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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2:39
1편


6.

톰이 비 가족을 완전히 자신으로 받아들인 후에는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톰이 아직은 자신들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비 가족이었지만, 톰이 완전히 경계를 푼 후로는 집에 있던 은은한 긴장감도 사라진 상태였다. 말하자면 네 사람은 화목한 가정 그 자체였다. 톰은 허니와 함께 놀거나 마법에 대해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자신이 몰랐던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허니와 함께 노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직 비 가족을 경계하던 톰으로 인한 은은한 긴장감이 사라지자 비 가문 저택의 시간은 참으로 빨리 갔다. 톰이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어느샌가 계절은 봄이 되었다. 그리고 봄에는 허니의 생일이 있었다. 비 부부는 톰의 생일 때와 마찬가지로 허니에게 선물을 주며 딸의 생일을 축하했다. 허니의 11살 생일선물은 부엉이였다. 11살이면 호그와트에 들어갈 나이기에, 애완동물 겸 편지를 보낼 부엉이를 선물로 준 것이었다. 비 부부는 11살 생일을 맞은 딸을 보며 말했다.

"세상에. 허니가 벌써 11살이라니. 몇 달 후면 호그와트에 입학한다는 게 안 믿겨."

"그러게. 조그만 아기였을 때가 어제같은데, 벌써 호그와트에 들어갈 나이가 되다니."

"허니는 올해 9월에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거죠?"

톰이 비 부부에게 물었다. 미스터 비가 톰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지. 7월에 입학 통지서가 올 거야. 톰은 내년에 입학하겠구나."

"호그와트는 분명 기숙사제였죠?"

"그래. 입학하고 나면 집에 자주 못 오니까, 집이 조금 쓸쓸할지도 모르겠구나. 톰도 누나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면 좀 쓸쓸하지 않겠니?"

허니가 없는 집이라. 아직은 몇 달 후의 일이지만 톰은 그것을 상상했다. 톰은 허니와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마법에 대해 공부를 할 때도 허니와 함께 공부를 했으며, 여가 시간은 대부분 허니와 함께 놀았다. 이제 허니는 톰에게 있어 완전히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지라, 허니가 집에 없는 동안 혼자 공부를 하거나 여가 시간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니 일상이 허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지도요."

그런 톰의 말에 미세스 비가 말했다.

"그래도 1년만 기다리면 톰도 호그와트에 입학하니까 허니랑 같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거야. 같은 기숙사면 더 자주 볼 수 있을테고."

1년이라. 1년은 허니가 곁에 없는 일상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몇 달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허니와 같은 해에 학교를 갈 수 있었을텐데 1년 늦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입학통지서가 올 것이고, 가을이 오면 허니는 이미 호그와트로 떠나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 가문 저택에서 보내는 계절이 나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절이 더 지나면 허니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그닥 달갑지는 않은 톰이었다. 그런 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니는 가족들에게 자주 편지를 쓰겠다고 할 뿐이었다.

톰의 바람과는 반대로 시간이 점점 흘렀고, 허니의 호그와트 입학통지서가 왔다. 허니 역시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것을 기대해온지라 기뻐했다. 톰은 기분이 복잡미묘했지만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감추었다. 네 사람은 허니의 입학준비물을 사기 위해 다이애건 앨리로 향했다. 마법사들과 마법 가게들로 가득한 다이애건 앨리를 보자 톰은 복잡미묘한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우선 그린고트로 가서 허니의 준비물을 살 돈을 가져왔다. 비 가문은 마법 세계의 이름 있는 명문가고 비 가문 저택도 넓었기에 금고에 많은 금화가 쌓여있는 것은 놀랍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톰은 쌓여있는 금화를 보고 고아원을 벗어나 이들의 양자가 된 것이 새삼 다행이라는 세속적인 생각도 했다. 교복을 맞추고, 교재와 냄비를 사고, 이제 마지막으로 지팡이만 준비하면 되었기에 그들은 올리밴더의 가게로 향했다. 허니는 드디어 자신만의 지팡이를 갖게 된다는 것에 눈에 띄게 신나했다.

올리밴더의 가게에 도착하자 가게 주인 올리밴더가 그들을 맞이했다. 가게의 선반에 빽빽하게 쌓여있는 지팡이들을 보며 허니와 톰의 눈이 흥미에 빛났다. 올리밴더는 허니를 잠시 유심히 바라보더니 지팡이 하나를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마법사가 지팡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팡이가 마법사를 선택하는 것이니 한 번 휘둘러보라고 말했다. 허니는 그의 말대로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지팡이는 작게 폭발하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올리밴더는 개의치 않고 허니에게 다른 지팡이를 가져다 주었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자 마침내 허니는 지팡이의 선택을 받았다.

마침내 자신만의 지팡이를 갖게 된 허니는 매우 신나 보였다. 물론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만 마법을 쓸 수 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자신의 지팡이를 갖게 된 것은 분명 의미가 크리라. 톰 역시도 1년만 기다리면 허니처럼 지팡이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게 벌써부터 기대되었다.

그렇게 입학 준비를 마치고, 호그와트 입학날이 다가왔다.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정거장에서 톰과 비 부부는 허니를 배웅했고, 열차에 탄 허니는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계속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톰은 열차가 출발한 후에도 허니가 있을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이제 집에 가자는 비 부부의 말에 비 가문 저택으로 돌아갔다.

비 가문 저택에 도착하자 톰은 옆방이 고요한 것이 느껴졌다. 혹시나 싶어 옆방의 문을 열어봤지만 당연하게도 허니는 방에 없었다. 이제 정말로 한동안은 허니가 없는 일상을 보내야 한다는 게 낯선 톰이었다.



7.

허니는 입학통지서를 받을 때 말했던대로 가족들에게 자주 편지를 썼다. 가장 처음 온 편지는 허니가 후플푸프에 들어가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비 가문은 대대로 후플푸프가 많았으니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허니와 같은 기숙사를 가고 싶은 마음과 후플푸프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둘 다 가진 톰에게는 조금 복잡한 심경을 안겨주는 소식이었다. 비 부부는 기숙사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가르쳤던 사람들 답게 허니라면 어느 기숙사에서도 잘할 거라며 딸을 응원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허니의 편지가 왔다. 허니가 11살 생일선물로 받은 부엉이가 편지를 배달해 오면 답장과 함께 간식을 주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진 톰이었다. 허니의 편지 덕분에 톰은 호그와트의 1학년 생활이 어떤지 대강 알 수 있었고, 사교성이 좋은 허니 답게 호그와트에서도 금방 친구를 사귄 듯 보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편지를 자주 주고받는다 해도 허니와 함께 살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공부시간도 여가시간도 허니와 함께했던 톰이 이제는 혼자 공부를 하고 여가시간을 보내야 한다는게 아직 어색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쓸쓸했다. 그럼에도 톰은 홀로 마법을 공부하고 허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으며,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시 찾아왔다. 허니가 호그와트 입학 이래로 처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연휴였다.

톰은 비 부부와 함께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허니를 맞이했다. 허니는 가족들에게 포옹을 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날이 추우니 얼른 들어가자는 미스터 비의 말에 네 사람은 비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 안으로 발을 들이자 집요정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외투를 벗어 정리한 후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네 사람이었다. 허니는 편지로 실컷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를 했음에도 대화 내내 호그와트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작년처럼 톰과 허니의 방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놓여 있었다. 선물을 뜯자 보인 건 가름끈 끝에 작은 방울이 달려있는 수첩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게 평범한 수첩처럼 보였지만, 비 부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평범한 수첩으로 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분명 이것도 무언가 마법에 걸려있는 아이템이겠지만,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1층으로 내려가서 비 부부에게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 건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찰나에, 펼쳐져 있던 페이지 위로 한 글자가 나타났다.

Honey Bee

갑자기 나타난 그 글자는 허니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글씨체 역시 톰이 몇번이나 봐왔던 허니의 글씨체였다. 그리고 그 글씨는 이내 사라졌다. 톰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허니의 방문을 두들겼다. 방문이 열리자 허니가 톰을 반갑게 맞이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톰! 너도 선물 받았어?"

"응. 무슨 수첩 같은 거였는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온 거야."

"수첩? 나도 수첩 같은 건데 올해도 같은 걸로 준비해주셨나봐. 근데 저 수첩엔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 걸까? 아까 시험삼아 이름을 써봤는데 글씨가 사라졌어."

허니의 그 말에 아까 자신의 수첩에 나타난 글씨는 허니가 쓴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톰이 자신의 수첩에 허니가 쓴 글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이야기를 하자, 허니는 아무래도 우리 선물이 세트인 거 같다며 흥미를 보였다. 두 사람이 1층으로 내려오자 비 부부가 허니와 톰을 맞이했다. 허니가 수첩의 글씨 이야기를 꺼내며 선물에 대해 묻자 미스터 비가 말했다.

"교환일기란다. 한쪽에서 수첩에 글씨를 쓰면 다른 쪽에 그 글씨가 나타나.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오면 방울이 한번 울리고, 연락을 확인하면 글씨는 금방 사라져. 부엉이보다 빠른 연락수단이지. 톰이 입학한 이후로도 편지 대신 이걸로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한 선물이란다."

허니는 선물을 마음에 들어하며 부모님에게 감사를 표했다. 톰 역시 허니와 자주 연락할 수 있게 해주는 연락수단은 나쁘지 않은 선물이었고, 마찬가지로 비 부부에게 감사를 표했다. 어느새 아침식사가 완성되었고, 네 사람은 크리스마스의 아침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허니가 집에 오자 톰의 일상은 다시 생기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허니가 집에 없는 몇달간 늘 홀로 시간을 보내다 허니가 집에 오자 마치 허니가 입학하기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렇게 허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며칠이 흘렀고, 12월 31일이 되었다. 그날은 톰의 11살 생일이었고, 비 부부는 허니의 11살 생일과 마찬가지로 부엉이를 선물해줬다. 그렇게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다보니 어느새 연휴가 다 지나서 허니가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톰과 비 부부는 이번에도 허니를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 승강장까지 허니를 배웅했다. 어느새 친구가 생긴 허니는 친구들과 함께 열차에 앉았고 열차에서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다 열차가 출발하자 친구들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누가봐도 잘 지내는 모습 같았다.



8.

톰은 다시 허니가 호그와트에 입학한 이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허니가 곁에 없는 일상은 여전히 조금 외로웠지만 점차 적응하고 있는 중이었고, 비 부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교환일기는 허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허니는 자주 톰에게 연락을 하면서 일상적인 얘기를 했다. 오죽하면 허니의 친구들 이름을 톰이 다 외우게 됐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그래도 허니와 함께 지내는 게 더 좋았지만, 이대로 몇달만 더 기다리다보면 허니는 방학을 맞이할 것이다. 그럼 허니와 함께 지낼 뿐만 아니라, 방학이 끝나면 톰은 그토록 기대하던 호그와트에 가게 된다. 그렇게 기대감 속에서 톰은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계절은 다시 흘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으며, 봄에는 허니의 12살 생일리 있었다. 톰은 비 부부와 함께 고른 선물을 생일 축하한다는 편지와 함께 부엉이를 통해 보냈다. 이후 허니에게 답장이 왔고, 허니와는 편지나 교환일기를 통해서 꾸준히 연락하고 있었다. 한동안 허니가 학기말 시험 공부를 한다고 연락이 뜸하기도 했지만, 시험이 끝나면 방학이라는 뜻이니 톰은 잠자코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림 끝에 허니의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열차에서 내린 허니는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로 향했다. 비 부부는 오랜만에 집에 온 딸을 맞이했다. 그렇게 허니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동안 톰과 허니는 허니의 호그와트 입학 이전처럼 함께 지내고는 했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톰의 호그와트 입학통지서가 날아왔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톰의 입학 준비를 위해 네 사람은 다이애건 앨리로 향했다. 허니의 입학준비를 옆에서 지켜본 톰이었기에 입학준비는 순조로웠다. 허니가 그랬던 것처럼 톰도 교복을 맞추고, 교재와 냄비를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올리밴더의 가게로 항했다.

올리밴더는 작년에 와 본 톰을 기억하고는 인사했다. 그리고는 톰에게 지팡이 몇개를 쥐어주었다.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주어진 지팡이는 주목나무에 불사조의 깃털로 만들어진 하얀 지팡이었다.

그렇게 톰의 입학준비가 끝나고 호그와트 입학날이 다가왔다. 비 부부는 두 아이를 배웅했고, 허니는 톰과 함께 열차칸에 앉았다. 열차에서 허니의 친구들과 마주쳤고, 그들은 허니에게 인사하다 톰에게 관심을 보였다.

“1학년? 누구야?”

“내 동생.”

“아~ 네가 말로만 들었던 허니 동생이구나. 이름이 톰이라고 했나?”

그들은 톰에게도 살갑게 인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분위기는 그닥 달갑지 않았지만, 그래도 허니의 친구이기에 톰은 사회성을 끌어올려 인사했다. 허니의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열차칸에 합류했고, 톰은 그들과 열차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열차는 어느새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했다. 신입생과 재학생은 호그와트까지 가는 길이 달랐기에 톰은 허니와 헤어져야했다. 그렇게 호그와트로 가는 쪽배에 탄 톰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신입생인 소년 둘과 함께 타게 되었다. 한 명은 검은 머리였고 한 명은 백금발이었는데, 둘은 서로 아는 사이로 보였다. 물론 두 소년은 톰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고 자신들끼리 떠들지도 않아서 떠들썩했던 열차와는 달리 쪽배는 고요했다. 톰 역시 이런 분위기를 선호했기에 호그와트에 도착할 때까지 조용히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교생이 모인 대연회장에 도착하자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재학생들은 각 테이블 기숙사에 앉아있었고, 신입생들은 기숙사 배정을 기다리고있었다. 이내 기숙사 배정이 시작되었고 알파벳 순서대로 분류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A로 시작하는 학생 몇명 이후 B로 넘어갔을 때, 톰은 단상에서 구면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블랙, 알파드!”

아까 톰과 같은 배에 탔던 흑발의 소년이었다. 소년은 슬리데린에 배정되었다. 톰은 알파드가 마법 역사책에서 몇번이나 본 블랙 가문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아까 알파드와 구면인듯 보였던 백금발의 소년도 유서 깊은 순수혈통 가문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인사라도 좀 해둘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안면이라면 나중에 터도 되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후로도 톰이 모르는 얼굴들이 계속해서 분류모자를 쓰고 기숙사에 배정되다가 아는 얼굴이 다시 보였다.

"말포이, 아브락사스!"

아까 함께 배를 탄 백금발의 소년이었다. 말포이 가문 역시 마법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몇번이나 본 적 있는 유서 깊은 가문이었다. 아브락사스 역시 슬리데린에 배정되었고, 먼저 테이블에 앉아있던 알파드 블랙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후로도 초면인 신입생들의 기숙사 배정이 계속되었고, 개중엔 이름있는 가문도 있었다. 그렇게 몇명 남지 않은 때가 되어서야 톰의 이름이 들렸다.

"리들, 톰!"

톰이 단상 위에 서서 분류모자를 썼다. 드디어 기숙사가 배정된다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된 톰에게 분류모자가 말을 걸었다.

"흐음. 오래 볼 것도 없군. 야망이 가득하고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교활함과 비정함도 갖추고 있어. 너 역시도 슬리데린을 원하고 있지만, 다른 곳을 바라는 마음도 없잖아 있군. 하지만 네 몸에 흐르는 피는 볼 것도 없이 슬리데린이야. 슬리데린!"

모자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들려왔고, 톰은 슬리데린 테이블로 향했다. 톰은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브락사스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안녕. 옆에 앉아도 되지? 그나마 아는 얼굴이 아까 배에 같이 탄 너희라서."

"마음대로."

톰이 자리에 앉은 이후로도 배정식은 계속되었고, 배정식이 끝난 이후에야 학생들은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알파드, 아브락사스와 함께 앉긴 했지만 셋 다 조용한 성격이라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알파드는 중간중간 톰의 얼굴을 힐끔 바라봤지만 톰은 그것에 대해 지적하지는 않았다. 물론 알파드와 아브락사스는 가문이 대단한만큼 이들과 친목을 쌓을 의향이 있었지만, 성급하게 굴 필요도 없고 지적했다가는 역효과가 날테니 말이다. 그렇게 만찬이 끝나고 세 소년은 다른 슬리데린 신입생들과 함께 슬리데린 반장 도레아 블랙의 안내를 따라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지하감옥 옆에 있는 기숙사는 서늘하고 굳게 닫힌 창문으로는 아까 배를 타고 온 호수를 비추고 있었다.

도레아는 신입생들에게 휴게실에서 기숙사 문을 여는 방법을 알려준 후에 여학생들에게 기숙사방을 안내해주었다. 남학생들은 남자 반장의 안내를 받았고 톰은 알파드, 아브락사스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올해 신입생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가문을 가진 두 소년과 같은 기숙사가 된 건 톰에게는 있어서 행운이었다. 톰은 그들과 친목을 쌓아둬서 나쁠 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세 소년은 기숙사방에 짐을 풀고 간단하게 통성명을 했다. 통성명이 끝난 직후, 알파드는 톰에게 질문했다.

"혹시 네가 허니 비 동생이야?"

"...? 너 허니랑 아는 사이야?"

"아니. 이름만 들어봤지 직접 만나본 적은 없어. 우리 누나가 2학년이라 허니 비랑 아는 사이긴 하지만."

"네 누나 이름이 뭔데?"

"발부르가 블랙."

발부르가 블랙. 허니의 편지에 한 번도 언급된 적 없는 이름이었다. 그렇다는 건 그닥 친하지 않은 동급생이란 이야기일텐데 굳이 누나 얘기까지 꺼내며 허니에 대해 묻는 이유가 뭘까? 알파드가 허니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어째선지 썩 달갑지 않은 톰이었지만, 그는 티내지 않고 대답했다.

"맞아. 그건 어떻게 알았어?"

성이 다른데 어떻게 알았냐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까 열차에서 누나랑 같이 네가 허니 비랑 같은 칸에 탄 걸 봤거든."

"뭐야. 너 비 가문이야? 근데 아까는 분명 리들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브락사스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신이 머글 고아원에서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던 톰은 거기엔 사정이 있다고 했고, 알파드와 아브락사스는 복잡해보이는 가정사를 캐묻지 않을 정도의 예의는 갖추고 있었다.

"비 가문이 슬리데린에 오다니, 별일이네."

아브락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넘어갔다. 사실 블랙 가문과 말포이 가문은 순수혈통우월주의를 표방하는 가문이고 비 가문은 머글친화적인 가문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비 가문의 아들임을 밝혔을 때 자신을 적대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한 톰이었다. 그러나 톰이 슬리데린에 배정됐기 때문인지 비 가문의 별종 정도로 생각하고는 크게 적대하지는 않는듯 보였다.

사실 리들이라는 성은 영국 마법사회에서 들어본 적 없는 성이었기에 아브락사스는 톰을 혼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 가문의 아들이 맞다면 아무리 비 가문이 머글친화적인 가문이어도 마법사회의 명문가인만큼 어울리기에 괜찮을거 같다고 생각했다. 성이 다른걸 보면 복잡한 가정사가 있기도 한 것 같았지만.

톰에게 있어 아브락사스는 비교적 생각을 알아내기 쉬웠지만, 알파드는 그렇지 않았다. 블랙 가문이라면 비 가문에 우호적인 가문은 아닐텐데, 허니에 대해 물어보면서도 비 가문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는 풍기지 않았다. 물론 알파드가 물어보지 않았어도 허니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숨길 계획은 아니었다. 이미 허니의 친구들에게 밝히기도 했고, 남매임을 숨겼다가는 허니와 함께 학교생활을 보내는 것에 방해가 될테니까. 톰에게는 미래를 위해 우수한 학업성적과 인맥을 쌓는 것만큼이나 허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세 소년이 통성명을 끝내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려는 그때, 교환일기의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품에서 교환일기를 꺼내 펼치자 허니가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입학 축하해! 톰이라면 슬리데린에서도 잘 지낼 거야!'

톰이 피식 웃으며 깃펜을 집어들고 허니에게 답을 보냈다. 그렇게 톰의 호그와트 첫날이 지나갔다.




드디어 둘 다 호그와트에 입학시킴...! 분량이 적어서 미안하죠 여기가 딱 끊기 좋은 타이밍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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