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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9 21:01
인적없는 밤 10시의 주택가
한적한 가로등 밑에서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미육군사성장군과 대면했다.
전시상황 등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면 대면할 일이 거의 없는 미군의 두 거물이 대체 왜 이곳에서 만나는 것일까.
그것도 누군가와 분주히 통화를 하는 채로 말이다.

"카잔스키 제독?"
"맥마흔 장군?"

의도적인 만남은 아니었는지 둘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깐의 지독한 정적이 흘렀고 두 제독은 서둘러 스마트폰을 다시 귀에 갖다댔다.

"매브, 나 지금 xx거리 7번지 두 번째 가로등 밑인데.... 여기서 '입은칼을이긴다'님 만난다는 거 맞아? 아, 지금쯤 남편분 장소에 오셨을거라고?"
"재스퍼, 그, 구매자 '스카이러버'님 만나러 왔는데 남자분 맞아? 아, 남편을 보내셨대? 아..."

직물로 만들어진 샛노란 장바구니를 들고있는 미육군사성장군과 하얀 봉투를 들고 있는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분주히 저들의 반려와 중계 아닌 중계를 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들은 밤늦게 나가기 귀찮은 아내들을 대신해 홍당무마켓 거래를 위해 나온 상황이었다.
무릇 현대의 남편이라면 밤늦은 시각 직거래를 위해 나가는 아내를 그대로 혼자 보내는 꼴을 두고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나갔다가 험한 꼴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비록 한 명은 육 해 공에 소문난 대령직함 단 건장한 군인에 다른 한 명은 입으로 칼보다 더한 치명상을 입히는 유명정치인일지라도 말이다.
애초에 그들의 아내들은 본인이 나갈 생각 없이 남편들이 퇴근할 시간 즈음에 직거래 시간을 잡은 큰그림을 그렸고 남편이 안 나간다고 하면 내쫓아서라도 보냈을 것이다.

적어도 맥마흔 장군은 그럴 뻔했다.

"난 당신 파병 때문에 일 년이 뭐야! 10년 동안 손 꼽을 만큼 당신 얼굴보며 버텼는데 그깟 직거래 대신 못 나가줘요?!"

밤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니 마중 키스는 해주지도 않고 얼른 옷 갈아입고 직거래 좀 다녀오라는 재스퍼의 말에 좀 서운한티 냈다가 노기 어린 말이 맥마흔 장군의 귀에 스테레오로 꽂혔다.
이랬다간 각방이 뭐야.
다음날 신문 1면에 '집에서 쫓겨난 맥마흔 장군의 현관 앞 노숙 단독 보도'라는 기사 올라올 게 뻔하기에 맥마흔 장군은 얼른 아내에게서 거래물품과 만남장소를 건네받아 나온 참이었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요즘 화제라는 우유크림빵 사오라는 첨언과 함께.
그랬는데 그 상대가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이라니.
저쪽도 잡혀사나보네.

톰 카잔스키 제독도 오늘은 9시 전에 퇴근해달라는 매버릭의 부탁에 산처럼 쌓아놓은 일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처리하고 온 참이었다.
빠른 퇴근을 하는 날은 대부분 매버릭이 '이벤트'를 하고는 했기 때문에 가능한 업무 처리 속도였다.
저번에는 바니걸 코스프레를 했었다.
그 전에는 다람쥐 옷을 입었고 그 전전에는 고양이 꼬리와 귀를 달았었고.....
아무튼 그랬다.
여전히 불타는 제독 부부였고 그래서 오늘도 카잔스키 제독은 즐거운 밤을 상상하며 집에 왔건만 오자마자 매버릭은 환히 웃으며 흰 봉투를 쥐어주는 게 아닌가.
중고직거래를 다녀오라면서.
탑건에서 만난 영건들이 알려줘서 홍당무인지 가지인지 동네중고거래앱을 설치했는데 그동안 꼭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나와서 얼른 선점했다고 한다.
영건들이 이런건 아내가 직거래를 잡으면 남편이 나가는 거라고 했단다.
하여튼 탑건 스쿨에 교관으로 가서 가르쳐준 것보다 배워오는 게 더 많다.
기대한 바와 전혀 달랐지만 앱을 보여주며 반짝이는 눈이 보기 좋아 까짓거 대신 나가주기로 했다.
'요즘' 남편들은 다 이런다고 했으니까 나이 육십 먹어서 '요즘 남편' 소리 듣는 것도 썩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요즘 남편'에 미육군사성장군도 포함될 줄이야.....

"저, '스카이러버'님 맞으시죠?"
"아, 네. '입은칼을이긴다' 판매자님 맞으시죠?"
"네. 여기 물건....."
"아, 감사합니다. 잠깐만요. 어, 매브. 방금 물건 받았어. 상태 좀 확인하라고?"

카잔스키 제독이 허락을 구하는 눈빛을 보내자 맥마흔 장군은 스마트폰에 대고 말했다.

"어, 재스퍼. 구매자분이 상태 확인해도 괜찮겠냐는데?"

허락이 떨어졌는지 맥마흔 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섬주섬 꺼내니 톰캣 프라모델이었다.
심지어 포장비닐도 뜯지 않은 완벽한 새 상품.

"지금 확인 중인데 비닐 안 뜯은 상태고 상자도 흠집 안 난 거 같아."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전화기 너머 상대가 흡족했는지 카잔스키 제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잔금 주라고? 알겠어."
"방금 잔금 받았어. ....확인하라고? 여기서...? 아, 아니.... 알겠어...."

카잔스키 제독이 내민 흰 봉투를 받아든 맥마흔 장군은 떨떠름하게 안의 지폐를 셌다.
합치면 별이 여덟개일 두 군의 수장이 거리에서 현금을 주고받으며 돈계산하는 모습이란.
잔금은 150불이었고 집안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지폐 없애기에 좋은 기회였다.
이를 놓칠 수 없던 매버릭은 야무지게 집안의 모든 곳을 털어 10달러짜리 15장을 고이 봉투에 넣었다.
돈 세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10달러짜리 15장을 모아 봉투에 넣은 매버릭의 배려 아닌 배려로 맥마흔 장군은 어깨로는 스마트폰을 고정하고 두 손으로 지폐를 하나하나 세야했다.
살면서 장군이 지폐를 손으로 세는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맥마흔 장군은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지폐를 셀 때 왜 손 끝에 침을 묻히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비위생적이기도 했지만 돈에 극도로 미친 사람들, 자본주의에 함몰된 탐욕을 상징하는 모습 같아서 그런 행위를 무척이나 마음에 안들어했지만 오늘에서야 그 모습은 지폐를 세는 데에 있어 아주 필수적인 과정이었음을 절감하는 차였다.
요령없는 손은 자꾸 지폐에서 미끄러져서 결국 하나하나 천천히 세야했다.

"여보, 세다가 죽었어요? 왜 말이 없어요?"
"재스퍼, 조금만 조용히... 나 세다가 까먹었어...."
"아니, 얼마나 많다고 중간에 세다 까먹어요?"
"그, 10달러짜리로 주셔서...."
"10달러? 아니 그냥 100달러 한 장이랑 50달러 한 장이면 어디 덧나나."

조용한 거리에서 통화소리가 제법 적나라하게 들렸다.
맥마흔 장군은 카잔스키 제독의 눈치를 보며 크흠... 헛기침했다.
제 반려의 지폐들로 제법 난감해하는 모습에 공연히 대신 미안해지는 카잔스키 제독이었다.

"매브, 상대분이 조금 시간 걸릴 거 같은데...."
"기다려야지 별 수 있나. 아, 그리고 있잖아, 브래들리가 그러는데 요즘 새로나온 우유크림빵이 그렇게 맛있다네."
"알겠어. 있으면 사갈게."

무언의 사달라는 요청에 카잔스키 제독은 기꺼이 심부름을 자청했다.
헤헤 거리는 소리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낑낑거리며 지폐와 사투를 벌이던 맥마흔 장군이 드디어 승리했다.
10달러 15장 확인완료.
어색하게 인사를 마친 두 사성장군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못해도 걸어서 20분은 걸리는 가까운 편의점까지 함께가며 지옥의 침묵 시간이 이어졌다.
편의점에서 단 하나 남은 우유크림빵을 두 사람이 동시에 집으면서부터는 다른 의미로 지옥이 펼쳐졌다.
해군 수장과 육군 수장은 정정당당하게 가위바위보 삼세판으로 승자를 가리기로 했다.
여기서 승리하지 못하면 40분 걸리는 다음 편의점으로 걸어 가거나 빈손으로 집에 가 뒷감당을 각오해야한다.
그리고 우유크림빵은 둘이 삼세판을 하던 와중에 아빠 손을 붙잡고 온 아이가 홀랑 낚아채가버려 두 사성장군은 사이좋게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음날, 퇴근길에 우유크림빵을 한 박스씩 들고가는 육군과 해군사성장군의 사진이 찍히며 졸지에 장군들의 픽이 되어버린 우유크림빵이었다.


후편: https://hygall.com/510102950

아이스매브 아맵 킬머탐찌 워빙 빵탐
2022.11.21 01: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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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심왜케귀엽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세 천재야ㅠㅠㅠㅠㅠㅠㅠ
[Code: b008]
2022.11.22 08: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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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f5be]
2022.12.04 12: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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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졸커 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ce0]
2022.12.25 23: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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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이 8개면 뭐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bf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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