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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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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다병이 소리치니 탁자에 앉아있었던 이는 벌떡 일어나 뒷문으로 몸을 날렸어. 하지만 거기엔 이미 적비성이 좁은 문을 빈틈 없이 막고 있었지. 적비성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방다병을 돌아보던 얼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이내 탁자로 돌아가 다시 앉았어. 그리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태연스럽게 옷매무세를 다듬었어. 옷자락을 가볍게 탁탁 터는 손길 하며 여상하여 방다병은 일견 연화루에 돌아온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
- 오랫만이야.
마치 어디 잠깐 여행이라도 다녀온듯 이연화는 각각 문간에 꿈쩍도 안고 서 있는 적비성과 방다병에게 인사를 건넸어. 그렇게 찾던 이연화가 바로 여기 있었어. 산을 넘어 강을 따라 모든 마을과 도읍을 찾아다녔어. 길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따라갔고 길이 없으면 헤쳐나갔어. 한달밖에 수명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이 가슴 속에 가시처럼 박혀있어도 이연화라면 어떻게든 살아있을거라고 근거 없는 희망을 품고 찾아나섰다가 흔적도 찾지 못하여 실망하길 여러 차례, 마침내 이연화를 찾아냈는데 드디어 재회했다는 기쁨보다 아직 살아 있음에 안도감과 어떻게 이렇게 미련도 없이 떠나버렸었냐는 원망이 회오리처럼 몰아쳤어. 게다가 지금 이연화의 꼴을 보니 되려 분노가 더 치솟을 뿐이었어.
연화루 시절 이연화는 가난하긴 했으나 직접 작물을 키우니도 하고 엉터리 의원짓을 하며 약간의 돈도 벌어 먹고 사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어. 간소한 차림새였지만 늘 단정했어. 그리고 연화루라는 번듯한 누각은 오래되었어도 늘 깔끔하게 청소하고 관리해서 아늑한 집이 되었지. 그때의 이연화는 병약하여 다소 마르고 창백하긴 했으나 안색이 크게 나쁘지도 않았고.
하지만 지금의 이연화는 예전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어. 다 쓰러져가는 집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그 안의 물건은 오죽하랴. 낡아빠진 탁상과 걸상은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자리했어. 그리고 이연화. 남루한 옷은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운 자국이 만연했어. 대충 묶은 머리카락이 어깨위로 흘러내렸어. 원래도 마른 몸이 었는데 옷품으로 감춰지지 않을 정도로 더욱 가늘어진게 눈에 확연히 보였지. 그리고 얼굴, 핏기가 없고 푸른 기가 돌 만큼 핼쓱한 얼굴의 오른쪽 뺨에는 새하얀 만큼 더욱 푸르게 보이는 멍과 붉은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입가에 찢어져 아직 덜 굳은 딱지만이 선연했어 .아까 저잣거리에서 맞았었다는게 떠올랐어. 자세히 보니 맞은지 좀 됬는지 왼쪽 눈가에도 희미한 멍이 자리하고 있었어. 내력을 거의 소진하고 벽차지독때문에 오늘 내일 했어도 이연화 정도의 고수라면 외공만으로도 장정 한둘 쯤은 문제없이 다를수 있었어. 하여 왜 이연화가 이런 상태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었어.
방다병은 목이 꽉 막혀 아무말도 할수 없었어. 여러가지 상상을 했었어. 이연화를 찾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좋아서든 화를 내던 크게 소리 내고 잔소리 하고 얼싸안고 엉엉 울것도 같았고. 최악의 상상도 했었어. 이미 죽어버렸다면? 아무 들판에 널부러져 홀로 썩어가는 시신만을 찾게 된다면? 이연화에게 아무 일도 없을거라고 수없이 속으로 되내었지만 그의 몸상태가 얼마나 절망적인지 알았기에 한편으로는 무서웠어. 처마밑에서 물방울이 계속 똑똑 떨어지듯 이 두려움은 방다병의 마음을 늘 두들겼고 그래서 가슴속에 늘 불안함을 안고 있었어. 하여 지금 이연화를 찾았다는 것이, 멀쩡한 이연화를 찾았다는 것이 세상 그 어떤때보다도 기뻐야 하는데.. 이건 방다병이 상상한 어떤 모습에도 속하지 않았어. 물에 빠진것 처럼 숨이 턱 막혀왔어. 이연화 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적비성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 졌어. 적비성은 사라진 이연화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해 본적은 없었어. 이연화의 몸상태를 생각해보면 이미 죽었다는 전제가 타당했었지. 은연중 머리속을 불쑥 치고 들어오는 불안함을 적비성은 계속 무시했었어. 그저 은연중에 그저 이연화로서 살고 있겠거니 했었지. 아니면 이미 한줌의 흙먼지가 되었거나. 굳이굳이 죽을 길을 선택한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는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어. 적비성에게 있어 이연화는 살아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찾아야만 했어.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지. 하지만 그 갈망을 이룬 지금 적비성은 어떠한 만족감도 들지 않았어. 이건 적비성이 알고 있던 이상이도, 알아왔던 이연화도 아니었으니까. 수십근의 철근이 가슴을 지긋히 누르는 것처럼 갑갑해졌어. 이연화 대체 기에 무슨 꼴이냐.
그렇게나 찾아 헤메었는데 적비성도 방다병도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거나 다가가는 사람이 없었어. 표정 없는 이연화 또한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었고. 마치 시간이 멈춘것 처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세 남자 사이로 흘렀어. 그러다 불여우가 왕왕 짖으며 이연화에게 달려왔어. 인간이 어떤 심정이던 말던 불여우는 제 주인을 다시 만나 그저 반가울 뿐이었지. 꼬리를 흔들며 제 다리를 부비적 거리는 불여우에 이연화가 작게 웃었어. 그걸 기점으로 멈췄던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어.
잘 있었냐며 불여우를 쓰다듬던 이연화는 다시 저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적비성과 방다병을 번갈아 보고는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었어.
- 음...밥은 먹었어? 지금 밥 먹으려고 했는데 먹을래?
누가 들었다면 곧잘 예고도 없이 연화루를 쳐들어오던 그 시절을 떠올렸을거야. 이연화의 옅은 색소의 눈동자가 가늘게 길어졌어. 밥이 맛이 없을때 늘상 짓던 눈빛이었지. 높낮이가 거의 없는 담담한 말투와 둘을 대하는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 이연화가 과연 떠난적이 있던가 하는 느낌마저 들정도였어.
이연화는 곤란하거나 난처할때 버릇처럼 눈가를 톡톡 치는데 올라간 손때문에 소매자락이 미끄러져 내려왔어. 살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볼수 없는 앙상한 팔목은 뺨과 마찬가지로 발갛게 부어 푸른 멍이 지고 바닥에 긁혔었는지 자잘한 생채기가 잔뜩 있었지. 닳아 헤어진 소매가 마른 손과 상처를 한층 더 부각 시켰어. 방다병과 적비성은 시선을 뗄수가 없었어.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바스라질것 같은 낙엽 같았어.
게다가 식탁에는 이도 안들어갈것 같은 말라삐틀어진 전병 하나와 아무 양념도 없는 데친 채소가 이 빠진 그릇에 놓여있을 뿐이었지. 궁핍하게 그지 없는 그 푸성귀는 심지어 오래되서 잎사귀가 누렇게 변해있었어. 얼굴과 팔뚝만 봐도 몸이 얼마나 앙상할지 뻔히 알겠는데 음식이라고 먹는것이 고작 이런 것이냐니. 거기다가 왜 맞고 와서 상처 투성이인거지. 찾았다는 기쁨 보다는 그저 모든것이 당황스러울 뿐이었어.
이연화의 태도는 그들이 알던 그대로 였어. 이연화는 다정하게 불여우를 쓰다듬었고 천역덕스럽게 행동 했어. 식사를 준비해주겠다며 일어서니 살짝 기울어진 탁상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어. 그저 부엌으로 가려고 했을 뿐이데 적비성과 방다병은 누가 먼저라고도 할것 없이 다급히 다가와 이연화를 다시 의자에 앉혔어. 마치 이연화가 또다시 떠나려고 하는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아이요...인상을 작게 찌푸리는 이연화에 적비성과 방다병은 겨우 멈췄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폭풍처럼 광폭하게 휘몰아치는 이 감점의 소용돌이에 어쩔줄을 몰랐어.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묻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모두 혀 끝에서만 맴돌았어.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으면 잘 살고 있어야지, 보란듯이 평온하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며 유유자적하게 잘 살고 있어야지. 겨우 이럴려고 만류하는 주변을 다 뿌리치고 떠난것인가, 방다병은 원망이 불쑥 불쑥 튀어나왔어. 적비성은 속으로 이를 갈았어.
적비성과 방다병은 결국 이연화를 찾았어. 다치고 초라하게 낡아있는 이연화를.
연화루 비성연화 다병연화 연화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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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다병이 소리치니 탁자에 앉아있었던 이는 벌떡 일어나 뒷문으로 몸을 날렸어. 하지만 거기엔 이미 적비성이 좁은 문을 빈틈 없이 막고 있었지. 적비성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방다병을 돌아보던 얼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이내 탁자로 돌아가 다시 앉았어. 그리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태연스럽게 옷매무세를 다듬었어. 옷자락을 가볍게 탁탁 터는 손길 하며 여상하여 방다병은 일견 연화루에 돌아온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
- 오랫만이야.
마치 어디 잠깐 여행이라도 다녀온듯 이연화는 각각 문간에 꿈쩍도 안고 서 있는 적비성과 방다병에게 인사를 건넸어. 그렇게 찾던 이연화가 바로 여기 있었어. 산을 넘어 강을 따라 모든 마을과 도읍을 찾아다녔어. 길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따라갔고 길이 없으면 헤쳐나갔어. 한달밖에 수명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이 가슴 속에 가시처럼 박혀있어도 이연화라면 어떻게든 살아있을거라고 근거 없는 희망을 품고 찾아나섰다가 흔적도 찾지 못하여 실망하길 여러 차례, 마침내 이연화를 찾아냈는데 드디어 재회했다는 기쁨보다 아직 살아 있음에 안도감과 어떻게 이렇게 미련도 없이 떠나버렸었냐는 원망이 회오리처럼 몰아쳤어. 게다가 지금 이연화의 꼴을 보니 되려 분노가 더 치솟을 뿐이었어.
연화루 시절 이연화는 가난하긴 했으나 직접 작물을 키우니도 하고 엉터리 의원짓을 하며 약간의 돈도 벌어 먹고 사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어. 간소한 차림새였지만 늘 단정했어. 그리고 연화루라는 번듯한 누각은 오래되었어도 늘 깔끔하게 청소하고 관리해서 아늑한 집이 되었지. 그때의 이연화는 병약하여 다소 마르고 창백하긴 했으나 안색이 크게 나쁘지도 않았고.
하지만 지금의 이연화는 예전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어. 다 쓰러져가는 집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그 안의 물건은 오죽하랴. 낡아빠진 탁상과 걸상은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자리했어. 그리고 이연화. 남루한 옷은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운 자국이 만연했어. 대충 묶은 머리카락이 어깨위로 흘러내렸어. 원래도 마른 몸이 었는데 옷품으로 감춰지지 않을 정도로 더욱 가늘어진게 눈에 확연히 보였지. 그리고 얼굴, 핏기가 없고 푸른 기가 돌 만큼 핼쓱한 얼굴의 오른쪽 뺨에는 새하얀 만큼 더욱 푸르게 보이는 멍과 붉은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입가에 찢어져 아직 덜 굳은 딱지만이 선연했어 .아까 저잣거리에서 맞았었다는게 떠올랐어. 자세히 보니 맞은지 좀 됬는지 왼쪽 눈가에도 희미한 멍이 자리하고 있었어. 내력을 거의 소진하고 벽차지독때문에 오늘 내일 했어도 이연화 정도의 고수라면 외공만으로도 장정 한둘 쯤은 문제없이 다를수 있었어. 하여 왜 이연화가 이런 상태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었어.
방다병은 목이 꽉 막혀 아무말도 할수 없었어. 여러가지 상상을 했었어. 이연화를 찾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좋아서든 화를 내던 크게 소리 내고 잔소리 하고 얼싸안고 엉엉 울것도 같았고. 최악의 상상도 했었어. 이미 죽어버렸다면? 아무 들판에 널부러져 홀로 썩어가는 시신만을 찾게 된다면? 이연화에게 아무 일도 없을거라고 수없이 속으로 되내었지만 그의 몸상태가 얼마나 절망적인지 알았기에 한편으로는 무서웠어. 처마밑에서 물방울이 계속 똑똑 떨어지듯 이 두려움은 방다병의 마음을 늘 두들겼고 그래서 가슴속에 늘 불안함을 안고 있었어. 하여 지금 이연화를 찾았다는 것이, 멀쩡한 이연화를 찾았다는 것이 세상 그 어떤때보다도 기뻐야 하는데.. 이건 방다병이 상상한 어떤 모습에도 속하지 않았어. 물에 빠진것 처럼 숨이 턱 막혀왔어. 이연화 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적비성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 졌어. 적비성은 사라진 이연화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해 본적은 없었어. 이연화의 몸상태를 생각해보면 이미 죽었다는 전제가 타당했었지. 은연중 머리속을 불쑥 치고 들어오는 불안함을 적비성은 계속 무시했었어. 그저 은연중에 그저 이연화로서 살고 있겠거니 했었지. 아니면 이미 한줌의 흙먼지가 되었거나. 굳이굳이 죽을 길을 선택한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는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어. 적비성에게 있어 이연화는 살아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찾아야만 했어.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지. 하지만 그 갈망을 이룬 지금 적비성은 어떠한 만족감도 들지 않았어. 이건 적비성이 알고 있던 이상이도, 알아왔던 이연화도 아니었으니까. 수십근의 철근이 가슴을 지긋히 누르는 것처럼 갑갑해졌어. 이연화 대체 기에 무슨 꼴이냐.
그렇게나 찾아 헤메었는데 적비성도 방다병도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거나 다가가는 사람이 없었어. 표정 없는 이연화 또한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었고. 마치 시간이 멈춘것 처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세 남자 사이로 흘렀어. 그러다 불여우가 왕왕 짖으며 이연화에게 달려왔어. 인간이 어떤 심정이던 말던 불여우는 제 주인을 다시 만나 그저 반가울 뿐이었지. 꼬리를 흔들며 제 다리를 부비적 거리는 불여우에 이연화가 작게 웃었어. 그걸 기점으로 멈췄던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어.
잘 있었냐며 불여우를 쓰다듬던 이연화는 다시 저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적비성과 방다병을 번갈아 보고는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었어.
- 음...밥은 먹었어? 지금 밥 먹으려고 했는데 먹을래?
누가 들었다면 곧잘 예고도 없이 연화루를 쳐들어오던 그 시절을 떠올렸을거야. 이연화의 옅은 색소의 눈동자가 가늘게 길어졌어. 밥이 맛이 없을때 늘상 짓던 눈빛이었지. 높낮이가 거의 없는 담담한 말투와 둘을 대하는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 이연화가 과연 떠난적이 있던가 하는 느낌마저 들정도였어.
이연화는 곤란하거나 난처할때 버릇처럼 눈가를 톡톡 치는데 올라간 손때문에 소매자락이 미끄러져 내려왔어. 살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볼수 없는 앙상한 팔목은 뺨과 마찬가지로 발갛게 부어 푸른 멍이 지고 바닥에 긁혔었는지 자잘한 생채기가 잔뜩 있었지. 닳아 헤어진 소매가 마른 손과 상처를 한층 더 부각 시켰어. 방다병과 적비성은 시선을 뗄수가 없었어.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바스라질것 같은 낙엽 같았어.
게다가 식탁에는 이도 안들어갈것 같은 말라삐틀어진 전병 하나와 아무 양념도 없는 데친 채소가 이 빠진 그릇에 놓여있을 뿐이었지. 궁핍하게 그지 없는 그 푸성귀는 심지어 오래되서 잎사귀가 누렇게 변해있었어. 얼굴과 팔뚝만 봐도 몸이 얼마나 앙상할지 뻔히 알겠는데 음식이라고 먹는것이 고작 이런 것이냐니. 거기다가 왜 맞고 와서 상처 투성이인거지. 찾았다는 기쁨 보다는 그저 모든것이 당황스러울 뿐이었어.
이연화의 태도는 그들이 알던 그대로 였어. 이연화는 다정하게 불여우를 쓰다듬었고 천역덕스럽게 행동 했어. 식사를 준비해주겠다며 일어서니 살짝 기울어진 탁상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어. 그저 부엌으로 가려고 했을 뿐이데 적비성과 방다병은 누가 먼저라고도 할것 없이 다급히 다가와 이연화를 다시 의자에 앉혔어. 마치 이연화가 또다시 떠나려고 하는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아이요...인상을 작게 찌푸리는 이연화에 적비성과 방다병은 겨우 멈췄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폭풍처럼 광폭하게 휘몰아치는 이 감점의 소용돌이에 어쩔줄을 몰랐어.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묻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모두 혀 끝에서만 맴돌았어.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으면 잘 살고 있어야지, 보란듯이 평온하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며 유유자적하게 잘 살고 있어야지. 겨우 이럴려고 만류하는 주변을 다 뿌리치고 떠난것인가, 방다병은 원망이 불쑥 불쑥 튀어나왔어. 적비성은 속으로 이를 갈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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