아! 드디어 약발이 다 떨어졌나보네. 지금은..... 일곱 시간하고 13분 지났어. 나를 파다완으로 받아줄 거야? 아니면.... 두 번째 주사를 맞을래?"

"......데바로리안의 화염을....... 두 번 맞으면....... 생명이 위독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오비완은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니까........ 그걸 놓고......... 나를 죽여 버려.... 내가 아보-틸 히론을 파다완으로......... 받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니까."

"제기랄! 빌어먹을 놈!"

부츠를 신은 발에 강하게 옆구리를 걷어차인 오비완은 고통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서 죽어가는 외마디 비명만 겨우 지를 수 있었다. 발길질은 계속 날아왔다. 히론은 분노와 좌절감을 무력해진 제다이 마스터에게 터트렸다. 오비완은 그 공격에 갈비뼈가 몇 개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몸을 말아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다. 증오에 차있는 광분의 발길질은 아보-틸이 오비완만큼 숨을 헐떡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멈췄다. 바닥에서 몸을 말고 꿈틀거리던 오비완이 콜록거리자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오비완은 납치범을 향해 멍이 든 얼굴을 힘겹게 돌려 히론의 반쯤 감긴 어두운 눈을 올려다봤다.

"이게 겨우....... 최선을....... 다한 건가?"

아보-틸은 악랄한 욕설을 퍼붓고는 오비완의 관자놀이를 힘껏 차버렸다. 목이 한쪽으로 꺾이는 순간 오비완은 고통이 없는 행복한 무의식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다시 히론의 욕설이 들리더니 입구를 박차고 나가는 소리와 뒤이어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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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굴러봐 노비야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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