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본편 아닌 번외 ver.1

"잘 잤어요?"

허니 멍하게 거실 바닥에 앉아 빨래 개는 제리 바라봄. 제리 그런 허니 귀엽다는 듯 보면서 허니가 잘동안 빠짝 말라 걷어온 옷가지 마저 착착 갤 듯.

아까 제리 무시하고 집 들어와서 밀린 청소하고 빨래 널어 놨는데 이번 주 내내 일이 많아 피곤했던 허니 소파에 잠시 누웠다가 그대로 낮잠 잤음. 원래는 약혼자나 허니나 둘 다 일 때문에 바빠 일주일에 세 번 오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했었는데 계속 일해주던 분이 사정상 그만뒀고 아직 그 뒤를 이어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겠지.
 

어쨌든 그러고 꿀잠 자다 일어났는데 집 안에 너무 당연하게 제리가 있어서 허니 잠깐동안 꿈인가 싶었음. 몸 일으키니 예쁘게 눈을 깜빡이는 제리가 허니 힐끗 보고 예쁘게 갠 옷가지들 툭툭 치며 허니한테 어필했는데 허니 그건 안보고 제리가 저 옆에 던져 놓은 약혼자 옷가지들 봤음. 그리고 일어나 베란다 쪽으로 향했음. 이쪽으로 들어온 모양임. 아까 빨래 널고 그대로 자버렸으니.

허니 베란다 창 열고 가지런히 놓여있는 제리 신발 봤고 그 다음 제리 바라봤음. 제리 허니랑 눈 마주치고 머리 위로 귀가 달렸다면 쫑긋쫑긋 움직였을 움직임을 보였는데, 허니가 절 보며 바깥을 가리키자 시무룩해졌음. 나가란 무언의 압박에 꾸물꾸물 일어나서 눈치 한번,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게 종종 걸으며 눈치 한번 보며 오랜 시간 잡아 먹고 제리 싫어죽겠단 표정으로 신발 구겨 신었음. 제리 나가자마자 허니 창 닫아 잠궈버리고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제리 보곤 커튼도 침.
 

커튼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이 사라져 허니 제리가 드디어 간 줄 알았는데 쏴아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커튼 열어보니까 제리가 다 죽어가는 텃밭에 물 주고 있음. 허니 커튼 촥 걷고 창 열자 제리 그 소리에 반색하며 허니 돌아봄.

"허니!"

그리고 기쁘다는 듯 손을 흔드는 꼬라지가 아주 이 집 주인임. 허니 그런 제리 보고 다시 검지로 뒷마당 나가는 옆 쪽문을 가리켰음. 또다시 시무룩해진 제리 물 주던 호스 정리하고 눈치 보며 아주 천천히 쪽문으로 향했음. 모퉁이를 지나 안 보이기 전에 제리 허니 바라봤는데 아주 단호해서 너무 슬프겠지.

제리가 허니 시야에서 사라지고 쪽문 열리는 소리, 발소리가 작아지는 소리가 들렸음. 허니 흠, 짜증난다는 듯 콧숨 크게 내쉬고 바깥 슬리퍼 신고 모퉁이 쪽으로 향했음. 그리곤 모퉁이와 한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선 말했지.

"가."
 

그래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리길래 허니가 짜증 섞어 한번 더 말함.

"가라고 했어."

끼이익...

쪽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그제야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