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허니가 뒤뜰에 있던 작은 달팽이 한 마리 주워오더니 빌리한테 얘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살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얼떨결에 키우게 됐음
이름 지어주자(๑❛ᴗ❛๑)
꿈틀이?
구려( ∙̆.̯∙̆)
빌리 슬쩍 아무 이름이나 던져봤다가 면박만 받고 달팽이는 허니 뜻대로 꼬물이라는 이름 갖게 됨
퇴근하고 집 오면 평소처럼 허니가 달려 나와서 반겨주고 뽀뽀도 해주긴 하는데 그 뒤에 오늘 뭐 했는지 시시콜콜한 얘기들 대신 꼬물이 밥 주게 야채 씻어서 잘라달라는 말부터 하는 거...
저녁 차려놓고 불러도 침실에 있는 달팽이집 앞에 앉아서 꼬물이 밥 먹는 모습 구경하고 있길래 빌리가 아예 허니 들어다 식탁 앞에 앉혀 놓음
목욕 후에도 원래 같으면 자기 옆에 달라붙어있어야 할 허니가 또 꼬물이 집 앞에 자리 잡고 앉아있어서 서운한 빌리...
달팽이 좀 그만 봐
달팽이 아니고 꼬물이야( ∙̆.̯∙̆)
꼬물이 그만 봐
얘가 낮에는 잠만 자는데 어떡해( ∙̆.̯∙̆)
나도 낮엔 집에 없는데 안 아쉬워?
툴툴대는 목소리에 허니 그제야 뒤돌아보는데 빌리가 아랫입술 삐죽 내밀고 있어서 히히 웃고 침대 위로 올라감
삐졌어?(๑❛ᴗ❛๑)
...
알겠어 빨리 자자(๑❛ᴗ❛๑)
빌리 품 파고들면서 자장자장~˃̵͈̑ᴗ˂̵͈̑ 장난스럽게 자장가 불러가며 가슴 토닥여주면 웃음 터진 빌리가 허니 뺨 안 아프게 깨물고 둘이 꼭 껴안은 채로 잠들겠지
정성 들여 돌봐줬는데도 꼬물이는 오래 못 살고 하늘나라 가버림... 충격으로 허니는 종일 엉엉 울기만 하고 빌리는 허니 진정될 때까지 달래주면서 처음부터 못 키우게 할 걸 뒤늦게 후회함
계속 저기압인 허니 때문에 빌리도 속 끓이다가 하루는 마리모가 담긴 예쁜 유리병 하나 들고 퇴근하는 거
허니 처음엔 이게 뭐야( •́ ̯•̀ ) 시큰둥했지만 곧 정붙이고 뭉치라고 이름도 지어줌
사실 뭉치는 애초에 짝퉁이라서(빌리도 속아서 샀음) 그냥 플라스틱 덩어리일 뿐인데 그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허니, 빌리네 집에서 아직까지 잘 길러지고 있을 듯
(안 이어지는 전편)
빵발너붕붕 빌리너붕붕