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는 그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어.
자신의 위해 희생한 그의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멀쩡히 살 수도 없었지.
한마디로 땅 위의 지옥을 살고 있었던 거야.
 

약도 하고 술도 하고, 그와 함께했던 뒷골목을 밤마다 비틀거리며 부산히 돌아다니다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서 일어나는게 전부인 삶이었지.
 

버티고 버티다 결국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이끌고자 간 곳이 뱀파이어 소굴인 볼테라성이야.

사실, 허니비는 뱀파이어의 존재를 믿지 않았어.
어두운 밤, 볼테라의 깊은 숲에 들어가면 피가 빨려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비현실적인 괴담은 매초 현실의 고통을 느끼는 허니에겐 사치에 불과했지.

그녀는 그것이 어떠한 야행성 짐승의 소행이라 생각했어.
그도 그럴 것이, 볼테라는 외딴 산악지대에 위치한 도시였거든.
 

그럼에도 허니는 냉혈인들의 존재에 대한 희미한 희망을 버릴 수 없었어.

 

나의 죽음은 그 누구의 것보다 비참해야 하지만, 그 이후 갈가리 찢긴 몸으로 널 다시 만난다면 니가 슬퍼할 거 아니야.

 

사소한 상처에도 울상짓던 그의 얼굴이 떠올리며 볼테라로 떠나는 저녁 기차에서 허니는 오랜만에 미소 지었어.


***

 

갑자기 침입한 어린 인간을 바라보는 아로님은 여상히 차분했어.
무능한 가드들에게 냉기 가득한 눈길을 보내면서도 아로님은 미소를 잃지 않았지.
오랜만에 온 손님을 냉대할 순 없는 법이잖아?

 

“이곳에 살아있는 꽃은 없거늘, 어째서 어린 벌이 여기까지 날아들어 온 것인가?”

 

석탄과도 같이 짙은 머리카락과 여려 보이는 몸, 하얀 볼 너머로 흐르는 피와 그 향기를 덮는 싸구려 술 냄새와 찌든 약 냄새.
무엇보다도 아득하게 퍼져 들어오는 절망의 향기가, 합장한 아로의 손에 힘이 들어가게 했지.
참으로도 오랜만에 맡아보는 향이었어.

 

말없이 서 있던 버릇없는 인간은 터덜터덜 아로에게 걸어가 그의 발 앞에 주저앉았어.

 

“나 좀... 나 좀 죽여줘요. 최대한 고통스럽게.”

 

아로는 자신의 티 없는 검은 구두 위로 떨어지는 짧지만, 규칙적인 진동을 느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어.
자신과 같은 검은빛의 머리카락이 위엄 없게도 마구 엉켜 허니의 눈물진 뺨에 달라붙어있었지.
 

아로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어.
 

영생을 주세요, 힘을 주세요, 사랑을 주세요, 등등...
많은 청을 들어왔지만 자신을. 순수하게. 죽여달라는 사람은 처음이었지.

불가침의 지위도, 만인의 야욕도, 영원의 삶도 아닌 죽음을.
 

다른 무엇도 아닌 죽음을.
 

나조차도 도망쳐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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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구나.









 

클쉰너붕붕

아로너붕붕
 

사랑하는 붕붕이들, 일단 대가리 먼저 박을게

난 이게 어나더 까지 나올 줄 몰랐지
무슨 버전을 더 좋아할지 몰라서 퇴고 전 버전은 남겨놓을게

이제 좀 사람이 읽을만하게 퇴고했으니까 노여움 푸시고 읽어줘…


어나더

[Code: 6d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