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v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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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약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 직전인 허니를 만났다면
"왜요? 제가 뭐 맨날 허니만 쫓아다니는 줄 알아요?"
"..."
허니는 일요일 아침 초인종 소리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하며 혹시나 하고 옆 창문으로 미리 바깥을 보니까 제리가 떡하니 보였음. 눈 반만 뜨고 문 열자 제리 허니 표정에 상처 받았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척 삐쭉였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려 했는데 그보다 먼저 제리가 허니 약혼자랑 약속된거라 말하겠지. 그 말에 허니가 팔짱을 꼈음. 이것 봐라? 제리 그런 허니 보곤 흥 했음. 타겟을 바꾼 모양임.
허니의 부름에 약혼자가 까치집을 한 채 내려와 이런 모습이라 미안하다며 제리에게 들어오라 권유했음. 그리고 셋은 거실 식탁에 마주보고 앉음. 알고보니 어제 허니한테 선전포고한 제리 그렇게 나가선 일 끝나고 동료들이랑 한잔하던 허니 약혼자 빼와 둘이 술 마셨겠지. 둘이 나눈 얘긴 제리가 직장에서 짤려서 당장 돈이 궁하다 했고 약혼자는 그 얘길 듣고 제리가 이 얘기 꺼내기 전에 집안 일도 잘한단 얘기에 조심스레 제 집 가사도우미 일을 권유했을거임.
"허니 고생시키기 싫어서 어제 덜컥 약속해 버렸어요..."
거기다 바로 옆집에 이웃이 힘들단 얘기에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거겠지. 허니 어깨를 움츠리고 눈치보는 제 약혼자를 보며 진하게 미소지으며 웃었음. 그렇게 사람한테 데이고 힘들어 했던 기억을 가지고도 언제나 믿음을 잃지 않고 반짝이는 마음을 가진 제 약혼자가 너무 대단해 보이고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해. 하지만 다음번엔 미리 말해주기야."
"응! 그럴게요! 고마워요! 다행이에요, 제리씨."
제리는 처음으로 허니의 미소를 보고 넋을 놨음. 또 보고 싶다. 또... 제리 하마터면 제가 지금 어떤 포지션인지도 잊고 허니한테 손을 뻗을뻔 했다가 멈칫하고 다행이 약혼자가 제리를 볼 때 표정관리할 수 있었음. 바로 앞에 허니가 앉아있는데도 허니가 너무 보고싶었어.
"오래는 아니고 다음 일할 곳 알아보는데 두달? 정도면 충분할라고 하셨,"
"한달. 한달이면 충분해요."
약혼자의 말을 끊고 제리가 단호하게 말했음. 그리고 허니와 눈을 맞췄지. 찰나의 눈맞춤은 싱긋 웃는 눈웃음과 함께 약혼자에게로 빗겨갔지만 허니는 알았음. 한달의 유예기간이란걸. 정확하겐 한달도 아니지, 결혼식 전날까지 한달도 남지 않았으니까.
제리는 다용도실로 가는 통로에 서있었음.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집을 같이 둘러보며 설명하려던 참에 약혼자가 잠시 허니가 불러서 잠시만요, 하고 허니한테 가버렸거든. 주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둘이 속닥이는 얘기를 정확하겐 아니었지만 어느정도는 들을 수 있었음. 정확한 내용을 듣지 않아도 연인들 사이의 얘기는, 그 분위기는, 웃음소리는 둘이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랑을 속닥이는 것쯤은 아주 잘 알 수 있어서...
제리 잔뜩 날이설 것 같은 눈을 내리깔고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겠지.
숨통은 확실히 끊어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