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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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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담비. 허니가 스완을 보고 내린 첫 감상평이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루이와 저를 한참 지켜보던, 희여멀건 남자는 한참 후에야 다가왔다. 그리고선 품에 꼭 안겨서 떨어지지 않는 루이와 허니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고, 아이 부모가 와줄 때까지 기다려주면서 꽤 긴장한 허니에게 말을 간간이 시켜주었다. 생긴 건 담비같은데, 이름은 백조라니까 또 백조같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사근사근,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부모를 찾아가고, 짐을 정리할 때쯤 그 하얀 담비같은 남자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왔다. 처음에는 여행가에게 베푸는 유러피안의 호의 같은 건 줄로만 알았다가, 식사를 대뜸 계산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허니는 이게 순수한 의도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심지어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데려가서 아이스크림도 쥐어줬다. 뭐야, 납치인가? 안심하도록 배부르게 먹여놓고 납치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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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라고요? 진짜?"



스완은 좀처럼 믿어주질 않았다. 물론 다른 운동선수들처럼 피지컬이 엄청 티나거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열심히 운동해서 티가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믿어주지 않을 것까지 있나. 허니는 양궁 선수로 살아온 지난 15년이 조금 서러우려고 했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나. 스완은 허니가 지난 올림픽 때 딴 메달과 기사를 보여주고 나서야 믿어줬다. 손에 박힌 굳은 살도 만져보고.



"왜 그렇게 안 믿어줘요. 너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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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은 게 아니라, 몰랐던 게 아쉬워서 그렇죠. 금메달리스트를 보고도 내내 못 알아보다니."



"됐어요, 이미 좀 삐졌거든요. 그러는 스완은 뭐하는데요?"



"젊었을 때는 발레리노였고, 지금은 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하고 있어요. 공연 끝난지 얼마 안돼서 한가하고요."



"... 한가하냐고는 안 물어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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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네. 한가하니까 내일 오르세 같이 가줄 수 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예술인이 설명해주는 오르세 좋잖아요. 나랑 같이 다니면 더 편하고 좋을텐데."



허니는 그 살살 치는 눈웃음에 올림픽 때도 일정 이상 올라가본 적 없는 심박수가 마구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식사하면서 마신 와인 때문이라고 하기에도 무색했다. 타지에서 언어가 통하고, 저를 도와주고, 지금은 맛있는 식당까지 데려온 이 남자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계획해놓은 혼자만의 여행이 어그러지고 있는데, 망설여지면서도 이 남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진짜 본인도 말도 안되는 거 아는데, 이 남자는 뭔가 특별한 예감이 들어서. 허니는 우물쭈물하다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여행을 간다는 말에 선배들이 그렇게나 조심하라던 외국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조심할 생각이 안 들었다. 선배 그런데 잘생긴 남자면 뭐라고 하는지는 들어보랬잖아. 마음 속으로 핑계를 대며 허니는 끄덕거렸다.



"내일 그럼, 한... 열시 반에 역에서 만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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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숙소 앞으로 데리러 올게요. 맛있는 크로와상이랑 커피 한잔이라도 먹고 가는 건 어때요? 미술관 들어가면 다음 식사까지 한참 걸릴 거 같은데."



"... 나랑 내일 하루종일 있게요?"




"걱정 마요. 밤엔 들여보내줄게요."



"나 그런 생각 안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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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럼 내가 했나 보죠."






담비가 아니라 여우였나. 찡끗거리는 콧잔등에 허, 하고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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