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52744688
view 2408
2023.07.10 14:21
https://hygall.com/552105630
안봐도 되는 전편
https://hygall.com/552140974
안봐도 되는 전편22
https://hygall.com/552152000
안봐도 되는 전편333
https://hygall.com/552731656
안봐도 되는 전편4444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호열이가 목격한건 엉망이 된 방 꼬라지와...
눈물을 퐁퐁 흘리며 막 물에 개놓은 시멘트 통에 몸을 반쯤 넣고 있는 대만군의 모습이었다.


n시간전



"저기저기 저건 뭐야?

마침 스파이에게 시멘트를 발라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히려던 참에 불청객이 등장했다.
한참 호기심이 왕성한 인어는 조직원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알고 싶어했고 보스는 그냥 놔두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슥삭하는걸 보여줬다간 경을 칠 것이 뻔했다. 

"시멘트입니다. 건물 지을때 쓰는 재료죠"

"그런데 그걸 왜 사람한테 발라?"

이 인어 평소엔 눈치 젬병인데 이럴때만 눈썰미가 좋다.
생존본능 같은건가? 그런데 이럴땐 눈치가 없어야 생존에 유리한거 아닌가? 아무튼...
아직 우리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 인어에게 자세히 알려준 적은 없다. 그냥 사람들은 일을 하니까 보스가 바쁘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건... "

"튀김옷같은겁니다!"

"튀김옷?"

동료는 지금 이 상황을 인어의 수준에 맞춰 설명하기로 마음먹은듯하다.
아주 적절하네!

"사모님이 잘못하시면 보스가 사모님을 어떻게 할까요?"

"튀겨버린다고 했어 ㄷㄷ"

"대충 그 비슷한거에요 인간들은 잘못한 사람들에게 시멘트를 바르거든요"

물론 부하들은 알지 못했다. 
인어가 종종 얘기하는 튀김은 보스가 그냥 겁을 주는 용도로 귀엽게 사용하는 비유적인 단어가 아니라 진짜로 튀겨서 먹는다는 뜻이 내포된 단어였다는걸...

"물론 사모님은 이제 보스랑 결혼하셨으니까 잘못했다고 해서 튀김옷을 바르진 않을거에요"

"그렇구나..."

그리고 정대만은 그걸 이제 자신이 잘못하면 튀김옷을 입히는 대신 시멘트를 바를거라고 이해해버린것이다. 그리고...

'이제 결혼했으니까 내가 맛이 없어보였나? 먹지 않고 바다에 버린다고 하는걸보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해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방에 온 정대만은 자신이 저지른 중대한 실수를 눈치채게 된다.
분명... 에어컨을 꺼두고 나가라고 했는데... 전기세가 많이 나오면 대마초인지 뭔지 재배한다고 의심받아서 조사 나온댔다고...
정대만은 허둥지둥 에어컨 리모콘을 찾다가 지느러미로 무언가를 툭 치게 되었고... 
대만이를 위해 호열이가 사다준 예쁜 꽃이 담긴 꽃병이 넘어져서 박살이 났다.
깜짝 놀란 대만이가 수습을 해보려고했지만 깨진 유리 조각에 지느러미가 길게 긁혀서 어느새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색이 밝은 호열이 침대랑 매트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천천히 방 안을 돌아보자 머릿속에 떠오르는건 인어 최후의 날이었다.

"어떡해! 호열이가 알면 엄청나게 혼날거야!"

어떡하지 어떡하지...
문득 인간들은 잘못하면 시멘트를 발라서 바다에 버린다는 말이 떠올랐다.
기름에 튀겨지면 죽겠지만 정대만은 인어니까 바다에 버려진다고 죽진 않을것이다

"좋아 일단 시멘트를 바르자"

아까 그 자리에 다시 가보니 모두들 온데간데 없었다. 남은건 물에 개다 남은 시멘트통뿐...
낑낑대며 방에 가져다 놓고 지느러미부터 퐁당 담그기 시작했다

"으으... 기분이 이상해..."

그렇게 시멘트가 점점 굳으면서 지느러미가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덜컥 겁이 난 정대만은 눈물을 퐁퐁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만군 누가 대만군한테 이런짓을 했어요"

"호열아..."

저렇게 무시무시한 표정을 한 호열이는 처음 봤다.
역시 먼저 시멘트를 바르길 잘한것같다. 아니었으면 오늘에야말로 튀겨졌을지도ㅠ

"내가... 내가 잘못해서..."

"대만군이 잘못하면 얼마나 잘못한다고 이런 짓을 해요 일단 꺼내줄게요"

굳기 직전의 시멘트통에서 겨우 인어를 꺼내자 엉망으로 구겨진채 회색으로 굳어가는 지느러미가 보였다.
호열이가 도구를 가져와서 살살 긁어내자 조금씩 시멘트가 떨어져나왔는데...
심지어 지느러미에 상처까지 났었는지 굳은 핏덩이들도 같이 떨어지는것이 아닌가! 호열이는 극대노했다

"그래서... 대만군을 누가 여기에 집어넣었어요? 화 안낼게요^^"

"응? 내가 들어갔는데?"

"........네?"

"인간들은 잘못하면 시멘트를 바른댔어"

"대만군한테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이 대체 누군가요?"

그날 인어의 눈높이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했던 사람은 인어의 이해력을 너무 고평가한 탓에 하마터면 죽을뻔했고...
다음부터 저 인어는 물가에 내놓은 갓난아기와도 같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단단히 입력해두었다




"그런데 대만군"

"응?"

"대만군은 바다에 빠져도 안죽잖아요?"

"그...그게...;;;;;"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라? 싶은 부분이 있었고 돌직구로 물어보니 역시나였다.
눈알을 굴리는 모습을 보니 이 인어 분명 다 알고서 저지른 짓이 분명했다.
튀김이 되기 싫어서 제딴에는 머리를 굴린 모양이었지만 결국은 호열이 손바닥 안이었다.

"괜찮아요 봐줄게요. 대만군이 그런거잖아요."

"정말?ㅠㅠ"

나 오늘은 정말로 튀김이 되겠구나...
아직 못먹어본 음식들과 다 못본 농구 비디오들아 안녕ㅜㅜ 하는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던 인어가 고개를 든다.

"이리 와서 약발라요 지느러미 많이 아팠죠?"

"괜찮아 이정도는 금방 나을거야!"

지느러미에 기름 한방울 튀었다고 대성통곡한 주제에 정작 지느러미에 크게 난 상처는 별거 아니라고 한다.
양호열은 슬슬 이 깜찍한 인어의 머릿속을 알것같았다. 
약을 발라주고 토닥여주니 어느새 새근새근 잠들었는데 자면서도 낑낑대는 폼을 보니 역시 지느러미가 많이 아픈가보다.
그나저나 이제 저 인어가 겁을 상실한줄 알았는데 아직도 양호열에게 혼날까봐 전전긍긍하는걸보니 애를 너무 잡은건가 싶어져서 기분이 짠해진다
앞으로는 좀 덜 혼내야지





그렇게...원래도 공주대접을 받았지만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공주대접을 받을 예정인 대만군임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