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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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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자기, 내가 죽어가고 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이나 할 거야?”



덷풀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곧바로 후회했어. 온몸이 욱씬거리며 비명을 질렀거든.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열기에 덷풀은 어쩔 줄을 몰랐지. 세븐일레븐에서 사 먹던 치미창가 때문에 배탈이 난 것과는 확실히 다른 문제였어.



“진짜, 내가 울비자기를 사랑해서 하는 말인데, 가까이 오지 마. 내가 쓰러질 정도의 바이러스면 진짜 심각한 바이러스야. 생화학 무기급 바이러스라고. 씨발 난 확신해. 이거 다 일론 머스크 짓이야. 그 새끼가 화성 갈 준비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지구에서 사고 치고 튀려고 한 거지.”



로건은 짧게 코웃음을 쳤어.



“아니, 너 안 죽어. 넌 지금 첫 히트사이클이 온 거야.”



덷풀은 눈을 깜빡였어. 한 번. 두 번. 그리고 나서 다시 문 쪽을 바라보았어. 로건은 거기 그대로 문에 기대어 서 있었지. 팔짱을 낀 채로,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재수 없는 표정으로! 뭐라고?



“히트사이클. 오메가들은 히트사이클을 겪어. 너 오메가잖아. 축하한다, bub.”



웨이드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었어. 뇌가 핑글핑글 돌아가고 있었지. 뭐지? 팬픽에서나 나올 듯한 이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은? 이거 각본가 당장 튀어나오라 그래.

 

 

 

“잠, 잠깐만, 잠깐만, 일시정지. 오메가라고? 울비, 자기야 뭔가 단단히 착각하나 본데,”



웨이드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가리켰어.



내가 오메가라니, 말도 안 되지. 내가 언제부터 그리 순하디순한 타입이었냐고. 구우우욷이 따지자면 알파메일(덷풀은 손가락으로 따옴표를 만들었어) 타입이지. 우리가 아무리 오메가버스 세계관에 살고있어도 그렇지 허니뱃져 우린 풔킹 마블이야! 아오삼이 아니라!



 

로건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한번 푹 숙였다가 다시 웨이드를 바라보았지. 그래, 솔직히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어. 웨이드가 자기 형질에 대해 전혀 자각이 없다는 것을. 마킹을 해줄 때마다 덷풀은 아무리 열성 오메가라고 해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이 없었거든.



다른 알파의 향을 묻혀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누굴 약 올리는 건지, 덷풀은 매일같이 잡스러운 놈들의 향을 치덕치덕 묻혀서 돌아왔지. 처음엔 일부로 그러는 건가 싶었어. 그런데 더 짜증 나는 건 거기에 일일이 자극받는 자신이었지. 불쾌했거든. 웨이드가 다른 알파향을 묻혀오는 게. 어느 날은 너무 질투가화가 나서, 로건은 무심코 향을 강하게 풀었어. 대부분의 오메가라면 그런 로건의 향을 못 버텼을 텐데 웨이드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제야 모든 게 맞아떨어졌지. 웬만큼 예민한 후각이 아니라면 모를 정도로 희미한 웨이드의 향, 마킹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열성, 히트사이클을 처음 맞는 듯한 저 지랄맞은 태도. 웨이드 저 바보는 자기가 오메가라는 걸 몰라.



 

“헛소리 그만하고,” 로건은 무심하게 덧붙였어 “그냥 약이나 먹고 좀 자라.”


약이나 먹고 좀 자라고? 이게 숙취라도 된다는 거야, 이 깜찍한 알코올 중독자야? 너야 술 마시고 곯아떨어지면 멀쩡해지지만 이건... 이건 인생이 바뀌는, 몸이 완전히 달라지는 문제잖아! 피넛, 이건 리부트가 아니라 완전 리셋이라니까? 리—셋— 씨발, 마블 이 씹새끼들 리셋리셋하더니 이젠 나까지 리셋시켜 버리네? 그럼 최소한 천재,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중에 하나라도 시켜주던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왜 맨날 개쩌는 역할만 주면서 왜 나는 못 주는 건데? 응?



덷풀은 목소리를 높이며 점점 패닉에 빠졌어. 머리카락도 없는 게 머리를 쥐어뜯는 꼴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었지. 로건은 웨이드가 어딘가를 쳐다보며 방방 날뛰는 모습을 조용히 구경했어.



“내가 아무리 이런 엉덩이를 가지고 있어도 깔리는 건 내 캐해석과 맞지 않다니까?! 아니, 뭐, 깔릴 순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재미로 하는 거지, 힛싸와서 정신 놓고 누군지도 모르는 알파들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긴 싫다고. 난 사람들을 갖고 노는 쪽이지, 내가—”



 

덷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로건이 성큼성큼 걸어와, 그를 단번에 번쩍 들어 올렸어. "워우, 워우, 워우 울비! 뭐 하는 거야!" 평소 같았으면 공주님 안기라며 꺅꺅거렸을 덷풀이었지만, 첫 힛싸가 온 만큼 매우 예민한 상태였어. 그 큰 몸집에 구겨져 안겨있자니 웨이드는 숨이 턱 막혔지. 이상하게도, 로건이 가까이 다가오자 몸속의 열기가 더 뜨거워졌어. 하지만 그게 싫진 않았어. 오히려 진정되는 기분이었지. 싫은 만큼 또 좋은 건 도대체 뭐냐고.




로건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덷풀을 거실 소파로 옮겨놓았어. 로건이 준비한 둥지는 덷풀만을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공간이었지. 로건의 플란넬 셔츠와 낡은 가죽 재킷이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 위엔 포근한 담요까지 덮여 있었어. 소파 옆에 놓인 억제제와 심지어 덷풀이 좋아하는 유니콘 인형까지! 로건의 알파향이 가득 배어 있는 물건들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 비록 냄새는 맡지 못할지라도 웨이드는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꼈어.



 

“다했냐?”



로건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얌전해진 덷풀을 내려다보며 물었어. 덷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어. 로건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게 정말 싫으면서도... 묘하게 좋았지. 아니, 이건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어쩌면 좋을지도...? 아니, 안좋아. 아니, 좋은데? 아니, 싫은데? 아니, 짱좋아. 아니...



아니, 아직 다 안 했어! 고작 공주님 안기로 내가 입을 다물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야 이 앙큼한 벌꿀오소리 같으니! 왜 아무도 내가 오메가라고 안 알려줬어? 아니면 최소한 오메가버스 설정집에 ‘베타는 고문 후 오메가로 변할 가능성이 있음’이라고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로건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웨이드를 바라보았어. 그런 로건의 입가에는 아주 살짝 웃음기가 비쳤지. 로건은 한 손가락으로 덷풀의 이마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어.



“네가 언제부터 남의 말을 그리 잘 들었다고.”

 

“그래, 그래, 그래도 누가 나보고 백만분의 일 확률로 지랄맞을 몸뚱아리가 오메가로 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면 진짜 들었을 거라고!”



웨이드는 한동안 울분을 터뜨리다가, 결국엔 다시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누웠어. 입은 그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중얼거렸지.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좆같은 상황이야. 내가 오메가라고? 씨… 이제 힛싸도 오는 거고? 씨발, 죽지도 못하는데 이제 평생 박혀야 하는 포지션이라니. 아니, 차라리 이참에 정식으로 광고라도 걸어봐? Deadpool's Drive-Thru, 24/7 구멍 개방중! 곧 다가올 할로윈 시즌, 스페셜 에디션으로 프레디 크루거에게 한번 박아보세요! 역시 마케팅의 천재 라이언 레이놀즈! VIP 멤버십도 만들어야겠어!



로건은 말없이 덷풀을 지켜봤어. 늘 그렇듯이 로건의 표정은 차분했고, 웨이드가 겪는 혼란을 다 이해한다는 듯했지. 로건은 잠시 소파 가장자리에 앉아 웨이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어. 몇 시간 같은 몇분이 흐른 뒤, 덷풀은 드디어 말을 꺼내며 고개를 돌려 로건을 바라봤어.



“그럼… 너 그동안 내가 오메가라는 거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 알고 있었지.”


“와우, 이런 썩은 아보카도 닮은 오메가까지 챙겨주는 걸 보니 너 진짜 착한 놈이었구나? 이게 바로 맨 오브 맨, 알파 오브 알파라는 건가? 참 친절하시네요, 우성 알파님. 그래서 그동안 날 그렇게 챙긴 거야? 내가 오메가라서?”



 

웨이드의 목소리엔 농담이 섞여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진지한 의문이 담겨 있었지. 로건은 잠시 침묵했어. 생각보다 더 깊이 파고드는 질문이었거든. 로건은 덷풀의 시니컬한 농담 뒤에 숨겨진 자기파괴인 면모를 알았어. 저 말 뒤에 숨겨진 감정은 빈정거림이 아니라 두려움이었지. 로건은 웨이드가 오메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걸 이미 예상했지만, 그가 진짜로 두려워하는 건 오메가라는 사실 자체가 아닐 거야. 자신이 단순히 로건에게 오메가로만 여겨질까 봐 걱정하는 거야. 로건은 웨이드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어.



“널 챙긴 건 네가 오메가라서가 아니야, 웨이드.” 로건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지. “너라서 그런 거다.”

 


 

웨이드는 로건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어. 덷풀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억제제를 만지작거렸지. 하지만 그 속에서 로건이 왜 자신을 이렇게 챙기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들의 대화는 평소처럼 농담 반, 진심 반이 섞여 있었지만, 웨이드의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이상하게도 로건의 다정한 면모에 마음이 조금 더 놓였지. 웨이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어.


 

 

“어차피 나 죽지도 않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뭐… 그렇다는 거지...”

“죽지 않는 게 네 장점이긴 하다만, 이렇게 혼자서 삐뚤어지게 살라고 생긴 건 아닐걸.”



로건은 웨이드의 말을 무시하듯 간결하게 말했지. 웨이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어. 그 모습에 로건도 실없는 웃음을 흘렸지.


 

 

“그럼 난 이제 오메가로 살면 되는 거야? 참, 인생 꼬였네.”

“네 인생이 꼬인 건 오늘 일도 아니잖아. 그래도 걱정 마. 모르는 알파들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게 하진 않을 테니까.”

 


 

웨이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억제제 한 알을 삼켰지. 그리고 담요 속으로 몸을 파고들었어.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고, 몸이 점점 더 깊은 안락함 속으로 가라앉았지. 로건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했어. 젠장, 이게 둥지라는 거구나. 웨이드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잠에 빠져들었지.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면서 말이야.


 

 

 

 

 

 

 



+) 걱정마 덷풀! 넌 아는 알파 밑에서 앙앙거릴거란다.
 

로건덷풀 맨중맨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