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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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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ㄴ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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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노크 소리에 서류에서 시선을 떼어낸 하치가 가볍게 손짓을 했다.

“들어와도 돼. 무슨 일 있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 해서요. 불편하면 안 하셔도 돼요.”
“뭔데?”

한 발 물러서는 말을 먼저 뱉는 걸 보니 공적인 부탁은 아닐 거다. 하치의 시선은 꼼지락대는 허니의 발 끝을 습관적으로 잠시 훑었다.

“이번 주말에 일정 없으시면 저랑 결혼식 한 번만 같이 가주세요. 어, 커, 커플처럼요.”
“커플?”

속사포로 내뱉는 말을 들은 하치가 눈썹을 치켜올렸고 허니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네. 친구 결혼식인데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해서요.”
“갈 만한 다른 사람이 있을텐데. 리드도 있고 모건도 있고—”
“ㅎ, 하치여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요...! 그 날 안 되세요?”

하치는 마구 흔들리는 동공에서 시선을 내려 잠시 탁상 달력을 살폈다. 마침 잭도 제시카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간다고 잔뜩 신나있는 상황이었다.

“별다른 일정은 없는데.”
“잭은....”

이렇게 걸림돌이 많다는 걸 알면서 왜 굳이 그일까. 저 아래 불펜에 시간이 남아도는 동료 요원이 둘이나 있는데.

“제시카랑 연극 보러 간댔어.”
“그럼 그 날 되세요?”

눈이 곧장 기대감으로 반짝인다. 하치는 그걸 보고 입꼬리를 아주 살짝 끌어올렸다.

“드레스 코드는?”
“.....네?”
“커플로 가야한다며.”
“ㄱ, 그냥 결혼식 갈 만한 복장이요...!”
“알겠네. 내가 데리러 갈까?”

허니의 얼굴이 한 번 더 붉게 달아올랐다.

“아뇨, 그, 저, 제가 하치 집 쪽으로 갈게요.”

남자친구 역할로 결혼식에 같이 가줄 수 있는지 직설적으로 묻는 것치고 너무 긴장한 모습이다.

“주소야.”

포스트잇을 뜯어 주소를 적어서 건넸다.

“감사해요, 하치.”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고 허니가 나갔다. 하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허니가 들어온 지 2년이 넘었지만 둘은 지금까지 사적인 교류가 많이 없었다. 허니는 리드와 주로 친했다. 애초에 상관과 사적으로 교류할 일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렇게 커플 행세로 훅 가까워지는 건 의외였다. 어쨌든 결혼식에 안 간 지 한참 되었으니 뭘 입을지 고민은 해야겠다.



[현관 앞이에요!]
문자를 받고 현관문을 연 하치의 뺨에 보조개가 패였다. 항상 셔츠와 슬랙스, 주말에 호출을 받아도 청바지를 주로 입은 채 나오던 허니가 무릎 살짝 위에서 끝나는 옅은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잘 어울리네.”

허니는 그 말에 한 번 더 얼굴을 붉히며 하치를 슬쩍 쳐다보고는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검은 정장을 주로 입는 그녀의 상사는 우연히도 연푸른색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 차림이다. 그 변화가 허니의 심장에 무슨 짓을 하는지 하치는 절대 모를거다.

“이게 뭐야?”
“잭 선물이요.”

조립형 로봇 키트다. 마침 이모와 함께 나오던 잭은 한참 로봇에 빠져있던 터라 아빠의 손에 들려있는 걸 보고 잽싸게 달려나왔다.

“아들꺼네. 고맙습니다, 해야지?”
“고맙쯥니다!”
“재밌게 놀아, 잭. 아빠 하루만 빌릴게?”
“네!”

이미 잭은 딴세상이었다. 하치는 그걸 보고 작게 웃고는 허니와 시선을 맞춘 뒤 차고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제스 이모랑 잘 놀다 와, 아들.”
“네, 아빠!”

주말이라 살짝 막히는 길을 가면서 운전대를 가볍게 두드리던 하치가 허니를 돌아봤다.

“언제 친군데?”
“고등학교요.”

허니도 오랜만에 입는 드레스가 어색해서 손이 자꾸 끝자락으로 향했다.

“신랑이 전남친이기라도 한 건가?”
“네?! 아...아닌데요.”

시선이 위로 확 올라와서 하치를 쳐다보고는 또 툭 떨어지더니 정면을 향해 옮겨간다. 그 드라마틱한 변화에 하치는 피식 웃을 뻔한 걸 이를 꽉 물어 겨우 참았다.

“그럼 남자친구가 왜 필요해?”
“자꾸 남자 소개해준다고 그래서요.”
“결혼식인데?”
“결혼식이니까요.”
“부케 받아줄 사람이 없나?”
“그건 아니고— 전부터 계속 해준다고 그랬는데 제가 거절했거든요.”
“마음에 안 드나보네.”
“네. 별로요.”

허니는 현장에 출동할 때도 운전하는 하치의 옆자리에 앉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시선이 자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앞으로 훅 튀어나가는 차량에 허니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원래 운전이 거칠기로 소문 난 하치이지만 그걸 조수석에서 겪는 건 느낌이 또 달랐다.

“미안.”

앞으로 튀어나가며 글러브박스를 짚은 걸 하치가 붙잡아줄 요량으로 손목을 쥐었다가 놓았다. 허니는 입 안에서 혀를 살짝 깨물고 자세를 바로 한 뒤 시선을 돌렸다.

“시나리오는 있나?”
“무...슨 시나리오요?”
“언제 만났다든가, 뭐 그런 거 있잖아.”
“아...별로 관심 없을걸요. 목표가 일단 떼어내는 거라...”
“그래.”

차가 나무 그늘 아래에 멈춰섰고 하치가 먼저 내린 뒤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허니가 내리는 걸 손을 잡아주더니 반대쪽 손이 뻗어와 허니의 등을 받쳤다.

“갈까?”

하치의 자연스러운 태도와 다르게 이제 뺨이 뜨끈해질 지경인 허니는 누가 보면 이걸 제안한 게 하치인 줄 알 정도였다.

“얼마나 친해?”

잡은 손이 깍지 낀 상태로 바뀌더니 엄지손가락이 손등을 살살 쓸었다.

“어...남자를 소개해주겠다고 하지만 제 취향이 아니라고 거절할 수는 없는 정도로요.”
“Hmm.”

사실 리셉션 전까지는 커플로서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얼마 안 가 밝은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칵테일 갖다줄까?”
“네, 감사해요.”

하치가 돌아왔을 때는 신부와 캐주얼한 옷을 입은 남자 한 명이 허니의 앞에 서있었다. 허니의 한 쪽 손이 뒤로 빠진 채로 드레스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여기 리차드는 금융 회사에서 일하는데—”
“스위티,”

부르며 허리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허니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보다가 그대로 입술이 닿았다. 사실 하치는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춰줄 생각이었고, 허니는 아예 생각이 없었다. 입술이 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여전히 눈만 크게 뜬 채 저를 바라보는 허니에게 미소를 지어준 하치는 몸을 돌려 앞에 있는 둘을 마주했다.

“남자친구?”
“어. 하— 애런, 여기는 수잔.”
“안녕하세요. 축하드려요.”
“감사해요. 내가 말한 사람은 이 사람이었는데...”

수잔이 하치를 잠깐 올려다보고 옆에 있는 남자를 또 한 번 쳐다봤다.

“그럼 나 저기 친구 있어서 가볼게.”
“휴...”
“저 사람이야?”
“네.”

허니가 한숨처럼 내뱉었다. 위기를 넘겼다는 것보다도 하치랑 입을 맞춘 것 때문에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음악을 뚫고 들리는 것 같았다. 하치의 손은 여전히 허니의 등에 머물러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데.”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는 날카롭게 생긴 사람이 좋거든요.”

허니가 반쯤 머릿속이 뿌얘진 상태에서 뱉는 말에 이번엔 하치가 살짝 놀라 돌아볼 차례였다. 나처럼? 이라는 물음은 겨우 삼켰다. 확실히, 저기에서 얘기 중인 리차드는 동글동글한 상이었다. 평균 정도의 키, 부드러운 금발 머리에 크고 동그란 눈, 동그란 얼굴. 하치랑은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한테 부탁한 건가? 그게 취향이 아니라는 걸 돌려서 말하는 방법이야?”
“네, 맞아요. 완전히 대비돼야 다시는 안 물어볼 거 아니에요.”

허니가 케이크 한 조각이 담긴 접시를 받아들고 한 입 먹었다. 하치는 그걸 바라보다가 나머지 손가락은 허니의 뺨을 감싼 채로,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엄지 손가락으로 닦아내주었다. 허니의 얼굴이 곧장 달아올랐다.

“갈 때까지는 연기해야지.”
“ㄴ, 네.”
“일부러 키스한 건 아니야.”
“ㅇ, 알아요....”
“손.”
“네?”

찰나의 시간 동안 허니의 입술에 머물러있던 시선이 드래스를 만지작거리는 손으로 내려가 그걸 잡아왔다. 그러느라 하치의 손이 허니의 허벅지를 살짝 스쳤고 허니가 숨을 들이켰다.

“지금 보기로는 내가 커플인 척 하자고 한 것 같은데.”

좋아하는 사람이 커플 연기에 말려들어서 훅훅 들어오는데 자연스럽게 행동할 사람이 어딨어요! 하는 눈빛으로 하치를 올려다보려던 허니는 저를 내려다보는 부드러운 눈빛에 입만 살짝 벌린 채 있었다.

“그만 좀 놀라.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어.”
“네에...?”

하치가 피식 웃었고 허니는 또 한 번 얼굴을 붉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결혼하는 친구 외에는 이 결혼식장에서 허니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허니는 집에 돌아가는 걸 택했다.

“태워다줄게.”

허니의 집 앞에 부드럽게 차가 멈춰섰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월요일에 뵐게요!”
“그러지.”

달려들어가는 허니를 보며 하치는 보조개가 패일 정도로 미소를 짓고는 핸들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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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막내 요원이 귀여워보여서 큰일 난 하치랑 자기도 모르게 fox짓하는 팀장님 때문에 괜히 제안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허니...
그러다가 둘이 커플 연기 때려치우고 진짜 커플 되고 그러겟지









믣 크마 하치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