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https://hygall.com/520320529








6.

제이크가 눈을 뜨자마자 생각한 건 하나였다. 


‘여기가 어디지.’



분명 동료들과 한잔 하고 집에 와서 잠든 게 기억의 마지막이었는데 눈을 뜨니 제 관사가 아닌 희한한 곳에서 눈을 뜬 상태였다. 게다가 몸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치 처음 중력가속도 훈련을 받았던 때처럼 울렁거림과 두통으로 가득했다. 의식이 드는 걸 느끼자마자 헛구역질이 나는 기분에 그걸 누르려 밭은기침을 잔뜩 내뱉었다. 




“제이크! 괜찮아?”



그런 자신을 옆에서 붙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눈물로 가득 얼룩진 얼굴과 다급한 부름을 보아하니 누가 봐도 제가 눈뜨기만을 기다린 사람 같았다. 문제는 제이크의 기억 속에 저 얼굴은 없는 사람이었다는 거다. 눈뜨자마자 상황 파악도 안 되는데 모르는 사람이 절 보면서 눈물범벅으로 달려드는데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복도로 달려 나가 다급하게 의료진을 부르고 돌아온 남자는 행맨의 침대에 바짝 붙어 서서 손을 잡아왔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크흡.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어떡해야 하나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흑.”



제 손을 붙잡고 또 다시 눈물을 터트리는 남자에 제이크는 잠시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애쓰다가 슬그머니 잡힌 손을 빼내었다. 남자가 그 행동에 당황하는 사이 담당 의사가 병실로 들어섰다.






“세러신씨. 지금 여기 어딘지 아시겠어요?”


제 손등에 꽂힌 바늘.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몸. 흰 가운을 입은 여자. 귀에 거슬리는 묘한 기계음까지. 제이크는 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아 몽롱한 와중에도 이 곳이 병원임을 알아차렸다. 근데 대체 왜 자신이 병원에서 눈을 뜬 건지 모를 뿐이었다.



“병원인 건 알겠는데, 제가 왜 여기 있죠?”

“사고가 있었어요. 기억 안 나십니까?”



제이크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말이 오갔다. 의사는 어디 불편한 곳은 더 없냐며 물어왔고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약간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것만 빼면 괜찮습니다.”

“그건 에피네프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증상 계속되면 말씀해주시고요. 다른 건 없으신가요?”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건데, 그것도 설명해주시나요?”

“세러신씨는 훈련 도중 기체 결함으로 비상 탈출 중 부상을 입어 입원하신 상태입니다. 기억 안나시나요.”



아까와 마찬가지로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만 깜빡이자 의사는 난감하다는 얼굴을 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밥이 불안한 표정으로 의사를 불렀다.


“이게 무슨 상황이죠?”

“보호자 분. 우선은 몇 가지 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잠시 나가서 얘기 좀 하실까요?”





*





의사와 나갔던 남자는 그 사이 또 운 것이 분명한 얼굴로 병실로 돌아왔다. 나름대로 운 티를 내지 않고 싶었던 건지 추스른 것 같았는데 붉게 물든 눈가와 코끝은 감출수가 없었다. 제이크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어째서 이 남자가 제 보호자가 되었는지 이해하려 했다.





“크흠. 제이크.”

“당신이 왜 내 보호잡니까? 아니, 그 전에 누구시죠?”

“정말 하나도 기억 안나?........의사 선생님은 네가 기억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기억이 나면 내가 이런 걸 당신한테 묻고 있지도 않았겠죠.”



행맨의 눈초리는 있는 대로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낯선 상황과 자신의 상태 때문도 있었지만 자신의 보호자라는 이 남자를 전혀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상당히 친근하고 익숙해 보이는 태도로 자신을 대해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종류가 친구나, 친한 동료의 것을 넘어 가족이나 연인의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이질감에 더 날이 섰다.



“어디까지, 얼마나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혹시 지금 근무지가 어딘지는 알아?”

“비질란테는 르무어 기지 아닙니까?”

“......직위는?”

“대위.”

“.......세상에나.”




밥은 행맨의 대답을 듣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지그시 눈을 감았다. 행맨은 얼마 전 중령으로 진급을 마쳤고 공군과의 협력 테스트 비행 요청으로 넬리스 공군 기지에서 근무 중이었다. 사고 역시도 그 테스트 비행 중 일어난 것이었고 말이다. 비질란테 소속의 대위 제이크 세러신. 탑건에서 만나 미라클 미션을 행하던 때의 행맨이 딱 그러했다. 최소 5년 전. 밥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의 행맨에게 로버트 플로이드는 만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생판 남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늘 자신을 볼 때 닿아오던 다정한 시선이 아닌 차갑게 날이 선 눈빛이 돌아오는 건 당연했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제게는 따뜻하고 애정이 가득하던 사람이기에 제이크의 작은 태도, 말투의 변화만으로 로버트는 자꾸 내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아까 손이 닿자마자 곧장 빼내던 모습만으로도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타인이어서 경계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난 로버트 플로이드야.”

“플로이드?”

“우리가 처음 만난 건 5년 전 미라클 미션에서였고, 내가 당신 보호자인 이유는-”

“설마 내가 당신이랑 연인 관계입니까?”




어떻게 알았냐는 눈으로 바라보자 행맨은 코웃음을 치며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미친. 씹.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제이크......?”

“뭐? 눈 떴다가 일어나니까 당신이 5년이나 된 내 애인이라고?”




정확히는 애인이 아니라 혼인한 사이였다. 3주년 차. 불과 두 달 전. 제이크는 결혼 3주년이던 날 밥에게 천체 망원경을 선물해줬다. 로버트는 좀 더 정확한 설명을 해주고 싶었지만 무슨 일인지 목구멍에 걸려 더 말을 내뱉지 못했다.




“이게 무슨 좆같은 소린지 나 원 참. 진짜.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5년?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진짜야. 제이크. 오늘은 날짜가-”

“됐고. 당신 말마따나 5년이 지난 거면 내가 좀 알 만한 사람을 불러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당신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요. 웬 미친 호모새끼가 와서 거짓말 치고 있는지 내가 알게 뭡니까.”

“......왜 말을 그렇게 해?”

“당신 같으면 믿겠어요? 난 애초에 남자랑 안 만납니다. 근데 5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게이가 됐다는데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 아니면 본인이 그 정도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내가 거짓말한다는 거냐고 따지려했던 밥은 행맨의 마지막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시선은 밥을 위아래로 훑어 내리고는 비웃음으로 끝났다. 몰려오는 모욕감과 수치스러움에 밥은 그대로 병실을 나가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기억을 잃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제 연인이었지만 저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행맨은 항상 좋은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코요테 불러줄게. 지금은 그냥 좀 쉬도록 해.”




괜히 아픈 사람 붙잡고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 나가려는데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을 한 행맨이 손을 내밀었다. 밥은 뭔가 싶어서 손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그를 놀리려고 하거나, 의미를 잘못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건 둘 사이에서 너무 오래 이어져 온 버릇 같은 거였다. 평소 같았으면 웃으면서 아니, 그것도 좋은데 그거 말고- 뭐 달란 얘기였어. 하면서 받아 넘겼을 일이었다. 




“시발. 진짜. 뭐하는 새끼야. 이거.”


그러나 행맨은 밥이 손을 잡아오자마자 매섭게 손등을 내쳤다. 그리고는 더러운 거라도 만진 사람처럼 손을 털어내면서 밥에게 소리쳤다. 



“내 핸드폰 달라고요. 당신 손이 아니라!”







로버트는 그 순간 5년 된 제 연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받치고 있던 모든 기반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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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업보맨 가보자고




행맨밥 파워풀먼
#기억잃고업보쌓는행맨
2023.01.21 1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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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행맨 이 나쁜새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리 기억을 잃었대도 어케 그래 ㅠㅠㅠㅠㅠㅠ 밥 너무 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d1e]
2023.01.21 15:03
ㅇㅇ
모바일
미친... 이건 로버트가 무너질만 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005]
2023.01.21 18:30
ㅇㅇ
모바일
와..이건 보는 내가 다 상처다ㅠㅠㅠㅠ제이크 이눔아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고 마음아파하려고 그러냐ㅠㅠㅠ아무리 사빠행행이라지만 밥 마음 찢어진다 임마ㅠㅠ...진짜 기억돌아오면 피눈물 흘릴듯
[Code: 2cfd]
2023.01.21 18:36
ㅇㅇ
아이고 아이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94e]
2023.01.22 00:01
ㅇㅇ
모바일
기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ㅜㅜ진짜
[Code: 7e25]
2023.01.22 00:26
ㅇㅇ
모바일
저 업보를 다 어쩔라고.......ㅠㅠ 기억 돌아왔을때 행맨 진짜 피눈물흘릴듯
[Code: f953]
2023.01.22 10: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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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업보 장인이다 진짜...ㅋㅋㅋ큐ㅠㅠㅠ
[Code: eb86]
2023.01.25 09:43
ㅇㅇ
하 이집 업보 맛집이네 행맨 하는말 하는행동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른다
[Code: 4ef9]
2023.01.26 16: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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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 이 자식 진짜ㅜㅜㅜ 업보장인이다 진짜
[Code: abc1]
2023.03.27 07: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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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면 말로해!!!!!!!!
[Code: 6967]
2023.04.17 17: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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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행맨 이 못된것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밥은 걱정돼서 울고 있는데 너가 그래버리면...ㅡ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e379]
2023.12.13 2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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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바보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55d7]
2023.12.15 19: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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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 쌓고 밥은 행복하고 행맨 굴러라..
[Code: c054]
2024.01.31 13: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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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슴 박박 천갈래로 찢어지는 중...
[Code: 03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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