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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19:30
2편





당연히 원래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앤 줄 알았지.
태섭이 필름이 몇 장 없는 쓰던 카메라를 가지고 나갔더니, 다음 번 만남 땐 자기가 따로 카메라를 사 오질 않나. 혼자 다닐 땐 일회용 카메라 하나를 며칠에 걸쳐 찍곤 했었는데 우성은 매번 하루만에 다 써버리질 않나. 그래서 사진 찍는 거 원래 좋아했나봐, 했더니 별로 그런 건 아니라는 의외의 대답이 있었고. 그 때 생긴, 그럼 왜 그렇게 열심히 날 찍어주고 있는 건데? 하는 의문이 아마도 이 사태의 시작점.

그리고 한 개의 의문이 여러 개의 의문이 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던 거 같음.





처음 몇 번은 거의 이메일로만 연락을 했었음. 얼마나 간편한 연락 수단이야.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정도는 메일 이상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고. 우성과 통화를 해야할 일? 그럴 게 뭐 있어. 거기다 태섭의 기숙사 방은 2인실이었지만 전화는 하나였음. 룸메이트와 전화를 함께 써야했는데, 태섭의 룸메이트는 전화를 껴안고 사는 수준인 놈이었지. 애초에 전화를 쓰면 국제전화 비중이 더 많은 태섭은 시차 때문에 사용 시간이 겹치질 않았고, 그래서 그 문제로 부딪히는 일은 딱히 없었음.
그랬는데, 어느 날 룸메이트가 썹! 니 전화더라. 하며 수화기를 넘긴 날.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생각하면서 받아보니 우성이 [너 통화하기 진짜 어렵다. 어떻게 매번 통화중이야?] 라고 투덜댔고. 왜 전화했냐 물었더니 심심해서라는 헛웃음 나오는 대답을 들은 날. 아니 친구도 많게 생긴 놈이 심심할 때 왜 날 찾아? 했던, 이게 아마 두번째 의문.

그리고 이 두 사람, 다니는 학교가 달랐고 당연히 지내는 곳도 달랐음. 둘 사이의 이동 거리는 차를 타고 3시간 가량. 뭐 계속 이 넓어터진 땅덩이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라면 몰라. 태섭은 차로 3시간이라니 와 엄청 머네, 생각했었음. 맞잖아? 그런데 우성은 언젠가부터 태섭을 데리러가겠다, 혹은 데려다주겠다, 그런 말을 가볍게도 해댔음. 넌 차가 없고, 난 차가 있잖아. 태평한 소리를 하는 우성에게 태섭은 제정신이냐는 투로 잔소리를 했었지. 차로 3시간이라니까, 우성아. 거기다 대고 응, 나도 알지. 하며 웃어보이는 그 행동이, 세번째 의문.

이 여러개의 물음표들이 결국 동일한 의문이라는 걸 깨달은 건... 언제였더라.

인화한 사진을 둘이 같이 구경한 날이었나? 원래라면 잘 나온 사진들을 모아 내밀면서 칭찬을 기다리는 똥강아지마냥 굴었을텐데, 어째 조용하기에 태섭이 이번엔 불만족스럽냐며 장난스레 물었더니... 글쎄 우성이 대뜸, 너 입술 예쁜 거 알아? 했던 날인가. 진짜 얘 미쳤나??? 싶을 정도로 놀래서 태섭이 뭐라 받아치지도 못했었지.

아니다, 아무래도 이 날인 거 같다. 결국 우성의 고집대로 태섭을 데려다준 날, 기숙사 근처의 동네 코트에서 잠깐 일대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쓸데없이 또 진심으로 나서는 우성 때문에 이러다 애 집에 못 가겠다 싶어진 태섭이 에라, 니가 이긴 걸로 해라, 끝끝 하면서 공을 휙 버렸고. 가까이 붙어 있던 우성의 가슴팍에 등과 머리를 툭 기댔던, 그 날. 솔직히 정말 그냥 버릇이었던 건데. 태섭의 주위엔 항상 저보다 큰 사람들이 많았어서, 종종 편하게 그랬던 게 나온 것 뿐인데. 지금 있는 팀원들에게도 똑같단 말이야. 그런데 우성은 몸이 굳어서는 양손을 우왕좌왕하더니 어색하게 태섭의 어깨를 감싸잡더라고. 원래 그렇게...사람 심장소리가 잘 들리는 건가, 싶었지.

얘 왜 자꾸 날 좋아하는 것처럼 구는 거야?

그래, 결국 의문은 이거 하나였음. 태섭인 그 순간 돌아서서 우성의 얼굴을 봐버리면 그 동안 가졌던 이 의문에 대해 원하지 않는 답을 얻을까봐 꾹 참았었음. 그리고 그때부터 태섭의 의문은 걱정으로 뒤바꼈을 거야. 정말로 얘가 날 좋아하는 게 맞으면, 난 어떡하지?









*

"지금 이 시간에 어떻게 간다는 거야, 자고 아침에 가. 그 땐 안 붙잡는다고. 내가 연애하자고 조르는 것도 아니잖아!"
"야. 너 지금 니 말대로 차였어, 새끼야. 안 쪽팔려?"
"너 좋아하는 게 쪽팔릴 일이야?"
"아 제발, 그 좋아한단 소리 그만 좀 해. 애초에 우리 알고 지낸지 얼마 됐다고 좋아한단 건데?"

짜증스럽게 내뱉으면서도 태섭은 지금 우성의 집에 존재하는 빛이라곤 거실에 있는 조그마한 스탠드 조명 뿐이란 걸 감사했음. 저 놈에 좋아한단 소리, 낯뜨거워서 얼굴이 달라올라 죽을 것 같은데. 우성에겐 그것까진 안 보이겠지. 하지만 서로의 표정을 살피기엔 충분한 조명이었음. 태섭은 예쁜 우성의 큰 눈이 찌푸려지는 미간 덕에 작아지는 걸 봤음. 동시에 제 손목을 잡고 있는 힘이 세지는 것도 느꼈고. 이런. 화나게 했네.

"와 송태섭...너 생각보다 꽉 막혔다. 너 좋아하려면 소꿉친구 정도는 되야 가능성 있겠네. 그럼 뭐, 난 다시 태어나야 돼?"
"오버 좀 하지마, 그 말이 아니잖아!"
"오버는 네가 하고 있잖아, 지금!"

이 꼴이 대체 뭔지. 바로 전에 고백하고, 고백 받은 사람끼리 이러고 있는 게, 이게 맞나?
더 대화를 해봤자 계속 말싸움일 것 같아서 태섭은 대답 대신 한 번 더 손을 뿌려쳤음. 역시나 우성이 힘을 더 주면서 놔주질 않기에 태섭도 더 힘을 주는데 우성이 좀 전까지와는 다르게 가라앉은 톤으로 말을 해. 걱정되서 그래. 말도 안 걸테니까. 자고만 가.
태섭이 올려다봤을 때 보인 건 화난 얼굴이 아닌, 잔뜩 상처 받은...곧 울 것만 같은 우성의 얼굴이었음. 더 고집 못 부리고 자고 가게 생겼구나. 그 얼굴을 본 태섭이 생각했지.





결국 좁은 소파에 자리 잡고 눕긴 했는데 잠이 올 리가 없었음. 우성은 약속대로 베개와 이불을 태섭에게 챙겨 준 이후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갔음. 쟤는, 잠에 들었을까. 똑같이 못 잘까. 차 놓고 무슨 걱정을 하고 앉았나 싶어서 고개를 홱홱 저었지만.
그래봤자 잠이 드나. 걱정을 치웠더니 이번엔 자책의 시간인가. 우성이 했던 말들이 자꾸 머릿속을 돌아다니기만 해. 그냥 모른척이야? 그랬지, 모른척이었지. 그게 태섭에겐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는 척을 했으면 그게 더 안 좋은 거 아닌가. 태섭은 천장을 쏘아보던 눈을 감았음. 진짜 그냥 자고 싶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눈 감았다 뜨면 아침이어서 여길 뜨고 싶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또 다른 우성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올 뿐이었음. 너 선택 잘못했어. 오히려 티나잖아.

"젠장...."

의문이 들 때마다. 의심이 커질 때마다. 우성의 시선이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숨기질 못 해서 티나는 애정이 점점 잘 보일 때. 그럴 때마다 대놓고 너 대체 뭐냐고 트집을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지금에 와선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음. 어쩌면 불꽃놀이를 본 그 날이 마지막 선이었을지도 모르겠음. 사실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알아들었던, 결국 또 모른척이나 해버린 그 날이.

왜 또 약속을 잡았을까. 한식 까짓 거 혼자 먹으러 가도 되는데. 시간 늦은 게 뭐가 대수라고, 택시라는 게 있는 세상에서. 택시비 문제는...이건 일단 넘어갈까. 아무튼, 집에 가자는 걸 왜 거절을 안 해가지고. 저 자식 방은 왜 궁금해한 거야.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더라. 태섭인 이제 머리가 욱씬거리는 지경이었어.

좋아한다고 하면 어떡할거냐고? 나도 몰라, 나도 어떡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
나도 모르게 한식이라고 썼었네 그냥 펄럭인 하지 뭐....
슬램덩크 우성태섭

 
2023.03.05 19: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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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 센세 센세의 우태가 최고에요 제발 억나더 플리즈ㅜㅜㅠㅠㅠ
[Code: f23e]
2023.03.05 20:01
ㅇㅇ
모바일
진짜 너무좋다....진짜...너무 좋다.....너무너무...
[Code: 7b75]
2023.03.05 20:09
ㅇㅇ
모바일
ㅠㅜㅠㅠ센세 ㅠㅠㅠㅠ 태섭이 역시 모른척한게 맞았군 ㅠㅠㅠㅠ 정우성 짝사랑을 숨기지를 못했넼ㅋㅋㅋㅋ 다 티내고 다녔자낰ㅋㅋㅋㅋ ㄱㅇㅇ.. 둘이 이러다가 어떻게 연인 됐을지 넘 궁금해여 센세*_*
[Code: ee26]
2023.03.05 2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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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 센세가 한식이라면 당연히 한식이지요ㅠㅠㅠ ㅠ 둘다 펄럭인 맞아요ㅠㅠㅠㅠ
으으 태섭아 어떻게 할거냐ㅋㅋㅋㅋ 넘 좋다ㅠㅠㅠㅠㅠㅠ
[Code: b0d5]
2023.03.05 2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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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니까 한식먹는거 맞다 펄럭인 맞다 ㅠㅠㅠㅠㅠ 아 ㅠㅠㅠㅠ 얘네 어케 될까 당근빠따루사귀겠지 우성이는 자고있을꺼 못잘거같은뎈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어나더어나더!!
[Code: e1ff]
2023.03.05 2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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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아 모르긴 뭘 몰라 ㅠㅠㅠㅠㅠ 왜 그랬을까? 왜 하필 그때 그랬을까? 모든 우연과 궁금증이 모여 사랑이 되는거던데 너 이미 사 그거 쫌 하는거같은데ㅠㅠㅠㅠㅠㅠ
[Code: 9389]
2023.03.05 22: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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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했다고 밤늦게 나가려는 태섭이 붙잡으면서 말도 안 걸테니까 자고가라는 우성이.... 맴찢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제발,, 제발 진중한 대화를 해라 얘들아... 센세 사랑해 우리 평생가자
[Code: 79b5]
2023.03.06 00: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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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센세 개처럼 기다렸어 진짜 진심으로 너무너무 보고싶었어.....돌아와줘서 고마워 센세 하으윽
걱정되서 그래. 말도 안 걸테니까. 자고만 가. <<< 여기서 우성이가 남자인것을 느꼈다...하....짜릿함
[Code: 807e]
2023.03.06 1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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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 태섭아 왜일까 혼자해도 되는데 왜 모르는척 우성이랑 함께하고 싶을까 ㅜㅠㅠㅠㅠㅠㅠ 아 센세 제목 보자마자 도파밈 뽝 혐요일의 구원이에오
[Code: f038]
2023.03.06 15: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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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제목보고 괴성지를뻔... 근데 태섭이 갈팡질팡하는거 보고 또 괴성지를뻔... 아니 태섭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이미 씨게 감겼는데 뭘 어떡하니 연애나 해라,,,,
[Code: 2710]
2023.03.07 04: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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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긴 뭘 어째...사겨야지...
[Code: cb58]
2023.03.20 15: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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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어떡해 마음이 새어나갔나봐 우성아.....휴 센세 너무 재밌어서 호들갑떨지 않고는 못보겠어서 도중에 댓 남깁니다....
[Code: 426c]
2023.03.20 15: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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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Code: 426c]
2023.08.15 2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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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숨길 수 없는게 기침과 사랑이라고 했지ㅠㅠㅠ은연중에 티가 났네 아니 자각없이 그냥 솔직하게 표현한거겠지마뉴ㅠㅠㅠ으어 좋다ㅠㅠㅠ
[Code: 8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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