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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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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은 집에 돌아와서 진한 현타를 느꼈다. 맘에 든다고, 내가 이렇게 마구 들이대던 사람인가? 아까 코를 몇번 찡끗거렸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첫인상이 맘에 든 건 사실이니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다가감에 있어 오래 두고 지켜보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면 떠나가도록 내버려두던 타입인 저가, 아까는 누가 채가기라도  할 듯이 들이댔다. 내가 했나 보죠? 지랄이다, 진짜. 


금메달리스트인 것도 못 알아봐서 실망한 건 아닐까. 황급히 인터넷에 검색해본 이름 밑에는, 지난 올림픽 우승 이력이 있었다. 당황스러웠던 건 저와의 나이차였다. 루이와 있는 내내 말이 안 통하는데도 차분하게 유지하고 있고, 저녁을 먹을 때도 잘 들어주고 해서 저보다 열살 가까이 어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만 만나왔던 터라, 더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외국인. 허니도 저를 검색해보면 어떡하지. 나이 많은 아저씨라고 싫어하는 건 아닐까. 아침에 일어나서도 떨쳐지지 않는 고민에 스완은 면도를 깔끔하게 했다. 머리도 깔끔하게 빗어넘기고, 단정하게 입었다.



"Bon jour, Monsieur. 잘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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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jour, madam. 잘 잤어요. 허니도요?"



허니는 끄덕거렸다. 저녁에 먹은 와인 탓에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씻고 기절했다. 설렐 틈도 없이 잠들었다는 게 어이가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제보다 묘하게 더 깔끔하고 차분한 스완을 보며 갸웃하다가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스완을 따라다녔다. 크로와상이 맛있어서 눈이 휘둥그레진 허니를 보고 스완은 그제야 긴장이 좀 풀려 웃음을 터뜨렸다.



"와, 진짜 맛있다."



"아침부터 블랙커피 괜찮아요?"


 

"넵. 스완은 안 더워요?"



어린 친구는 다른가... 스완은 텀블러에 아이스커피를 담아다가 쪽쪽 빨고 있는 허니를 보고 속으로 나이차를 다시 생각했다. 양심이 콕콕 찔려오는 기분이었다. 아침이라 살짝 부었는지 더 어려보여서. 어제 본 출생연도가 허니 이마에 써진 기분이었다.



"아직 아침엔 좀 추운 것 같아요. 허니도 오전까지는 겉옷 입고 있어요."



"네에. 아, 맞다. 스완은 언제까지 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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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연 준비 전까지? 이번달 말까지는 쉴 수 있어요. 허니는 왜 더울 때 왔어요? 친구들이랑 날씨 좋을 때 안 오고."



"아, 아무래도 날씨 좋을 때는 대회가 많아서. 올림픽 때는 메달 땄더니 끝나고 바로 가서 방송촬영이 많았고요.. 그냥, 꼭 혼자 와보고 싶어서요."



허니가 빙그레 웃었다. 아, 생각해보니 친구들이랑 있었으면 저도 허니를 못 만났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오늘은 로우번으로 묶은 머리에 제법 단정하고 또 제 나이처럼 보였다. 미술관까지 가는 내내 허니는 조잘조잘 떠들다가, 갑자기 또 어색하면 입을 다물다가를 반복했다. 말을 이어나가다가도 어색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표정에 모두 드러나는 게 귀엽긴 한데, 귀여운 게 다인가? 왜 제 마음이 이렇게나 쏠리는지 스완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한편 허니는 어제 잠들어버린 제 자신을 탓했다. 발레 조금이라도 찾아봤어야지, 수석 무용수였다면 스완에 대한 기사도 있었을 텐데. 스완은 게다가 제 이야기도 잘 들어줬다. 조잘거리는 제가 머쓱해질 정도로.



"스완은, 어... 혼자 살아요?"



"네. 부모님은 은퇴하고 다른 곳에 계시고, 혼자 파리에 남았어요."



"헉, 외롭지 않아요? 저는 선수 숙소에서 살아서... 방만 혼자 쓰는 거여도 가끔 좀 외롭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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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 사람이 없거든요. 또래 친구들은 다 결혼하거나, 파트너가 있거나... 그래도 집에 고양이는 있어요. 알리제라고."



고양이...! 외마디 비명처럼 내뱉더니, 엄청 기대되는 표정으로 사진을 보여달라고 조르는 게 귀여웠다. 미술관 코앞에 도착한지라, 이따 나와서 보여주겠다 하니 입술을 비죽 내밀다가도 알겠다며 끄덕거렸다. 관람하는 내내 허니는 말 잘듣는 학생처럼 차분하게 스완의 설명을 들었다. 끄덕끄덕, 어제와 달리 묘하게 더 순해보이는 얼굴이 온통 저만 쳐다봐서 황급히 눈을 피할 때도 있었다.



"왜 오르세 미술관이에요? 루브르도 있는데."



"아, 어렸을 때 삼촌이 사준 동화책이 있는데. 오르세 미술관에 관한 거였거든요. 그래서 꼭 언젠가 오려고 했어요."



"이렇게 왔네요."



"그러게요. 스완이랑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둘이 오니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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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네요."



말을 듣는 스완의 귀가 화르르 타듯 붉어졌다. 게다가 작품을 관람하는 허니의 사진을 몇 개 찍어준 걸 보여주던 참이라, 허니는 스완에게 꽤나 가까이 붙어있었다. 아직 솜털이 가시지도 않은 얼굴이 보일 정도, 딱 그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던 터라 갑자기 확 고개를 든 허니 덕분에 스완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허니는 제 사진을 찍어주는 스완을 볼 때마다 머쓱하게 웃었지만, 뒤로 갈 수록 자연스럽게 웃었다.



"나 이제 고양이 사진도 보여줘요."



"데려온 지 얼마 안돼서 몇장 없긴 한데... 여기요."



검은 아기고양이를 보고, 허니는 앓는 소리를 내며 화면에 들어갈 듯이 굴었다. 귀여워, 를 대체 몇번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귀여운 건 본인 같은데. 알리제? 엘리제를 위하여, 할 때 똑같은 이름이에요? 하고 물어오기도 하고. 



"... 나중에 고양이 보러 한번 와요."



"나중에, 언제요? 진짜 가도 돼요? 빈말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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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오늘이라도 오겠네."



"그래도 돼요?"




"..."



"불편해요? 이제 겨우 두번째 보는 건데 아무래도 집 초대는 좀 그렇죠? 그럼, 어, 내 숙소부터 올래요? 나 가정집 빌린 거라서 요리도 할 수 있거든요. 엄청 잘하진 않는데, 그래도 간단한 건 해줄 수 있는데. 들어갈 때 장봐서 들어가요."



"집이요?"



"점심도 식당에서 먹고 저녁도 식당에서 먹으면 좀 과하지 않아요? 집이 더 과한가? 우리 이제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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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좋아요."



허니가 잡고 있는 제 팔에 온통 신경이 쏠려서, 스완은 얼떨결에 그러겠다고 했다.




스완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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