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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5 17:42
보고싶다






ㄴㅈㅈㅇ








“또 시작이군.”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는 가르시아를 보며 로시가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여러분, 사건이에요!”

위치는 인디애나였다.

“피해자가 벌써 8명이라고?”
“남자 넷, 여자 넷이네요. 서로 연관점이 있어요?”
“같이 발견된 사람들끼리는 있지. 연인이거나 부부야.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총 4건의 사건인 거지.”
“나이 차가 꽤 있어보이는데?”
“맞아요. 대략 10살 정도 차이 나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관계에 증오심이 있는 걸까요? 칼을 주로 쓴 것 같은데 상처가 깊고 다양한 곳에 났어요.”
“공격적이군.”
“그런데 상흔 모양이 달라요. 남자의 팔에 난 거랑 여자의 팔에 난 것 좀 보세요. 한 명은 왼손으로 찔렀고 다른 사람은 오른손으로 찔렀어요.”
“범인이 두 명인가?”
“오른손으로 찌른 건 얕아요. 체격 차가 나는 둘이에요.”
“남자와 여자인가?”
“상처가 얕고 길어요. 아래로 갈수록 더 얕아지죠. 한 명이 여자가 맞다면 범행에 약간의 불신이 있는 거에요.”
“끌고 가는 쪽이 남자라는 뜻이군.”
“그럼 왜 나이 차가 나는 커플을 죽일까요?”
“그런 커플을 좋아하지 않나봐.”
“여자가 많이 어리고 남자의 수입이 평균 이상인 경우에는 돈을 보고 접근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여자한테 우위가 있지.”
“예외도 있어!”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야, 베이비 걸?”

모건이 씩 웃었다.

“아니! 허니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거든. 프로파일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이야.”

허니가 눈을 굴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에 모건이 말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남자 언썹은 지배적인 성향일 수 있어요. 모든 걸 통제하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로맨틱 관계에서 순종적인 남자들에게 분노를 느끼는 거에요.”
“그러면 여자 언썹이랑 같이 다니는 게 설명이 안 되잖아.”
“여자한테 명령하는 것일 수도 있지. 그래서 확신이 없어보이는 거야. 그러면서 우월감을 충족시키는 거고.”
“남자는 과거에 비슷한 관계가 있었을 거에요.”
“커플 외에 피해자들 간의 접점은 없나?”
“네, 보이는 걸로는 없어요. 직업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죠.”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다 남자 명의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집은 전부 넓었고 평균보다 높은 가격일 것 같았다.
“나머지는 가면서 더 얘기해보지. Wheel's up in 30.”

허니가 전용기 계단을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딘 걸 뒤에 걸어오던 하치가 손을 붙잡았다.

“조심.”

스르륵 빠져나가는 손과 머리 위에서 울리는 나직한 목소리에 허니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거실 주변 좀 보세요. 엉망진창인데 주로 있는 것들이 음식 상자에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집을 어지를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데? 대부분 사무직이잖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인데.”
“나머지 가구는 다 그대로야.”
“피해자들이 중산층에서 부유층으로 보여요. 강도 사건으로 위장할 생각이었을까요?”
“그런데 음식만 털어 가? 이상한데.”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요? 집들 사이에 생각보다 거리가 있는 걸 보면 차만 타고 이동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지도 몰라요.”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 차다?”
“Mmhmm. 아까 남자가 과거에 그런 관계가 있었을 거라고 했었지? 그럼 남자는 원래 살 만한 사람이었다가 여자를 잘못 만나서 무너졌을 수도 있어. 그게 트리거가 된 거야.”
“일리 있네요.”
“스토킹하는 것 같아요. 둘 다 집에 있는 시간을 골라서 공격하는 거죠.”
“가르시아, 현장 주변에 자주 보이는 차가 있었는지 찾아봐.”
“마법처럼 진행할게요!”
“베이비걸, 급식소 같은 노숙자 지원 센터에 이름이 등록되어있는 사람들도 찾아봐줘.”
“금방 될 거야, 자기.”
“오랜 시간동안 고통스럽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음식을 꺼내 먹었는지도 몰라. 어질러놓은 건 분노를 참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피해자들이 사는 환경과 관계 둘 모두에 분노를 느낀 모양이야.”
“자주 돌아다닌 차는 피해자들의 차와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 차 뿐이에요. 특별히 외관이 더러운 차도 없고요.”
“고맙네, 가르시아.”
“그럼 집 근처에는 차를 안 타고 다녔을 수도 있어요.”
“노숙자 목록은 보내드릴게요!”


프로파일은 비교적 금방 완성되었다. 나이 차가 많다는 것만 공통적일 뿐, 관계 상의 문제와 환경적인 문제가 피해자들과 극명하게 다른 커플. 남자는 평균보다 큰 체격이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 문제는 거주지가 일정치 않다면 언썹들을 어떻게 잡는지였다.

“다음 타겟을 예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어디에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유인해야지.”

로시가 에밀리의 말에 평이하게 대꾸했다.

“유인이요? 어떻게요?”
“언더커버. 타겟이 될 만하게 위장하는 거지. 지금은 냉각기니까 빨리 준비하면 충분히 유인할 수 있어.”
“그러니까...커플을 만들자고요?”
“그걸 누가 하는데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야 하잖아요. 남자가 연상, 여자가 연하.”
“일단 막내랑,”
“저요?”

리드가 모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짜 막내 말고 진짜 막내.”

허니는 씩 웃는 모건을 놀란 눈으로 돌아봤다.

“저요?”
“응. 너랑—”
“하치?”

허니의 시선이 이번엔 하치에게 꽂혔다. 파일에서 눈을 든 하치가 허니와 눈을 마주쳤다.

“너랑 하치 나이 차이가 제일 이상적인데.”

하치와 커플인 척 결혼식에 간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허니는 그때만 생각하면 뺨이 불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한 번 더 커플 연기를 한다니. 그것도 언더커버로.

“하치 어떠세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허니 자네는?”

그래도 언썹을 잡긴 해야했다. 허니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잡아넣어야죠.”

노트북 화면 속의 가르시아는 그 대화를 듣고 잔뜩 신난 표정이었다. 허니는 눈을 굴렸지만 하치는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가르시아, 피해자들 카드 내역 추적해서 자주 갔던 곳이 어딘지 알려줘. 빌릴 만한 빈 집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이왕이면 넓고 깔끔한 곳으로 부탁해.”

그리고 허니에게 손짓을 했다.

“괜찮겠어? 솔직히 말해도 돼.”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걱정이 담긴 눈빛이 허니를 향했다.

“괜찮아요, 하치.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잖아요.”

하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끝내자구요.”

냉각기는 평균 3주였다. 그 기간을 타겟을 설정하고 감시하는 데에 쓰는 모양이었고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은 불과 사흘 전이었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타겟을 이미 설정한 게 아니라면.

“피해자들 집 사이의 거리를 봤을 때 다음에 이동할 곳은 대략 이 정도에요.”

리드가 보드에 핀을 꽂았다.

“그 지점에서 반경 1km 내에 빈 집이 있는지 살펴봐 줘.”

집을 임대하는 것부터 상부의 승인까지 빠르게 처리되었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인원만 남고 나머지는 콴티코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냉각기가 일정하지 않아서 얼마나 걸릴지 몰라. 인원 손실을 감수할 수는 없으니까. 나머지는 관할 경찰서의 도움을 받겠네.”
“네, 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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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냥 살아도 되겠어요.”

허니가 넓은 집 안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크기가 마음에 드나?”
“누군들 안 좋아하겠어요?”
“그렇겠지. 준비 됐나?”
“무슨 준비요?”
“언썹 유인할 준비.”

하치가 손을 내밀었고 허니가 그걸 잡았다. 나이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라는 로시의 주장 하에 하치는 여전히 정장 차림이었고 허니는 후드티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피해자들 모두 월마트에 몇 번 갔던 기록이 있어서 둘은 그곳을 첫 장소로 잡았다.

“내가 챙길게.”

하치의 손이 카트 손잡이를 잡는 허니의 손을 가볍게 뒤로 물렸다. 그래도 하치의 옆에 바짝 붙어서 걷게 된 허니가 주변을 둘러봤다.

“둘이 귀엽네.”

어딘가에 있는 모건이 중얼거렸다.

“모건!”
“좋은 시간 보내.”

허니는 선배의 장난기 어린 말을 의연하게 무시하고 하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에서 사는 거 예산으로 커버돼요?”
“모르겠네. 엄밀히 따지면 언더커버에 필요한 거긴한데—”
“먹고 싶은 거 골라도 우기기만 하면 되는 거에요?”
“그럴지도. 골라봐.”
“제가요?”
“그래.”
“만약에 예산으로 커버 안 되면요?”
“내가 사는 걸로 하지.”

하치의 손이 카트에서 떨어져서 허니의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뺨에 패이는 보조개에 허니의 심장은 제 박자를 잃었다.

“다 골라봐.”

언썹이 어디에서 보고 있을지 모르니까 자연스럽게 애정을 표현하려는 노력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몸은 자꾸 과민 반응했다.
허니가 바쁘게 움직이면서 카트를 채우는 걸 하치는 카트에 몸을 기댄 채로 지켜봤다. 평소에는 엄두를 못 내는 것들인지 이거 사도 돼요? 물어보는 눈빛이 꼭 위장 커플이 아니라도 귀여웠다. 리드와 고작 몇 개월 차이밖에 안 나지만 확실히 막내가 맞긴 한 모양이다.

“3주 치고는 좀 많은데, 꼬맹이.”

도대체 어디에서 지켜보는 건지 또 다시 들리는 모건의 목소리에 허니가 눈을 굴렸다.

“남으면 다 뿌릴게요.”
“모건, 먹고 싶다는데 놔둬.”

하치가 나직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네.”

“어...이것까지 해야 돼요?”

하치가 몸을 기울여 허니의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그러느라 가까이 다가온 얼굴 덕에 허니가 고개를 돌렸을 때 또 한 번 입술이 닿았다. 이번엔 그때처럼 가볍게 닿고 물러나는 게 아니라 하치의 입술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그 차이는 허니가 그때의 갑작스러운 키스를 몇 달째 머릿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해보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야.”
“키 차이 때문에 그런 가봐요.”
“익숙해져야지. 자주 해야될텐데.”
“네....?”
“원하지 않을 때는 뭐든지 거절해도 돼.”
“네...”

차가 빨간 불 앞에서 멈춰섰다.

“하치, 그, 일은 어떡해요?”
“무슨 일?”
“직장이요.”
“그런 집에 살면서 출근도 안 하고 계속 붙어있으면 증오를 더 빠르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레이더망에 잡힐 확률도 높고.”
“말이 되네요.”
“이번 기회에 좀 쉬려고.”
“어...네, 팀장님은 좀 쉬셔야 돼요.”

허니가 눈을 굴렸고 하치가 작게 웃었다. 하치의 웃음소리를 비교적 자주 들은 것 같아서 허니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우리를 발견했을까요?”
“모르지. 했으면 좋겠는데.”

눈에 잘 띄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자켓을 벗은 채 커튼을 여는 하치의 셔츠 등 부분이 바짝 당겨지는 모습에서 허니는 겨우 시선을 떼어냈다. 하치의 곁에서 연인인 척 하는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평소의 단호하던 눈빛이 허니의 앞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걸 볼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으니까. 꼭 이게 진짜 연인 사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어디까지 관찰할 거라고 보세요?”
“가능한 한 많이.”
“그럼 적어도—”

허니가 까치발을 들어 하치의 미간을 꾹 눌렀다.

“인상은 쓰지 말아야죠.”

피식 웃은 하치가 허니의 손을 잡아내려 손 마디에 입술을 눌렀다.

“노력하지.”
“팀장님은 이거 재밌죠, 지금.”
“그리고 자네는 태연한 척을 못 하지.”
“하치가 연기를 잘 하는 거에요.”
“했었으니까.”
“연기를요? 농담하지 마세요.”
“진짜야. 고등학교 때 했었는데.”
“가르시아가 들으면 좋아하겠네.”
“BAU 전체에 퍼지겠군. 그럼 디테일한 건 말 안 할 거야.”
“아, 알려주세요!”
“소문 안 낼 거라고 약속하나?”
“네, 저만 알게요.”

허니가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하치는 한숨을 내쉬며 거기에 제 손가락을 얽었다.

“앉아, 그럼. 크래커?”
“네.”


사실 허니가 이 언더커버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건 밤이었다. 몇 달 전에 언썹에게 사정 거리에서 총을 맞을 뻔 했다가 하치의 원거리 사격으로 언썹이 죽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아직까지도 악몽이 되어 허니를 괴롭히는 거다. 하치가 원하지 않는 행동은 안 하다고 했으니 침대를 공유하는 건 걱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치의 앞에서 악몽을 꿀까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그리고 허니는 또 그 악몽을 꿨다. 하치와 마주 보고 잠들었다가 다음 순간에 기억 나는 게 하치의 품에서 그의 티셔츠를 절박하게 끌어안고 훌쩍이는 거였다.

“쉬이...괜찮아. 괜찮아.”

하치의 손이 허니의 뒤통수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그 사건 때문이야?”
“네....”
“아직도 극복이 안 됐나보네.”

허니가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고개를 숙인 채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치의 손이 허니의 뺨을 감싸 올렸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이 눈물을 닦아냈다.

“놈은 죽었어.”
“알아요. 저도 아는데....”
“나도 가끔 피곤하면 리퍼 꿈을 꿔.”
“아직도요...?”
“자네는 안 다쳤지만 나는 다쳤잖아.”
“그렇죠...”

허니가 하치의 가슴팍에 얼굴을 기댔다. 하치는 팔이 그의 허리를 더 강하게 감싸안는 건 의식하지 못한 척했다.

“그때 구해주신 건 감사해요.”
“팀장으로서 해야할 일인데 뭐. 더 자.”

하치와 다시 한 번 마주 보고 누운 허니가 눈을 도르륵 굴렸다.

“할 말 있나?”
“일을 안 하면 행동 읽는 것도 그만 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건 습관이거든.”
“안아주세요...?”
“그래.”

하치가 허니를 당겨와 품에 안았다.

“몇 시에 일어나세요?”
“보통은 6시. 눈 떴을 때 없어도 놀라지 말고.”

머리를 댄 가슴팍에서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 소리가 들리고 말할 때마다 느껴지는 울림이 허니의 심장 박동을 진정시켜주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인가?

“조깅하세요?”
“같이 하겠나?”
“따라잡을 수 있다면요.”
“그럼 아침에 깨울게.”
“잘 자요, 하치.”
“잘 자.”


가을이라 아침 공기는 시원했지만 조깅이 끝날 때쯤에는 등이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다.

“어, 먼저 씻으실래요?”
“그러지.”

하치가 아침으로 뭘 먹는지 알 길이 없어서, 허니는 그냥 간단하게 토스트를 했다.

“하치, 커피 블랙으로 드ㅅ—”

허니는 거실과 주방 사이에서 걸음을 멈췄다. 평소에 젤을 발라 넘기던 머리카락은 물기를 머금은 채 이마 양 옆으로 자연스럽게 내려와 한 쪽 눈을 살짝 가렸다. 원래보다 10살은 어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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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는 허리 아래만 수건으로 가린 채였다. 탄탄하게 잡혀있는 근육 사이에 여기저기 남아있는 흉터. 절대 그를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게 하는 리퍼의 흔적이었다.

“응, 블랙.”
“ㄴ, 네. 죄송해요!”

후다닥 자취를 감춘 허니는 머그컵에 커피를 따르면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커플이라면서 그렇게 놀라면 안 되지.”
“그렇게, 어, 계신 줄 몰랐어요.”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걸 하치가 팔을 뻗어 허니의 양 옆에 손을 짚었다. 체격이 허니보다 훨씬 큰 하치라 몸이 다 가려졌다. 허니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도대체 어떤 커플이 그런 걸 보고 놀라?”
“ㅊ, 처음 본 거라고 가정하는 거죠...!”
“가서 씻어. 나머지는 내가 할게.”

허니가 달려 들어가는 걸 보면서 하치가 피식 웃었다.
하치는 이렇게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는 날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려다가 관뒀다. 사건 때문이라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이 마음에 들었다.

“자네는 내가 본 사람 중에 리드 다음으로 간식을 많이 먹어.”

우왁! 하치가 허니를 안아 그를 마주 보게 허벅지 위에 앉혔다. 허니가 잠깐 허우적댔다.

“스펜서는 끼니를 그걸로 때우잖아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리드는 스펜서인데 나는 하치야?”

장난스럽게 묻자 허니가 눈을 굴렸다. 하치가 허니의 손에 들린 과자를 뺏어와서 입에 넣었다.

“하치는 닉네임이잖아요.”
“동료들만 부를 수 있는 이름이지, 커플끼리 부를 이름은 아니잖아.”
“도청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누가 알아? 애런이라고 불러.”
“애런,”

하치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코 끝에 입술이 내려앉았다. 하치의 손은 허니의 허벅지 위에 가볍게 올라와 있었다. 허니는 그 온기가 좋아서 망설이다가 하치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냥 빨리 발견하고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어요.”
“언썹들은 밤에 접근했어. 날을 봐서 저녁에 레스토랑에 갔다오면 마주칠 지도 몰라.”

하치가 그의 어깨에 둘러진 팔에 턱을 대고 있는 허니의 귓가에 속삭였다.

“먹고 싶은 거 말해.”
“그것도 예산으로 커버돼요?”
“말했잖아, 안 되면 내가 사는 거라니까.”



일주일이 지났다. 가끔 콴티코에 남아있는 팀원들에게서 사건과 관련된 연락이 왔고, 허니와 하치는 의견을 내주었다. 그럴 때마다 팀원들은 소파에 바짝 붙어 앉아있는 둘을 놀렸지만 언제나 사건 때문이라는 핑계가 있었다. 사실 모든 행동은 그것 하나로 정당화되었다. 손을 잡고 길을 걷는 것도, 하치가 허니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는 것도, 하치가 허니를 뒤에서 안은 자세로 자는 것도, 허니가 하치의 품에 파고드는 것도, 하치가 허니의 허리를 감싸고 허니가 하치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거나 목에 팔을 두른 채로 짤막하게 입을 맞추는 것도.

“애런,”

허니가 하치와 손가락을 얽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하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기 보세요.”

길가 어귀에 세워져있는 약간 낡은 차.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보이는 차는 여기저기 흠집이 나있었다. 살짝 찌그러진 곳도 있고 무엇보다 번호판의 6을 5로 바꾼 듯했다.

“훔쳤거나 중고인 차일 거라고 했었잖아요.”
“여기 와있는 거군.”
“빠르네요.”
“출근을 안 하면 빠를 거라고 했잖아.”
“보통은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생활을 해야 레이더망에 걸고 계획을 잡기 더 쉬울텐데요.”
“남는 게 시간인 놈들이야. 눈에 안 띄게 기다렸던 거야. 그러다가 우리가 외출하니까 기회를 잡은 거고. 내가 언제 레스토랑을 예약했는지 기억해?”
“조깅 갔다 올 때— 잠깐, 일부러 밖에 나와서 통화하신 거에요?”

허니는 유난히 크던 하치의 목소리를 기억해냈다.

“지켜보는 걸 아셨어요?”
“우리가 유일하게 규칙적으로 나가는 게 조깅이었어. 그걸 알아채고 이 근처에서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지.”
“아...그래서 하치가 팀장인가봐요.”

하치가 헛웃음을 짓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허니의 귓가에 입술을 댔다.

“준비하고, 백업 불러.”

하치는 저번에도 그랬듯, 허니의 몸을 완전히 가리며 허리를 끌어안았다. 집을 등진 채로 집 근처에 숨어있을 언썹들에게서 허니의 행동을 가리기 위해.
“만약에 아니면 어떡하죠?”

“잘못된 신고라서 잘 달래서 보내는 거랑 아닐 줄 알고 안 불러서 다치는 것 중에 뭐가 더 나을까, 응?”

허니는 아랫입술을 쭉 내밀고 하치를 올려다보며 전화를 걸었다.

“배달 좀 해주세요.”
“금방 가겠습니다.”
“백업이 오는 걸 기다려야 할까요?”
“안으로 유인해야 경찰이 오는 걸 못 알아차려. 지금 가지.”

하치가 허니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끌어당겼다. 현관 앞에 다다르기 몇 걸음 전, 허니가 발걸음을 멈췄다.











분량 조절 실패...




믣 크마 하치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