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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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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걸 보고서라고 나한테 가지고 온 겁니까?"



통창 유리로 세워진 가벽 하나로 살얼음 돋는 목소리가 넘어왔다. 오늘도 그의 앞에 선 나이 많은 사내는 답지 않게 음, 그게, 저, 하며 말을 머뭇거리다가도 목소리보다도 더 서늘하고 날카로운 시선에 시정하겠습니다! 라는 우렁찬 외침을 남기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쳤다.


-띵!

 

⚽❤️: 허니,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어? 너무 보고 싶다 ㅠㅠ 



핸드폰에 날아온 문자를 보며 허니는 우다다다 손가락을 놀렸다.

 

오빠, 나도 너무 보고 싶어 ㅠㅠ 사실 나 지금 일하고 있는데 상사 놈이 성격이 너무 무서워서 퇴사 하고 시|



거기까지 쓰던 허니는 이내 손가락을 멈췄다. 이 모든 건 오빠를 위한 서프라이즈인데 자신이 칭얼거리는 건 여태까지의 모든 고생을 헛고생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허니는 여태까지 치던 문자를 모두 지우고, 잘 지낸다는 간결한 문자의 답변만 적었다.



"저기, 미스 비."


"네."


"이사님 기분은...?"


"오늘도 겨울이요."



허니의 작은 속삭임에 다음 방문자는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 션 오프라이. 자신의 상사이자 로이프 그룹이라는 회사의 오너 일가인 오프라이 가의 장남이자 후계자.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야 한다는 아주 '훌륭한' 사상 덕분에 인턴부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이사의 자리까지 오른 션은 오프라이 핏줄임을 그 모든 방면에서 증명을 하고 있었다.


대대로 전해지는 훈훈한 외모는 물론이오, 칼날 같은 혀끝과 살벌하기 짝이 없는 인상. 그와 더불어 아랫사람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매와 같은 날카로운 일 처리의 능력은 아무리 그가 낙하산을 탔다고 해도 그 끝에 혼자 부스터 달아서 승진을 해버리는 상황에 그 누구도 이의를 재기하지 못 하게 만들어 버렸다. 잘난 놈이 더 잘나보겠다는데 어떡해. 


그런 그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위해 개인 비서를 회사 측에서는 붙여줬는데, 그게 바로 허니가 들어온 그 자리였다. 자신의 선임이자 원래 션 오프라이의 비서 자리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함께 일정을 처리하던 캐롤은 허니에게 뒷일을 맡기고 현재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을 떠난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가 일을 알려주면서 언급한 중요한 비밀 암호는 바로 션의 기분을 계절에 빗대서 그를 방문하는 자들에게 알려주는 용도였다.



어차피 겨울하고 봄만 기억하면 돼. 그 중간은 없거든.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잘 끝나는 날은 봄, 그 외는 죄다 겨울.



도저히 끝나지 않는 빙하기에 슬퍼지는 방문객들의 얼굴에 허니는 안쓰럽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 아무리 일을 잘하면 뭐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벌벌 떨어대는데.



"행운을 빌게요."


"고마워요, 미스 비."



있지는 않지만 왠지 있는 것 같은 눈물을 훔치며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허니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비서는 자신의 전공도 아니었고, 할 줄도 모른다. 하지만 친한 친구의 언니인 캐롤에게 무리가 되는 부탁을 하면서도 이 자리에 입사를 하게 된 건, 전부 자신의 오빠 칼럼 터너를 위해서였다.



션 오프라이 녀석. 하여튼 중간이 없어요. 로이프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프네.



마찬가지로 사업을 하고 있는 상류층 가문인 터너 가문의 막내딸인 허니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아주 약했기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를 못 했다. 대신 홈스쿨링과 가정 교사를 통해 공부를 하고, 제대로 다닌 대학교도 자주 아파서 쉬었던 탓에 그녀는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못 했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최고의 친구가 바로 오빠인 칼럼이었다.


제대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퇴근이 늦어지고, 밤샘이 잦아져서 힘들어하는 오빠가 골머리를 앓는 이유가 로이프 그룹이라는 것을 알게 된 허니는 몰래 큰 결심을 했다. 로이프 그룹에 잠입을 해서, 중요한 정보들을 빼는 멋진 스파이 역할을 완수해서, 오빠와 가족들을 기쁘게 해주겠다고! 그러면 오빠도 건강을 챙길 수 있고,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완벽한 계획을.



"지금 일 하기 싫다는 겁니까?"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닌데 왜 일처리를 이따위로 합니까. 프로젝트 시작한지가 언제인데 어떻게 된 게 성과가 하나도 없습니까?"


"하나도 없는 건 아니고, 저희가 문제점 파악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이 프로젝트에 걸린 돈이 얼마인지는 아시죠? 아닌가? 모르시는건가? 알면 일 이런 식으로 진행 못 할텐데."



그 완벽한 계획은 직속 상사인 션 오프라이의 엄청난 인성 덕분에 처참히 무너졌지만. 회사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고, 션 오프라이는 성격이 아주 더러웠으며, 여태까지 알아낸 정보라고는 그의 성격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능력 뛰어나기는 하다는 것 정도?



"미스 비, 나 좀 잠깐 봅시다."


"네!"



서둘러 일정표와 태블릿을 들고 허니가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짧은 거리도 우아하지 못 하게 뛰어서 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션이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쯧, 하고 찼다. 캐롤의 추천으로 들이기는 했지만, 육아 휴직이 끝나면 바로 잘라버려야지, 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해외 클라이언트한테 전화가 아니라 이메일을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그 클라언트는 까다로우니까 전화 통화로 해야 한다고 캐롤이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인상을 찌푸린 션이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라서 전화 통화로 살살 구슬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이메일을 보냈으니 역시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메일로 보내면 못 읽었다는 식으로 함흥차사였기 때문에 꼭 전화 통화를 해야만 했는데, 눈 앞에 있는 이 작은 비서는 그 쉬운 일 하나를 못 한다.



"그으, 그게요, 제가 불어를 못 해서...."


"... 지금 불어도 못 하는데 그 자리에 있다는 겁니까?"



5개국어 능력자인 캐롤과 비교가 되어도 너무 비교가 되었다. 캐롤의 추천이라는 것만 믿고 제대로 서류를 살펴 보지 못 한 게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결국 자신의 실책이었기 때문에 션은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오늘하고 내일 일정이나 알려주시죠."


"아, 네! 그러니까 오늘 일정은-."



일정표를 가지고 준비된 대로 달달 읊으면서 중간중간 어떤 미팅에는 뭐가 중요한지, 특정 클라이언트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뒀는지 언급을 해가는 허니를 보며 션은 책상 위를 검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함께 일한 지 한 달. 이제서야 겨우 일정표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는 이 어리바리 비서를 데리고 앞으로 일 년은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비서로 취업을 했으면 그에 마땅한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할텐데, 어째 제 비서는 그런 준비라고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듯 했으니까. 일정을 들은 션은 오후에 나갈 준비를 하라며 손짓을 했고, 허니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머리가 아픈듯 미간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는 모습에 슬쩍 사무실을 나갔다.



"후우우우우우우."



속 터져나가는 션이 한숨을 내쉬는 사이, 허니는 탕비실로 가서 뜨거운 물에 페퍼민트 차를 타기 시작했다. 제 오빠인 칼럼도 그러했지만, 밤샘 업무가 잦고 스트레스에 두통을 앓고 있는 와중에도 커피를 달고 사는 션이었다. 그 와중에 담배까지 펴대서 칼럼보다도 건강이 더 나쁠 것이라고 확신하며 허니는 종종 그를 위해 차를 타주고는 했다.



"...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네."



션 옆에 있으면 엄청난 기밀 같은 것을 알아서 흘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완전히 다른 전공이었던 허니로써는 눈 앞에 정보가 있어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숫자는 그렇게 많은지, 알아야 정보를 훔쳐도 훔치지. 이제 와서 일을 그만두기엔 캐롤에게는 미안했고, 또 기왕 시작한 거 좋은 결과를 보겠다는 욕심에 허니는 션의 눈치와 압박에도 꾸역꾸역 출근을 하고 있었다.



"미스 비, 괜찮아요?"


"아, 네."


"오늘도 오프라이가 오프라이 짓 하죠?"



서글서글하게 웃는 직원이 말을 걸어왔고, 허니는 어설프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 생활을 하지 못 해서 타인과의 교류가 어색한 허니는 특히 이성과의 교류가 어려웠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회사에서는 자꾸만 여러 남자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댔고, 비서로써 모두와 친하게 지내둬서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 하에 그녀는 그 친근함을 모두 받아주고 있었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요."


"미스 비가 부족하긴 어디가 부족해요. 일 잘하지, 똑똑하지, 예쁘지. 빠지는 게 하나도 없는데."


"그거 오프라이는 전혀 공감 못 할 걸요? 일도 못 하지, 멍청하지, 안 예쁘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텐데."


"다른 건 몰라도 미스 비가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인 건 절대 부정할 수 없을걸요? 그 왜...."



쓱, 위아래로 내려가는 시선에 허니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아서 따뜻한 페퍼민트 차를 손에 꼭 쥐었다. 컵에서 전해져 오는 열기가 그녀를 겨우 진정 시켰을 때, 직원의 시선이 다시 허니의 눈과 부딪혔다. 정장 스커트를 입었지만 몸에 딱 붙는 차림새는 빈틈 없이 프로페셔널 해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어벙한듯한 표정은 빈틈을 보이고 있었고 그게 참....



"... 허니 비."


"앗! 네!"


"비서가 부르면 재깍재깍 와야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아, 죄송해요. 머리가 아프신 것 같길래 차라도 좀 가져다 드리려고...."



어느새 탕비실 문에 삐딱하게 기대어 있는 션이 보내는 질책의 눈길에 허니가 눈을 내리깔았다. 한동안 찾을 일이 없을 줄 알고 빠져나온 건데, 와중에 하필 내가 왜 필요했담. 자신이 전달해야 할 사항이나 션이 자신이 필요할 만한 일이 있었나, 생각하며 페퍼민트 차가 담긴 컵 안만 보느라 허니는 제 옆에 서있는 직원이 서늘한 션의 시선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 했다.



"요청하지 않은 일 하느라 시간 보내는 대신에 주어진 일이나 제대로 좀 하시죠."


"넵...."



허니의 손에서 뜨거운 차를 가져간 션이 먼저 걸음을 옮겼고, 허니는 직원에게 서둘러 인사를 하고는 그 뒤를 빠르게 쫓았다. 길쭉한 다리로 느긋하게 걸어도 허니의 짧은 다리로는 총총 뛰듯이 걸어야 해서 놓치지 않기 위해 허니는 션에게만 집중을 하느라 그 뒤에서 직원이 참았던 숨을 터트리는 것 또한 알지 못 했다.



"미스 비."


"네!"


"탕비실은 노닥거리는 곳이 아닙니다."


"네?"



노닥거린 게 아니라 션을 위해 차를 타러 간 거였는데. 정확히 션의 말의 뜻을 헤아리지 못 한 허니는 삐죽거리려는 제 입을 손으로 툭, 치다가 화장을 해서 립스틱이 묻어나는 것에 당황하며 그것을 서둘러 휴지로 닦아냈다. 제 뒤에서 느껴지는 부산스러운 움직임에 한숨과 함께 차를 한모금 마신 션이 자리에 앉았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허니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



션은 원래 차를 즐겨 마시지 않았다.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새 비서는 아무래도 차를 좋아하는 건지, 잘 이용하지도 않던 탕비실의 온갖 차를 선보이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익숙해 보이지도 않은 높은 굽의 구두 위에서 부들부들 대면서, 뜨거우니까 조심하라면서 차를 가져다 주는 게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뭐 시키실 거 있으세요?"


"... 집중 좀 하시죠."


"헙. 네."



그래도 입에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와 부드러운 향이 두통을 완화 시켜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게 순전히 차의 영향 때문인건지, 아니면 어리버리하고 못 미더운 비서여도 누군가가 저를 신경 써줬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입을 삐죽이며 허니는 익명 사이트에 글을 하나 슬쩍 올렸다.




 


Transition From Laptop Keyboard To Ergonomic Mechanical Keyboard – Dygma




 

 [ㅅㅌㅁㅇ] 탕비실에서 혐성상사 차 타준 것도 문제임??

                                                                                                                                           
https:.//hygall.com/123456789                                  2024.11.04 20:17               view 9

우리 상사 진짜 ㄹㅇ 혐성임...
내가 실수를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고, 실력이 모자라는 것도 맞긴
한데 본인 머리 아픈 것 때문에 탕비실 가서 차를 좀 타줬거든?

근데 그것까지고도 뭐라고 한다 ㅠㅠ 탕비실에서 노닥거리지 말래...
본인을 위해서 차 탄 게 노닥거린다고 생각했다는 게 어이 없음;;

이제는 차 마시면서 종종 나를 보는 것 같은데, 어떻게 갈궈 먹을까,
하는 그런 생각 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 이제는 탕비실에서 차 타주는 것도 문제임??


+ 근데 탕비실에서 다른 남직원이 말 걸어서 대화를 좀 하기는
했음... 굳이 말 씹고 척 지는 것도 안 좋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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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ㅇㅇ📱
엥 차 타주는 것까지고 보통 '노닥거린다'라고 표현 안 하지 않나?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냐?
                                                                                 [ Code 3sdfw ]
ㅇㅇ📱
상황 설명이 좀 더 필요한듯;; 그리고 너도 차 타주지 마 걍;;;
                                                                                   [ Code 23uf ]






올린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허니는 흐음, 하는 작은 한숨 소리와 함께 입술을 물었다. 추가적인 상황 글을 올리면서도 중간중간에 션의 눈치를 보느라 허니는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알지 못 했다. 얼마 뒤에 벌어질 사건을.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다가 결국 익명 사이트에 허니가 또 다시 글을 올리게 될 그 사건을.











너붕션오 션오너붕 션오프라이 허니 션오프라이너붕 너붕션오프라이
 





"내일이 되면 후회할 말은 안 하는 게 좋을텐데."

[Code: fc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