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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7 01:12
젠킬 + 크마 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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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말투 수정함! (가만두지 않겠다 딪플...) 

전편 : https://hygall.com/596011784




 

“다들, 여기는 브랫 콜버트 병장이에요. 아직 병장 맞지? 저랑 오만 똥통을 굴러다니며 볼 꼴 못 볼 꼴을 다 본 친구이자 전우죠.”

 

“친구라니, 민간인 되더니 낯 부끄러운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게 됐군, 호넷. 내가 너보다 1년 먼저 진급해서 선임일 때가 좋았는데.”

 

“친구야. 민간인들이 보는 앞에서 처맞고 싶어?”

 

“너야말로 동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은 건가?”

 

“어느 쪽이든, 리컨마린 체면이 구겨지는 건 마찬가지겠네.”

 

“이런. 제 얼굴에 침을 뱉을 수야 없지. 아무튼— 반갑습니다, 연방요원 여러분. 브래들리 콜버트입니다.”

 

 

반 톤은 높아진 목소리,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던 상스러운 단어. 앞에 동료들을 두고도 조금의 틈만 보이면 못 참겠다는 듯 장난을 걸어대는 모습을 보면 굳이 프로파일러가 아니더라도 허니 비 요원이 얼마나 신이 나있는 지를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건 허니를 굳이 호넷이라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는 남자, 브랫 콜버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전히 해병대에 복무 중인 특수부대원으로 얼마 전 근무지를 콴티코로 옮겼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BAU의 프로파일러들은 자연스럽게 FBI 건물과 해병기지가 얼마나 떨어져있는지를 가늠해보았다. 안타깝게도, 두 건물은 너무 가까웠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랬어. 훈련일정이 바뀌어서 못 온다며?”

 

“걸핏하면 레이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주제에 여기서 안 쫓겨나는 것도 용하군. 대체 너는 왜 진작 전역한 놈이 내 스케줄을 꿰고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야 두 사람은, 그 뭐야, 오래된 노부부같은 그런—”

 

“그 말 한 번만 더 하면 어떻게 해주겠다고 했더라?”

 

“미안해.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체 무엇이 다행인지 누구도 설명할 순 없었지만- 두 사람이 연인 사이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성인 남녀 친구 사이에 비하면 더 막역하고, 서로에 대해 거리낌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건 목숨이 오가는 파병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관계라고 생각해보면 불가능할 수준도 아니었다. 애초에 이 팀에는 모건과 가르시아라는 좋은… 이성 친구 사례가 이미 있기도 했고.

 

어쨌든 그들은 모두 사회인이었다. 직장 동료의 친구가 찾아왔을 때 인상을 찌푸리거나 경계심을 드러내어 굳이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 사람은 없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남이야 불편하든 말든 제 할 말을 다 하는 위인은 있었지만.

 

 

“아침부터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좋은 아침이에요, 로시. 비의 친구가 놀러왔어요. 콴티코 기지에서 복무하는 군인이시래요.”

 

“이런, 또 해병이야?”

 

“로시. 이쪽은 브랫 콜버트 병장이에요. 제가 전에 말했던 아이스맨이요. 브랫, 이 분은 데이비드 로시. 우리 팀의 자문이자 선임요원이시고 이쪽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문가지만, 네가 제일 관심있어할 인적사항은 해병대에서 복무하셨다는 사실이지. 무려 베트남전에도 참전하셨대.”

 

“아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sir. 물려주신 험비는 이라크에서 알뜰하게 잘 써먹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시군요.”

 

“관짝에 들어갈 노인네라는 소리를 장황하게도 하는군.”

 

“아직까지 현장에서 뛰시는 걸 보니 그런 날은 아직 멀어 보이십니다만.”

 

“끼리끼리라더니 뻔뻔한 얼굴로 나불거리는 건 비랑 똑같네, 아주. 그런데 언제까지 남의 직장 한가운데 서서 수다나 떨어댈 건가? 여기가 무슨 알 헤이의 시장바닥이라도 되는 줄 알아?”

 

“안 그래도 슬슬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연락이야 종종 주고 받았다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다들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가려고? 그럼 나도 같이 가!”

 

“비. 곧 브리핑 할 시간이야.”

 

“입구까지만 바래다주고 올게!”

 

 

세상에, 신데렐라 납셨네. 모건은 주인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똥강아지마냥 브랫을 따라나가는 허니를 보며 눈을 굴렸다.

 

이유 모를 못마땅함을 느끼는 건 모건 뿐만이 아니었다. 정기 성과보고를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에 없었던 하치너는 차치하더라도, 요란한 배웅을 마치고 돌아온 허니가 하루종일 은은하게 신이 나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동료들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어쩐지 서운했고, 괜히 볼을 꼬집어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고작 3개월이다. 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지역으로 출장을 가고, 위험을 감수하고, 어떤 방향으로든 사건을 마무리 짓고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많은 이야길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고 한들— 허니가 전우들에게 애틋함과 친밀함을 느끼는 것에 대해 장난으로라도 불편함을 내비칠 수는 없었다.

 

정말로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조심하고 있었다.

 

허니 비 요원이 점심식사 때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

 

 

 

 

 

처음에는 주에 1번 정도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도 시도 때도 없는 출장과 정해져있지 않은 점심시간 때문에 티가 잘 나지 않아서, BAU의 그 누구도 ‘그 점심 약속’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도 없었다.

 

어쨌든. 언젠가부터 허니는 점심을 먹을 무렵이 되면 선약이 없는 동료들이 으레 그렇듯 모여서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가벼운 요기를 하거나 구내 카페테리아를 이용하는 대신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다들 사무실로 복귀할 무렵에 귀신같이 복귀하고는 했다. 피곤해서 식사는 건너 뛰고 잠이나 잘 예정이라든지, 아니면 누구랑 약속이 있다든지 하는 설명을 해준 적은 없었지만 딱히 눈치를 보거나 멋쩍어하는 기색이 없다보니 다들 적당히 그럴만한… 그러니까 동료들과 굳이 함께 식사를 안 할 이유가 있었나보다 하고 넘어갔었더랬다.

 

그런데 세상에, 그 이유랄 게 역시 그 이유였다니.

 

 

“지금까지의 목격담을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최초 발견자는 나인 것 같네.”

 

 

처음 그 이변을 목격한 사람은 JJ였다. 직전 출장 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유관부서에 서류를 받아오느라 휴게시간을 날려야했던 그녀는 급한 대로 샌드위치를 사들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아카데미에서 멀지 않은 식당가에서 익숙한 남녀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걷는 속도를 늦추었다. 야외테라스에 마주앉아 햄버거 세트를 먹고 있는 그들은 여전히 막역하고, 친밀해보였다. 하지만 직장이 가까운 친구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었기에 JJ는 대수롭지 않게 그 광경을 지나쳤다. 물론 동료들에게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리고 두 번째가 나고.”

 

 

본인이 첫 목격자라고 굳게 믿고 있던 에밀리는 -최초를 입증하기 위해 JJ와 에밀리는 휴대폰 캘린더까지 뒤져가며 가볍게 논쟁을 해야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그날 에밀리는 어머니와의 선약이 있어 외부에서 식사를 한 뒤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던 에밀리는 덩치 차이가 꽤 나는 남녀가 FBI 아카데미에 딸린 운동장 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걸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체격과 얼굴은 아무리 수많은 군인과 요원들로 드글거리는 FBI 건물에서도 눈에 띄는 편이었기에 잘못 알아볼 리는 없었다. 모건이랑 가르시아 같은 인간들이 또 있을 줄이야. 에밀리는 질린다는 듯 혀를 차긴 했지만 그녀 또한 JJ처럼 굳이 동료들에게는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야, 그게 가끔 가다 한 번 있을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세 번째, 네 번째가 저네요.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우리에게 확인된 것만 따졌을 때요.”

 

 

리드가 입술을 샐쭉이며 말했다. 그는 JJ와 에밀리가 먼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건 몰랐지만, 본인이 연속으로 두 번이나 그 광경을 목격하면서 이를 동료들 사이에 공론화한 인물이었다.

 

 

“이건 어떤 의미론 배임이자 기만이에요. 물론 비한테 꼭 동료와 점심식사를 함께 해야한다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건 이해가 안 돼요.”

 

“진정해, kid. 비가 자기 친구랑만 점심 먹는 게 서운할 순 있지만 그 정도로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잖아?”

 

“제가 이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 JJ랑 에밀리는 알면서도 이 사실을 묵과하고 있었잖아요? 동료들의 신뢰 기반을 뒤흔드는 일이라고요.”

 

“그러는 리드 너도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랑 먹는 점심을 건너뛰는 경우가 꽤 많— 됐다,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아무튼. 우리 발칙한 막내가 우리보다도 이전 동료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거 같다 이거지?”

 

“가르시아.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가 더 비참해지는 것 같잖아. 특정한 순간만 그렇게 느낄 여지가 있게 행동한다고 해줄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네.”

 

“그보다, 설마 이걸 비한테 말할 생각이야? 뭐라고 할 건데? 너 왜 요새 우리랑 밥 안 먹고 그 군인이랑만 어울리냐고? 으. 난 빠질래.”

 

“참나.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야? 동료의 사생활까지 간섭하게? 그저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었어.”

 

“비가 언제까지 콜버트 병장이랑 점심을 함께 먹을 건지요? 아니면, 그 횟수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는지? 제 예상으론 다음 주에 저희가 사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는 이상 최소 2회는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것 같거든요.”

 

“횟수나 기간보다는… 글쎄, 우리한테 자기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지가 궁금한 거지만. 일단 그것도 한 번 체크해 보자고.”

 

 

과연 성숙한 사회인들다운 결론이었다. BAU의 동료들은 결코 이것이 허니의 개인 의사를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며 그녀와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포장하려 했다.

 

그 노력은 정확히 일주일 하고 이틀만에 깨어졌지만.

 

 

 

 

 

“비, 어디 가?”

 

“어? 우리 뭐 더 할 거 있어? 밥 먹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갈 땐 가더라도 책상에 가방은 내려놓고 가야지. 뭐 급한 약속이라도 있어?”

 

“아니 뭐 급한 건 아니고.”

 

 

어색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보스턴 가방의 손잡이를 고쳐잡는 손짓. 대화 상대의 눈을 피하는 시선처리까지. 허니가 지금 보이고 있는 모든 행동들이 그녀를 수상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또 그 친구랑 밥 먹으러 가려고?”

 

 

그리고 결국 금기를 어기고 직구를 던진 사람은 -그런 걸 본인에게 물어보느니 자긴 빠지겠다고 한 게 무색하게도- 모건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사람 사이에 간을 보거나 말을 돌려하는 것을 매우 답답해 했으니까.

 

그의 발언에 불펜에 남아있던 동료들은 아이고, 하고 놀라면서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건의 경과를 알 리 없는 허니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으로 모건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알았어?”

 

“진심이야? 우리가 행동분석 팀이 아니라도 이 주변에서 그렇게 몇 번이나 점심을 먹으면 한 명쯤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어?”

 

“그리고 그걸 한 명당 확률로 계산하면—“

 

“조용히 해, 리드. 중요한 건 왜 그걸 우리에게 숨기려고 했냐는 거야. 우리가 전 동료랑은 식사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았어?”

 

“뭐? 아니 설마. 그냥 나는…”

 

 

허니의 볼이 붉어졌다. 그녀의 손이 괜히 볼 언저리를 긁었다. 그녀는 지금 몹시 민망해하고 있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이면 창피하잖아…”

 

“뭐가 유난인데? 시간 맞춰서 같이 밥 먹는게?”

 

“아니, 그… 볼 수 있을 때 최대한 얼굴 좀 봐두자 하는 그런… 내 행동의 기저에 깔린 의도가?”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허, 그 군인 혹시 또 파병 가?!”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대답을 돌려대는 허니를 멈춰세우듯 급하게 말을 꺼냈던 에밀리는 말을 하던 도중에 그녀의 속뜻을 깨닫고 거의 외치다시피 물었다. 그러자 허니는 이제 목까지 붉어진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안 갔으면 좋겠지만 진즉 전역한 민간인이 말을 얹기도 좀 그렇고… 브랫은 자기가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들을 성격이 아니거든. 그래서 가까이 있는 동안 얼굴이라도 자주 보자 싶었어… 세상에. 내가 이딴 말을 하게 되다니.”

 

“아니, 왜 민망해하는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군인이 파병을 가는 건 우리가 출장을 가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 일이라고! 물론 장기적이고, 더 궁상맞고 힘들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 둘이 똑같겠어?”

 

“그게 대단한 결심이라는 건 우리도 알아, 비. 억지로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할 필요 없어. 네가 친구를 걱정하는 건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야.”

 

“……그, 아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래.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콴티코에 있는 동안은 핫한 아이스맨에게 우리 허니 비를 양보할 수밖에.”

 

 

가르시아의 농담섞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니의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었다. 모건이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얼른 가 봐, 비. 네 런치메이트가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겠나본데.”

 

“어…! 오늘 오후 커피는 내가 살게, 이따가 뭐 마실지 적어서 보내줘!”

 

 

책상 위로 거의 가방을 던지듯이 내려놓은 허니가 다급하게 불펜을 나가는 것을 본 동료들이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전쟁터에서 함께 구르던 동료가 다시 한 번 전장으로 갈 예정이라니. 가드불가 기술도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

 

우겨서라도 허니 비를 되찾을 의욕을 잃어버린 동료들은 패잔병처럼 힘없이 카페테리아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출장 가서는 꼼짝없이 우리랑 점심을 먹어야 할 걸? 그런 멋 없는 심술을 덧붙이면서.

 

 

 

 

 

“…알고 있었어요?”

 

“뭐를? 비가 그 멀대 녀석이랑 밥 먹은 지 오래 됐다는 거? 아니면 그 멀대가 곧 파병 간다는 거?”

 

“후자는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2층의 난간에서 지켜보고 있던 하치너가 로시에게 불쑥 물었고, 로시는 태평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래. 알고 있었어.”

 

“…전 그룹에 대한 애착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 남자와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현재 동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애런. 걔는 머저리가 아니야. 제 발로 해병대를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과거의 애정이 현재를 망치게 둘 성정은 아니지. 걘 그냥 물러터진 것뿐이야. 아마 그 멀대가 파병을 가기 전까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우선순위에 그 녀석을 제일 위에 올려놓을 걸.”

 

 

로시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들의 점심식사를 처음 목격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여기가 이라크도 아니건만 그들은 궁상맞게 주차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피자 한 판을 나누어 먹고 있었고, 브랫 콜버트 병장은 마치 피자에는 핫소스가 잘 어울린다는 당연한 말을 하듯이 파병 소식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허니의 표정은…

 

흘끗, 하치너의 표정을 살핀 로시는 굳이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하치너를 팀장으로 먼저 접했던 지금의 동료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하치너도 제 그룹에 대한 애착이 꽤 강한 성격이다. 신입이 다른 곳에 애정을 쏟고 있다는 걸 알려줘봤자 하치너의 심기만 불편해질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로시는 하치너를 잘 알고 있었다.

 

 

“비가 여기에 정을 빨리 붙이게 하고 싶으면, 자네도 걔를 호넷이라고 불러보든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놀리는 건 별개의 일이었지만.

 

 

 

 

 

*

 

 

 

 

 

허니의 픽업트럭에 기대어 선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브랫은 저 멀리서부터 급하게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출장을 다닌다더니, 제 쪽으로 뛰어오는 허니 비는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 몰골이 한창 레이션도 못 주워먹던 때만큼이나 불쌍해보여서 브랫의 입에서는 헛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이렇게까지 해서 나랑 밥을 먹으려는 이유가 뭐냐, 호넷. 밥이 아니라 잠이 절실한 얼굴인데?”

 

“너 어차피 친구도 없잖아. 같이 밥 먹으면 좋지.”

 

“네 동료들은 어쩌고?”

 

“…다들 성격이 좋아서 괜찮아.”

 

“네가 못 배워먹은 고졸이라 같이 밥 먹기 싫다고 한 건 아니고?”

 

“기어이 매를 벌지, 진짜.”

 

 

허니는 망설이지 않고 브랫의 정강이를 걷어찼고, 브랫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결코 피하지 않았다. 미친 말벌이 이제 민간인이라고 군인을 함부로 때린다며 투덜거리는 건 서비스였고.

 

 

“…파병 날짜는 아직 안 정해진 거지?”

 

“그래. 이번 달 말쯤 일정이 나올 거다.”

 

“본인이 희망하더라도 안 뽑히는 경우도 있지 않나?”

 

“허니 비.”

 

 

배를 채울만한 식당을 찾으러 가는 길, 허니를 뒤따라오던 브랫의 걸음이 멈췄다. 그제야 허니는 입을 다물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동료들이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고, 괜찮다고 말해줘서인가. 자기도 모르게 잘 지키고 있던 선을 넘은 모양이었다.

 

물론 브랫은 허니가 그의 파병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것도, 그러나 그런 마음을 결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알고 있었고 니가 내 일에 무슨 상관이냐며 짜증을 낼 생각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행동 분석 전문가라는 직책이 무색하게도- 허니가 그를 가늠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브랫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오늘 그녀를 만나면 전해주려 했던 소식을 예정보다 조금 일찍 꺼냈다.

 

 

“조만간 소대원들이 모여서 한 잔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너도 당연히 참석하겠지?”

 

“어? 언제?”

 

“내가 떠나기 전에 모이자고 했으니 길어봤자 몇 주 안이겠지.”

 

“음… 그때 사건 때문에 멀리 가있지만 않으면 참석할 수 있을 거야. 다들 오랜만에 얼굴 보겠네.”

 

 

허니가 경계를 풀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맹숭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하려던 말을 삼켜버리고 싶다는 심술이 불쑥 고개를 들었지만, 브랫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독 허니 비에게 관대한 전우였다. 그는 허니가 가장 듣고 싶어할만한 이야기를 기꺼이 말해주기로 했다.

 

 

“참석하는 게 좋을 거다.”

 

“아니 그러니까—”

 

“이번에는 중위님도 참석하신다고 하셨으니까.”

 

 

허니의 입이 꾹 다물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정처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브래들리 콜버트는 프로파일러가 아니었기에 그녀가 지금 어떤 심정일지 결코 짐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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