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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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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줘."


나는 브래드 피트의 방문을 가로막고 섰다. 브래드 피트 역시 문지방을 밟고 삐딱히 섰다. 방금 막 일어난 건지 눈두덩이는 퉁퉁 부어선 불만은 또 얼마나 많은지 눈썹이 눈꼬리랑 평행이다. 응?아니 브래드 피트는 어디 가고 웬 붕어가 있지?
그냥 자고 일어난 거치곤 너무 부었는데. 입술도 통통해지고 새빨갛다.

밤새 또 울었나?


  "무슨 폰."
  "어젯밤에 가져간 거 다 알아. 돌려줘."


브래드 피트는 내밀어진 손을 노려보더니 신경질적으로 눈을 부볐다. 낯선 이물감에 손짓을 뚝 멈추더니 고개를 벽 너머로 쏙 숨겼다. 거울이 저기 달려있던 것 같기도 하고.


  "씹..."

  "잠깐 기다려."


그대로 얼굴을 숨긴 채 손만 뻗어 문을 닫는다. 앗 내 폰은...! 내가 헐레벌떡 문틈으로 발을 끼워넣었다. 이익! 얼마나 세게 닫은 건지 뼈가 울린다.
문틈으로 마주친 눈이 서로를 노려본다. 그것도 잠깐이고 결국 브래드 피트의 눈썹이 축 꺼졌다.


  "폰 줘! 학교 가야된단 말야."
  "금방 나갈테니까,"
  "빨리 줘! 조던한테 같이 등교할건지 물어봐야돼!"
  "그 새끼 좀 그만 찾아!"


갑자기 버럭 고함을 치는 브래드 피트에 놀란 나는 벙쪘다. 브래드 피트는 눈썹을 또 바짝 세우고 든다.


  "오늘은 내가 데려다 줄 거야."
  "...왜?"
  "아침에 문자 왔어."
  "조던한테?"
  "...오늘 늦는대."


망했다.



























브래드 피트는 밥도 안 먹고 차고로 달려나갔다. 나는 설마 날 두고 가는 건가 싶어 먹던 토스트를 한 입에 우겨넣고 뒤따라 차고로 뛰었는데, 다리를 땅에 디딘 채 뒷자석에 엎드려서 어수선을 피우는 뒤태를 보았다. 내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더니 얼굴이 빨갛게 익는다.


  "왜 따라왔어?"
  "나 두고 갈까봐."


정적. 나는 그새 겁을 얻어먹고 손끝만 꼼질댔다.


  "내가 널 왜 두고 가."

  "차 정리하는 거니까 밥 천천히 먹고 와."


브래드 피트가 다시 고개를 차 안에 들이밀고 뒤적였다. 나는 게걸음으로 돌아갔다.

내가 다이닝룸에서 브래드 피트의 몫의 토스트까지 해치울 동안 브래드 피트는 4번이나 되돌아왔다. 처음에는 무슨 탈취제를 수소문하다가 부엌아주머니께서 하나 챙겨주셨고, 두번째는 무릎담요였고 세번째는 본인 방에서 라텍스 방석을 가져갔는데 무슨 장발장 같았다. 방금은 전자레인지에 우유를 데워서 텀블러랑 가져갔다. 나는 브래드 피트가 살림을 거덜낼까 두려워 먹던 빵을 내려두고 차고로 향했다.


  "...너무 오버했는데."


브래드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차 내부를 멍하니 바라봤다. 허니가 토스트에 한 눈 팔 동안 챙겨온 뽑기머신에서 뽑은 인형 몇 개와 분홍색 목베개, 틴케이스 쿠키까지 뒷자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니... 나 뭐하냐. 브래드가 마른 세수를 한다.

허니가 차고로 왔을 땐, 브래드의 차는 태초의 모습으로 텅 비어있었다.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의 컵 홀더에 우유가 든 텀블러만 남겨놓고.












차 안은 적막 그 자체였다.
내가 뒷자석에 앉은 지 5분이 다 넘어가는데 출발은 커녕 시동도 안 켠다. 혹시 몰라 챙겨온 얼음이 내 주머니에서 녹고 있다.


  "저기 이거 눈에,"
  "너 왜 뒤에 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비닐 속에서 녹고있는 얼음덩이를 건네고 브래드피트는 백미러로 날 바라봤다. 저쪽은 눈썹이 처질대로 처져서, 이쪽은 손에 고인 물은 흥건하게 뚝 뚝 떨어지고.


  "나 조, 졸려서 누워가려고..."
  "앞에 타. 의자 눕혀줄게."

  "...싫어?"


브래드의 목소리가 한껏 기가 죽어 잔뜩 중얼였다. 나는 꼭 브래드 피트가 작아질 때면 마음이 동한다.


  "알겠어."


내 대답에 언뜻 보이는 볼이 봉긋하게 솟는다. 하여튼.

브래드는 또 치솟는 기분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내가 이렇게 일희일비하던 사람이었나. 이거 심해지면 병원 가봐야하는 거 아닌가, 하며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떼우며 조수석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꼼짝을 않는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면... 시야에 불쑥 다가온 작은 얼굴이 보인다.

브래드는 기겁을 하며 몸을 물리다가 유리창에 뒤통수을 찧어 박았고 허니도 깜짝 놀라 팔을 헛디뎌 풀썩 엎어졌다. 브래드의 허벅지 위로.

허니는 링처럼 뒷자석에서 네 발로 타넘어오다가, 브래드의 허벅다리 위로 얼굴을 찧어 박은 거였다.

울끈 힘이 도는 고간 탓에 브래드가 급하게 허니의 머리통을 밀어냈고 허니는 엑! 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그 좁은 틈에서 반바퀴 데굴 굴렀다.


  "뭐, 뭐하는 거야!"
  "앞에 타라며...!"


옛날부터 그랬지만.
브래드는 정말 가끔씩 허니가 감당 안 될 때가 있다.
































뭐가 문제일까.

허니는 아까부터 입술을 불퉁히 내밀고 있었고 브래드는 연신 오른쪽 차선을 살피는 척하며 허니를 훔쳐봤다. 삼거리 사거리도 아니고 이차선 도로인데 뭐 볼 게 있다고. 브래드는 자꾸만 바짝 마르는 입술을 혀로 축였다.

허니가 자꾸만 갈비뼈 부근을 손으로 쓸어내리는게 신경쓰인다.


  "다쳤어?"
  "...아니."


브래드는 이제 목구멍까지 쩍쩍 갈라진다.

잘 거라던 허니는 잠도 안 자고 눈을 아주 말똥말똥 잘만 뜨고 있었다. 평소 거칠게 운전하는 건 둘째라면 서러울 브래드는 거북이라도 된 양 아주 기어갔다. 자꾸만 신경이 옆으로 쏠려서 왼발이 밟고 있는게 액셀레이터인지 브레이크인지 시한폭탄 버튼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냥 뒤에 태울 걸. 브래드는 후회했다.


  "나 그냥 여기에 내려줘."


브래드가 차를 급히 세웠다.


  "교문 앞에 세워도 돼."
  "...교문에서 내려서 같이 걸어가게?"


허니가 미친 놈 보듯 자신을 쳐다보자, 브래드는 잠깐 멍했다.


  "그럼 걸어가지, 기어가?"


자신의 대답에 허니가 이 새낀 뭐라는 거야, 따위의 표정을 짓자 이제 브래드 역시 눈썹을 치켜내렸다. 또 뭐가 싫은 거야. 왜 이렇게 싫은게 많아, 나는 그냥 다 좋은데. 뱉지 못하고 십 여년 째 응어리진 말이 속에서 또 썩어들어간다.


  "여태 조던 차 타고 오던 애가 오늘은 브래드 피트 차를 타고 온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너는 벽보에 네 이름 안 걸려봤지?"


허니가 눈을 찌푸렸다. 브래드는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그때 차가 한 번 크게 출렁이더니 전면 유리창으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굿모닝 허니."


제리가 본네트 위로 기어올라와 유리창에 얼굴을 잔뜩 문댄 채 말했다. 연이어 유리창에 입술을 붙여 쭈왑, 소리를 내자 브래드가 벌레를 잡듯 주먹으로 그 얼굴을 쾅 내리쳤다. 브래드의 주먹이 유리창에 쾅 부딪히자 제리가 활짝 웃는다.


  "그래서 도로 한복판에 서있었어? 뒤에 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정문 근처 인적 드문 공터에 차를 세웠다. 브래드 피트가 앞으로 가질 않아서, 바로 뒤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리가 결국 운전석을 박차고 나왔더랬다. 브래드 피트는 연신 나를 노려보고 서있고 나는 그 시선을 애써 피한채 땅만 바라봤다.

언제는 내 말이라면 다 들어줄 것처럼 굴고 또 언제는 당장이라도 목 조를 것처럼 굴고. 제멋대로야 진짜.


  "그럼 내가 허니랑 손 잡고 들어갈래."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학교에 소문 못 들었어? 나 허니랑 만나잖아."


제리가 내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뭐... 브래드 피트와 나란히 걸어가느니 차라리 제리 품에 안겨 들어가는게 나을 수도 있다. 내가 제리를 올려다보자 제리가 뒤늦게 나를 내려다본다. 대뜸 눈 아래에 입을 쪽, 맞춘...


  "뭐, 뭐하는,"
  "장난도 봐줄만큼만 쳐."


내가 다 놀라기도 전에 브래드 피트가 으르렁댔다. 그러자 제리가 내 뒤로 숨었다. 그래봤자 내 머리 위로 얼굴이 그대로 보일만큼 키 차이가 나면서...


  "내가 먼저 갈테니까, 내가 운동장 가로지를 때까지는 여기 있어. 알았지...?"
  "우리가 네 말을 들어야 해, 허니?"
  "안 들을 거야?"

  "...들어주면 안돼?"


내 말에 제리가 또 웃는다. 브래드는 어느새 팔짱을 끼고 제리를 노려보다가 턱짓으로 교문을 한 번 까딱인다. 빨리 가라는 뜻이었다.

그래. 그것까진 좋았는데. 나는 교문에 들어사자마자 사각지대, 교문 바로 뒤편에 기대선 조던을 보고 멍해졌다.


  "조던?"


뭐야. 너 오늘 늦는다며?
내가 멍하니 바라보자 조던이 날 내려다봤다. 눈살을 찌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 말없이 마주봤는데 하필이면.


  "굿모닝 조던."


제리와 브래드 피트가 교문을 지나치며 우리를 발견했다. 운동장에 내가 보이지 않자 교실로 갔다고 생각한 건지. 내 걸음이 그렇게 빠른 줄 알아...? 나는 당혹감에 둘을 돌아봤다. 교문을 드나들며 등교를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거북이로 빙의가 되어 우리를 구경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있다. 케이시와 함께 어울리던 익숙한 얼굴의 여자애들은 걷는 시늉도 안 하고 말뚝 박은듯 서있었다.


  "조던 너 오늘..."
  "미안."
  "뭐가 미안,"


그때 조던이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학교가 뒤집어졌다.

아다가 조던 패터슨과 등교를 하지 않는 이상한 아침이었고, 조던 패터슨은 교문에 서서 누구를 기다렸다. 아다가 교문에 들어서고 브래드 피트와 제리 레인이 다가오자, 그렇게 조용하던 조던 패터슨이 브래드 피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선방을 했다.
그리고 브래드 피트 역시 조던 패터슨의 복부를 발로 걷어찬 것을 시작으로, 그야말로 개싸움이 벌어진 것.

그 와중에 제리 레인은 제 등 뒤로 아다를 숨겼다.

아다 저 년은 시발 대체 얼마나 대주고 다닌 거야?


  "...어?"
  "부모님 호출."
  "뭐어!?"


등교시간부터 여태까지 계속 교무실에 갇혀있던 조던이 쉬는시간에 교실로 돌아왔다. 책상 의자에 걸어둔 외투에서 휴대폰을 꺼내 바로 전화를 건다.


  "지금 학교로 올 수 있어?"

  "...알았어."


정말 저러고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휙 돌아 교실을 나가려기에 내가 얼른 그 소매를 붙잡았다. 내가 조던을 붙잡는 순간 교실의 모든 눈이 내게 향했다. 아니 너희가 무슨 바퀴벌레야!? 왜들 이래! 내가 경악스러움에 손을 놓자 조던이 다시 돌아 넓은 보폭을 하고 가버렸다.

...나한테 기분 상했나?

교실문을 나갔던 조던이 다시 돌아왔다. 어?


  "너 폰 내놔."
  "어? 나 폰... 없, 없는데?"
  "시발 그럴 줄 알았어."


순간 브래드 피트인줄 알았다. 조던이 사납게 욕을 뱉으며 입 안을 혀로 훑었다.


  "내가 너한테 전화를 몇 번이나 한 줄 알아?"
  "미, 미안. 휴대폰을 내가 잃어버려서,"
  "잃어버리긴 시발 뭘 잃어버려."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조던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이렇게까지 화를 낸 적이 있던가?


  "너한테 화난 거 아니야."


그리고는 다시 교실로 들어와 본인 책상서랍에 있던 공책 한 권을 내 책상 위로 가볍게 던졌다. 그리곤 교실을 나간다.
나는 다음 수업부터 필사적으로 필기를 했다. 오른손으로는 조던 공책에, 왼손으로는 내 공책에. 쉬는 시간에 보니 왼손으로 쓴 내 공책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건 뭐 데스노트의 부활인가.

겁이 많은 애들은 교무실이 아닌 우리반으로 몰려들어 날 구경했다. 중요한 건 전교생이 겁쟁이들이라, 전교생이 우리반에 몰렸다는 거다.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수군대는데 나는 그걸로 현상황을 알 수 있었다.

조던 패터슨과 브래드 피트는 교무실에 불려가 마주앉자마자 브래드 피트가 먼저 멱살을 쥐고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조던 패터슨 역시 지지않고 옆구리를 후려갈겼으며 서로 양손에 철제의자, 원탁테이블을 잡았을 때 교무실의 남자선생님들이 떼로 붙어 말렸다고. 그래도 중년의 선생님들이 혈기왕성한, 외관으로만 봐서는 번듯한 성인남성인 둘을 상대하기는 버거워서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단다. 결국 중재자로 전교 부회장인 제리 레인이 불려갔다고. 제리 레인이 온 후부터는 둘의 주먹싸움이 멎었으나 상담에 절대 협조하지 않은 탓에 대치만 2시간을 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부모님 소환.

나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아버지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 이대로 또 전학가는 거 아니야?













  "브래드."


아버지가 교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브래드는 입술을 말았다. 아버지는 브래드를 꾸지람하시려다가도 같은 몰골로 마주앉은 조던을 보고 눈을 크게 뜨셨다. 브래드 옆으로 제리가 고개를 비죽 내미며 아빠! 오셨어요! 하며 반겼다.
아무리 봐도 친구끼리의 싸움은 아니다. 조던과 브래드는 한 식탁에 앉았을 때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던 놈들이었다.

아버지가 자리에 앉으며 브래드를 노려보자, 브래드는 고개를 숙였다.


  "조던 너희 부모님은?"
  "...못 오십니다."
  "아무리 바쁘셔도 남의 자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으면 오셔야지. 다시 전화드려!"


선생의 윽박에도 조던은 꿋꿋했다. 눈 하나 꿈쩍하지않고 선생님을 바라보며, 못 오십니다. 를 한 번 더 말할 뿐이었다. 학부모를 앞에 두고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하는지 선생이 출석부를 들추며 굳이 조던 패터슨의 가족사항을 살피려들자 브래드의 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제가 조던의 부모님 대신하겠습니다."
  "예?"
  "조던 역시 제 아들 같은 녀석입니다."


브래드의 아버지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는 덕에 그에겐 정체 모를 카리스마와 살의가 흘렀는데, 단 말 몇 마디로 교직원들에게서 호기심 어린 눈을 거둬들이고도 남을 정도였다.






























  "설명하렴."


학부모 상담이 끝난 직후. 아버지는 브래드와 조던을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가셨다. 제리는 그 뒤를 살랑살랑 따르다가 눈치껏 자리를 피하려고 했는데,


  "제리. 너도 밥 한 끼 먹자꾸나."


그 말에 제리가 웃으며 걸음을 떼려다 멈췄다. 허니도 데려올까요? 제리의 말에 아버지는 브래드를 빤히 보셨다.


  "또 네 동생 때문이냐."


콧잔등이 욱신대서 입으로 숨을 쉬느라 입술을 벌리고 있던 브래드는 아버지의 물음에 입을 닫았다. 고집스레 앙 다문 입을 본 아버지는 그 뜻을 알아들으시고 눈을 감으셨다. 그때 조던이 입을 열었다.


  "브래드와 제 전여자친구를 두고 싸웠어요. 허니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아마 점심도 못 먹었을 거예요."


아버지는 조던을 빤히 바라보셨다. 조던은 답지않게 긴장을 해서 침을 삼켰는데 그 순간 코피가 주욱 흘러내렸다. 운이 좋은 건가. 그 덕에 아버지는 시선을 돌리셨고 제리를 향해 허니도 데리고 오렴, 말씀하셨다. 제리는 알 수 없는 눈으로 조던을 바라보다가 곧 아버지를 향해 예쁘게 웃고 걸음을 뗐다.


  "그 아이 이름이 뭐니?"
  "...케이시요."
  "기억하고 있으마."


아버지의 눈이 조던을 향한다. 조던은 뒷짐 진 손을 꽉 붙들었다.
허니가 아버지를 닮은 줄 알았는데 아니다. 겉은 아닐지라도 속은 부전자전이었다.































그래서 이게 지금 뭐지?

나는 내 앞에 수놓인 음식들에도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내 맞은편에 아버지가 앉으셨고 내 양옆으로 브래드 피트와 조던이 앉았다. 아니 얘네는 피투성이인데 병원은 안 가고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기숙학교는 어땠니."


내게 하시는 말씀이셨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걸 보니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 질문이 나오자마자 브래드 피트의 동공이 다친 참새 날개죽지처럼 하염없이 떨렸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하느라 대답이 굼떴다.


  "조... 좋았어요. 저 때문에 고생많으셨잖아요."
  "지금 학교보다 더 좋으니?"


불안감에 입술이 바짝 말라 자꾸만 혀로 입술을 축였다. 브래드 피트는 이미 입술을 입 안으로 잔뜩 말아서 이로 짓이기고 있었다. 이젠 어깨와 목덜미 마저 잘게 떨어댔다. 그럴수록 나는 조급함이 들어 머리를 굴리느라 시간이 더 걸렸는데, 그때 조던이 내 접시 위로 껍질을 깐 새우를 놓아주었다.


  "지금이 더 좋아요 아버지."
  "그렇니."
  "좋은 친구들도 훨씬 많아요."
  "잘 됐구나."


아버지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셨다. 그럼에도 식탁 위로 긴장감이 돌았다. 목이 바짝 마르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브래드와 조던이 동시에 음료잔을 밀어주었다. 나는 멈칫하다가 조던이 밀어준 음료를 받아 마셨고 아버지는 그걸 모두 보신다. 테이블에 깔린 유리를 통해서.

음료잔을 쥔 브래드의 손가락이 안으로 곱는다. 손끝이 하얗게 질린다.

그 또한 아버지는 보고 계신다.

우리는 삭막함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아버지는 나와 조던은 학교로 돌려보내셨고 브래드와 제리는 곁에 남겨두셨다. 나는 떼어지지않는 걸음을 겨우 떼어 학교로 돌아갔다.

한편. 아버지의 서재 안.
브래드는 아버지가 주시는 담배를 모른체했다. 대신 제리가 그걸 받아들었다.


  "또 허니를 보내시려고요?"
  "그건 네가 알 바 아니다, 브래드."
  "또... 또 저랑 허니를 떼어놓으시려고요."


브래드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떨리자 제리가 그 어깨를 단단히 잡아주었다. 어깨라도 잡으면 말이라도 건사했으면 해서.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브래드가 고개를 들어올려 아버지를 바라본다. 눈꼬리는 잔뜩 날을 세워 날카로웠고 항상 깨끗하던 눈알에는 실핏줄이 불거져 눈꺼풀 속에서부터 붉게 물들어갔다. 눈꼬리 아래와 콧잔등, 입꼬리는 잔뜩 찢겨져 피가 묻어져있다.


  "제가 아직도 어린애로 보이세요?"


브래드의 물음에 아버지는 한참동안 담배연기만 연거푸 뱉었다. 제리는 브래드의 어깨를 감싸 연신 토닥이기만 했다.


  "어린애 장난으로 끝났어야지."

  "지금 네 동생에게 하는 행동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버지가 브래드를 바라보시는 눈은 한없이 아득했다. 브래드 역시 지지 않고 그와 같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한 번 더 사고를 치면 더이상 넘어가지 않을게다."


아버지가 등을 돌려 걸음을 떼신다. 벽 구석에 기대어있는 장대 회초리를 손에 쥐고 소매를 걷어붙인다. 제리가 브래드 대신 이를 악 물 때, 브래드는 허공만 노려보고 있었다.






























제리는 브래드가 회초리를 맞은 모습을 여럿 본 적 있다.
허니와 생이별을 한 13살 때 여러 번. 그때는 정말 상처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때는 오히려 마음이 약했던 제리가 대신 엉엉 울어주기도 했는데 브래드는 전혀 미동도 않았다.

그 후로는 회초리와 담을 쌓았는지 다리가 말끔해서 축구를 할 때 반바지를 입기도 했다.

그리고 17살이 되던 날, 흔적도 없이 한 달 반동안 사라졌던 브래드가 정말 곤죽이 다 되서 등교했다. 남들은 대체 어딜 갔었냐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제리만이 그의 걸음걸이를 보고 미간을 굳혔다.

너 아직도. 미련하게.

그 표정을 브래드만 알아들었다. 브래드는 제리의 시선을 피해 본인 책상에 엎드려 누웠다. 주변의 아이들은 브래드가 걸음을 절던지 어깨가 축 처져있던지 오늘따라 눈이랑 입술이 더 퉁퉁 붓던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브래드의 귀환에 잔뜩 들떠서 한동한 잠잠하던 휴대폰을 들고 여자애들의 번호를 훑기만 했다.

제리는 브래드의 옆자리를 꿰차고 책상에 엎드린 브래드와 반대로 책상에 발을 올려 의자에 반쯤 드러누운채 입을 열었다.


  "약은 발랐어?"
  "허니 찾았어."
  "...제 정신이야?"
  "아니."

  "네가 봐도 미친 것 같냐."


브래드의 서슬퍼런 눈이 제리를 향했다. 저렇게까지 독해보이지 않았는데. 제리는 어느새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나 이러다 미치면 어떡해?"


제리는 그때서야 실감했다. 브래드가 진심이라는 걸. 제리는 잠시 고민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였다.
그냥 될대로 되라지 시발. 제리가 아무렇게나 씨부렸다.


  "넌 처음 봤을 때도 제정신 아니었어. 어디서 정상인인척이야."


제리의 말에 브래드가 크게 웃었다.

며칠 뒤, 제리는 처음으로 브래드네 집에 들어섰다. 브래드가 자신의 집에 들인 첫 친구였다. 그리고 허니의 방을 보여준 첫 사람까지 제리가 다 해먹었다.


  "너 진짜 미쳤구나."
  "어."


온기 하나 없는 공주방을 보며,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눴다.




























빵발너붕붕
2021.01.15 02: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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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또 밟은김에 또 봐야지 했는데 어나더라뇨? 센세는 천사야?
[Code: c3f9]
2021.01.15 02:48
ㅇㅇ
모바일
조던 뭐야 무슨일있었던거야ㅠㅠㅠㅠ
[Code: 3eb1]
2021.01.15 07:26
ㅇㅇ
모바일
조던 ㅠㅠㅠ조던 붕붕이줘ㅠㅠ
[Code: a888]
2021.01.15 09: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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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한테 허니는 공주였구나 공주님....ㅠㅠㅠㅠㅠ조던이랑 브래드 밤사이에 뭔가 허니 관련해서 싸운것같은데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고ㅠㅠㅠㅠ조던 그래도 허니때문에 싸운거 아니라고 둘러대주는거 너무 멋있어.... 브래드 종아리 맞는거 불쌍해 때리지마세요ㅠㅠㅠㅠㅠ조던 피 많이 나는데 저렇게 싸워도 되는거야?ㅠㅠㅠㅠ 아버지가 기숙학교 어땠냐고 물어봤을때 허니 학교에서 브래드때문에 이름 아다되고 다른 학생들이 괴롭히는거 밝혀질까봐 내가 다 두근두근...하 미치겠어센세 진짜 너무 좋아 사랑해 센세ㅠㅜㅜㅜㅜ
[Code: e8b5]
2021.01.15 1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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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브래드랑 조던이 뭐댐에 저렇게 감정이 상했는데???? 물론 원래부터가 서로 아니꼬왔겠지만 뭐가 도화선이 됐을까 너붕붕 핸드폰으로 빵발이 뭔짓 했을까 아 너무 재밌다 진짜 개쫄깃해 걍 너붕붕 양다리 걸쳤으면 좋겠내 조던너붕붕 빵발너붕붕 둘 다 맛있어!!!!!!!!
[Code: e41b]
2021.01.15 13:14
ㅇㅇ
모바일
조던 조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027]
2021.01.15 14: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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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다죽을 조던이여..근친병잔데 조던이 너무머싯서..눈새라몰랐는데 찬찬히보니까 조던도 허니조아하는거아녀? 가아니고 허니 존나사랑하고있는거같음..조던성격에 칠레팔레한애 수발다들어주고 결과적으론 다져주자나ㅜ
조던 ㅅㅂ 너무멋있다고요ㅜ 조던이랑 잘됐으면 좋겄는게 솔찍헌붕키맴ㅜ
[Code: 849e]
2021.01.15 16: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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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아빠가 브래드 눈치보느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허니한테 다른 마음 품은거 알면서도 모른척 방관하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 태도가 생각보다 권위적이고 무섭네 호달달
[Code: ca2c]
2021.01.15 17: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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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허니 시점으로 서술되다보니 허니에 대한 조던의 마음이 잘 안드러났던거 같은데 센세가 이렇게 슬며시 보여줄 때마다 너무 설레서 미쳐버릴거같아요
그리고 허니 시점으로 서술되다보니 조던 마음 아리송하게 묘사되는것도 존나 천재적 ㅠㅠㅠ 이 완급조절 어쩔거냐고 너무 설렌다고 ㅠㅠㅠㅠㅠ
아 우리센세는 진짜 천재야 ㅠㅠㅠㅠㅠ 센세 .... 언젠가 어디서 주워들은건데요 천재도 성실한 바보를 이길 순 없대요 근데 우리 센세는 성실한데 심지어 천재잖아요 정말 어떡해 어쩌면 좋아 진짜 세계관 최강자다
[Code: b27a]
2021.01.15 18: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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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다시 읽었어... 근데 생각해보니 허니 아버님이 조던 부모님이 왜 연락 못받는지 아는건가...? 시히벌 둘이 따로 얘기한적이 있는건가??!!!!!! 앓다죽을 조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058]
2021.01.15 18:40
ㅇㅇ
센세 이거는 진짜...텐션이 개미친것 같아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쳐지지 않은 관계의 균형...! 근데 또 거기에 한명한명 서사가 넘쳐나!!! 솔직히 말해봐 센세 하버드 명예교수지 그치ㅜㅜㅜㅜ 오 조던 아 조던 앓다죽을 그 이름이어ㅜㅜㅜ 진짜 너 무 조 아 ! 센세 사랑해액
[Code: 5a68]
2021.01.15 18:51
ㅇㅇ
와 진짜 허니 부모님 비중이 그렇게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몰랐는데 센세는...그냥 센세의 금장손에서 태어난 모든 캐릭터는 전부 그냥 엄청나구나ㅜㅜ 브래드가 허니한테 집착하는 게 너무 잘 느껴져...건강하지 않은 관계라는 게 잘 보이고 제리한테 미치면 어떡하냐고 물어보는것도 브래드가 자기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보여주네ㅜㅜ근데 센세 대사 하나하나까지 너무 반짝반짝 빛나...아름답다...넌 원래부터 미쳐있었다니...제리가 엄살부린 걸 두고 눈밭에 무릎 닿지 않는 거랑 정도를 아는 걸 표현한 거 읽으면서 나 진짜 숨막혔어 센세ㅜㅜ 조던은 뭘까.......조던 행복하게 해줘ㅜㅜ진짜 멋지다 갓조던... 이쯤되면 허니가 두개여야 할 것 같다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5a68]
2021.01.15 19: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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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뭐가 싫은 거야. 왜 이렇게 싫은게 많아, 나는 그냥 다 좋은데.

이거 너무 좋아...ㅠ
[Code: c357]
2021.01.15 2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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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나도 저부분 넘 좋아
[Code: 71bb]
2021.01.15 2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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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그냥 드라마 작가하자
내가 피디 구해온다
[Code: 71bb]
2021.01.15 2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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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 ㅜㅜㅜㅜ 내센세 ㅜㅜ 브래드 짠해
[Code: 0f90]
2021.01.16 00: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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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사랑해사랑해사랑해!!!
[Code: 5289]
2021.01.16 04: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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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건 문학이에요...진정한 고전이 될겁니다...
[Code: 1697]
2021.01.24 1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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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출판하자
[Code: a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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