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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22:02

군알못주의 이것저것주의

˗ˋˏ전편ˎˊ˗ 





꼬맹이 시절의 로버트는 겁이 많았다. 그러나 흔히 겁쟁이라고 분류될 만한 부류는 아니었는데 그건 그가 상어나 유령을 무서워하는 일반적인 어린아이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였던 탓이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증대되는 낙상위험과 그로 발생가능한 신체장애를 겁냈고 미국의 부실한 의료시스템을 걱정했으며 본인의 주관이나 사실관계보다 여론에 휩쓸리는 인간들의 경향성을 우려했다. 요컨대 그는 감성보다 이성이 우세한 꼬맹이였고 수많은 헛똑똑이들이 으레 그러하듯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변인을 두려워했다. 

다행히 그런 두려움은 나이가 들며 점점 옅어졌다. 그의 기질이 무던했던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확률을 배웠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생은 대개 확률에 의해 돌아갔고 그가 걱정하는 일이 벌어질 확률은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인간사 대부분이 그렇듯 여기에도 맹점이 있었다. 아무리 희박한 확률일지라도 개인차원에 이르러서는 결국 발생하느냐 발생하지 않느냐의 두 가지 갈래 뿐이라는 것. 결국 모든 사건은 0 또는 1이라는 그 무시무시하고도 냉혹한 진실을 로버트는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배웠다.

이제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자기 통제를 잃는 것. 즉, 스스로가 통제불가능한 변인이 되어 타인을 휘말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뒤로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제 모든 것을 강박적으로 조절했다. 그리고 덕분에 강해졌다. 시쳇말로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것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든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현재의 신임받는 가이드이자 우수한 대위는 그가 가졌던 모든 공포의 산물이었다. 이제 그는 손 하나 대지 않고도 멈춰가는 센티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었으며 가이딩 파장의 영역을 지정해 일종의 광역기처럼 휘두를 수도 있었다. 

행맨이 나타난 건 그 즈음이었다. 소 잃은 외양간을 철골구조부터 뜯어고친지도 어느덧 여러 해가 지나 그가 어물쩡 마음을 놓으려던 바로 그 찰나. 그리고 행맨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다.

행맨은 자연재해같았다. 아무리 그가 방비를 해도 그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 센티넬 앞에서는 백방이 무용했다. 그의 전례없는 심상은 께름칙했고 밀어넣는 감각없이 줄줄 흘러들어가는 가이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했다. 전례없는 규모를 지닌 심상의 발현은 그 후로도 악몽처럼 종종 그의 머릿속을 차지했다. 그의 팔 안에서 눈을 감은 채 스르르 무너져내리던 행맨의 모습 역시. 

로버트는 엄지와 검지로 제 안와뼈 안쪽 우묵한 곳을 짓누르며 피곤한 눈을 내리감았다. 곧 최종 미션인원을 추려내는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훈련만으로 꽉 차있어야 할 머리가 다른 생각으로 어지럽다는 것은 좋지 못한 신호다. 특히 누군가와 합을 맞춰 비행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로버트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제 앞에 펼쳐놓은 훈련장 지도와 병법서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감았다 뜨는 그 몇 초 사이 어느새 병법서 위에는 물기가 송글송글 맺힌 이온음료 한 캔이 올라가 있었다.


"!!!!"


로버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차가운 캔을 들어올렸다. '도서관 공용자료'라고 보라색 스탬프가 찍힌 자리 바로 위에 이미 동그랗게 젖은 자국이 자리잡혀 있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린 채 급한대로 제 소매를 끌어다 물묻은 흔적을 두드리자 옆에서 워우, 하는 탄성이 들려왔다.


"누가보면 불이라도 난 줄 알겠어."


휘익, 휘파람을 불며 행맨이 킬킬 웃었다. 로버트는 물묻어 번지기 시작한 스탬프 부분에 훅훅 입김을 불며 그를 노려보았다. 행맨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의 옆자리 의자를 빼어 자리에 앉았다. 


"공공자료를 훼손하면 어떡해?"


로버트가 목소리를 낮춰 힐난하자 행맨이 천연덕스럽게 턱을 괴었다.


"커피도 아니고 물 정도야 저 알아서 마르겠지."
"종이가 울잖아!"
"뚝 그치라고 해."


무책임한데다 재미까지 없는 발언에 로버트의 미간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행맨이 입꼬리를 샐쭉 올렸다.


"아이 그러게 왜 코팅을 안해놨대. 도서관 잘못이네."


아이를 달래듯 나긋한 말투였다. 로버트는 한숨을 꾹 눌러삼키고 신속히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그랗게 젖은 자국 그대로 힘없이 처지는 병법서 역시 착실히 챙겨들었다. 종이가 돌이킬 수 없게 상하기 전에 관사로 돌아가 드라이기를 사용할 요량이었다. 한 팔 가득 자료를 끌어안은 로버트가 묵묵히 셀프대출기기 앞에 서자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행맨이 바코드리더에 제 대출카드를 갖다대었다.


"이렇게 하면 내 책임이지?"


로버트는 입을 꾹 다물고 잠시 그를 흘겨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행맨은 무성영화 속 귀한 아가씨를 꼬여내는 한량처럼 실실 웃으며 그를 쫓았다. 도서관을 나서자마자 행맨의 쾌활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그래서 오늘은 좀 어때. 매칭하기 딱 좋은 날 같지 않아?"


로버트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냉담하게 대꾸했다.


"안 해."
"단호하네. 매정하게시리."
"안 할거니까."
"한번 매칭율 검사라도-"
"관심없어. 미션에나 집중해."


성마른 성격으로 제 부대는 물론이요 미 해군 전체에 이르기 까지 악명이 높은 세러신 대위는 뜻밖에도 본인이 원할 때면 얼마든 살갑게 굴 수 있는 모양이었다. 조금도 기죽지 않은 목소리가 애교라도 부리는 양 로버트를 친근하게 얼렀다.


"관심이 왜 없어, 이번 미션에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하다 그랬는데."


그 말에 어이가 없어진 로버트가 마침내 고개를 돌려 행맨을 쳐다보았다. 장난기와 흥미로 드글드글한 얼굴이 곧장 반가운 기색을 띄었다. 로버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언제부터 네가 팀워크에 관심이 있었다고?"
"글쎄, 내 가이드를 운명적으로 마주친 뒤부터?"


입꼬리를 한껏 치켜든 탓에 그의 양뺨에는 서글서글한 보조개가 시원하게 패여있었다. 시비를 털 때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제법 인상이 좋은 편이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꽤나 건실해보일 것 같기도 하고. 잠시 생각하던 로버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네 가이드는 여기 없고 너랑 팀워크 맞출 일도 없어."


행맨은 그 단호한 말이 무슨 아주 대단히 깜찍한 앙탈이라도 되는 양 낄낄 웃었다. 그리고 벌써 저만치 멀어진 로버트를 따라가는 대신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오늘까지만 튕기고 내일은 슬쩍 넘어오는 거다! 나만한 센티넬 어디 없어!"


당연하지. 로버트는 관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두르며 입을 삐죽거렸다. 제이크 세러신 같은 센티넬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없는게 더 나았다. 저런게 또 있으면 큰일나지. 

그리고 제 관사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야 깨달았다. 무시해마땅한 제이크 세러신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를 인정까지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새 현관 거울에 비친 자신은 유치한 말장난이 즐겁기라도 한 양 입가에 삐죽이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 제이크 세러신은 정말이지 요주의 인물이다.




-




또 다른 이탈자가 생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발적인 요청에 의한 퇴소였다.

어느 처참하게 망해버린 훈련 끝에 간신히 엔진 하나만 단 채 아슬아슬하게 배면착륙에 성공한 페이백은 콕핏이 열린 뒤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연신 알이 굵은 식은땀만 흘려대었다. 뒷좌석의 팬보이가 헬멧을 벗어던지며 투덜거릴 때에도 조종간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가 영 심상치 않았다. 활주로에 소화액을 뿌리던 엔지니어며 급히 출동한 의무병이 달려와 묻는 말들이 들리지도 않는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허우적허우적 제 왼쪽 가슴께만 더듬거리던 그가 마침내 꺼내든 것은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가족사진이었다. 입매가 시원시원한 아내와 눈망울이 커다란 딸 아이가 서로 똑닮은 앙글한 양뺨에 보조개를 패며 활짝 웃고있는 사진. 페이백은 불안정한 숨을 색색 몰아쉬며 한참이나 그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 미션책임자인 중장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중차대한 사안이니만큼 면담은 길어졌다. 페이백을 걱정하는 동료 몇이 중장실 앞의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로버트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그의 파트너인 피닉스는 페이백의 자존심을 지켜준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자리를 비웠지만 여전히 꽤 많은 파일럿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침내 중장실의 문이 열리고 페이백과 팬보이가 걸어나왔다.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의 페이백과 달리 팬보이는 로버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페이백..."


먼저 입을 연 건 맏형인 루스터였다. 미션 초기와 비슷한 얼굴이었다. 요근래 계속되던 날카로움은 접어둔 채 동료를 향한 신의와 애정으로 가득한 그의 눈에는 침통함이 서려있었다. 페이백은 입술을 안으로 말아물고 말없이 제 뒷춤에서 가장자리가 구겨진 사진을 꺼내어 건넸다. 행복해보이는 가족사진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루스터가 사진을 뒤집자 뒷면에 적힌 삐뚤빼뚤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아ㅂ바 사랑ㅎㅔ요'. 진홍색 크레용으로 꾹꾹 눌러쓰인 글씨 옆에는 찌그러진 하트가 세 개나 그려져 있었다. 루스터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페이백은 그 얼굴을 보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미소가 되다 만 것을 애써 걸친 그가 허탈하게 말했다. 


"여기에 불려온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란 걸 알지만... 젠장, 난 가족을 놔두고 감히 영광을 택할 수가 없어."


루스터가 사진을 돌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은 얼굴로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페이백이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돌려받은 사진을 엄지로 소중하게 덧그리던 페이백이 고개를 떨구었다. 투둑, 툭 때아닌 비라도 내리는 듯 해맑게 웃는 사진 속 얼굴 위로 동그란 물자욱이 생겨났으나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축축한 목소리가 아래에서 흘러나왔다.


"난 센티넬도 아니잖아. 난... 나는..."
"페이백..."
"...난 죽음을 극복할만한 생명력도 큰 부상을 감쪽같이 낫게할 마법의 단짝도 없다고."


복도를 채운 침묵이 한층 더 숙연해졌다. 누구도 섣불리 위로할 수 없었다. 센티넬과 비센티넬 사이의 간극은 군내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다. 숫자로 따지자면 인구 중 몇 퍼센트를 차지하지도 못할 돌연변이들이 죄 모인 곳이 바로 군대였다. 특히 장교,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정예를 꼽으면 형질인의 수가 압도적이었다. 현재 모여있는 미션 후보인원만 해도 페이백이 유일한 일반인이었다. 쉬이 동정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좌절에 대위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내 한 명씩 조심스러운 격려와 함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초라하게 수그린 페이백의 어깨와 등 위로 따뜻한 손길이 스쳤다. 페이백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감사인사를 중얼거렸다. 

이윽고 자리에는 그의 파트너인 팬보이와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센티넬이 아니었던 로버트만 남았다. 그제야 목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든 페이백이 둘을 바라보았다.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으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한결 편해보였다. 팬보이가 개구쟁이처럼 입을 가로로 쭉 벌리고 웃으며 그가 팔을 벌렸다.


"걱정마, 파트너. 우리가 명예훈장을 받을 때 참관객으로 오라고. 자리 하나 챙겨놓을 테니까."


너스레를 떠는 얼굴에 페이백이 피식 웃으며 그를 끌어안았다. 팬보이는 코를 훌쩍이면서도 히히 소리내어 웃었다. 최장신과 최단신으로 이루어진 파트너십이 종료되는 뭉클한 장면이었다. 포옹을 푼 페이백이 이번에는 로버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다갈색의 눈동자에는 꼭 코끼리나 바다거북의 것처럼 안온한 다정함이 배어있었다. 페이백이 잠시 머뭇거리다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아무리 가이드라고해도 신체조건은 일반인과 같다는 걸 알아."
"응?"
"밥... 너도 잘 생각해. 스물 다섯살은 죽기에 아직 너무 어린 나이니까."


그 말이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말인지 알았다. 미션에 참여 중인 어린 동료의 사기보다 그의 목숨을 더 소중히 생각했기에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사실도. 직장동료 사이에 흔치 않은 진실된 염려에 로버트도 목이 메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밥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최대한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중에 휴가 맞춰서 보자. 그땐 사진 말고 진짜로 보여줘."


로버트가 검지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부러 밝게 얘기하자 페이백은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목이 메이는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한 페이백이 로버트를 꽉 끌어안았다. 큰 키만큼 안정적인 포옹이었다. 로버트는 그의 어깻죽지를 두어번 두드렸다. 포옹을 마친 페이백이 곧 자리를 떠났다. 로버트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코로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몸을 돌렸다. 역시 페이백의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던 팬보이가 시선을 눈치채고 눈을 맞춰왔다. 로버트의 염려를 알았는지 콧잔등을 찡그리며 익살스럽게 웃어보인 팬보이가 말했다.


"아 걱정하지마, 페이백만큼 합이 잘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흡을 몇 번 맞춰본 파일럿이 있거든."
"여기 참가한 미션 멤버중에?"
"그럼. 내가 경력이 몇 년인데 합 맞춰본 파일럿이 페이백 뿐이겠어."


로버트가 반가운 소식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군데?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소문의 주인공 등장."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프리츠가 불쑥 둘 사이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 역시 중장의 사무실에 있다가 이제야 나온 모양이었다. 로버트가 입을 벌렸다.


"프리츠 네가 복좌기를?"
"어엉."
"그래도 돼? 아니, 그러니까... 넌 단좌기조종으로 미션에 합류한 거잖아."


프리츠는 심드렁한 얼굴로 눈을 끔뻑이다 말고 갑자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팬보이가 미심쩍은 얼굴로 쳐다보든말든 로버트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렸다. 과하게 갸륵한 목소리가 곧장 뒤를 이었다.


"지금 단좌기후보 중엔 내가 밀리잖아. 미션에 나가려면 종목변경도 고려해봐야지."
"...그렇게까지 해서 나가야하는거야?"


로버트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묻자 프리츠가 키득키득 웃더니 로버트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아이구, 우리 막내는 초고속 승진루트에 올라 계시니 잘 모르는구나. 영광의 기회는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단다. 젊은날 몸값을 올려놔야 은퇴 후까지 떵떵거리고 살지."


장난기로 가득한 검은 눈이 딱정벌레의 등딱지처럼 반질반질한 빛을 냈다. 팬보이가 그제야 눈을 굴리며 끼어들었다.


"웃기지마 프리츠, 그냥 재미있어보여서 끼는 거면서."
"들켰네. 사실 해보고 싶은 게 있거든."


프리츠가 얼굴을 구기며 쾌활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로버트는 얼떨떨하게 둘을 번갈아 돌아보았다.


"해보고 싶은 거?"


로버트가 되묻자 프리츠는 고른 치아를 내보이며 신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응, 마침 팬보이가-"
"단좌기에서 복좌기로 옮기다니, 그 프리츠도 다 됐어. 자존심도 없군."


행맨이 복도 맞은편에서 느긋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며 미소지었다. 꼭꼭 씹어뱉는 것처럼 명확한 발음이 빈정거림을 실어날랐다. 프리츠는 눈썹을 들어올려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설마 동료를 향하는 우정과 협동심, 그리고 당장 기종을 바꿔도 무리가 없는 이 유능함을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복좌기 조종이 뭐 어려운 거라고."


행맨의 오만한 발언에 너털웃음을 터뜨린 프리츠대신 팬보이가 말을 받았다.


"그렇지, 복좌기 그거 뭐 어렵다고. 뒤에 타줄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그치? 앗차차... 그게 가장 어려운 파트였나?"


프리츠가 이야아 하는 소리를 내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팬보이가 낄낄 웃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로버트 역시 제게 내밀어진 손에 무심코 손바닥을 맞췄다. 행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미소짓더니 로버트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내 백시터 경력이 있는 사람 앞에서 하기엔 너무 무심한 발언같은데?"


그 말에 팬보이가 홱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눈이 의구심을 잔뜩 품고 있었다. 로버트는 계면쩍게 미소지으며 어깨를 움츠리고 속삭였다.


"대민지원 미션에서 한 번."


팬보이가 눈썹을 치켜들었다. 행맨은 킬킬거리며 다가와 로버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 표정은 또 뭐야, 우리 꽤 잘 맞았다고."


로버트가 인상을 찌푸리며 팔을 치우자 행맨은 양손을 들어보이며 물러났다. 그러나 얼굴엔 짙은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가 무고한 척 항변했다.


"이거 왜 이래, 베이비온보드. 우리 꽤 손발 잘 맞았잖아. 그러니까 우리 중위님께서 대위님도 되시고, 훌륭히 자라 이런 미션에도 참여하시고 말이야. 응?"


행맨은 혀를 퉁겨 물고있던 이쑤시개를 한바퀴 돌리고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그때 죽게 내버려뒀으면 정말 아까울뻔했지."


로버트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굳이 지난 미션을 들먹이는 꼴이 고까워서이다. 생명의 은인에게 알아서 기라는 거야 뭐야. 그러나 행맨은 그저 그윽한 눈길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로버트가 완전히 불편한 기색을 띄자 한쪽 눈썹을 치켜든 프리츠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리 막내 고생했겠네. 저 무서운 엉아가 눈 뒤집고 지 좆대로 굴었을텐데."


능청스럽게 행맨과 로버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구겨진 미간을 검지로 콕콕 찔러대는 통에 로버트는 힘을 풀고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비어있는 옆자리로는 팬보이가 끼어들었다.


"계급방패없이 행맨을 마주치다니 세상에, 뭐가 꼈나. 굿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야?"


저보다 작은 두 형아들 사이에 끼어 웃음짓는 로버트를 말없이 바라보던 행맨이 쯧, 혀차는 소리를 내더니 물러섰다. 


"내 팀에 들어오고 싶으면 발목잡지 않게 똑바로 하라고."


프리츠를 향해 을러대는 목소리에는 그러나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복도를 빠져나가는 그를 끝까지 응시하던 로버트가 시선을 떼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지?"


프리츠가 로버트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렇지."
"행맨을 앞지를 수 있는 방법이야?"


프리츠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곧 표정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휘우, 막내 진짜 곧 죽어도 행맨이랑은 비행 못하겠나보네?"


로버트는 굳이 답하지 않았다. 프리츠는 한참을 큰 소리로 웃다가 헐떡이며 새끼손가락으로 눈꼬리를 훔쳐냈다. 그리고 여전히 웃음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 백시터만 잘 따라와준다면."


그 말에 팬보이가 단박에 눈썹을 찌푸렸다. 프리츠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들썩이며 양 손을 들어올려보였다.


"이해해줘, 나도 재수없는 단좌기 조종사잖아. 허세가 입에 붙었나보지."


그 말에 코웃음을 친 팬보이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 


"사과가 빠르니 봐주지. 그래서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그 계획에 내 콜사인이 언급됐던 것 같은데."
"아 그래. 아주 중요하지. 네 능력이 써먹을 데가 아주 많겠더라고."


그러니까 화내지 마, 네가 이 작전의 핵심이니까. 프리츠가 애교스럽게 덧붙인 말에 팬보이가 혀를 내밀고 우웩소리를 냈다. 로버트는 팬보이의 반응에 아랑곳하지않고 진지하게 눈썹을 모았다. 막내가 경청하는 태도이자 입꼬리를 개구지게 올린 프리츠가 의미심장하게 낮은 목소리로 제 작전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과연 될 거라고 생각해?"


작전을 들은 팬보이가 눈썹을 삐딱하게 기울이고 물었다.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지."


프리츠가 눈썹 하나를 호기좋게 까닥거리다가 둘의 어깨에 팔을 걸어당겼다. 로버트는 머릿속으로 분주히 성공가능성을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프리츠는 팀 경기 직전의 코치처럼 모두의 머리를 모으고 기세좋게 말했다. 


"제군들. 이제 어디 한 번 반격을 시작해볼까?"
"......"
"그 유명한 창공의 무법자를 한번 사냥해보자고."




-




결과만 말하자면 프리츠의 호언장담은 근거있는 자신감으로 밝혀졌다. 그 이후 이어진 매버릭과의 1대1 공대공 전투훈련에서 승리를 거둔 첫 팀이 된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이 기동과 저격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센티넬 능력을 활용하되 직접적인 공격은 페인트탄을 넣은 기총으로만 제한한 해당 훈련에서 프리츠와 팬보이의 복좌기는 말 그대로 매버릭을 '잡았다'.

잡았다는 무전이 들린 뒤 몇 분 지나지않아 금의환향한 F/A-18E로 대기하고 있던 격납고 엔지니어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매버릭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무전까지 완전히 끊긴 탓에 관제탑에서 대기하던 중장이 성마른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지상 대기조의 초조한 기색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프리츠와 팬보이는 흥겹게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콕핏이 열리자마자 환호하며 뛰어내린 두 젊은 대위는 저들끼리 신이 나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얼싸안는가 싶더니 곧 주변에 몰린 이들에게 페인트탄을 넣은 소총을 요구했다.


"서바이벌 용이라도 괜찮아요!"


매버릭의 안위를 묻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던 혼도 준위는 팬보이의 무사태평한 기세에 밀려 얼떨떨하게 모의훈련용 소총을 갖다주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콤비처럼 부러 철컥소리를 내어가며 멋들어지게 페인트탄을 장착한 프리츠가 팬보이에게 눈짓했다. 팬보이가 신나죽겠다는 듯 소리내어 낄낄 웃더니 제 능력을 사용했다. 그가 격납고 앞 공터를 향해 주먹쥔 손을 펼치자 손바닥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그 위의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곧 그가 제 인벤토리에 보관해놓았던 물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슈퍼호넷 단좌기 1대와 그 옆에 기대어 선 채 코믹북을 읽고있는 매버릭이었다. 슈퍼호넷의 늘씬한 은빛옆구리가 드러나자마자 프리츠가 신나게 페인트탄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노란색 페인트탄으로 범벅이 되어가는 노즈콘을 바라보며 매버릭이 눈을 크게 떴다.


"이런."


보고있던 코믹북을 덮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가 곧 경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감탄과 어처구니 없음이 반씩 섞인 웃음이었다. 매버릭이 어깨를 으쓱이며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푸시업할 준비는 되셨나요 대령님."


팬보이가 고개를 까딱이며 묻자 매버릭이 눈썹을 들어올리며 키득거렸다.


"생각도 못한 방법인데? 제대로 허를 찔렸군. 그런데 이걸 도그파이트로 봐도 될까?"


프리츠가 제 손에 들린 페인트탄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직접적인 공격은 페인트탄으로만 한 게 맞지 말입니다, sir."


매버릭이 기특함과 애정, 그리고 약간의 꾸중이 담긴 눈으로 둘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제 패배를 인정했다.


"그렇군. 자네들의 승리야."


프리츠와 팬보이가 서로 하이바이브를 나눴다. 혼도 준장이 십년감수한 얼굴로 다가왔다. 매버릭은 눈짓으로만 그에게 알은척을 하고 팬보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거 다음 편이 없던데."


그가 내민 코믹북을 받아들며 팬보이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으악, 설마 저 안에 있는 걸 다 뒤지고 다닌 건 아니시겠죠? 알파벳순으로 정리해둔건데!"
"글쎄. 자랑하려고 나를 저 멋진 컬렉션과 같이 가둔 거 아니었나?"


매버릭이 장난스럽게 눈을 빛내자 팬보이가 입을 떡 벌렸다. 매버릭은 키득키득 웃고는 손을 내밀어 그의 턱을 닫아주었다. 혼도 준위와 함께 벌칙을 위해 체육관으로 향하는 뒷모습이 홀가분해보였다. 프리츠는 책을 다시 컬렉션 안의 제 위치에 돌려놓기 위해 인벤토리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팬보이를 낄낄거리며 뒤따라들어갔다. 

첫 승리의 소식은 노스아일랜드의 햇볕과 함께 미션후보 멤버 사이의 공기를 달구었다. 계속된 패배와 페이백의 기권 등으로 땅에 처박혔던 사기가 다시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션참여티켓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프리츠-팬보이 페어는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제 비결을 전파했다. 요점은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백전노장에 타고난 전투센스까지 발군인 매버릭을 이기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어야했다. 그때부터 차마 전술이라고 부르기 어려울만큼 얼렁뚱땅인 작전과 무리수들이 판을 치는 통에 대결양상은 다채로운 엉망진창이 되었다. 교관으로서 그런 편법과 반칙을 규제할 수도 있었으나 매버릭은 오히려 즐거운 기색이었다. 아마 대원들의 사기를 위해 적당히 맞춰주기로 한 듯했다. 이번 미션의 책임자인 사이클론 중장만이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두 번째로 승기를 잡은 것은 루스터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 사려깊고 생각많은 루스터가 벌이기엔 다소 괴팍한 방식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루스터는 매버릭에 의해 먹통이 된 조종간을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으로 조작하여 매버릭의 전투기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항공충돌사고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에 관제탑도 대기실에서 무전을 듣고있던 이들도 모두 말을 잃었다. 그 자신의 능력이 쉴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무식한 방법이었다. 그새 매버릭의 몸에도 쉴드를 쳐둔 덕에 기체 두개가 손 쓸 도리없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둘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저것도 진짜 물건이다."


혀를 차는 프리츠의 말에 피닉스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나쁘지 않잖아. 전장의 오이디푸스라니."
"...루스터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거 아니었어?"


로버트의 눈치없는 질문에 팬보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프리츠가 손을 내밀어 로버트의 뒷통수를 복복 긁었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니, 막내야. 네가 원하는 대로 분대장 자리를 루스터가 차지할텐데."
"워, 아직 최종 미션 합격인원이 정해졌다고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행맨이 끼어들었다. 매끈한 이마에 주름이 잡히도록 눈썹을 치켜올린 그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직 훈련은 끝나지 않았어. 총점을 내 봐야 알겠지."


그 말에 틀린 부분은 없어 프리츠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고 웃었다. 창 밖을 내다보던 피닉스가 밥을 팔꿈치로 쿡 찌르고 활주로 방향을 가리켰다. 대기실 밖으로 보이는 활주로에는 낙하산 두개가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피닉스와 로버트는 루스터를 맞이하기 위해 자리를 나섰다. 그 뒤를 행맨이 조용히 따라붙었다. 그들은 구보로 이동했다. 예상 착지위치는 격납고 근처의 평지였다. 가까이 갈 수록 웅웅거리는 소음이 커졌다. 거리가 멀어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으나 낙하산에 매달린 크고 작은 인영 두 개가 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지표면에 착지하자마자 더 작은 신형이 우다다다 달려가 큰 신형을 홱 밀쳤다. 


"-!! -지 말라면서요!!"


흥분으로 갈라진 루스터의 목소리가 활주로를 채웠다. 가장 앞장서있던 피닉스가 걸음을 우뚝 멈추고 격납고 옆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로버트는 피닉스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급하게 멈춰서다 뒤따르던 행맨과 부딪쳤다. 행맨은 깜짝 놀란 듯 팔을 들어올리더니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께를 감싸안았다.


"!!! 행-"
"쉬잇, 지금 우리가 끼어들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피닉스가 뒤쪽을 쳐다도 보지 않고 쇳소리를 냈다. 로버트는 입술을 합, 안으로 말아물고 원망스럽게 뒤를 노려봤다. 행맨은 로버트의 어깻죽지 위에 턱을 올려놓고 히죽거렸다.


"누나 말 들어야지, 아기 대위."


소리낮춰 속살거리는 탓에 귓바퀴 뒤쪽으로 소름이 훅 솟았다. 로버트는 진저리를 치며 행맨을 떼어내기 위해 버둥거렸으나 피닉스가 다시 한번 잇새로 내뱉는 쉿, 소리에 결국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행맨은 킬킬 웃으며 로버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어깻죽지 뒤로 뜨뜻하고 푹신한 체온이 엉기는 느낌이 생소했다. 그러는 동안 루스터와 매버릭의 말다툼은 기어이 육탄전으로까지 번졌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어?

피닉스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고개를 돌린 로버트의 눈에 피닉스가 채 가리지 못한 광경이 들어왔다. 매버릭과 루스터가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훌쩍 큰 루스터가 허리를 잔뜩 옹송그리고 매버릭의 등을 감싸안았다. 매버릭은 감전이라도 된 듯 버르르 떨다가 힘빠진 팔을 루스터의 어깨에 둘렀다.

어어??

아니다. 그건 포옹이 아니었다. 로버트는 그 사실을 루스터가 고개를 비틀며 매버릭의 입술을 거의 집어삼킬 때에야 눈치챘다. 둘은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것도 서로 반쯤 녹아붙은 것처럼 아주 절절하고도 열렬하게. 도대체 어떻게, 어느 새에, 그리고 또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로버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매버릭의 뒷통수를 한 손으로 받치고 나머지 손으로 허리 아래 오목한 부분을 바짝 끌어당기는 루스터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로버트의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로버트가 어버버하는 사이 피닉스의 손이 착 올라와서 그의 눈을 가렸다. 피닉스가 낮게 명령했다.


"행맨. 퇴각한다."
"Ay ay, sir"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다시 대기실이었다. 쇼파에 앉아 다리를 까닥이고 있던 팬보이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려 아는 척을 했다. 그제야 로버트의 벌어진 입에서 말이랄 것이 나왔다.


"어어어, 어어어어 루스터가 어어어어 매버릭을...!!"
"진정해 막내."


모로 봐도 제대로 된 말은 아니었지만. 휴게공간 내에 비치된 쿠키를 챙겨 자리로 돌아오던 프리츠가 손에 들고있던 쿠키를 그대로 로버트의 입 속으로 밀어넣었다. 로버트는 입에 들어온 것을 반사적으로 씹으며 묵음으로 경악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만큼 놀란 기색을 띄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터질 게 터졌다는 표정이었다. 프리츠가 집어다 준 쿠키에 손을 뻗으며 팬보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


"키스?"


피닉스가 간식 테이블에서 견과류봉지를 꺼내며 역시 심드렁하게 답했다.


"엑스트라 프렌치."
"토나오네."


로버트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동료들의 표정을 살피다가 눈썹을 늘어뜨렸다. 아무래도 그간의 텐션에 성적인 함의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건 그 혼자뿐인 모양이었다. 로버트가 안정을 되찾은 것 같자 여전히 뒤에서 그의 허리를 붙들고 있던 행맨이 자연스럽게 팔을 풀고 제 전완에 우수수 떨어진 쿠키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로버트의 귓바퀴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행맨은 그를 놀리는 대신 그저 씨익 웃으며 물러날 뿐이었다. 로버트는 뜨거운 제 귓불을 문지르며 얼른 제 파트너의 옆으로 다가갔다. 프리츠가 능청맞게 피닉스를 놀리고 있었다.


"벌써 복좌기 한자리 단좌기 한자리가 차버렸네. 이러다가 블랙에이시스의 에이스께서 빈손으로 복귀하는거 아닌가몰라. 얼른 머리를 좀 굴려봐."
"굴려봤는데 말이지."


피닉스는 생각많은 얼굴로 땅콩을 으적으적 씹다가 그에게 다가오는 로버트를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점을 노려서 치사하게 구는 건 내 성미에 안맞아."


모양이 곱고 짙은 눈썹 아래 총명한 눈동자가 별 박힌 하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로버트가 눈을 깜빡거리며 시선을 맞췄다. 피닉스는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런 무식한 방법으로 이긴다고 후련할 것 같지도 않고."


피닉스는 로버트에게 견과류 봉지를 내밀었다. 로버트는 얼결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피닉스는 널찍하고 하얀 손바닥 위로 봉지를 기울여 땅콩을 덜어주며 미소지었다.


"그러니까, 파트너. 너만 괜찮다면 우리는 정석대로 가자. 안되면 뭐, 내 능력이 모자란 걸로 치고." 


단 한번도 제 페이스를 잃지 않은 피닉스의 여유로운 미소에 로버트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얼른 고개를 주억거렸다. 피닉스가 씩 웃으며 봉지를 통째로 제 입안에 털어넣었다. 두 파트너는 마주 웃으며 작전 회의를 위해 대기실을 나섰다.

그리고 호기롭게도 정면승부를 택한 피닉스-밥 페어는 다음 날 훈련의 승기를 잡았다. 기체를 볼트 하나까지 분석하여 모든 기동가능 루트와 사각지대를 계산해낸 밥과 그런 그의 지시에 따라 본인의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매버릭을 몰아붙인 피닉스의 승리였다. 블랙에이시스의 이그젬플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만큼 정석적인 승리기도 했다. 활주로는 축제분위기였다. 매버릭 역시 먼저 그들의 기체로 다가와 웃으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일부러 강하게 반격하시지 않은 것, 이미 알고 있습니다."


로버트가 침착하게 주먹을 마주대며 운을 띄우자 매버릭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건 센티넬끼리의 결투가 아닌 정규 도그파이트 훈련이지. 규칙을 지켜 상대를 패퇴해야하는. 자네들은 모든 규칙을 지키고 나를 잡았네. 기뻐해도 좋아."


그 말에 로버트의 양 뺨과 귓바퀴가 붉게 물들었다. 입술을 수줍게 삐죽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를 보며 피닉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취한 사람들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고래고래 군가를 부르며 탈의실을 향했고 힘찬 하이파이브를 뒤로하고 헤어졌다. 로버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공용샤워실의 문을 열었다. 탈의실 안에 갇혀있던 습한 공기가 빠져나가고 중앙에 우두커니 서있는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행맨이었다. 순간 강한 기시감이 들었다. 행맨은 처음보는 표정으로 가만히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그간의 장식같던 미소가 모조리 사라진 얼굴은 생소함과 더불어 어쩐지 섬찟함을 자아냈다. 아마 그의 연한 녹색 눈이 한밤중처럼 시꺼먼 동공에 잡아먹힌 상태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목을 좌우로 뚜둑 꺾으며 천천히 미소지었다.


"...편법을 쓰지않는 고지식함은 좋은데 말이야."
"행맨?"
"바로 그 이유때문에 평가점수에 가산점이 붙을거란 말이지. 성가시게시리."


행맨이 못마땅하게 중얼거렸다.


"다른 말로 하면 너랑 피닉스 페어는 이미 미션참여가 확정된 거나 다름 없다는 건데..."


로버트가 서서히 인상을 찌푸렸다. 행맨은 가식적으로 느껴질만큼 밝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음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집요하게 로버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폭풍의 눈처럼 고요하고 또 그만큼 위험해보이는 표정으로 행맨이 조용히 단언했다.


"걱정마. 너 혼자 절대 안보내니까."


그리고 행맨은 사라졌다. 소리도 전조도 없이, 아예 존재한 적도 없다는 듯이 그렇게. 다음날은 행맨의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로버트는 직전까지의 기쁨은 모조리 잊은 채 차오르는 불안감에 한동안 그 자리에 붙박힌듯 서있었다.

다음날 그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행맨은 매버릭을 잡는 데에 성공했다. 그것을 과연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행맨은 수 천 피트 상공에서 제 기체를 버렸다. 그리고 맨몸으로 매버릭의 기체를 찢어발겼다. 당황하는 와중에도 능력으로 응수하지 않은 것은 적선에나 다름없는 매버릭의 자비였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행맨은 찢어발긴 콕핏에서 매버릭을 끄집어내어 지상으로 이동했다. 둘 모두 급작스러운 중력변화에 대응하는 훈련을 마친 조종사이며 센티넬이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순간적인 기압변화에 몸이 크게 상했을지 몰랐다. 그가 모든 규칙을 무시하고 맨몸으로 임한 덕에 파일럿을 잃은 두 기체는 그대로 추락했다. 

활주로에는 정적이 흘렀다. 매버릭을 붙든 손을 들어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이는 행맨에게 미소를 돌려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진중한 얼굴로 입을 다문 매버릭의 하악에는 근육이 불거져있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혼도 준위의 다급한 요청에 앰뷸런스가 달려왔다. 매버릭은 고분고분 스트레처카 위에 앉아 산소호흡기를 턱 아래 받친 채 파라메딕의 질문에 답했다. 그런 매버릭을 바라보는 루스터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있었다. 피닉스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행맨을 노려보았다.

행맨은 그 모든 소요에도 아랑곳않고 고요하게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피닉스의 뒷편, 긴 팔을 뻗어 루스터의 어깨를 움켜쥔 채 혹시 모를 폭주에 대비하고 있는 앳된 얼굴. 이맛살을 찌푸린 로버트가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푸른 눈동자와 연한 올리브색의 홍채가 마주쳤다. 연녹색의 눈이 어울리지 않는 유순한 기색으로 사르르 접혔다. 행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모양으로 벙긋벙긋 말을 걸었다.


'바늘 가는 데 실 가야지.'


이번엔 로버트의 얼굴에서 색이 사라졌다. 로버트는 얇은 입술을 안으로 말아물며 양 미간에 힘을 주었다. 그의 흰 목줄기에 핏대가 섰다. 저기 통제를 벗어나는 존재가 있다. 혼란 속으로 로버트를 끌어들이는, 그리하여 로버트가 애써 잡아둔 균형을 무너뜨리는 존재가. 케케 묵은 공포가 스멀스멀 뒷목을 타고 기어올랐다. 

아.
안되겠다.

찬 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제이크 세러신은 감당하기에 너무 큰 리스크였다. 뒤를 맡길 수도 옆에 둘 수도 없는 불안요소. 로버트의 마음 속에 그제야 굳은 결심이 섰다.

제이크 세러신은 이 미션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제이크 세러신을 제외시켜야 한다.




-




그날밤 로버트는 행맨의 관사를 찾아갔다. 일찍이 검사를 마치고 퇴원한 제이크는 제 방에 혼자 남아있었다. 늘 젤을 발라 바짝 올리던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헝클어진채 내려와 이마를 덮고 있었고 핏이 딱 맞는 트레이닝복은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단단한 몸을 감쌌다. 로버트를 발견하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뜬 행맨이 곧 반갑게 입을 열었다.


"이게 누구야. 귀한 몸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몸소 와주시다니."


그리고 문을 활짝 열어 로버트를 들였다. 로버트는 아무 대답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보이는 것 만큼이나 자기관리에 철저한 편인지 그의 관사는 모델하우스에 비견될 정도로 깔끔했다. 행맨은 싱글벙글 웃으며 찬장에서 컵을 꺼내들고 말했다.


"먼저 날 찾는 건 처음 아닌가? 기념적이로군. 애석하게도 샴페인은 없는데, 카모마일? 아니면 얼그레이?"


로버트는 차분히 아랫입술을 축였다.


"차는 필요없어. 대화를... 하러 왔거든."
 

그 말에 제이크 세러신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그에게 식탁 의자를 권했다. 로버트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허, 제이크는 팔짱을 끼고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흔치 않은 심각한 얼굴에 잠시 생각하던 행맨이 입꼬리를 비틀며 물었다.


"나 지금 혼나는 건가? 규칙을 어겼다고?"


로버트는 답하지 않았다. 행맨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맞네. 그거네. 우리 FM 플로이드 대위님께서 화가 많이 나신 거지? 에이, 좋다 말았네. 나는 또 우리 대위님께서 이제야 중차대한 결심을 하신 줄 알았잖-."
"맞아. 결심했어."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에 말이 끊겼다. 제이크 세러신이 입을 벌리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로버트는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 그 표표한 얼굴을 바라보던 행맨이 제 귀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잠깐, 진심이야? 결심했다고?"
"그래."


로버트는 시선을 들어올려 제이크세러신을 올곧게 바라보았다. 제이크 세러신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하지만 로버트는 그가 중대한 착각을 입밖으로 내뱉기 전에 차갑게 말을 이었다.


"센티넬들이 왜 가이드를 존중하는지 알아?"


제이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화의 원주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무언의 답변에도 로버트는 고집스럽게 그를 쳐다보며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이크는 끼었던 팔짱을 풀며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가이딩이 환장하게 좋아서겠지."


로버트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전혀 즐거워보이지 않는 웃음이었다. 쟤가 저렇게도 웃던가? 묘한 이질감에 제이크가 아랫입술을 핥았다.


"아니. 아니야."
"......"
"센티넬의 생명이 달려있어서야." 


제이크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되물었다.


"지금 날 바보취급하는 거야? 갑자기 웬 기초강의야?" 


로버트는 대답없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침침한 주방조명 아래 로버트의 푸른 눈이 반짝 비쳐보였다. 눈을 거의 깜빡이지 않으며 로버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마치 야생동물을 포획하려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아주 지친 듯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너희 센티넬들은 그 말이 얼마나 중대한 말인지 잘 모르더라."
"......"
"생명이 달려있다는 건, 그 끝 역시 이쪽의 손에 달려있다는 건데 말이야."


현관 불빛이 뒤에서 비추는 탓에 그림자를 뒤집어 쓴 로버트의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건 그의 푸른 눈동자 뿐이었다. 밝은 홍채탓에 조리개의 움직임이 꼭 기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던 제이크가 미간을 좁혔다. 잠깐만, 눈동자가 보인다고?

이제 세 걸음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로버트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미리 사과할게. 난 널 미션에서 제외시키러 왔어. 넌 너무 방해가 되거든."


로버트의 눈은 어느샌가부터 평소의 대양같은 푸르른 색이 아닌 쨍하고 옅은 파랑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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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온 김에 제목을 좀 더 상세하게 바꿔봤음
2. 연재텀이 기니까 복습하기 쉽게 해시태그를 걸었음(색창 옆에 달아둠!)
3. 늦었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받아! 새해엔 더 자주올게! 예에..! ദ്ദി˙◡・)


행맨밥 파월풀먼 (아주약간의)루버릭 #행맨밥센티넬가이드  

2024.01.25 22: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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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잠깐만 와 잠만 와... 와... 센세야? 시발 이게 실화여?
[Code: ccfa]
2024.01.25 22: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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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잠깐만 나 지금 심장떨려 내 센세가 오시다니 경건한 마음으로 정독 갈긴다 ㅠㅠㅠㅠㅠㅠ
[Code: d82e]
2024.01.25 22:28
ㅇㅇ
선!!!!!생!!!!!!!!!!!!!님!!!!!!!!!!!!!!!!!!!!!!! 우리 선생님이 오셨네 하 일단 진정하고...
[Code: 3316]
2024.01.25 22: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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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센세는
세: 신이다

진짜 미쳤다 가이드 극혐하던 행맨이 밥한테 매칭하자고 열심히 들이댈 땐 ㅋㅋㅋㅋㅋ하면서 봤는데 그 행맨이 리스크라는 걸 밥이 깨닫는 데서는 전율이 돋았어 센세 일단 다시 읽고올게 사랑해
[Code: 0dc9]
2024.01.25 22: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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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장미칼수인센세ㅠㅠㅠㅠㅠ 여기서 끊고 나를 두고 가면 어떡해 밥은 행맨한테 뭘 하려는 건지 여기서 망부석이 되겠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dc9]
2024.01.25 2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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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센세 등장 ㅌㅌㅋㅌㅋㅌㅌ 미친 ㅌㅌㅋㅌㅌㅌ 아니 글 분위기 진짜 미쳤다 이렇게 끝내놓고 가시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ㅠㅠㅠ 너무 재밌어
[Code: 7f7f]
2024.01.25 23:00
ㅇㅇ
미친 내 센세가!!!!!!!!!!!!!!!!!
[Code: 7f99]
2024.01.26 00: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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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읽는디 전율이...... 개짜릿하다
[Code: 1329]
2024.01.26 0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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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막판에 로버트 멋있는데?
[Code: 437b]
2024.01.26 0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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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센세 천천히와도좋으니 나붕여기서기다리는거 잊지만말아조…ㅅ ㅏ랑 ㅎ ㅐ…
[Code: 8a6f]
2024.01.26 02: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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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Code: 9e11]
2024.01.26 07:12
ㅇㅇ
모바일
ㅁㅊ 내 센세? 센세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
[Code: a648]
2024.01.26 10:00
ㅇㅇ
하 행맨 까불다가(?) 밥 실체 드러나게 하넼ㅋㅋㅋㅋ 와 뭘까 진짜 센세 첫편 보고 상상했던 거랑 완전 다르게 흘러가서 너무 흥미진진해요
[Code: 1eb3]
2024.01.26 10:38
ㅇㅇ
와 진짜 너어어어어어무 좋아서 뭐라 말을 할수가 없다 입이 떡 벌어짐

이제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자기 통제를 잃는 것. 즉, 스스로가 통제불가능한 변인이 되어 타인을 휘말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뒤로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제 모든 것을 강박적으로 조절했다. 그리고 덕분에 강해졌다.

이런 밥앞에 나타난 자연재해같은, 변수덩어리, 제멋대로구는 안하무인 행맨이라니 개맛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우리 자주봐요 꼬옥!
[Code: 78ad]
2024.01.26 10:45
ㅇㅇ
행맨 밥찾으러 도서관까지 와서 애교섞인 목소리까지 내면서 친근하게 구는거 이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진짜 놀라겠다 그 개미친행맨이?ㅋㅋㅋㅋㅋ 밥 행맨이 제멋대로 구는거 짜증내하고 순순히 매칭해줄 생각이 없다고 하면서도 행맨 인상좋다고 생각하고 행맨이 하는말 귀담아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까지 머금고 있는거... 루스터랑 매버릭 사이의 성적 텐션을 밥 혼자만 눈치못챈거랑 이어지는거 같은데 아무래도ㅋㅋㅋㅋㅋ 행맨이 왜 자기한테 그렇게 매달리는지 자기는 왜 행맨의 작은 스킨십에 귀까지 빨개지는지 빨리 눈치채라!!!!
[Code: 78ad]
2024.01.26 10:47
ㅇㅇ
프리츠로부터 시작된 얼렁뚱땅 매버릭잡기 대소동에서도 피닉스-로버트 듀오는 정석대로 실력으로 해낸거 진짜 본인들답다 너무 좋다 박수쳤는데 그걸 보면서 밥이 미션에 나갈거같으니까 절대 혼자 안보내겠다고 위험해보이는 표정으로 경고하던 행맨...

행맨은 수 천 피트 상공에서 제 기체를 버렸다. 그리고 맨몸으로 매버릭의 기체를 찢어발겼다.

이거 진짜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스로 나는 절대 통제안되는 변인 그자체에요 라고 증명해버린꼴이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 결국에 행맨을 미션에서 제외시키기위해 직접 찾아온거 개짜릿하다 마지막짤까지 완벽해 내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8ad]
2024.01.26 19: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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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셨어ㅠㅠ
[Code: ba60]
2024.01.26 2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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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첫화보고 진짜 인상깊어서 계속 생각났었는데 다음편들 올라온 거 이제서야 봄 감격 ㅠㅠㅠ 너무 재밌어서 몇번씩 재탕중이야 센세 ㅠㅠ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넘 궁금하다
[Code: ed87]
2024.01.26 21: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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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내 센세 오심
[Code: fcbe]
2024.01.27 09: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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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 수작부리는 말에 자기도모르게 삐죽 웃는 로버트 왤케 귀엽냨ㅋ 그리고 루버릭 텐션 혼자 몰랐던 것도ㅋㅋㅋ 밥 이성적이고 냉철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순진하고 눈치없는거 너무 밥스러워서 좋음.. 행맨은 제멋대로에 수단방법 안가리는 스타일인데 밥한테는 그 수단이 수작질과 애교라니ㅋㅋㅋ 둘이 극과극인게 잘 보여서 좋아 나중에 어떻게 관계가 발전할지 기대됨. 서로가 서로에게 예외적인 존재가 될 것 같음. 마지막에 밥 뭐하려는 거지 너무 궁금하다ㅠㅠㅠ 통제불가능한 행맨을 처음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밥인걸까 뭘 할지 예상도 안 감.. 하 센세 존잼이예요
[Code: 0185]
2024.01.28 1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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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진짜 개미친놈ㅠㅠㅠㅠㅠ밥한테 무조건휘둘리는거보고싶다ㅠㅜㅜ으아ㅜㅜ
[Code: 41a7]
2024.02.11 19: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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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Code: 6286]
2024.03.02 23: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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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미친미친 너무 재밌다
[Code: 7cd2]
2024.03.10 20: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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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의 귀환을 기다림...
[Code: 3be6]
2024.03.19 05: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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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보고싶다....
[Code: 746a]
2024.03.21 00: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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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망부석이야..
[Code: b6fd]
2024.05.12 17: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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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기다릴게 기다릴게
[Code: 70cf]
2024.05.15 09: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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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7나더로 돌아오길 기다려
[Code: 1f24]
2024.05.16 0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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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적 대박재밋어 센세 기다릴게
[Code: 87dd]
2024.06.21 12: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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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로버트 무슨짓을 하려고 7나더 있어서 존나 다행이다 궁금해뒤질뻔했어요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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