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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주의 날조주의 해포알못주의 샨나라알못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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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는 급히 윌의 방으로 뛰어갔음. 윌이 누워있던 침대는 이미 텅 비어있었고 방 안 어디를 둘러보아도 꼬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음. 방안을 휙휙 둘러보니 창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이 보임. 설마 저 창문을 넘어 도망이라도 친건가? 윌의 방은 일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맘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었음. 테세우스는 아찔했음. 밖으로 도망을 친 후, 마을로 사라진 것이라면 그를 임시보호하고 있는 테세우스의 입장이 곤란해진단말임. 게다가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은 밤임. 이 어둠 속에서 꼬마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걸까.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니, 이미 몇몇 사용인들은 손에 등불을 든 채 정원 이곳저곳을 수색하고 있었음. 테세우스는 침대 위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음. 그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에서 추적마법을 시작하면 윌의 행방을 알 수 있을것임. 그리고 엉뚱하게도 그의 존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었음.

바로 그가 손을 올리고 있는 침대 아래에서.

 

잠에서 깨기 전 어렴풋이 느껴지는건 푹신함과 부드러움이었음. 이 포근한 느낌에 꼬마의 눈이 갑자기 번쩍 떠짐. 윌은 자신이 생전 처음 보는 곳에서 눈을 떴음을 알 수 있었음.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다는걸 알아차리자 불안함에 심장이 마구 쿵쾅대며 뛰기 시작함. 윌은 항상 이불하나 깔려있지 않은 차가운 돌바닥에서 생활하고는 했음. 그런 아이가 유일하게 푹신한 곳에 누울 수 있을때는 오로지 손님들을 상대할 때 뿐임. 딱딱한 돌바닥과는 다른 부드러운 그 곳을 침대라고 부른다는걸 배움. 그리고 침대에서는 언제나 윌이 아픔과 불쾌감을 느낄만한 행위를 억지로 하고는 했음. 손님들이 자신의 몸을 만지고 깨물고 핥고 때리고 꼬집고 긁고 할퀴고 상처를 내어도 어린 윌은 그대로 감내해야 했음. 아무리 싫다고 빌어보아도 거부하거나 피할 수 없는것이었음. 윌을 보호해주는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윌에게는 침대에 눕는다는건 곧 이상한 행위를 시작한다는 것이었지.
윌은 오늘이 돈많은 이상한 아저씨에게 팔려가는 날이라는걸 생각해냄. 잠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보니 낯선 곳이 보인다는건 이미 팔려온 뒤인지도 몰라. 윌의 호흡이 불안으로 인해 거칠어짐. 그러다 문득 아이의 머릿속에 그분의 얼굴이 떠오름. 그분은 살면서 본 사람들 중에 가장 키가 컸고 덩치도 컸음. 손도 엄청 컸음. 그 커다란 손으로 자신을 때리는게 아니라 담요를 둘러주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음. 윌은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그의 품에 필사적으로 매달림. 그런데 눈을 떠보니 자신은 혼자였고, 침대에 누워있는것이었음.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이 윌을 마구마구 흔들어놓음.

아, 그분을 본건 꿈이었구나. 너무 그리워서 꿈에서까지 그분을 본건가봐. 결국 난 팔려온거야...

이곳이 그 못된 아저씨의 집이라면 당장 도망쳐야 함. 그렇게 침대에서 내려와 어쩔 줄 몰라하던 윌은 곧 벽이 뚫려져 있는 것을 봄. 그건 집사가 윌의 방을 나가기 전, 선선한 바람이 좋아서 창문을 살짝 열어둔 것이었음. 그런데 윌은 그것이 창문인줄도 모름. 평생 작은 촛불이 켜진, 돌벽으로 이뤄진 방에서만 살아온 탓에 한 번도 창문이라는걸 본 적이 없어서임. 게다가 그가 눈을 뜬건 이미 하늘이 어두워진 뒤였음. 역시나 살면서 ‘밤’을 처음 본 윌에게는 밤 풍경이 그저 까맣고 까만색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음. 꼭 언젠가 보았던 탐욕에 젖은 아저씨들의 까만 아가리처럼 보였음. 안그래도 불안한 윌의 가슴이 공포에 사로잡힘. 저 검은색 속에는 뭐가 있는걸까. 저 곳으로 들어가면 도망칠 수 있는걸까? 그 무서운 아저씨가 저 검은색 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더 큰 아픔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어딘가에 숨은게 더 나아보임. 윌이 있는 곳은 손님방이었기 때문에 간이탁자, 옷걸이 그리고 침대 정도가 놓여진 간촐한 상태였음. 몸을 숨길 마땅한 장소가 침대 밑 밖에 없자 본능적으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어버렸음. 침대 밑의 공간은 윌의 작은 몸을 숨겨주기에 완벽한 장소였음. 시간이 흘러 사용인이 꼬마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다가 침대 위가 텅 비어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당황해서 방을 둘러보다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았고, 도망쳤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그대로 집사에게 뛰어가 상황을 알렸고, 집사는 윌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당황하여 테세우스에게 뛰어간것이었음. 집안은 시끌시끌해졌지만 그 가운데 침대 위에 손을 올리고 있던 테세우스는 눈을 뜨고 곧 아이를 부름.
 

-아가.


테세우스의 음성에 윌의 엘프 귀가 쫑긋거림. 웅크린채 오들오들 떨던 윌은 고개를 빼꼼히 들었음. 이건... 혹시 그분의... 목소리...? 꿈에서 들었던 달콤한 그분의 음성이었음. 내가 혹시 또 꿈을 꾸고 있는걸까. 윌이 긴가민가하고 있는 사이 테세우스는 한번 더 윌을 부름.


-아가. 무서워할 필요 없다. 어서 이리 오렴.

 
나즈막한 저음의 목소리는 분명히 그분의 목소리였음. 그리고 꿈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히 들리고 있었지. 윌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림. 이건 꿈이나 상상이 아니었음. 그제야 윌은 이것이 진짜 테세우스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침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냄. 테세우스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은 채로 윌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음. 아이의 얼굴이 침대 밑에서 빼꼼히 나와 테세우스를 올려다보았음. 테세우스는 불안에 사로잡혀있는 아이를 달래려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에게 손을 내밈. 그 모습을 보자마자 윌은 울먹거리며 단번에 달려들어 와락 그의 목을 껴안았음. 잠깐 동안의 불안이 서러웠는지 입을 삐죽거리고 힝힝거리며 울기 시작하자 테세우스가 쉬이...윌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지.


-깼는데 혼자 있어서 무서웠구나.
-흐윽,... 흡...

 
고개를 끄덕이며 우는 소리를 내자 테세우스가 윌의 머리를 쓰다듬어줌. 
테세우스는 궁금했음. 윌은 왜 이렇게 자신을 의지하고 있는걸까. 자신이 윌의 존재를 오늘 처음 알았듯이 윌 역시도 오늘 자신을 처음 본것일텐데 왜 이렇까지. 그러나 앞으로 아이와 지내게 될 많은 날들 속에서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테세우스는 윌을 안아들고 훌쩍거리는 그를 달래주는데 전념해야 했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윌은 테세우스의 품 안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갔음. 꼬마가 있는 이곳은 테세우스, 즉 자신의 집이며 윌이 잠시동안 이 집에서 살게 될거라고 설명했음. 테세우스를 빤히 쳐다보던 윌은 고개를 끄덕임. 그 사이 테이블 위에는 음식이 한가득 차려짐.
윌이 뭘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준비하라던 테세우스의 말대로 갓 구워진 빵부터 크림이 들어간 부드러운 스프, 허브를 곁들여 구운 닭고기와 그 옆에 곁들여진 감자구이, 토마토와 양파를 갈아넣어 만든 파스타, 각종 채소와 함께 익힌 돼지고기 요리 등등.. 윌의 눈 앞에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준비되어 있었음.
식사를 위해 테세우스의 품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게 된 윌은 테이블 위를 바라보기만 했음.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데도 그저 멀뚱히 바라보고 있을 뿐인 아이였음. 혹시 어디가 불편한가. 설마 음식이 죄다 마음에 안 들어서? 보다 못한 마침내 집사가 입을 열었음.


-시장하시지요? 혹시나 불편한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집사의 말에도 윌은 테이블 위를 한번 쳐다보다 이윽고 테세우스의 눈치를 보았음. 어딘가 아이의 반응이 묘함. 본인의 식사도 미루고 윌을 살피던 테세우스는 곧 아이가 안절부절하고 있다는걸 알아차림. 한손엔 나이프, 한 손엔 포크를 쥐고 있던 테세우스를 흘끗거리며 보던 아이는 자신의 앞에 테세우스가 쥐고 있는것과 똑같은 나이프와 포크를 보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음. 그걸 보자마자 테세우스는 곧 이 아이가 식기를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을거란걸 유추해냄. 하긴 그렇게 개판인 곳에서 무슨 식사예절을 배웠겠음. 그는 앞에 놓인 빵을 한입거리로 작게 잘라 윌의 앞접시에 놓아줌. 그리고 곧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광경이 펼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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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이 접시 위에 있는 음식을 혀로 핥아 먹기 시작했음. 마치 짐승이 그릇에 던져진 음식을 받아먹듯이.










테세우스윌
칼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