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62798022
view 1988
2023.09.06 23:40
태섭대만으로 기억상실 보고싶다
호열대만으로 짝사랑 동지끼리 붙어먹는거 보고싶다 
호열대만으로 짝사랑 동지끼리 붙어먹는거 보고싶다 2

약 태섭대만



오랜만에 만난 강백호는 여전했음. 바보지만 유쾌하고, 항상 사람의 이목을 끄는 사람. 그리고 양호열이 좋아하는 사람. 떠들썩한 술자리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은 건 강백호의 충격 발언때문이었음. 나 소연이랑 결혼할 것 같아. 강백호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음. 강백호가 결혼? 얘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나? 정대만은 조용히 세월의 흐름을 계산해보다가 아아... 벌써 졸업한지 십년도 넘었구나 하고 납득할 뿐이었음. 정대만은 자연스럽게 양호열이 떠올랐지만 애써 모른척 강백호에게 축하를 건넸음. 보나마나 양호열도 강백호에게 그렇게 행동할 것 같아서. 대만군은 여친 없어? 강백호의 악의 없는 순수한 질문이 돌아왔음.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대만은 여자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음. 아니, 누군가를 사랑해본적이 송태섭 외에는 없었음. 정대만이 쓰게 웃자 강백호는 대만군,내가 소개팅 시켜줄게! 하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쳤음. 됐다, 임마. 아직은 그럴 때 아냐. 정대만은 술잔에 술을 털어놓고 강백호의 제안을 거절했음. 술이 들어가니까 저절로 시선이 송태섭 쪽으로 향했음. 저가 꼴보기 싫어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대만이 도착했을 때부터 송태섭은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음. 비록 이쪽으로 시선을 두지도, 말을 걸어오지도 않았지만. 내 잘못이지. 정대만은 다시 술을 한가득 털어넣었음. 왜 그때 쓸데없는 소릴 해가지고. 송태섭에게 맞은 건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음. 괜스레 얼굴에 남은 흉터가 따끔거리는 착각이 들었음. 이미 아픔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데도. 이대로 송태섭과 더는 말할 기회가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만나지도 않게 될까. 그럼 조금씩 이 마음이 사그라지려나. 남몰래 그런 기대를 품으면서 남은 술을 모조리 목구멍에 들이부었음.

...얼굴 많이 아파요? 정대만은 쭈그려 앉아있다가 머리꼭지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치켜 들었음. 제 앞에 송태섭이 약간 겸연쩍은 얼굴로 서있었음. 줄곧 한나와 붙어있던 송태섭이 왜 여기에 있고, 왜 저에게 말을 시키고 있는지 잠시 현실감각이 없었음. 정대만은 멍하니 고개만 들고 송태섭을 올려다봤음. 어.... 하는 멍청한 대답한 정대만이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음. 그걸 진짜 아프다는 말로 알아들었는지 송태섭은 얼굴을 가까이서 보려고 저도 바닥에 쭈그려앉았음. 진짜네... 흉터 남았네요. 송태섭이 얼굴에 손을 덴 것도 아닌데 정대만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음. 애도 아니고 얼굴 때린 건 저도 좀 심했어요. 사과할게요. 정대만은 말 없이 송태섭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음. 이 흉터가 약을 바르면 충분히 나을 수 있던 걸 방치한 결과라는 걸 송태섭이 알 리 없었음. 하지만 정대만은 꼭 그걸 들킨 것만 같아서 부끄러웠음. 내가 맞을 짓을 했잖냐. 그리고 난 잘생겨서 이 정도 흉터는 아무 티도 안 나. 정대만은 아무렇지 않은 척 씨익 웃었음. 근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그냥 바람 좀 쐬려고...넌? 나도 바람 좀 쐬려고요. 그러냐. 어색한 대화가 간간이 이어졌음. 너 한나 내버려두고 이러고 있어도 되냐? 그러다 누가 채가면 어쩌려고. 정대만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툭 치자 송태섭도 마주 웃었음. 그럼 들어가볼게요. 누가 채가기 전에. 형도 바람 빨리 쐬고 들어와요. 송태섭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갔음. 정대만은 다시 혼자 남아 아까 송태섭이 바라보았던 흉터를 쓰다듬었음. 다정한 놈. 정대만이 푸념하듯 중얼거렸음. 저 좋다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귀찮은 놈 하나 떼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넌 정말, 바보가 맞는 것 같다. 정대만은 킥킥대며 얼굴을 다리에 묻었음. 앞으로 십년이 더 흘러도 그때도 자신이 송태섭을 좋아하고 있을 것만 같아서 좀 울쩍해졌음.

강백호의 결혼식은 거의 북산고 동창회였음. 결혼식 당일이 되어서도 여전히 천둥벌거숭이같은 강백호가 결혼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곧 부부가 될 한쌍의 커플은 아주 아름다웠음. 강백호 옆에는 언제나 그렇듯 양호열이 있었음. 누구보다 기쁘게 웃는 얼굴로 친구라는 이름표를 달고서 그 자리를 지켰음. 정대만은 눈짓으로 양호열에게 인사했음. 늘 만나오던 러브호텔이 아니라 화려한 결혼식장에서 만난 탓에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음. 그래서 짧은 눈인사를 끝으로 아무런 말을 나누진 않았음.

양호열은 피로연이 끝날 때까지 남아있었음. 끝까지 웃는 얼굴로 강백호의 곁에 딱 붙어서. 평소 보여주던 거짓웃음이 아니라 해사한 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고 있었음. 너는 지금 어떤 심경으로 웃고 있는 거야? 정대만은 속으로 물으면서, 이 결혼식이 만약 이한나와 송태섭의 결혼식이었다면 멀쩡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지를 상상했음. 난 저렇게 웃지 못할 거야, 아마. 과연 결혼식에 참석할 수는 있을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욱씬거렸음. 양호열은 무너져내릴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친구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겠지.

정대만은 멀어지는 양호열을 뛰어가 붙잡았음. 양호열이 마치 미래의 제 모습 같아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음. 양호열은 평소 답지 않게 말이 많았음. 울려나. 정대만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양호열은 끝까지 울지 않았음. 울지 않으려고 일부러 말을 많이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렇게 떠드는 양호열은 처음이었음.

대만군. 백호가 결혼했어요. 응. 난 거기 초대돼서 백호 가장 가까운 곁에 있었고... 응. 백호가 행복해진다는 게 너무 기뻐서 일단 웃고 있었는데... 응. 실은 걔가 좀 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응. 조금만 덜 행복하고 내 옆에 있어주면 좋을텐데... 응. 나 못 됐죠? 예전에는 그냥 친구라는 이름으로 걔 가까이에 있기만 해도 좋았는데... 아냐, 너 하나도 안 못 됐어. 좋아하는데 당연한 거 아냐? 대만군은 은근히 다정하네요. 어...내..내가? 당신을 좋아했으면 좋았을텐데. 양호열이 쓴웃음을 지었음. 나도....널 좋아했으면 좋았을 텐데. 긴 침묵이 이어졌음. 침묵을 깬 건 정대만 쪽이었음. ...할래? 오늘은 좀 거칠게 할지도 모르는데...괜찮아요? 응, 괜찮아. 정대만은 양호열이 저를 안는 동안만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갈 곳 없는 울분을 제 몸에 토해내는 양호열을 받아내며 정대만은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음. 양호열이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이대로 눈을 돌리면 안 될 것 같았음. 정대만은 연신 눈을 껌뻑거리며 양호열을 쳐다보았음. 언제나 관계가 끝나면 떠나기 바빴던 양호열이 웬 일로 길게 머물렀음. 답지 않게 입술을 달싹이면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정대만은 양호열이 말을 할때까지 가만히 기다렸음. 대만군, 갑작스럽겠지만... 양호열이 입을 다물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바짝 몸이 긴장됐음. 정대만이 침을 꼴깍 삼키는 사이, 양호열은 결심한 듯 정대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음. 대만군, 나랑 사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