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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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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자봉은 ‘그’ 임무에 성공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보는 이에 따라서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었고,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미약에 취한 위무선의 단단한 배 아래 깔린 사람은 계획대로 강염리가 아닌 생뚱맞게도 금자봉 자신이었으니까.

그게, 일이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다. 그저 전부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그래, 전부 한 순간이었다. 약에 동한 위무선이 끝내 참지 못하고 강염리를 넘어뜨린 순간, 짧은 비명이 새어나왔고, 그때……. 

어리석은, 멍청한 것. 그 대단한 위공자를 네 힘으로 어찌 이겨? 


허나 금자봉은 위무선을 순수 힘으로 절대 이기지 못하리라는 걸 충분히 잘 알면서도 기어이 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추악한 덫에 보란듯이 걸린 위공자의 뜨겁고 억센 손아귀에서 강낭자를 거의 뜯어내듯 가로챘고, 그녀를 정각 밖으로 힘차게 밀치며 부디 위공자를 막을 만한 사람을 어서 불러오시라 간곡히, 애타게 외쳤다.

그때 강낭자의 표정이란…….

전부 이놈의 지리멸렬한 자신의 마음 때문이었다. 십칠 년간 그 어떤 명에도 흔들리지 아니했던 놈이, 이제 와서 누구에게 무얼 뽐내겠다고 제멋대로 흔들리고 결정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쩌란 말이냐.

금자봉은 감히 제 손으로 그녀를 바칠 수 없었다.

과감히 말해, 이 항명은 소녀 금자봉의 고작 십칠 년 인생 중에서 가장 진실된 행동이었다.

“공자, 위공자. 제발 정신 차리세요, 제발!”

위무선 또한 눈앞의 이 시녀에게 그러겠노라 답하고 싶었다. 한데 몸과 마음이 어찌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잠시 피었던 춘심은 어느덧 살심이 되어서 이 작고 여린 소녀에게로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약의 기운을 거부할수록 그 반작용 또한 격렬했다. 

위무선은 이제 한 손으로 시녀의 목을 단단히 비틀어 쥐었다. 남은 한 손은 그가 간신히 물고 늘어져 막고 있었는데, 가감 없이 정말 물었다. 표현 그대로 자신의 팔을 앞니로 덥석 물고 늘어져 막고 있었다. 그 덕분에 금자봉은 다행히도 지옥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남은 숨을 빠듯하게 끌어모아 쉴 수 있었다.

“공, 자…… 안, 돼요…….”

시녀는 간절히 청했다. 당연 위무선도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있었으나,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유일하게도 그녀의 목을 부러뜨리는 것뿐이었다. 그는 이제 울기 시작했다. 일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치달았는지 알 수 없었다. 

고통스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금자봉은 돌연 숨 쉬는 데 쓰던 힘을 두 팔로 힘껏 밀어넣었다. 팔을 움직여서, 그깟 팔을 느릿하게 움직이고 또 움직여 금방이라도 제 목을 가뿐히 뚝 하고 부러뜨릴 듯 조여오는 위무선의 손을 그러쥐었다. 

“지지…… 말아요.”

그때 위무선은 깨달았다. 이 시녀의 ‘안 돼요’는 저를 살려달라 말하는 게 아니었다. 

“할 수, 있어요.”

시녀의 말이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잖아요.”

지금 이 순간 금자봉의 눈에 보이는 건 놀랍게도 두 사람이었다. 위무선, 그리고 가여운 제 동생 금자훈. 

위공자는 그저 사저에게, 혈육과도 다름없는 그의 존경하는 사저에게 잘 보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풍문이 도는 걸 잘 알면서도 사저의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고자 거리로 힘차게 나섰다. 왜냐하면 위공자는 강낭자를 사랑하니까. 누나가 동생을 아끼듯, 동생은 누나를 아꼈다. 두 사람은 그저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인데 이를 두고서 세간에서는 시끄럽게도 말이 많았다.

당연 금자봉은 그 풍문을 믿지 않았으나, 내일이면 모두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 했다. 

그러니 지금 이 고통은 마땅한 벌이요, 자신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 내 주는 구원이었다.

허나 금자봉의 환형술이 풀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금자봉은 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위무선에게 목이 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고작 한 손에. 소녀는 이렇게 약했다. 이렇게나 약한 몸이면서 숨 쉬던 힘을 쓸모 없게도 두 팔로 보내 써버렸으니 그 대가가 어찌 가벼울까. 

위무선은 제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잔을 들기 전 그 무엇 하나 수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밉고 멍청하여서 그 수치심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의 온 신경은 사저에게 쏠려 있었다.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저에게, 가족에게. 

“아선!”

그랬다, 아선. 사저는 자신을 기꺼이 아선이라고 불러주었다. 

……뭐라고, 아선?


위무선이 설마 하고 간절함에 힘겹게 고개를 돌렸을 때, 짙은 어둠이 그의 시야를 잡아먹듯이 가로막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무선은 누군가에게 대뜸 머리부터 덥석 잡힌 상태였고, 이 다음으로는 반항할 틈도 없이 그대로 강바닥 아래 내던져졌다. 

아까 금자봉이 강염리를 구출할 때 뜯어내듯 가로챘다고 표현했는데, 이 표현의 옳은 사용처는 사실 그때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었다. 강만음은 말 그대로 바닥에서 위무선을 뜯어냈다. 몇 달 굶주린 매의 발톱이 지상에서 먹잇감을 낚아채듯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마지막으로 혼절한 시녀를 품속에 고이 안는 것까지 전부 다 계산된 움직임 같았다.

환형술이 풀린 금자봉의 얼굴은 그렇게 숨겨졌다. 

“너 어떻게 아선을, 그렇게!”

“미약을 먹은 것 같다고 하셨었지요. 그렇다면 싫더라도 어차피 다 마셔야 할 물입니다. 마셔서 독을 빼내야지요.”

사실 강만음은 어젯밤부터 내내 깨어 있다가 이제 겨우 한 시진쯤 달게 자던 참이었기에 여전히 침의 차림이었다. 침의도 꿋꿋이 장포를 고집하는 강만음은 그 길이 덕분에 꼭 신선 같았다. 허나 두 눈은 서늘한 것도 모자라서 지나치게 차가웠다. 

“누님이 저보다 더 동생 같이 생각하시는 그 동생, 어서 안 건지실 겁니까? 실랑이 따위 할 시간 없으실 텐데요.”

“징아!”

“먼저 살펴 가십시오. 저는 이 애가 깨어나는 걸 기다렸다가 조용히 돌려 보내겠습니다, 염리 누님.”

그 모습에 강염리는 잠시 경악했다가 주변 사람을 불러 모으러 바삐 떠났다. 애석하게 제 힘만으로는 저 물속에서 아선을 건질 수 없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외침에 가장 먼저, 그와 동시에 유일하게 반응했던 이가 어쩐지 동생 같다기보다 귀한 남의 집 어르신처럼 느껴지는 이 친동생 하나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쩜 그렇게 아무 망설임 없이 아선을…… 품안의 그 애는 시녀고, 아선은 가족과 다름없는데!


긴장한 탓에 고왔던 안색이 어느새 새파랗게 질린 강염리는 목을 가다듬어 소리쳤다.

“게 누구 없느냐! 아선이 술에 취해서 물에 빠졌다!”

되었다, 구해준 것만으로 감지덕지지. 어찌 됐든 가장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인 거야. 그 애를 조용히 밖으로 보내겠노라 단언도 했고. 

스스로 몸을 던지면서까지 구해준 건 고마웠지만 불미스러운 일을 목격한 이상 부중에 남겨둘 수는 없었다, 결코. 

강대낭자는 마른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녀는 소주의 지위를 강만음에게 양보했지만 변함없이 이 강씨의 장녀이자 또 하나의 가지였다. 그래, 강염리는 아직 강씨 사람이었다. 누군가 겁없이 부중을 위협한다면 그녀 또한 기꺼이 나서서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 연화오는 다른 선부에 비해 비교적 널널한 규율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연등제인 오늘 하루 많은 인원이 선부를 비웠다. 이곳, 연화오는 늘 그랬다. 멀리 가는 이를 막지 않고 오는 이 또한 막지 않았다. 연화오는 항상 모두에게 열려 있었다.

한데 그 점을 이용해 누군가 흉수를 꾸몄을 줄이야. 

강염리의 진두지휘 아래 위무선의 몸이 물속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을 즈음, 금자봉은 가까스로 숨을 회복하고 눈을 느지막이 깜빡거렸다. 방금 전까지 위무선에게 목이 졸려 있던 상황이었으니 눈앞이 보이지 않는 건 당연지사였다. 물론 일시적일 뿐이었다. 

축제의 물기를 머금은 저녁 공기가 이제는 아무런 방해 없이 폐 속으로 온전히, 또 점차 빠르게 파고들어올수록 깜깜했던 눈앞이 서서히 선명해졌다.

다시 한 번 더 무거운 눈을 깜빡였을 때, 금자봉은 저를 끌어안은 상대의 체취가 어쩐지 반갑게 느껴져 잠시 몽롱한 기분이었다. 거기에다가 이 서늘한 품, 언뜻 보기엔 다정하지만 오래 안겨 있다가는 뼛속 깊이 시려올 이 서늘한 품. 

잠깐. 환형술이, 환형술이 풀려 있잖아?


금자봉은 저를 안고 있던 상대를 거세게 밀쳤다. 상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밀려났는데, 금자봉은 그제서야 그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고서 너무 놀라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일을 숨길 수 있다면 그에게만은 영원히 숨기고 싶었다. 본능적으로 그에게만은 숨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리멸렬한, 자신의 마음이 말이다. 

“강공…… 강공자.”

“겁이 없으시군요, 금낭자.”

금가 사람이 사고 현장에 남아 있으니 일의 상황은 묻지 않고도 어느 정도 이해했으리라. 거기에다가 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난릉 금씨의 직계 일족이 시녀 행세를 하면서까지 몰래 운몽 강씨의 선부에 쥐새끼처럼 숨어들었다. 임무를 실패한 것보다 더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금자봉은 바짝 긴장했다. 강공자께서 난릉 금씨에 이 일의 책임을 물었을 때 그 후폭풍은 결코 만만하지 않으리라. 

“되었습니다. 몸이 회복된 것 같으시면 떠나십시오.”

허나 강만음이 뱉은 말은 전연 예상 밖의 것이었다. 

“서쪽 경비가 지금쯤이면 제일 한산한 시간대이니 그리 가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공자의 가족을 해치려 했는데, 이대로 저를 놓아주셔도 정녕 괜찮으신 것입니까?” 

그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한 금자봉은 천지신명이 내려주신 기회에도 감히 따져들었다. 일말의 양심 때문이었다. 

“비단 낭자가 아니었어도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고, 처음 의도가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낭자께서 책임지고 막으셨지요.”

평생 돌 하나 떨어지지 않은 수면처럼 평온하게 말한 강만음은 금자봉의 앞에 곧추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간 계시며 소문을 들으셨을 텐데요. 그 위가 놈과 제 누님께서 최근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는 걸. 이런 사건이 벌어졌으니 안타깝지만 두 사람도 한동안 조용히 지내겠지요. 누님을 위해서 불가결한 과정입니다.”

그리 말하는 강만음의 눈에 무엇 하나 비추어 보이지 않았다. 가족의 정은 물론이었고,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아주 조금의 온기까지도. 너무나 검고 차가워 마치 그 누구도 감히 끝을 알 수 없는 공허를 허락 맡지 않고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말 몇 마디로 흡사 한 사람을 염려하듯 표현했지만 본심은 전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숨기려 들지도 않았다. 

“보다시피 저는 무엇보다 시끄러운 걸 싫어합니다. 어느 것이든.”

이 이상 대화가 원만히 이어지기란 불가능했다. 강만음은 이제 눈빛으로 그녀에게 축객령을 선포했다. 

달빛처럼 흰 침의를 입은 강공자는 꼭 신선 같았다. 극에 도달하여 모든 정을 잊은 신선님. 

얼굴에 재차 환형술을 건 금자봉은 무릎까지 접어 고개를 숙여 강만음에게 예를 표했다. 이마에 바닥이 닿았다. 

“알겠습니다. 난릉 금씨의 선자 금자봉, 강공자께서 베풀어주신 이 은혜는 잊지 않고 훗날 갚겠습니다. 제 독단으로 일으킨 이 어리석은 짓을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

강만음은 짧게 꾸벅여서 그녀의 예를 받아주었고, 그러자 곧 금자봉은 몸을 날쌔게 움직여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방금 전까지 목이 졸려 있던 사람답지 않게 날쌘 움직임이었다. 영영 잡히지 않을 사막의 신기루처럼.

강만음이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요왕 망월의 붉은 보석이 세상 밖으로 빛을 보였다. 그는 본래 붉은 눈이었다.

그래, 멀리 멀리 떠나거라. 네 목숨이 안전한 곳으로. 


방금 목을 딴 송아지의 가장 처음 흘린 피처럼 벌건 요왕 망월의 두 눈이 문득 바닥에 엎어진 술상에 그대로 박혔다. 

전부 하나하나 허니의 요리 솜씨였다. 요성에서도 본 적 있었던 솜씨인지라 유달리 감회가 새로웠다. 근 이틀 동안 제 앞으로 올린 접시들은 원래라면 시시하여 먹지 않았을 단순히 삶거나 끓인 요리들뿐이었으니. 허니의 본래 솜씨는 지금 술상 차림에 더 가까웠다. 망월은 드높은 창천의 용이었기에 식욕 자체가 없었으므로 허니는 이에 자극적인 향미들로 저를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망월은 바닥에 흩어진 안줏거리를 개의치 않고 기꺼이 몇 점 주워 먹었다. 고소하고, 또 매콤하기도 한 게 여전히 그대로였다. 

망월은 그날 이후로 울지 않는다. 한데, 지금이라면 울 것 같았다.

그 애가 여전히 이렇게 살아 있어서. 

조만간 피를 모으러 다시 나가야겠다. 

 
***

 
금광선은 크게 분노했다. 값비싼 약을 준 것도 모자라 임무에 실패했으니 그 분노는 얼마나 컸을까. 금자봉은 아예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질 뻔하였으나, 보이는 상처를 입히는 건 곧 가문의 이름과 명예에 직결됐기에 수많은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지경까지 다다르지는 아니하였다. 

수많은 불행 중 다행으로, 이 모진 처벌은 오로지 금자봉만이 달게 받았다. 이미 오래전 금자봉 스스로 자처한 선택이었다. 

아훈 그 녀석이 이 고통을 어찌 버틴단 말인가, 어찌. 

금실로 수놓은 모란이 번쩍거리는 금성설랑포 아래, 채찍을 백 대 가까이 후려 맞은 금자봉은 극히 소수만 아는 밀실에 벌써 이레가 넘게 하옥되었다. 오늘로 엿새. 휘황찬란한 비단옷 밑에 말도 못할 무섭고 가혹한 상처들이 가득하다는 건 부중에서도 비밀이었다. 전대 종주의 딸이 이렇게 대우받고 있다는 걸 과연 누가 믿으랴. 

“자봉, 식사해.”

허나 금광요만은 알았다. 그와는 여러 면에서 서로 동병상련의 처지였기에.

창살 틈으로 죽 그릇을 넘겨받은 특수 죄인 금자봉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고마워, 저기…….”

“자훈은 무사히 잘 지내. 아버지께서 그간 별 말씀 없으신 걸로 보아하니 네 처분도 아마 곧 끝날 거야.”

“그렇구나. 광요 네가 중간에서 고생이 많았네.”

짧은 이레 동안 몰라보게 수척해진 금자봉은 이제 묽은 흰 죽을 삼키는 것도 고돼 보였다. 두꺼운 창살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금광요는 태연하게도 식사 자리를 함께 하였다. 감옥 바닥에 냄새가 얼마나 나든 크게 상관없었다. 이건 지난 몇 년 두 사람의 암묵적인 옥중 배려였다. 

“네가 한 일이 효과가 있기는 했나 봐. 강낭자와의 서신 교류가 재개되었어. 금자헌 그게, 하루종일 입이 귀에 걸린 듯 웃고 다니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더라.”

그때 금자봉의 숟가락이 허공에 걸린 듯 멈췄다. 

“그 일이 효과가 있었어?”

“그래서 좀 전에 처벌이 곧 끝날 거라고 말했던 거야. 아버지께서 네 공로를 이제 아시겠대.”

금자봉은 마치 넋을 놓은 듯 금광요를 바라보았다. 공을 인정받은 게 기뻐서? 감히 그럴 리가, 그럴 수가. 

“됐고, 고기 반찬 같은 것도 좀 들지 그래. 너무 수척해.”

금광요는 아무렇지 않게 금자봉의 숟가락 위에 고기 반찬을 한 점 두껍게 올려주었다. 허나 금자봉은 그 반찬을 그대로 삼킬 수 없었다. 결국 금광요가 창살 너머 손을 뻗어서 벌려진 입에 숟가락을 꾹 물려주었다. 

“정신 차리고. 그 인연으로 바로 다음주 운몽 강씨에서 귀빈들이 방문하기로 약조하셨어. 그때 혼담도 오고가겠지. 너와 내 섬세한 솜씨가 필요한 자리야.” 

철가시 같은 한 숟가락을 겨우 꿀꺽 삼킨 금자봉은 더더욱 안색이 나빠졌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고 있던 금광요는 심중의 일을 어느 정도쯤 파악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에게 캐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원래 많은 일을 묻지 않았다. 서로 필요한 것만 나누고, 또 공유했다. 

다만 후회는 조금 들었다. 

귀찮을 줄 알고 핑계를 대 회피했는데, 내가 대신 갈 걸 잘못했어. 이렇게까지 마음 쓰는 건 처음 보는군. 


금광요는 텅 빈 숟가락에 다시 한 번 더 고기 반찬을 올려주었다. 

“싫어도 삼켜.”

“……안 들어가도?”

“네 동생에게 이런 몰골을 보여줄 수는 없잖아, 자봉.”

동생의 일에 금자봉은 그제서야 입을 크게 벌렸다.

 
***
 

좀 늦었지만 해피 할로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