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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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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을 조금 수정해서, 74편을 다시 읽고 와주면 코맙. 



“짐.”
“정말로 난 너한테 유능한 상사 말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람이야?”
“네.”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튀어나온 대답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것은 맨도티 소위, 그리고 커크 함장이었다. 그러나 사실 당황스러운 것은 스팍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판화로 찍은 듯이 똑같은 한 해를 네 번이나 지내는 동안 커크가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건 내가 ‘바미넬의 짐’이 아니어서야?”

두근.

무언가가 바뀌고 있다. 스팍은 애써 희망을 갖지 않으려 노력했다. 의식의 일시적인 버그일 뿐일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다른 연옥이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커크는 그저 재미있는 화제를 찾았다는 듯이 개구진 미소를 띄고 있었다. 스팍은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스팍은 두 사람으로 나뉘기 전에도 날 흠모했다고 고백했는데.”
“…그랬습니까?”

이것은 바깥 세상, 현실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순종 벌칸이라면 꾸지 않을, 몹쓸 꿈의 농간인걸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미넬의 짐에 대한 사랑이 또 다른 제임스 커크에 대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터에 정곡을 찌르는 듯한 질문은 그의 심장을 세게 짓눌렀다. 아니, 심장이 아니라 온 몸이 짓이겨질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 인간이었다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식은 땀을 흘렸을 상황에서, 스팍은 겨우 평정을 유지하며 되물었다. 

“당신은 제가 카피드 스팍인 걸 알고 있군요. 지금까지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건지, 모종의 이유로 근래에 깨닫게 된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난끼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커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심각한 표정이 된 것은 아니었다.

“역시 벌칸은 재미가 없네. 뭐, 그 점이 마음에 들기도 한 거지만.”

역시 이 모든 것들은 내 무의식이 구성한 세계인 것인가. 4년 동안 항상 같은 일이 반복되던 시간선에 돌발적인 변수가 생겼지만 그마저 자신이 예상한 범위 내의 대답을 하는 커크를 보며 스팍은 생각했다.
처음 영혼이 침잠하였을 때, 엔터프라이즈호 함교에 서 있는 자신과, 모든 이들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모든 것을 체념하고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적응해야만 하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바미넬의 짐’이란 말을 들은 순간의 마음은 이전처럼 평온을 가장할 수 없게 요동쳤다. 목덜미부터 등줄기를 따라 온 몸이 굳는다. 그 상태로, 자신의 질문에 커크 함장이 제대로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렇습니까?”

알 수 없는 꿈이다. 이젠 이 세계에서조차 존재를 부정 당할 차례였다. 그는 스팍이지만 스팍이 아니었고 엔터프라이즈의 부함장으로서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함선의 일등 항해사가 아니다. 스팍은 자신의 미래를 예측해보려 했다. 카피드 스팍으로서 모두와 겉도는 채로 함선에 남아 있을 것인지 오리지널 스팍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선하여 또 다른 림보에 빠질 것인지. 그저, 자신이 오리지널 스팍이 태어난 순간에 함께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태어난 이후부터 인지한 오리지널 스팍의 기억이 자신의 머릿 속에도 온전히 모두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뱃속이 들끓는다. 실제로는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겪은 지난한 4년간 겨우 가라앉혔던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만나고 싶다.’

‘복제된 스팍’이 아닌 ‘한 명의 유일한 벌칸’으로서의 정체성은 오로지 ‘그’로부터 기인할 뿐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하는 이, 이전의 기억으로 자신을 재단하게 만드는 행위를 그만 두게 만든 사람,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존재가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느낄 정도로 몰두했던 존재.

“짐.”

눈물대신 소리가, 입술새로 흘러나왔다.

“그래.”

눈 앞에 서 있던 짐이 대답했다. 

“…짐.”
“나 여기 있어.”
“……?”

갑작스러운 온기가 몸을 감쌌다. 짐이 그를 덥석 끌어안은 것이었다. 

“짐?”

본능은 이미 현실을 파악했으나 우습게도 이성이 뒤를 따르지 못했다. 

‘이곳에 있을 리가 없어. 죽은 것과 다름 없는 내 혼은 그를 만날 수는 없다.’

“진짜 나야. 나라고, 스팍.”

다시금 들려온 목소리에도 스팍의 이성은 가슴 속에 피어나는 벅찬 행복을 짓누르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진짜가 아니라면, 마음 속에서 한껏 부풀었던 이 감정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엔, 그때는 심연에 잠겨 있는 이 영혼조차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바미넬의 짐은 미동도 않고 있는 스팍을 여전히 세게 끌어안고 그의 어깨에 뺨을 부벼댔다.

“힘들었지? 괴로웠지? 더 빨리 못 와서 미안해. 나 보고 싶었지?”

나의 t'hy'la.

“짐.”

t'hy'la.
t'hy'la.
t'hy'la.
t'hy'la.
t'hy'la.
t'hy'la.
t'hy'la.
t'hy'la.
t'hy'la.

스팍의 몸은 의지와 다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굳건한 손이 그를 붙들어 주었다. 스팍은 제 눈이 흥건히 젖은 것을 느꼈다. 옆에서 환호하며 손뼉을 치는 멘도티 소위의 모습부터 화려한 생일장식으로 꾸며진 휴게실, 몰려 있는 크루들의 모습이 하얀 빛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강렬한 기쁨과 행복이 주는 충격은 거의 죽기 전에 느끼는 고통과 비슷할 정도로 그를 자극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몸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가 쓰러지지 않도록 천천히 이끌던 손은 이내 다시 그의 몸을 끌어 안았다. 

“사랑해, 스팍.”
“사랑합니다, 짐. 사랑합니다. 짐, 당신을 사랑해.”

그제서야 짐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눈에 맺힌 액체로 조금 흐려보였지만, 분명히 그의 짐이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순백의 공간에서 스팍은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당신을 시험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 만큼 당신도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당신을. 당신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죽음보다 두려웠습니다. 육체에서 분리된 후에, 당신과 닿게 되어 어떤 말을 했든, 어떤 표정을 지어보였든 내 마음 속엔 공포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당신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말을 할 때마다 몸 안엔 불구덩이 같은 구멍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을 시험해서 미안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스팍의 고백이 이어지는 동안 짐도 눈물 흘리고 있었다. 그의 말이 다 끝나자마자 짐도 그 동안의 제 마음을 고백했다. 

“미안해, 나야말로 네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어. 그리고… 이젠 뭐든 상관없어. 네가 살아있기만 하면, 널 만날 수만 있다면, 그러면 내가 살 수 있어. 정말이야. 사랑해, 스팍.”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비록 영혼이어도 구현된 육신의 감각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갈급하게 서로의 입술새를 비집고 안쪽으로 더 깊게 파고들려 했다. 조금이라도 멀어질까봐 서로를 얽듯이 굳게 끌어안고선 체액과 숨결을 나누는 순간이 영원 같았다. 

“짐….”
“응.”

아쉬운 듯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고 잠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짐을 살피던 스팍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제 옆구리와 짐의 가슴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녹색의 줄. 그리고 짐에게서 뻗어나온 또 다른 녹색 줄. 그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거기엔 오리지널 스팍이 서 있었다. 

“…….”



스팍커크 퀸토파인 별트렉


https://hygall.com/592029971
2024.02.12 07: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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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Code: 0767]
2024.02.13 01:45
ㅇㅇ
모바일
헐 내센세가 돌아오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나 울고있어...
[Code: d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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